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이상해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이상해

$17.00
Description
치매를 앓는 할머니의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세상, 그리고
4대가 함께 보금자리를 짓고 살아가는 오래된 동네
그 속에서 펼쳐지는 소박하고 뭉클한 반려 생활의 기록
「딸과 나, 나의 엄마, 그리고 할머니까지 4대가 가까이에 각자의 보금자리를 짓고 살아가는 동네. 손가락으로 세어도 헷갈리는 가계도 때문인지 딸은 종종 나에게 묻는다.
“그러니까,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왕할머니’인 거지? 엄마. 왕할머니는 이상해. 같은 질문을 자꾸 하고 먹은 걸 또 먹으라구 해.”」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이상해》의 저자 헤이란은 날이 갈수록 희소해지고 있는 대가족의 구성원이다. 그가 사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저자의 엄마가 할머니를 보살피며 사는 외갓집이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그의 할머니는 어느 순간에 기억이 멈춘 채로 고요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끊임없이 같은 말과 행동을 반복하고 자신에게만 들리는 목소리와 대화를 나누며 때로는 저승사자 저리 가라 할 만큼 지독한 분노를 쏟아내는 도깨비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는 할머니를 오랜 시간 미워했지만, 다시금 할머니만의 ‘사랑’의 언어를 이해하고자 그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사려 깊은 마음과 재치 있는 문장으로 가득한 이 에세이집은 저자와 그의 가족, 나아가 친구와 이웃, 동네 사람들까지 아우르는 단란한 삶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정든 집과 동네에서 서로 안부를 묻고 마음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한 다정한 기록을 담은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이상해》는 타인과 부대끼며 사는 생활의 정겨움을 상기시키며 작은 불씨처럼 삭막해져가는 사회에 따스한 온기를 전할 것이다.

저자

헤이란

북한산이잘보이는동네에서태어나서울토박이로만30년차.외국에서일하는게꿈이었으나동네를벗어난적이없다.생명과학을전공하고대학원에진학했지만,꿈이라는여정의종착지는결국글쓰기였다.일터에서는제품관리를하고집에서는원고를집필하는나날.치매를앓고있는할머니,그녀를보살피는엄마,해맑고귀여운나의딸,그리고나,이렇게4대가반경300미터이내에보금자리를짓고옹기종기살아가는중이다.
주변의크고작은소중한세계를바라보며함께살고같이웃고진솔하게쓰면서,읽는사람에게도스스로에게도소박한포옹을전하고싶다.

브런치스토리@egg0121
인스타그램@hey_ran_sunrise

목차

1부엄마라는이름

왕할머니와까먹이병
욕나와라,뚝딱
할머니=(?)
온실속의난초
좋아한다고말할용기
쓰다듬어주고싶다는생각

2부할머니가있는집

어떤매듭의역사
미련곰탕이
밥값을해야사람이지
마법의가루,알커피
어른이되는집
숫자에불과한것들

3부그게사랑이래요

미움주머니
고독은공간을요한다
만두피쪽지
누구든지,클래식
붕어빵이뭐길래
환영받지못한사람

4부함께살아가는중입니다

안부를묻는사람들
배움을응원하는소리
더도말고덜도말고딱좋음
너의살던고향은
쉬어갈땐여기어때

에필로그이상하고아름다운할머니나라

출판사 서평

어떤집을상상해보자.자그마한체구의어린이가호기심가득한눈으로거실이곳저곳을탐색하고있다.어린이의엄마는어린이의위치를파악해가며옷을개고있다.어린이의엄마의엄마는주방에서서국물요리의간을보고있고,어린이의엄마의엄마의엄마(!)는베란다앞볕이드는자리에웅크리고앉아멍하니밖을내다보고있다.사방에엄마들이다.이럴때대뜸“엄마”라고부르면어떻게될까?아마엄마,엄마의엄마,엄마의엄마의엄마가일제히고개를돌리며말할것이다.
“무슨일이야?누구엄마?”

사려깊은마음과재치있는문장으로가득한신간《엄마의엄마의엄마는이상해》는시간이흐를수록희소해지고있는대가족과그들이살아가는동네를배경으로한다.전쟁과피란민의역사로거슬러올라가는어느오래된동네엔저자와그의딸,엄마와할머니가서로멀지않은곳에집을짓고살고있다.한가로운주말이면4대가한집에모여하루를보낸다.산책을나서면정겨운이웃들이안부를묻고,퇴근길에마주치는붕어빵트럭은꼭꼭숨겨뒀던기억을떠올리게한다.
할머니를비롯한가족에서시작해친구와이웃,동네사람들까지천천히시야를넓히며,함께살아가는사람들을사랑스러운시선으로기록한이책에는소박하지만아름답고때로벅차오르는다양한순간을선보이며독자의마음을사로잡는다.

“나는치매가무엇인지더묻고싶지않았다.
그저할머니의다음사진이궁금했다.”

작중할머니는치매를앓고있는것으로소개된다.치매는말수가없고한결같았던할머니를바꿔놓았다.할머니는남들에겐들리지않는목소리와단둘이대화를나누기도하고,병원에가야한다고하면큰소리를내며안가겠다고고집을피우고,느닷없이분노를터트리며휘황찬란한욕설을내뱉기도한다.세심한보살핌에도불구하고통제할수없는일들은매번일어난다.가족들은피로감을호소하기도하고,할머니또는할머니의병을미워하기도한다.하지만다른한편으로는여태껏미움이나분노,슬픔따위의감정을제대로표현하지못했던할머니의조용한시간에죄책감을느낀다.
《엄마의엄마의엄마는이상해》속가족들은치매를앓는할머니를마냥엉뚱하고이해할수없는존재로그리거나반대로할머니의난해한행동을치매라는단일한스펙트럼에가두지않는다.할머니가“출처없는미움”을쏟아낼때도,병원에가지않는다며기어이집에서치아를뽑아낼때도,쓸모가없어진비닐로묶은매듭을버리지말라고고집을피울때도,아무말없이앉아홀로눈물을흘릴때도,‘치매가오면으레그렇다’는식으로치부하지않는다.대신더가까이에머물면서그의마음을헤아려보고자노력한다.할머니의이상한행동들은‘치매할머니’라서가아니라,‘나의/우리의할머니’라서일어나는일이기때문이다.
낯설고이해할수없는행동을하는이를볼때사람들은대개불편함을느낀다.그리고불편함을쉽게해소하기위해그의특성하나를집어유일한원인으로환원시키곤한다.일견명쾌해보인다.다른행동에대해서도쉽게이해할수있을것같다.그러나특정한조건하나에인과를종속시키게되면개인이지닌복잡다양한서사는쉬이은폐되고만다는점을기억해야한다.할머니의“출처없는미움”을치매때문이라결론짓는다면할머니가살아오면서삼켜야했던울분과아픔에는다가갈수없을것이다.한번먹은것을몇번이고또먹으라고권하는할머니의집착을‘할머니’라는존재가으레그렇다치부한다면“잘먹고잘먹이며”살아온가정의이면에할머니가어떤공포를느꼈는지알지못할것이다.

정현종시인이말했듯,한사람을맞이하는것은그의일생을끌어안는일이다.복잡하고정제되지않은타인보다일면적으로정돈된대상과의일방적소통이늘어가는현대사회에서시인의말처럼사람을환대하는것은요원하게느껴지기도한다.한사람을좁다란시야에구겨넣지않고,일생과여생을더듬어보며이해하려는태도.그리고그부던한노력이이어주는소통의가능성.《엄마의엄마의엄마는이상해》속저자와가족들이보여주는할머니를향한환대는바로그런눈부신결실을암시하고있다.

“이웃이라는이름으로얼기설기짜인이작은동네는만남과이별을반복한다.
어쨌든잘지낸다는,덤덤하지만무척궁금한안부를물으며.”

《엄마의엄마의엄마는이상해》는대가족가정의생활상을비추는것에그치지않고,동네이웃,주민,퇴근길을오가는시민등삶이이루어지는모든공간과그주역들로시야를넓히기도한다.“작고낡은단층주택들이좁은터에어깨동무하듯서로기대어만들어진마을”이“상가벽면에차곡차곡걸린간판들이24시간내내쉬지않고반짝”이는“젊은뉴타운”이되기까지,30년넘게동네를벗어난적이없다는저자는그야말로진또배기‘동네토박이’다.재개발을거친동네는외견상세련되어보일지몰라도,그의필체로담아낸이야기속에서만큼은여전히이웃사이의온정이남아있는수수한곳이다.
매일“경비실에요구르트를갖다주고는,발길을돌려약국,세탁소,복덕방까지동네사정을살피고쓰다듬는”마음씨고운‘둥가할머니’,등원차량을기다리는유치원생아이들을보며“이뻐죽겠다는표정으로그저웃기만하는”일명‘의자부대’할머니들,출근길마다안부를물어주는이웃아주머니들,병원이며길거리,동네마트에서만난모습을기억하고수년간가족들을진료해준주치의선생님……가지각색인물들사이의공통점은언제나서로의‘안부’를묻는다는점이다.

청년과노인을가리지않고고독사문제가커지고있다.우리의네트워크는점점방대해지고있는데,어째서일까,현실속사람들은자꾸고립되고소외된다.요컨대안부를물어주는사람이없다는크나큰쓸쓸함이우리시대를떠다니고있다.다른누군가와함께사는일은어렵다.타인은나와닮을수있을지언정같을수없고,차이는항상갈등을일으키기마련이다.한몸건사하기어려운시절에타인과함께산다는건꿈같이들릴지도모른다.그럼에도불구하고사람들은다른존재와함께살아가는것이아름답다는사실을알고있고,그렇기에함께하는삶을희구하며방황하고야만다.

《엄마의엄마의엄마는이상해》에그려진것이동네사람들의전부는아닐것이다.그들도때로다투고,미워하고,응어리진마음에가슴을칠것이다.하지만사람의마음을비옥하게하는건결국사랑을주고받으며미소짓는찰나의순간들이다.그렇기에이작품은함께하는삶을망설이는이들에게‘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가함께살아야할이유를보여줄한권의책이되리라,감히이야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