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스케치북

작은 스케치북

$17.00
Description
전해 받은 빛나는 사랑의 언어를
성찰의 기록으로 이어 가는 ‘작은 스케치북’

도망의 길 위에서
온전한 나를 다시 마주하게 한 이야기


고개가 꺾이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갈림길 앞에서
담담하지만 깊이 있는 울림으로 첫 장부터 조심스레 독자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상현 작가의 이야기는, 정갈한 사각형 안에 담겨 있는 조금 특별한 에세이툰이다. 작은 네모 한 칸, 그리고 간결한 문장 한 마디마다 사라지지 않는 기억과 살아가는 중인 지금을 어루만지는 사려 깊은 눈길이 어려 있다. 그의 이야기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기억들이지만 곧 앞으로의 ‘우리’를 이루어갈 기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도망가고 싶은 마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첫 도망은 바로 열여덟 살에 학교를 그만둔 일. 집안 사정을 비롯해 몸과 마음의 아픔이 겹쳐, 마음속 깊은 한구석에서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 이 ‘도망’의 마음은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어느 결정적인 선택의 도화선이 된다. 그렇게 굳은 결심을 하고 어렵게 내린 첫 도망의 선택은 이후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잣대가 되고, 작가는 흔들리는 마음과 막막함 속에서도 그저 눈앞의 한 걸음을 내딛는 법을 조금씩 배워간다. 스스로 내린 선택 앞에 의연해지는 법을, 그리고 그 선택을 책임지는 법을. 궁극적으로는 숱한 단련 끝에 한결 부드러워진 심장으로, 밀어내고 싶었던 내 앞의 생을 그보다 더 힘껏 끌어안는 법을, 끌어안기 위해 투명하게 단단해지는 법을. 딱딱함은 부러지지만, 단단함은 부드러움과 한 몸으로 엮일 수 있다. 우리는 단단하고도 부드러울 수 있으므로. 단단하고 부드러운 마음은 살고, 사랑한다.

‘그저 어둠 속에 숨지 않고, 스스로 온전함에 가까워지기로.’_본문 31쪽
선정 및 수상내역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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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상현

건축설계일을하다가지금은글을쓰고그림을그리고있다.나만의이야기를평범하고담담하게털어놓는것을좋아한다.오랫동안변하지않는,잔잔하지만울림있는무언가를만들어나가려하루하루를쌓아가고있다.

목차

프롤로그4
1부:벗어난길
애매모호한일상10
어떤습관14
인생첫도망19
기나긴하루24
짧은선언28
고집이센아이32
열여덟의하루36
작은오두막40
혼자의시간44
나름의성취49
들어선길54
시시한결말59
2부:여름의해
지나친계절66
여름동네70
작은수영장75
우연한위로80
돌아오는티켓85
소리치고싶은날89
낙엽의시간94
화요일의치킨99
동네의주인104
쏟아지는별109
뜨거운계절114
못다한것들119
3부:작은스케치북
아빠의기록126
쉬운질문131
작은스케치북136
비디오가게141
행복의세상146
주말의맛149
운전의표정154
이루지못한꿈159
아무렇지않은척164
변하지않는것169
한번의기억174
짧은메모179
떠나는마음184
가을벤치189
4부:꿈은돌아돌아
평범한꿈196
꿈의기원201
네모난것205
호랑이그림210
심심한세상215
애매한재능220
꿈의휴식224
운명의모양새229
이야기그릇234
기울인시간239
다시그림244
말의도구249
꿈과나254
예술가라는것259
에필로그263

출판사 서평

열린내일을위해찍는쉼표

그런데정말도망쳐도되는걸까.헤아릴수없는삶의깊이로부터,이유도모르게눈앞에닥쳐온암연으로부터.그이유를누구에게도제대로설명할수는없지만턱끝까지숨이턱턱막혀온다면,털끝하나라도금세스러질것처럼위태롭다면,그래도된다.잠시숨을고르고작은쉼표하나동그마니찍어도된다.그래도된다고,작가는살아온몸뒤로길게늘어선생의그림자와살아갈몸앞으로길게늘어선생의가능성을모두바쳐말한다.대신그선택은당신앞에놓여있었거나놓였을수도있을모든것을바꾸어버릴수있다.각오가되었는가.각오가되지않았더라도괜찮다.일단‘벗어난길’을향해내딛은한걸음은,당신앞에놓인표지판을또다른이름으로바꾸어줄것이다.그달라진이름을당신이사랑하게될지는,꼭지금답할수없어도된다.단단하고부드러운몸으로,다가올모든것들을받아들일준비가된내일의당신이대신대답해줄것이므로.

‘아무일도일어나지않고,아무곳에도속하지않고,아무것도아닌상태가되는것.그것이가장필요했다.세상과나를제삼자로서바라볼수있도록.’_본문39쪽

내손으로지은언어의오두막

그리고내일의당신은스스로의선택으로유리시킨세상한켠에‘자기만의집’을지을것이다.그작은오두막안에서당신은더이상바깥에서들려오는소리가아니라당신의안으로부터들려오는목소리를듣게될것이다.그목소리로이야기의집을지어가는일을배우게될것이다.그렇게‘나의언어’로지은집안에서오롯한자기자신으로서는법을배우게될것이다.드넓고복잡하고정신없이돌아가는이우주안에서,나만의시공간이지닌결로세상바깥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고그리하여궁극엔내안에서벌어지는이해할수없었던일들을이해하는일이가능해질것이다.더나아가,완전히이해하지못하더라도나란히손을잡고걸어가는법을알게될것이다.그러나무엇보다결정적인것은,그렇게당신이당신만의언어의오두막을지은뒤에벌어지는일이다.유리된세상에서지어진고립된집의예정된결말은,끝내그문을열고나가세상과다시만나는일이다.내가떠나보내고나를떠나보낸세상과다시연결되는일이다.

‘이야기들로피어난생각들은견고한오두막속에머물렀다.서서히데워지듯,흐르고,돌아가고,부풀고,달라지며,깊고담담한나의언어가되어,차곡차곡쌓여갔다.’_본문42-43쪽

벗어나면드러나는길

그렇게작가는다시도망쳐온세상으로돌아간다.내마음의집을짓는일은다시,그집의대문을활짝열고오늘내앞에주어진길을걸어가는일과이어지기때문이다.
때로는정해진길에서벗어나야만알게되는것들이,걸음으로서만가능해지는삶이있다.그저남들이하라는대로,그렇게해야만하기때문에혹은그렇게해야만할것같아서,등떠밀리듯꾸역꾸역갔다면절대알지못했을것들.‘벗어난길’앞에서야비로소자유로워지는삶이있다.물먹은듯한없이지구의핵을향하여가까워지던몸이,순식간에거짓말처럼한떨기깃털처럼가벼워지는때가바로이때다.우리는어디라도갈수있고무엇이라도할수있는몸이된다.그렇게작가는‘첫도망’이열어준열린길위에서훌쩍호주로워킹홀리데이를떠난다.그여정속엔다시는돌아오지않을,그러나언제까지라도사라지지않을눈부신순간들이기다리고있다.자유로운몸으로훌쩍떠난미지의길앞에서덮쳐오는두려움은,때때로버거울지언정등떠밀리듯휘청거리며걸어갈때정신을잠식했던두려움과는분명다른결의그것이다.잠식하는두려움은눈앞의어떤것도보이지않게만들지만,벗어난길앞의두려움은눈앞에놓인것들을더또렷하게보게만든다.돌연,세상이전에없던생명력을띠고마치처음드러나는것처럼선연한색깔로제모습을드러낸다.

‘거대하고평온한물의울림과무엇도당기지않는자유로움에피부가장바깥부터마음의깊숙한곳까지,온도가차분히가라앉곤했다.’_본문79쪽

기록으로연결된기억의별자리,
당신과나의‘작은스케치북’

그렇게우리는다시자유로워진다.그때서야제대로마주할수있게되는기억들이있다.나의사랑하고미워하는,결국은사랑하는뿌리.나를품어내고키워낸기둥.어느샌가보이지않는상처를남기곤다시그깊은상처로부터새숨을얻게하는,내존재의가장아프고가장애틋한역설.나의부모님.상현작가의부모님에대한기억은애틋한기록의별자리로연결되어있다.‘동그랗게잘라붙인사진과아기자기직접그린그림들’과‘내가잠든사이써내려간짧은한마디한마디문장들’로채워진어머니의육아일기와,‘한장마다손수붙인사진과듬성듬성써내려간짧은글들’로함께한가족의추억과작은바람과믿음까지눌러담은아버지의스케치북,그리고그로부터17년후,마지막말을남기고떠나간아버지의마지막인사가담긴작은노트패드까지.나를무너지게도앞으로나아가게도하는꿈도,크고작은선택들의기원이된마음의모양도,세상을바라보는시선과내미는손길에어리우는빛과그림자도,모두어쩌면그로부터시작된것이라고,작가는조심스레전한다.지나가버렸으며결코다시돌아올수없음에도부던히도나를이루어왔고여전히나를계속이루어가는중인‘기억’을되돌아보고보듬으면서.그때,세상에홀로동떨어져있는것만같았던우주속단하나의별은지나온모든것과지나갈모든것에연결된별자리의한부분,은하의한몸이된다.살아가다천번만번외로움을느낄순있어도,고갤들어밤하늘을바라보는순간우리는알게된다.우리가‘진짜로’혼자인적은단한번도없었다는걸.

‘사실진짜기억은맛보다,아빠와둘만있는어떤주말,TV소리가흐르는테이블.음식한그릇씩을앞에두고,마주앉아몇마디대화를나누던그때의슴슴한분위기가기분좋은맛이되어남아있다.’_본문152-153쪽

내내건네는손,푸르도록다정하게

처음으로‘도망치는’선택을내리게만들었던마음의배경을톺아보는일,그리고그선택이기꺼운마음으로내어준길을돌아보는일,그럼으로그골목마다숨어있던작은보물들을새로운마음으로다시발견하는일.마주하기쉽지않았던이별앞에한호흡두호흡참아내다삼켜내다끝내는더이상숨을삼키지도참지도않고고스란히뱉어내는일,뱉어내는숨안에흩어지는,사라져도사라지지않는기억들을다시살아내는일,그리하여그어떤이별이전에도이후에도영원한얼굴을,마음을기록하는일.상현작가는그모든일들의배경을닮은듯한옅푸른사각형안에아주오랜시간을거쳐묵히고묵혀야만가능해지는단정함으로집을지었다.스스로를향해혹은세상을향해섣불리모나지않도록매모서리마다둥글어진이야기의집을.그안에는도시의푸른공기위로뱉어지는서늘한연기를닮은슬픔이어렴풋이배어있지만꼭그만큼의다정함이내내묻어있어,그안에서우리는내내안전하다.
한때나와당신을무너뜨렸던이야기를마주하고도,우리는다시일어서는중이다.언젠가내가걸어본적있는바로그푸른안개속을,보이지않는감감함속을묵묵히걸어와끝내우리앞에다가와준이가손을내밀고있기때문이다.그손을잡으면,우리는,언제까지라도걸어갈수있다.벗어나지않았다면보지못했을골목의작은귀퉁이마다,무너지지않았다면알지못했을바닥위의오돌토돌한숨구멍마다숨겨진,부서진몸으로도끝내아름답게완성되는거대한‘꿈’의퍼즐을발견하면서.주어진삶의하루하루를감내하다마침내는감탄하면서,오롯하게푸르른기억의손을붙잡고내내씩씩하게,우리는그렇게함께걸어갈수있다.
두눈을뜨면언제나볼수있는,열린길을향해서.

‘주저없이멋대로그어본다.예상을벗어나고,어긋나더라도,그대로이어지는새로운의미.세세하게,때론뭉뚱그려,멈추고싶으면멈추기도.여백이한가득차지해도,그것그대로온전했다.’_본문2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