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장애 신학과 사회복지의 창조적 결합에 의한 통합적 관점으로, 장애인을 지원하며 장애인의 권리를 지향하는 복지신학적 장애 이야기를 묶은 것이다. 일종의 ‘장애 담론 묶음 저서’이다. 저자 7명이 각자의 자기 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장애 이야기를 글로 작성하여 묶었다.
제1장에서 이준우는 한국 사회가 조건 짓는 장애 인식의 틀이 여전히 시혜적이고 서비스 대상화된 채, 머물러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이면적 혐오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이는 배제와 차별로 연결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복지신학적 장애 이해에 기반한 장애 담론은 현대 자본조의 질서 속에서, 사회 안에서 장애 당사자 개인의 삶의 소외와 극복을 달성하는 길로서 사회적 인정과 존중 그리고 사회적 소속감 등을 활성화하는데 유용하다.
이준우는 복지신학적 장애 이해의 의제를 ‘다중’과 ‘공생’, 그리고 ‘하나님의 형상’으로 설정하였다. 그는 성서야말로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의 다양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성서에서 인종, 문화, 언어의 다양성이 다중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될 수 있다고 하면서 대표적으로 다양한 은사와 역할을 가진 ‘다중’이 유기적으로 연합한 공동체가 교회임을 성서가 천명한다고 했다. 또한 성서에서 ‘공생’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며, 함께 번영하는 관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호 의존과 사랑의 관계 가운데 함께 사는 행위가 ‘공생’으로 이해된다. 성서는 특이하고 제각기 다른 ‘타자성’을 지닌 다중들이 근접해서 살아가는 공간, 즉 공생의 공간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에 부합하는 장애 이미지와 장애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성서에는 장애 이미지들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놀라운 사실은 장애인과 장애 이미지와 관련된 성서 전반의 내용들을 살펴볼 때, 장애인은 죄의 결과나 형벌로서 나타나거나 하나님으로부터 버림 받은 존재가 아니라,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존재로서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인격을 가지고 삶의 권리와 영적 권리를 가진, 하나님의 관심과 사랑의 대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성서에서 장애인은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스스로 자신의 욕구와 권리를 충족함으로 사회적 자립을 성공적으로 실현하는 존재로 은유(메타포: metaphor)된다. 이 은유는 ‘하나님의 형상’과 장애인들을 통해 나타내신 ‘장애 이미지’이다. 그래서 이준우는 성서에서 도출한 장애 이미지와 다양한 장애 이야기를 재료로 삼아, 혁신적 장애 담론을 구성하여 한국 사회에 전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2장 황은영의 논의는 장애와 기술의 관계를 역사적·신학적으로 추적하면서, 장애가 고정된 신체적 특징이 아니라 기술과 문화, 그리고 권력의 배열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역동적 실재임을 드러냈다. 고대의 오락적 착취에서 중세의 원시적인 신체 보조 수단, 그리고 근현대의 ‘생명 정치적 통제’에 이르기까지 기술은 언제나 장애를 둘러싼 의미와 질서를 재편해 왔다. 이러한 계보학적 통찰은 장애와 기술을 단일한 규범으로 재단하려는 시도를 넘어, 장애인의 경험과 해석을 중심에 두는 신학적 전환을 요청한다.
그 전환의 핵심은 네 가지 기준으로 응축된다. 첫째, 장애 신체와 기술의 결합 자체가 생존을 향한 정당하고 신성한 실천이라는 점, 곧 기술이 하나님의 형상을 훼손하는 외적 장치가 아니라 성육신적 현실에 참여하는 매개라는 인식이다. 둘째,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유한성에 기초하여 기술을 특정 결핍의 제거가 아닌 창조적 적응의 도구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기술 관료주의와 우생학적 폭력에 맞서 장애 당사자의 자기 해석과 의미 부여를 최우선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요청이다. 넷째, 기술이 개인의 기능 회복을 넘어 관계적 상호의존성과 다차원적으로 구현되는 구조적 정의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전인적 구원론의 지평이다. 결국 장애와 기술을 둘러싼 신학적 사유는 정상성의 환상과 효울성 중심의 인간 이해를 해체하면서, 오히려 연약함과 의존성 속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진실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기술은 더 이상 결함 없는 인간을 생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서로를 필요로 하는 피조물들의 관계를 가시화하고 심화시키는 매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애와 기술의 결합은 단순한 보완이나 극복의 서사를 넘어, 새로운 인간 이해와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창조적 장이 된다. 그것은 부서진 몸과 기술이 함께 엮어내는 생존의 서사이자, 동시에 인간과 세계가 서로를 향해 열려 있음을 증언하는 성령론적 사건이다. 따라서 이 결합이 지향하는 바는 단순한 기능적 회복이 아니라, 상호 환대와 정의, 그리고 공동의 번영을 향해 나아가는 종말론적 희망의 구체적 실천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장애 신학은 기술 시대의 윤리적·영적 방향을 비판적으로 인도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남는다.
제3장에서 이현아는 장애와 노화의 교차적 경험을 한인 이민노인의 삶을 토대로, 통합적으로 이해한다. 그동안 장애와 노화는 이분법적으로 구분되어 각기 독립된 학문 영역 내에서 이해되고 적용됐다. 그녀의 글은 현대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노화와 장애의 교차적 현상에 주목하여 관련 이론과 특성을 검토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이론적·실천적인 접근을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인 고령장애인 6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시행하고, 이들의 경험을 절적연구방법으로 수집·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이민 고령장애인의 삶에서 장애와 노화는 분리된 현상이 아니라 이민 경험, 노동, 가족 돌봄, 복지제도, 신앙이 중층적으로 얽힌 통합적 생애 경험으로 구성됨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장애 발생 시점에 따른 경험의 차이’, ‘이민 구조 속에서 형성된 장애경험’, ‘관계와 의미의 재구성’이라는 세 가지 분석 차원을 통해 해석되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현아는 고령자 정책 및 사회복지실천에서 장애를 더욱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한 정책적·실천적 함의를 제시하였다. 이현아의 글은 장애학과 노년학 간 학문적 논의를 연결함으로써 두 개념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확장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제4장 홍성수의 글은 이주배경인의 장애 경험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종교 감수성에 기초한 장애 이해를 모색한다. 모든 장애 경험이 그러하지만, 특히 이주배경인의 장애 경험은 개인의 손상이나 결핍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이주, 제도, 가족, 공동체, 문화, 종교가 교차하는 현실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동안 이주배경인의 장애는 학문적·사회적 담론에서 충분히 가시화되지 못했고, 그 결과 당사자들 또한 권리와 지원의 체계 안에서 쉽게 누락되어 왔다. 또한 그들의 경험을 흔히 문화나 종교의 문제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가 종종 있었지만, 이는 당사자의 자기 이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편향된 관점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로 인해 제도적 장벽과 구조적 불평등 역시 간과됐다.
따라서 홍성수의 글은 장애를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사회적 규범과 정상성의 질서 속에서 구성되고 경험되는 과정으로 재이해하면서, 이주배경인의 장애 경험을 통해 오늘의 사회가 놓치고 있는 배제와 접근의 문제를 드러내는 중요한 분석 지점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종교 감수성은 단순한 배려나 차이 존중의 태도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복지와 목회 실천에서 요청되는 전문성으로서, 당사자의 의미 형성과 해석의 권리를 존중하는 동시에, 정상성의 질서와 제도적 분류 방식, 그리고 그 안에 작동하는 권력 효과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능력을 뜻한다. 문화-종교 감수성은 타자의 문화나 종교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아는 데 있지 않고, 자신의 해석 틀과 실천 방식이 어떤 배제와 위계를 낳는지를 성찰하며, 당사자의 경험이 지닌 복합성과 맥락성을 함께 읽어내는, 해석학적·비판적 전문성이다. 이때 종교적 언어와 실천 역시 무조건 긍정하거나 부정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구체적 삶의 맥락에서 어떠한 해석적·실천적 효과를 낳는지를 분별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이론적 고찰은 결국 목회와 사회복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먼저 돌봄과 보호의 언어가 지닌 선의와 동시에 그 안에 내재한 권력 효과를 비판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실천의 중심을 해결과 교정, 대리 판단에서 질문과 경청, 동행과 공동 해석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특히 당사자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해석의 주체이자 지식의 주체로 재위치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복지신학의 관점에서 인간을 자율성과 생산성의 기준이 아니라 상호의존성과 취약성, 관계성과 존엄의 차원에서 다시 재정의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제5장 홍창현의 글은 성과 사회의 견고한 장벽 앞에서 침묵을 강요받는 청년들의 고립을 ‘사회적 장애’로 규정하며 신학 및 사회학적 렌즈로 재구성한다. 홍창현 교수는 고립을 단순한 개인의 기능 결험이나 심리적 병리로 치부하는 세속적 의료모델을 단호히 거부하며 이를 무한 경쟁과 업적 중심의 사회구조가 산출한 배제적 결과이자 구조적 마비 상태로 정의한다. 특히 위르겐 몰트만의 생명 신학에 근거하여 인간의 가치가 무엇을 해내는가가 아닌 창조주의 사귐 안에 존재함 그 자체에 있음을 역설함으로써 성과의 감옥에 갇힌 실존들에 존재론적 해방과 무조건적 수용의 지평을 제시하고 있다.
홍창현 글의 실천적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단계적 환대(Stepped Hospitality) 모델은 타자를 위해 자신의 자리를 비워내시는 하나님의 침춤(Zimzum) 원리를 디지털 세계에 구현하려는 도전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그는 호주의 디지털 정신건강 플랫폼인 ‘Head to Health’의 시스템적 지혜를 신학적으로 전유하여 물리적 대면의 공포를 상쇄할 수 있는 낮은 문턱의 디지털 성소를 제안한다. 여기서 강조되는 익명성과 느슨한 사회적 연결은 타자의 경계를 존중하면서도 인격적 사귐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페리코레시스적 역동의 공간을 형성한다. 이 가상의 성소적 가교는 고립된 주체가 사회적 단절을 딛고 점진적으로 물리적 신앙 공동체의 사귐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사랑의 통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