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

사랑하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

$18.80
Description
“어떤 추억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 어떤 마음은 영원히 남는다.”
우리 생을 긍정으로 이끄는 영롱한 문장들
지나온 삶과 세월에 관한 다정한 찬사!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 등을 펴내며 특유의 섬세하고 투명한 문장으로 여행과 인생, 사랑과 위로의 감정을 그려낸 작가의 신작 산문집 『사랑하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를 출간한다.

이번 책은 사랑과 삶, 일상과 여행을 주제로 쓴 74편의 글을 담았다. 세월이 흘러 한층 더 깊어진 시선을 가지게 된 작가는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삶과 사랑, 여행에 관해 이야기한다. 산책과 독서, 빗소리, 벚꽃, 바다, 우동 한 그릇 등 작가는 우리가 접하는 평범한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우리가 몰랐던 아름다운 광경을 발견해 내고, 그곳에서 반짝이는 사유를 건져 올린다. 갈라파고스, 라오스 등을 여행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은 그만의 세심한 감수성에 세월을 살며 얻어낸 지혜가 더해져 한층 더 농밀한 울림을 전해준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우리의 지나온 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그 무엇보다 달콤했음을 깨닫게 해주는 따스한 증거다.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우리는 이미 빛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 마음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생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

최갑수

시를쓰고여행을하며사진을찍는다.
시집『단한번의사랑』과산문집『어제보다나은사람』『음식은맛있고인생은깊어갑니다』『우리는사랑아니면여행이겠지』『밤의공항에서』등을썼다.
사진전〈우리는사랑아니면여행이겠지〉와〈밤의공항에서〉를열었다

목차

프롤로그:우리,만나서포옹을해요

1장:카스텔라맛이나는봄저녁
빛이우리를똑바로비추는것처럼
봄에는봄에집중하고,인생에서는서로를즐깁시다
옛날일들은눈꺼풀위에올려두고
해가지면놀러가는게올바른인생이지요
당신은내가겪은일의전부였지
마당이있다면뉘우칠일들을죄다쓸어모아서는
당신은이해할수없어신비로운여름
거기에두고온뭔가가있다는듯이
나의일이처마만큼이나유익하고쓸모있는가
말못할사정이있겠죠,뭐
논둑길따라베토벤을들었지
그렇게꼭나쁜것만은아니라서요
갖고싶은게생긴다면그걸먼저갖도록하자
우리는멀리걸어저녁별아래에설것이고
달려라,가랑비

2장:그늘아래회고주의자
내가가진이별의인사가바닥날때까지
무엇보다슬픈일은
이번생은모두가처음이라서
꽃향기가나를데리고온곳
매화가졌나,벚꽃이피었나
뭉게구름아래회고주의자로앉아서
좋은인생에대해물어온다면
그러면그때하면되는거고
당신에게소용있는사람이됐습니다
인생은때론맛있는우동한그릇의문제일때도
짐작만으로도뭔가를알수있다는것
사소한것을즐기고지나치게사랑하지않는한
그게딱걸리더라고
당신혹은일요일,다시오지않아달콤한
안그런척할뿐이죠
보이저호를떠올리는아침
헤어짐보다는가스레인지밸브를잠그는일
밤은언제와서깜빡일것입니까
석양기타

3장:여기엔없는기분
나는어느먼곳으로가려는마음을가지고있을까
포옹을빼고나면인생은아무것도아니니까요
사랑하기에늦은시간은없다
영원히살지못해사랑을하는거죠
바닥에놓인빈트렁크를본후
거기엔여기에없는기분이있고당신은당신이라서요
인생은‘꿈과여행’이아니라‘밥과킬로미터’
다똑같다는것,언젠가끝난다는것
뭔가를두고왔지만찾지않기로합니다
가끔우린세상과상관없는일이될필요가있으니까요
비행기에서산소호흡기가내려오는순간
그곳이인도든어디든
사랑은됐고요,여름은더즐기고싶어요
분홍의시절에우리한생애가나란히앉았으니
당신곁,살지않고잠시지냈던것처럼
지난날은부질없다며새는지저귀지만
뒤돌아보면흙먼지자욱한길너머
훌륭한인생도좋지만,즐거운인생이더낫지않을까요?
그리운것들은모두해변에모여
모래를꽉쥐었던빈손을바라보는일
사랑하지않지만아플수는있어서

4장:서쪽뺨으로찾아온노을
처음처럼몰랐던사이가되어홀가분하게
세상은당연한데,사는덴당연한일이없어서
황혼의기슭에닿아비로소알게되는것
적어도부끄러움을안다는것은
이게다나이가하는일이라서
서로에게최선을다해야하는이유
그‘어쩌다보니’가기적인것이어서
아무것도아닌삶이되지않도록
좋아서,그냥좋아서
내게전부인하나
종소리가울려퍼지는노을속에서서
슬퍼하고있었구나,그건아주힘든일이지
어느훗날,분홍빛저녁앞에서
뭔가를두고왔다는기분
귓전에밀물지는이름이있어
서로가서로에게
나는여전히모자란인간이지만
함덕에서보낸사흘
이젠돌아오지않을마음이되어서

출판사 서평

삶과사랑의의미를찾아가는다정한여정
우리를안아주고위로하는손바닥의온기같은문장들
지나온삶과애쓴마음에관한뭉클한이야기들

섬세하고투명한문장으로여행과인생,사랑과위로의감정을그려낸에세이다.이책에실린다양한에피소드는어떨때는한편의소설처럼먹먹하게읽히기도하고,어떨때는누군가문득보내온한장의엽서처럼설렘을안겨주기도한다.작가는특유의부드럽고감각적인문체로우리가지나온시간과여행,그길에잔상처럼남은추억과소회를그려낸다.

삶과타인을향한다정한탐구
작가가글을쓰기시작한지어느덧삼십년째다.여행과사랑을낭만적으로이야기하던작가는이제오랜여행을지나와생의깊이를아는나이가되었고,인생의수많은일들을겪으며세상을보는시선도한층깊어졌다.스스로“더깊은눈동자를가지게됐다”고말하는그는비로소“어떤삶이든그만의애로사항이있다는사실을알게됐다”라고겸허하게고백한다.그는“누구에게나말못할사정이있다는것.그걸아는것.타인에대한존중은여기서시작한다”라고말하며삶과타인을다정하게보듬는다.
이번책에서유독돋보이는것은일상에대한작가의감각적인탐구다.그는언제나진실과지혜를찾아먼길을떠나는자였지만,오랜여행을한후에야우리가찾는것은언제나우리곁에‘이미’있었다는걸깨닫게됐다.그래서일까.이책에서작가는“사소한것을즐기고무엇이든지나치게사랑하지않는한인생은무너지지않는다”고말하며주변의소소한것들을더단단히챙기고따스한눈길을보낸다.
“오늘나쁜일이생겼다면내일은좋은일이생기겠지.오늘좋은일이생겼다면내일은더좋은일이생기겠지.우리를낙심하게만드는일에시간을낭비하기에는인생은너무짧고세상에는좋은일들이구석구석숨어있다.오늘편의점에서무심코집어든맥주가너무나맛있는것처럼말이다.”(90쪽)

우리가가져야할진정한사랑의태도에관하여
작가는사랑의의미에대해서도다시생각해본다.삶이특별한것도아니고,뭔가대단한것도아니듯,사랑역시마찬가지다.“단지누군가가거기에있다는것,그것만으로도여행을떠나는훌륭한이유가되기도하죠.당신이라서,단지당신이라서당신을사랑하는것”(15쪽)이라는그의말은그어떤사랑의말보다더애틋하고진실하게다가온다.“우리는서로이해할수없기에더이야기를나누고있다.이해할수없기에더꼭껴안고있다”와같은문장은어쩌면우리가가져야할진정한사랑의자세가아닐까.
그가이런마음의태도를가지게된건여행을하며수많은생사의일을겪었기때문이다.갈라파고스여행에서쓰나미를만나느닷없는죽음의순간과마주한그는“오늘이내생의마지막날”이될수있다는깨닫고는이렇게쓴다.
“그여행이후,나는틈날때마다사랑하는사람의손을더자주잡는다.더자주사랑한다고말한다.오늘내가말한사랑한다는말이마지막이될수도있다는것을알게됐으니까.”(129쪽)

우리삶에소중하고중요한일이있다면
삶을살면서진정으로중요한것이있다면,우리가가장소중히여겨야할것이있다면무엇일까.작가는이물음앞에일상과사랑,여행과관련한추억의시간을소환해보여준다.그가꺼내놓는지난날의풍경은애틋하고뭉클하다.어느봄날,벚나무벤치에앉아있던그는지인이가슴아픈소식을듣는다.그리고이렇게쓴다.
“벚나무아래벤치에앉아있다.어제는같은벤치에앉아봄을즐겼는데,오늘은이별을아파하고있다.그게인생이다.”(54쪽)
비행기에서산소호흡기가내려오는상황을겪으며작가는비로소깨닫게된다.도도하게흘러가는인생의강물위에서우리가할수있는건어쩌면아무것도없다는것을.
“이젠의미같은건생각하지않는다.우리가겪는행운,기쁨,슬픔,불행은우리가잘못해서오는것이아니라그냥오는것이라는것을알게됐으니까.그러니까우리가할수있는일은그것들을어떤방식으로받아들이며사느냐의문제라는것을깨닫게됐으니까.”(63쪽)
그는나지막한목소리로이야기한다.“우리가살아가는데중요한것은성공과실패가아니”라고.인생은언제나우리의의도와는무관하게흘러간다고.“내가되고싶었던것이되지못한것이인생이고,내가가지고싶은걸가지지못하는것이인생”이라고.
그러기에우리는오늘을더소중히여기며,하루하루최선을다해서살아가면되는것이다.틈틈이우리에게주어지는행복을즐기면서말이다.
“인생은전자제품을사는것과별반다르지않은것같다.더좋은제품이나오겠지하고기다리다보면영영사지못한다.막상사고보면더좋은제품이나와있어그것을보는마음이쓰리고아프다.가장좋은제품은내가지금산제품이고그제품을오늘마음껏사용하면그게가장잘한일이다.”(90쪽)

마침내삶을긍정하게된다는것
작가에게글을쓴다는것은무엇일까.그에게‘글을쓴다’는건일은주어진삶을긍정하고,자신을끊임없이성찰하는방법이기도하다.
“다행인것은여행을하면서,글을쓰면서인생을조금씩알아가고있다는것이다.가령,약점이아름답다는것.누구나자신이지닌약점이자신의가장아름다운부분이라는것.약하고여린그것을소중히다뤄야한다는것.내게는여행과시같은,비오는바다의오늘같은.”(289쪽)
마침내삶의진정한이유와의미를깨닫게된작가는이렇게결론내린다.
“글을더많이쓰게되고더유명해지는건중요하지않다.이제그런것에연연할나이는아니다.그걸로내가더행복하고의미있는삶을살고있다고느낀다면그것으로충분하다.”(262쪽)
작가는말한다.“그런데말이야,글을잘쓴다는건,그림을잘그린다는건,돈을많이번다는건,좋은인생을사는것과는아무런상관이없는일이란다.우리에겐그것보다훨씬더중요한일이있다”(292쪽)라고.
작가가이야기하는“훨씬더중요한일”은과연무엇일까?이책을읽다보면아마도그답을찾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