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ㆍ여름 (양장)

결혼ㆍ여름 (양장)

$19.80
Description
영원한 청춘의 책, 알베르 카뮈의 『결혼 · 여름』이 교보문고 특별 리커버 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북 디자인 키워드는 ‘포레스트(Forest)’
『결혼 · 여름』은 카뮈 사상의 핵심인 ‘부조리’와 ‘반항’의 출발 및 완성 과정이 육성으로 들리는 듯한 자전적 기록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을 벅차 오르게 했던 『결혼 · 여름』의 가장 큰 매력은 감각적이며 관능적인 문체다. 드물게 시와 사상, 예술과 철학이 완벽하게 결합된 에세이가 우리에게 닿았다.

이 에세이가 출간된 시기는 카뮈가 『이방인』으로 최고의 작가가 되기 전이다. 카뮈의 유년기부터 20대 초중반까지의 시간은 그야말로 좌절과 불확실함의 연속이었다. 학교에 다니는 것조차 사치였던 가난한 유년시절, 열일곱 살에 발병해 그를 죽음 근처로 몰아갔던 폐결핵, 스물한 살에 감행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른 결혼과 파국, 폐결핵 병력으로 인한 교수 응시 자격의 박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음과 같이 쓴다. 사는 것이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라 해도, 이 세계 속에서 사랑과 욕망을 찾아 걸어 나가겠다고.

『결혼 · 여름』의 오리지널 표지가 티파사의 바다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라면,
리커버:k 표지는 흰색과 녹색 컬러를 메인으로 작업하여 알제의 여름 이미지를 표현했다.

어떤 글은 시간이 흘러도 전혀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결혼 · 여름』이 지닌 청춘의 생명력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젊음을 마주한 느낌, 다시 젊음을 되찾는 기분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알베르카뮈

저자:알베르카뮈
1913년알제리의몽도비(Mondovi)에서아홉남매중둘째로태어났다.포도농장노동자였던아버지가1차대전중에사망한뒤,가정부로일하는어머니와할머니아래에서가난하게자랐다.1918년에공립초등학교에들어가뛰어난교사루이제르맹의가르침을받았고,이후장학생으로선발되어알제대학철학과에입학한다.카뮈는이시기에장그르니에를만나많은가르침을받는다.1934년장그르니에의권유로공산당에도가입하지만내적갈등을겪다탈퇴한다.1936년에고등교육수료증을받고교수자격심사에지원해대학교수로살고자했지만결핵이재발해교수직을포기했다.이후진보일간지에서기자생활을한다.
알베르카뮈는1942년에《이방인》을발표하면서이름을널리알렸으며,같은해에에세이《시지프신화》를발표하여철학적작가로인정을받았다.또한1944년에극작가로서도《오해》,《칼리굴라》등을발표하며왕성한작품활동을했다.1947년에는칠년여를매달린끝에탈고한《페스트》를출간해즉각적인선풍을일으켰으며이작품으로‘비평가상’을수상한다.1951년그는공산주의에반대하는내용을담은《반항하는인간》을발표했다.이책은사르트르를포함한프랑스동료들의반감을사기도했다.
1957년에카뮈는마흔네살의젊은나이로노벨문학상을받았으며이때의수상연설문을초등학교시절자신을이끌어준선생님에게바쳤다.삼년후인1960년겨울가족과함께프로방스에서크리스마스휴가를보낸후친구가운전하는차를타고파리로돌아오던중빙판길에차가미끄러지는사고로숨졌다.사고당시카뮈의품에는발표되지않은《최초의인간》원고가,코트주머니에서는사용하지않은전철티켓이있었다고한다.《이방인》외에도《표리》,《결혼》,《정의의사람들》,《행복한죽음》,《최초의인간》등을집필했다.

역자:장소미
숙명여자대학교불어불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파리3대학에서영화문학박사과정을마쳤다.옮긴책으로마르그리트뒤라스의『타키니아의작은말들』,『부영사』,『뒤라스의말』,프랑수아즈사강의『패배의신호』,미셸우엘벡의『지도와영토』,『복종』,『세로토닌』,로맹가리의『죽은자들의포도주』,파울로코엘료의『히피』,발레리페랭의『비올레트,묘지지기』,아민말루프의『초대받지못한형제들』,에르베기베르의『내삶을구하지못한친구에게』,베르나르키리니의『아주특별한컬렉션』,필립지앙의『엘르』,샤를페로의『거울이된남자』,조제프퐁튀스의『라인』,브누아필리퐁의『루거총을든할머니』,『포커플레이어그녀』,앙리피에르로셰의『줄과짐』,『두영국여인과대륙』,마르크레비의『그때로다시돌아간다면』,『두려움보다강한감정』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결혼
티파사에서의결혼
제밀라의바람
알제의여름
사막

여름
미노타우로스혹은오랑에서잠시휴식
아몬드나무들
저승의프로메테우스
과거없는도시들을위한간략한여행가이드
헬레네의추방
수수께끼
티파사에돌아오다
가장가까운바다(항해일지)

옮긴이의말
알베르카뮈연보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우리는사랑과욕망을찾아걸어나간다.교훈이라거나,이른바위대함이요구되는쓰라린철학을구하고자하는것이아니다.태양,입맞춤,야생의향,이이외의모든것들이헛되게여겨진다.
---p.20

각종향기와태양의소용돌이에서빠져나와이제는선선해진저녁공기속에서,정신은차분해졌고이완된몸은충족된사랑에서비롯된내면의침묵을음미하고있었다.나는벤치에앉았고,저물어가는해와함께둥글게사그라드는들판을바라보았다.나는충족되었다.
---p.26

가슴에기이한기쁨이밀려들었다.고요한정신에서비롯되는바로그기쁨이.(……)나는내배역을훌륭히수행했다.인간이라는내직업을완수했다.내게는하루온종일기쁨을누린것이특별한성취라기보다는,어떤경우엔행복해야할의무가부과된우리인간조건의감동적인완수로여겨졌다.이후엔고독이찾아들었으나,이번엔만족감속의고독이었다.
---p.26

잠시후압생트풀밭에몸을던져그향이몸에배게할때,나는모든편견에맞서진리를실현하고있음을깨닫게되리라.그진리는태양의진리이고,또한내죽음의진리일것이다.어떤의미로는내가지금내거는건다름아닌내삶이다.뜨거운돌의맛이나는삶,바다의숨결과지금울기시작하는매미들로가득한삶.
---p.23

꽃,미소,욕망,여자들을떠올리며,죽음에대한내모든공포가삶에대한질투에서비롯되었음을깨닫는다.나는내가죽은뒤에살아있을사람들을,꽃과여인에대한욕망을그들의살과피로감각할사람들을질투한다.
나는이기주의자가되지않기에는삶을너무사랑하기에시샘하는것이다.
내게영원따위가무슨소용인가.
---p.36

나는초인적인행복이란없고,하루의흐름이외에영원한건없음을깨닫는다.부질없으나핵심적인이행복,이상대적진실만이오직나를감동시킨다.
그밖의것들,그러니까‘이상적인것들’을이해하기엔내영혼으로역부족이다.바보처럼굴어야해서가아니라천사들의행복에서의미를찾지못하기때문이다.나는오직이하늘이나보다더오래지속되리라는것만을안다.내가죽은뒤에도계속되는것,그것이아니라면대체무엇을영원이라부르겠는가?
---p.53

이미계절은흔들리고여름이기운다.숱한폭력과경직끝에,9월의첫비가내린다.마치며칠새이고장에부드러움이스며든듯,해방된대지의첫눈물같은비다.같은시기에캐롭나무가알제리전역에사랑의향기를퍼뜨린다.저녁이나비가내린뒤에,쌉싸름한아몬드향정액으로배를적신대지전체가여름내내태양에바쳤던몸을쉬게하고휴식한다.이제이냄새는다시인간과대지의결혼을축복하고,우리에게이세상에서진정으로생생한단하나의사랑을일깨운다.끝내는스러질것이나너그러운사랑을.
---p.55

깊이사랑하는여인의매력을항목별로조목조목읊을수있겠는가?그럴수없다,그냥전체를사랑하는것이다.굳이감행한다면,특유의입술을삐죽거린다든지고개를설설거리는식의사람마음을녹이는한두가지구체적인보기를들수는있겠다.
---p.133

‘나는나의시대를증오한다.’죽기직전생텍쥐페리는,내가이야기한것과별반다르지않은이유로이렇게썼다.그러나이외침이아무리인상적이더라도,인간을경탄스러운존재들로여기고사랑했던그의입에서나온것이기에,우리는그외침을받아들이기어렵다.그럼에도어느때는이음울하고삭막한세상에등돌리고싶은유혹이어찌나강렬한지!하지만이시대는우리의것이고,우리는자신을증오하며살수없다.
---p.147

세계의부조리는어디에있는가?이찬란한햇빛인가,아니면햇빛이없던날의추억인가?그숱한햇빛의기억과함께나는어떻게무의미에기댈수있었을까?
---p.152

그모든세월동안나는막연히무언가가아쉬웠다.일단한번강렬한사랑을맛보면,또다시그격정과빛을찾느라인생을보내게된다.아름다움과자신에게주어졌던감각적행복을포기하고오직불행만섬기려면위대함이요구되겠지만,내겐그위대함이없다.
---p.166

그렇게나는오래도록방치하면존재가말라붙게될두가지갈증을해소했다.두가지갈증이란바로사랑하는것과찬탄하는것.사랑받지못하는것은그저불운일뿐이나,사랑하지않는것은불행이기때문이다.
---p.170

자정,해변에홀로있다.조금더기다린다.그리고떠날것이다.바로이시간,전세계에서불빛들로반짝이는저여객선들이항구에멈춰검은물을비추고있는것처럼,하늘자체도모든별들과함께멈춰있다.공간과침묵은똑같은무게로가슴을누른다.갑작스러운사랑,위대한작품,결정적인행동,빛나는사상은어느순간저항할수없는매혹과함께견딜수없는불안을안겨준다.존재의달콤한번민,우리가이름을모르는위험의감미로운임박,그렇다면사는것은파멸을향해달려가는것일까?다시한번,쉼없이,우리의파멸을향해달려가자.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