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쯤은 만나야 틈이 생깁니다

열 번쯤은 만나야 틈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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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애인이란 존재를
알고 싶거나 알아야만 하는 독자들에게…
“여러분은 장애인이란 존재를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장애를 가진 사람 두 명과 장애를 가져보지 않은 사람 한 명,
이렇게 세 사람이 만나 장애를 이야기하고
작은 틈을 내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


“물론 제가 ‘내가 걸어 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편했을까?’라고 생각할 수는 있어도 그게 절박한 생각으로까지 번지진 않아요. 어떻게 하면 이걸 극복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게 더 우선적입니다. 나의 행복 혹은 불행을 따지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란 뜻입니다. 당장 내 앞의 문턱을 전동 휠체어를 타고 넘어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는 거예요.

조금 거친 표현을 해볼게요. ‘내가 괜찮다는데 왜 그렇게 날 딱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지랄이야?’ 그럴 때가 있어요. 그 시선이 제겐 고마운 게 아니라 당혹스러워요. 내가 그렇게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이었나? 나는 지금 당장 이걸 건너가는 게 중요한 사람인데 말이죠. (중략)

우리가 자꾸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완전히 분리시켜 놓으면 이렇듯 서로 상상력만 키울 뿐이에요.”

홍성훈, 〈열 번은 만나야 틈이 생깁니다〉 중.
저자

홍성훈,박송아,소재웅

소아마비후유증으로인한지체장애를안고평생을살았다.목사안수를받은후네덜란드로유학을떠나면서이주민으로서의삶을시작했고,독일의작은도시카셀에서유학생교회의목회자로19년을살다가작년(2022년)가을,한국으로영구귀국했다.28년만에귀환한모국에서다시새로운이주민으로서의삶에적응하면서,자신의자리를찾으려노력중이다.장애가그사람을특별한존재로서대접하는이유가되지않는세상,각자나름의아픔과걸림돌을부담없이나누며서로를위로하는따뜻한세상이면얼마나좋을까,진지하게생각하고있다.

목차

추천사

이지선교수((이화여자대학교사회복지학과)
주도홍교수(전백석대부총장)
최지인시인

프롤로그

첫번째이야기_
“어디서만나는지가
우리에겐중요했다.“

토막글1_한국에서의추억들
토막글2_독일의장애인과평등

두번째이야기_
“당장의해답을기대하며
대화를나눈건아니었다.“

토막글3_ 장애인중심,독일버스에놀라다
토막글4_할아버지의소원

세번째이야기_
“우린,함께살아갈수있을까?”

토막글5_대범함과찌질함의사이에서
토막글6_모두를위한점자블록

네번째이야기_
“당연하다고생각한질문이
나의존재를흔들때가있다.”

토막글7_“언니,옆에1미터는남았어요!괜찮아요!”
토막글8_장애가있는사람과결혼하면쉽지않다?

다섯번째이야기_
“우리는‘예의’에대해서이야기나누었다.”

토막글9_우리는정말,‘감사해야하는’것인가?
토막글10_주문실수요리점
토막글11_가성비떨어지는CD가준감동
토막글12_또,접시를깼다

여섯번째이야기_
“교회는장애를마주하며
어떠한모습으로서있어야할까?“

토막글13_‘야,성훈아.미안하다.’
토막글14_공동체는과연고백과기쁨의환호성으로채워지는가?
토막글15_장애인과(한국)교회

일곱번째이야기_
“작은매듭을지으며…”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2022년에서2023년으로넘어가던어느날,세사람이모였다.장애를가진사람두명과장애를가져보지않은사람한명,그들은장애를갖고살아온이야기,장애를갖고살며겪어낸희로애락을나누었다.“열번쯤은만나야작은틈이생길것”이란믿음으로열번만나서로의삶을깊이나누었다.

장애를가진존재로서는자신의삶에다시한번깊이가닿는시간이기도했고,장애를가져보지않은존재로서는장애를가진존재를향해더가닿는시간이었다.한편,결국도저히가닿을수없는지점또한존재함을깨닫는시간이기도했다.

눈에모이는명확하고인위적인목표를설정한건아니었다.열번쯤만나이야기를나누다보면,이안에서어떠한지점에도달하지않을까기대하는마음으로,그들은대화를이어갔다.그럼에도불구하고이대화를통해꿈꾸었던건,‘우리들이우리들만의게으른상상력으로그려오던장애인이란존재를,더나아가인간이란존재를좀더깊이이해할수있는징검다리가만들어질수있지않을까’라는기대감이었다.어쩌면우리는,익숙한습관처럼나만의상상력으로‘입체적인존재를납작한존재로만들어버리기때문’이다.

<열번쯤은만나야틈이생깁니다>에는세사람이만나장애를이야기하고작은틈을내며모색한새로운길들이담겨있다.그길은독자들로하여금,장애인이란존재를깊이알아갈수있는‘맑고따뜻한안경’을제공할것이다.

책속에서

#1

박송아_목사님을생각하며‘주차가되고휠체어가편히들어갈수있는장소’를어제열심히찾았어요.막상주차를하더라도들어올수있는카페가별로없더라고요.어디든턱이있고,계단으로내려가야하는곳이대부분이에요.저대신저희엄마가카페를찾아돌아다니실정도였다니까요(웃음).

홍성훈_흑석동은제가잘아는편이어서.‘그런데왜흑석동일까?’했어요.신학대학원을사당동에있는총신으로다녔고,거기다몇달동안흑석동고개근처사무실에서잡지편집책임을맡기도해서,이동네가소위‘장애인프렌들리’가아니라고알고있거든요.그래도송아선생님을믿었죠.너무믿었나?(웃음)

박송아_이런,저를믿어주셨는데…한편,저는목사님곁에있고이런프로젝트를함에도불구하고휠체어장애인에대한감각이일상속에서는부족한게사실이에요.사실일상속삶에서,길을걸어가면서‘휠체어장애인이얼마나힘들까?’에대한생각을24시간하고있진않으니까요.

소재웅_만약매일의삶에서불편을느꼈다면민원을놓는다거나적극적으로행동했겠죠.결국이게내삶에직접적으로영향을주는절박한일이되어야만움직이게되는거같아요.

박송아_이불편함이단순히나와상관없는타자의이야기가되는게아니라,‘나의이야기’가되는게중요하지않을까싶어요.“당신도언젠가는장애인이될수있다”그런위협적인설득이아니라,좀더자연스러운접근을,저희들의대화를통해만들어가고싶네요.

<열번쯤은만나야틈이생깁니다>를여는대화중

#2

요즘나는,새로운과제와씨름하고있다.한국에서스스로움직일방법을찾는것이다.예전과비교할때참으로감사한것중의하나는장애인택시가운용된다는것이다.장애를가진사람의이동을위해서사회가관심을갖고재원을투자하게되었다는것이얼마나감격스러운지는,사실겪어본사람이아니고서는형언할수없을것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한국을방문해서장애인택시를이용하려할때이제도가갖고있는어려움이보통이아니다.아주짧게표현하자면,‘지원에는한계가있고장애인의수요는끝이없다’가아닐까싶다.

이와관련된어려움을여러가지를겪으면서나는이런질문을하게되었다.“장애인의이동을돕기도해야겠지만스스로이동할수있도록하는것은어려울까?”스스로움직일수없는중증장애인은당연히이동을도와야한다.그러나이동할능력을가진장애인은스스로이동할수있는수단을제공해야한다.물론이와관련된지원을이미한국정부가하고있음도알지만여전히부족한것은사실이다.예를들어,나는한국을방문할때장애인용으로개조된렌트카를원했지만내가아는한대한민국에는오직제주도에만몇대의장애인용렌트카가있을뿐이다.이런저런상황을경험한끝에나는,장애인에관한한국정부의철학이무엇인지를묻게된다.

“정부의장애인정책근간은시혜(施惠)입니까,아니면배려입니까?”

홍성훈,<열번쯤은만나야틈이생깁니다>중

#3

자동문도,막대모양의문고리도,저상버스도,처음에는장애인들을위한디자인에서출발했다고한다.그런데결국그러한선한생각을통해장애가없는이들도편해지는훌륭한제품들이탄생했다.나만을위한세상이아니라다같이살아가는세상을위해우리의상상력을사용할때,결국에는나에게도도움이되는세상이오지않을까?

우리나라도장애를가지고살아가는분들을길에서많이만날수있는날이오기를.‘모두를위한디자인’과그러한생각들이넘쳐나우리모두가서로를‘한사람’으로바라보며더불어잘살아가는사회가기대해본다.

박송아,<열번쯤은만나야틈이생깁니다>중

#4

흠,제생각을좀더풀어볼게요.행복이라고하는것은,‘행복하지않게만드는듯한’이유에속하는것들을제거한다고오는건아닌거같아요.사실제가장애를가진사람들한테자주하는얘기들이있어요.“내가보기에는비장애인들만바뀌어야할건아닌것같다.장애인인너희들도바뀌어야한다!”라는이야기죠.

장애라는건,장애를가진사람에게나장애를가지지않은사람에게나동등한주제라고봐요.왜냐하면장애를가진사람이장애를어려움으로느끼는것처럼,비장애인역시마치장애처럼자신을힘들게만드는,자기인생의어려움이란건존재하니까요.불행한일이있다면그것을어떻게극복하거나설득하는가,어떻게덜불행하게느끼면서사는가,그게굉장히중요한것같아요.내게있는건그냥있는걸로받아들이는것.이걸두고‘체념’이라고표현해도할말은없어요.

한번스스로에게질문을던져볼게요.내가지체장애를갖고있다고하는것이불행한가?

홍성훈,<열번쯤은만나야틈이생깁니다>중

#5

나에게는려나씨가오른눈이,려나씨에겐내가손이되어서로가서로에게도움이되는순간,disabled가아닌able한사람으로살아갈수있음을찐하게경험했다.내옆에려나씨가있으면나는든든하게,걱정없이코너를돌수있다.내가옆에있으면려나씨는아무런주저함없이내게물병을내어밀고편히물을마실수있다.이런순간나의장애는감사한선물로여겨지기도한다.물론,대부분의상황에서불편한게사실이다.그러나어느새불편이라고느낄수없을만큼의일상이되었기에불편이라고부르기엔온전치않다는생각도든다.

장애가선물로여겨진다는건,불편한것이좋아서가아니다.고난을축복으로받아들이는정신승리도아니다.누군가불편할수있다는것을본능적으로알고있다는것,나도도움을받으면순간able해지기에누군가에게그역할을하고싶은마음이장착되는것.

그것을두고비로소‘선물’이라부를수있는거아닐까?

박송아,<열번쯤은만나야틈이생깁니다>중

#6

그런데하나님의섭리는지금까지도신비롭고놀라와서,내속에쌓인울분과한은실로생각지도못한곳에서‘해결’된것같다.공부에관심이있었고,한국교회의장래를궁금하게생각하던내게유학의길이열렸고,마침내네덜란드에서공부를하게되었다.그리고그공부기간내내조국의교회앞날을고민하던내게목회의기회가주어졌다.그리고그기회는유학을와서불확실한장래를안고젊음을불태우던젊은이들과연결되었다.처음에는그들의처지에대한연민으로시작했으나,오랜시간이지나면서내가맡은일이실은나자신의상처를치유하는길이었음을깨달았다.그들의처지에대한연민이내속에묻혀있던불을끄집어내어이일에자신을사르게하면서,동시에내속에응어리진상처들을녹여가고있음을깨달았던것이다.나는이것을놀랍고신비한하나님의섭리라고믿는다.내가어찌어찌하여그러고저러한교회에부임했더라면,아마나는이러저러한일로인해부딪치고다치면서내안의응어리들을해결하기는커녕더많은상처를쌓았을것이다.

장애든가난이든무엇이든,그것을즐거이선택하고이세상에태어난사람이어디있을까.그것은불편하며,억울하며,극복하기힘든짐이다.이것을부여잡고사는것도어려운데,그러느라고단하고황폐해진마음과정신의상흔들이더욱그자신을힘들게한다.그럼에도세상은무정하게도그의비뚤어지고거친성격을지적한다.나역시그랬다.내평생가장견디기어려운지적은,“몸도불편한것이성질도더럽다”는말이었다.그런말을듣지않으려고얼마나애를썼는지…세상은왜이리어려운사람에게더욱야박스러울까.공평하지않은환경을이기기위해거칠어진사람을좀더너그럽게품어줄수없을까?

어쨌든나는감사하게도,하나님께서인도해주신이곳에서내가가진모든것을통해주어진영혼을섬기면서동시에스스로를치유할수있었다고믿고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난바란다.가산점이나특혜까지는바라지도않으니,최소한공평하게편견없이평가해주었으면좋겠다는마음이그것이다.

홍성훈,<열번쯤은만나야틈이생깁니다>중

#7

두눈이다보이는건어떤느낌일까?오른쪽에서날아오는공을재빨리알아차리고머리를맞지않을수있는시야는어느정도의범위일까?운전하다오른쪽차선으로끼어들기위해왼쪽눈을중앙으로맞추려고개를완전히돌리지않을수있다면얼마큼더안전할까?3D영화를볼수있으면얼마나더흥미로울까?양쪽눈이다보이면정말로화면에서내앞으로상어가튀어나오는것같은신기한경험을할수있을까?

양쪽눈이다보이는것이무언지모르지만왼쪽눈을가려보면두눈이다보이지않는삶을조금경험할수있다.그래서나의장애에감사한다.시력이없어서아쉽긴하지만,도리어시력이없기에이해할수있는세계가있다.내가모르는삶은양쪽눈이다보이는삶,그리고양쪽눈이다보이지않는삶이다.결국나라는존재는나의지극히작고주관적인경험으로만세상을이해한다.이렇게모르는것이많음에도불구하고,아니알수있는것이적음에도불구하고이세상을매일살아갈수있다는것은기적이아닐까생각한다.누군가를이해한다고하는것이얼마나단편적이고편협한것일지,그럼에도불구하고내가이렇게세상에서사람들과함께부대끼며살아간다는것이얼마나놀라운일인지생각하며감탄한다.

박송아,<열번쯤은만나야틈이생깁니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