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박경임은독자들에게이야기한다.
“정말많은유가족들이고통가운데놓여있잖아요.자살유가족중소수만자신들의이야기를꺼내놓을뿐이죠.그래서저의5살에서48살까지,긴시간을관통하여꺼내놓는저의이야기를통해자살유가족분들의애도를돕고싶은거예요.그저슬픔에머물러있는것이아니라,다시그아픔의현장으로들어가서함께통과하고싶은겁니다.그래야현재가있고미래가있으니까요.
그런치열한절박함이저로하여금글을쓰게했습니다.”
저자박경임은자신에게밀려온고통을두고“이미극복”했다고말하지않는다.“당신도극복해야한다”라고도말하지않는다.여전히상실로인한슬픔은남아있으며,그것을억지로억누르려하지않는다고말한다.다만,그녀의“슬픔은발효중”이라고이야기한다.
“엄마와오빠를잃은저의슬픔은현재도발효중입니다.산소부족이라는결핍을통해젖산이발효되는것처럼,누구에게도쉽게이야기하지못하고사회적으로위로받지못했던슬픔이이로운효소로발효되고있는셈입니다.시간이지나면더욱깊은맛을내는김치나된장처럼,저의슬픔이향기롭게숙성되어위로가필요한사람에게닿을수있다면저의아픔마저시리도록아름다울수있지않을까요?
자살유가족을향한사회적인식이개선되어지고,웅크리고살아가는자살유가족이세상밖으로나올수있도록돕는역할을,제가써내려간<슬픔은발효중>이감당할수있다면참좋겠습니다.그리하여더많은자살유가족들이다시가족과연결되고다시공동체와연결되기를소망합니다.그리고처절하게혼자라고생각했던자살유가족이있다면,<슬픔은발효중>을통해사랑의옷을다시입기를기대해봅니다.
제가저의삶을글로써내려간이유는‘비극을전시하기위함’이아닙니다.고통과고통이연결되어,기어코다시살아갈수있는신비가,이책을통해곳곳에전달되기를바라는마음에서,그마음으로연필을꾹꾹눌러가며글을써내려갔습니다.”
저자박경임의말처럼,<슬픔은발효중>은단지저자가겪어온고통을보여주기위한책이아니다.그가기어코고통의여정을통과하며마주한희로애락을보편적인언어로풀어냄으로써,자살유가족을향한인식을개선하고,“지금,내게주어진그곳에서다시살아보자”는희망의언어를전달하기위함이그목적인것이다.
자살유가족이되고나서40여년의시간이흘러,타인의마음을보듬어주는중년의치유자로성장한저자박경임.“자살로가족을잃은것은수치가아니라함께울어야하는아픔”이라며다른자살유가족에게희망을주는‘희망의증인’이된그의깊고포근한메시지가<슬픔은발효중>에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