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피플》선정올해의책☆
☆스톤월도서상(논픽션부문)수상|람다문학상최종후보☆
사랑과지지로이끌어낸
험난하지만찬란한변화의이야기
『소녀가되어가는시간』은남자로태어났으나2세부터여성의자의식을확고히내보인한어린이와그가족의실화로,주인공니콜이가족과공동체의지지와조력속에트랜스젠더여성으로거듭나는20여년의극적이고도감동적인여정을다룬다.퓰리처상수상이력을보유한저자는오랫동안치밀한취재를통해니콜과그의일란성쌍둥이남동생조너스가출생부터고등학교졸업까지겪어온수많은사건을진솔하고흡인력있게재현한다.특히초등학교입학후니콜의교내여자화장실사용을두고한학부모의거센항의와소동,교육당국의차별적조치가일어나며메인스가족은미국내트랜스젠더권리의향방을결정하는중차대한소송에나서게된다.
『소녀가되어가는시간』은트랜스젠더아동당사자인니콜의이야기지만,니콜의이야기이기만한것은아니다.한아이를키우려면온마을이필요하다는유명한아프리카속담처럼니콜이자아감에맞게트랜지션을해나가고트랜스젠더권리를지켜내기까지는부모와남동생의온삶을건사랑과지지,유치원과학교에서쌍둥이를세심하게관찰하며고유한개인으로서의성장을기원한선생님들,특수한사례인니콜에게적절한반응과대응을보여준상담교사와아동심리학자,한층유연하고자유로운사고로니콜의존재를받아들인친구와이웃과학부모들,의료적트랜지션을담당한젠더클리닉의사,소송절차를도운성소수자인권단체와변호사등무수히많은주체의호의와협력이뒷받침돼있었다.그리고그과정에서이들모두는니콜만큼많이성장한다.
저자는메인스가족,의사,변호사,친지,상담교사등을인터뷰한수백시간의기록,일기,의료기록,법정증언녹취록,사진,영상등을성실히살펴보며4년간취재와집필을이어온끝에『소녀가되어가는시간』을완성했다.한편저자는법·제도·문화·생리학·의학·심리학등트랜스젠더문제에관한실로종합적인접근을통해오늘날우리가트랜스젠더문제에관해알아야할일반상식의새로운기준선을제시하기도한다.그덕분에독자들은한편의소설을읽듯주인공가족의비범한여정을흥미롭게뒤따르며트랜스젠더문제에관한다방면의배경지식도자연스레습득하게된다.
트랜스젠더어린이는어떻게
행복한어른으로자랄수있을까?
『소녀가되어가는시간』은무엇보다트랜스젠더가된다는것,트랜스젠더가살아가는삶의실상을생생히체험케한다.해부학적성과젠더정체성이일치하지않는영유아는제몸과마음,주변세상을어떻게감각할까?저자는트랜스젠더아동의심리상태를온전히당사자의시선에서핍진하게보여준다.특히주인공자녀들의갓난아이시절을촬영한가정용비디오,자녀의어릴적발언에관한부모의증언등에서젠더위화감의징후를예리하게포착해독자들의눈앞에펼쳐내보이는데,트랜스젠더어린이가느끼는감정을추체험하기충분한일화들이가득하다.“와이엇은대뜸켈리에게묻곧했다.”나는언제여자가되는거예요?”[……]아이는애벌레가나비가되듯자신이여자가되는걸자명하게여겼고,그랬기에하루빨리변화에돌입하길갈망했다.”(61~72쪽)
『소녀가되어가는시간』에는트랜스젠더아동·청소년이사회화를시작하며일상에서겪게되는고초도가감없이나타난다.저자는니콜이소아·청소년기에접어들며세상사람들로부터어떤반응과대우를받는지,어떤역경과폭력에마주하는지를낱낱이전한다.정체성을숨기지않고지냈더니괴롭힘에노출돼괴로워지고,정체성을숨긴채새로운동네와학교에서생활해보려해도억압과불안에시달리게되는것이다.이책은니콜이겪는곤경이결코가볍지않음을증언하지만,어떻게니콜이가족과공동체의도움으로이같은어려움을벗어나게되는지도소상히서술한다.그러면서도세상의모든트랜스젠더에게그토록우호적인부모와공동체가주어지진않는다는현실을결코간과하지않는다.저자는트랜스젠더라는이유로차별과괴롭힘을당한이들의이야기도소개하는데,이는여전히실재하는트랜스젠더혐오의현실을일깨우는한편트랜스젠더어린이가(삶을비극적으로마감하는법없이)행복한성인으로자라나는이야기의필요성을역설하기도한다.
트랜스젠더어린이의존재로말미암아
더불어성장하고변화하는가족과공동체
『소녀가되어가는시간』은양육과가족에대한이야기이기도하다.특히오늘날처럼다양한기준이경합하는사회에서부모는자신들의경험과지식을훌쩍뛰어넘는아이를키우면서사회적·문화적·의료적으로어디까지훈육하고가르쳐야할지,어디서부터자녀의고유한특성을지지하고수용해야할지치열하게고민할수밖에없다.메인스가족은자신들의한계와끝없이싸우고주변의친지와전문가들의도움을적절히받으면서,무엇보다아이들을있는그대로사랑으로바라보면서주어진정답이아닌자신들만의답을써내려간다.
자녀를함부로판단하거나비난하지않고한결같이이해의노력을기울인엄마켈리,기나긴혼란,유보,회피끝에마침내자녀를포용하고딸을지키기위해세상앞에나선아빠웨인,어릴적부터조숙하고용감한태도로누나를보호하는데앞장선남동생조너스까지……『소녀가되어가는시간』에는메인스가족구성원각각의고유한인격과서사가비중있게등장하는데,특히두부모가처음취하는태도가현격히대조적이라는점에서자녀가트랜스젠더임을처음알게된부모의감정과태도,이들사이에서벌어질수있는갈등을다각도에서살펴보기에충분하다.특히전직군인이자보수적성향의아빠웨인이겪는변화는트랜스젠더문제를소상히알지못한채로불편감을먼저느끼는이들에게시사하는바가크다.
조너스의존재도켈리와웨인못지않게흥미롭다.니콜은어릴적자신과꼭닮은외모를가진조너스를일종의거울상처럼바라본다.하지만자신과달리본인의존재를전혀의심하지않는조너스를보며니콜은젠더위화감에더더욱휩싸이는데,저자는일란성쌍둥이임에도성격과젠더정체성등수많은면에서두아이가내보이는차이에관해후성유전학에근거한설명을제시하기도한다.또현실적으로트랜스젠더자녀에게주의깊은돌봄이부득이요구되는만큼조너스는부모의보살핌에서의도치않게후순위로밀리는경험을하기도하는데,이로써독자들은트랜스젠더자녀를둔가족이현실에서마주할여러잠재적문제를심도있게고찰해보게되기도한다.
『소녀가되어가는시간』이니콜만의이야기가아니듯니콜과메인스가족의투쟁도이들만의투쟁이아니다.주변의많은이들이저마다의위치에서최선의선택지와실천을함께고민하며머리를맞댔기때문이다.이들덕분에메인스가족의투쟁은성공적일수있었고,주변인들과공동체도그만큼함께성장할수있었다.학교측에맞선소송은분명메인스가족에게고통스러운과정이었지만,사회와공동체에반드시필요한논의를촉발했다는점에서한결유의미한변화를불러왔다.한편저자는메인스가족이의료적트랜지션과법정투쟁과정에서전문가들에게받은도움이기존의유사사례와시행착오를거쳐축적된노하우덕분에가능한결과였음을잘밝히고있는데,그중한사례로히트곡「언홀리(Unholy)」로유명한트랜스젠더팝스타킴페트라스의성별확정수술과정이소개되기도한다.
트랜스젠더에대한혐오와차별을넘기위해,
우리가알아야할트랜스젠더의거의모든것
『소녀가되어가는시간』은트랜스젠더(그리고간성등)에관한최신과학의탐구내용도일목요연하게소개한다.이를테면뇌의특정부위의길이가젠더정체성발달에어떤영향을주는지,전형적이지않은염색체구성이나생식기가어떻게생겨나며이것이태아의성적발달과어떻게무관할수있는지,DNA구성이동일한쌍둥이일지라도어떻게태내위치에따라산모로부터호르몬의영향을달리받는지,임신초기산모가받은스트레스가자녀의성적지향에어떤영향을주는지등이알기쉽게설명된다.곳곳에이런과학적설명이포진해있다는점은이책의탁월함가운데하나인데,특히최근들어국내외에서나날이심해지는트랜스젠더배제와혐오를고려하면이책이소개하는과학지식은더더욱의미가크다고할수있다.이런식의혐오는많은경우무지에서비롯되기때문이다.또저자는이분법적이고규범적인젠더정체성을강요하지않았던사회와자연의유연한사례들(파푸아뉴기니의퀄루아트몰,도미니카공화국의게베도세,인도문화권에서4000년넘게이어지는히즈라전통,이미잘알려진흰동가리,하이에나,턱수염도마뱀등)을역사적·과학적으로제시하는것도잊지않는다.
최근몇년사이한국사회에서는젠더의식전반에서퇴행적흐름이강화되고있다.많은이의노력으로어떤문제는개선되고있으나이책의주요사건이기도한화장실사용문제등은여전히해결되지않은(혹은오히려더욱악화된)채남아있다.하지만앞서거론했듯해부학적성과젠더정체성이반드시일치하는것은아니며외음부,신체내부의재생산구조,염색체배열도얼마든지다양한조합으로존재할수있다.이런면에서『소녀가되어가는시간』은많은트랜스젠더혐오가얼마나허무맹랑하고그릇된인식에바탕을두고있지를지극히과학적인근거를통해잘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