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걷는 여자

죽음을 걷는 여자

$15.50
Description
50년 세월 무덤 속에 잠들어 있던 살인
쓸쓸한 러브스토리와
섬뜩한 스릴러를 넘나드는
놀랍도록 고혹적인 추리소설이 펼쳐진다.

그녀는 고요한 물속의 소용돌이였다.
그녀를 보는 순간 숨이 멎는다.

꿈틀대던 사랑과 욕망, 증오의 흔적은 먼 시간 속에 지워졌지만
살인은 끝내 잠들지 않는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 대저택에 수수께끼같이 묘하고 아름다운 한 여인이 등장한다. 그리고 두 자매와 그들의 아버지, 오빠를 둘러싼 비극적인 운명의 막이 오른다. 반세기가 흐른 뒤, 스산한 교회 묘지에서 말렛 경정과 그의 친구들은 제복을 입은 운전기사를 대동하고 나타난 두 노부인이 눈에 띄게 커다란 대리석 비석의 무덤 앞에 화려한 화환을 내려놓는 장면을 본다. 그리고 그 맞은편, 묘지의 구석진 끄트머리에는 초라하게 방치된 작은 무덤이 하나 있다. 그날 오후, 담배 연기 자욱한 목사관 응접실에서 그들은 그 마을 체트워드 롯지 저택에서 수십 년 전에 일어난 기이한 사건을 듣게 된다. 날이 가고 해가 가도 화사한 꽃이 시들지 않는 한 무덤과 그와는 대조적으로 너무나 쓸쓸한 다른 무덤, 그 영혼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추리와 심리 스릴러, 러브스토리를 넘나들며 신기루처럼 피어나는데….
저자

메리피트

저자:메리피트MaryFitt(1897-1959)
영국의저명한고전학자이자작가인캐슬린프리먼의필명이다.1897년버밍엄에서태어나캔턴고등학교와카디프대학교의전신인사우스웨일스-몬머스셔칼리지를졸업했다.일찍이언어에탁월한재능을보이며라틴어,그리스어,프랑스어,독일어,이탈리아어등여러언어에통달했고,그리스어강사로대학에서강의를시작하여1940년고전학으로박사학위를받은이후에는고대철학분야에서뛰어난학문적성과를거두었다.
연구와학술활동을하는한편으로1926년단편소설집〈TheIntruderandOtherStories〉와첫장편소설〈MartinHanner.AComedy〉를출간하고이후실험성높은소설들을발표하며작가로도활동했다.1936년부터는메리피트라는필명으로〈ThreeSistersFlewHome〉을비롯하여29편의추리소설을썼다.영국철학학회회장을역임했고,애거서크리스티,도로시세이어스,로널드녹스등이활동하던추리클럽(DetectionClub)의회원이기도했다.1959년웨일스의세인트멜런스에서사망했다.
〈죽음을걷는여자〉(DeathandMaryDazill)는1941년에출간된작품이다.

역자:최호정
서울대학교미학과와한국외국어대학교통번역대학원한노과를졸업하고뉴욕주립대학교빙엄턴에서번역학박사과정을수료했다.옮긴책으로는『반투스티브비코』,『도스또예프스키와함께한나날들』,『무엇을할것인가』,『킬러스와이프』,『리슐리외호텔살인』,『크림슨레이크로드』,『샤론저택의비밀』,『거울자매』,『린든샌즈미스터리』,『사냥이끝나고』,『문이열리면』,『나는너의죽음을기원한다』등이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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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작품은저명한고전학자인캐슬린프리먼이메리피트라는필명으로1941년에출간한열번째추리소설이다.언어적재능이남달랐던프리먼은학교에서배울수없었던고대그리스어를독학으로익히고대학에서고전학을전공하여1918년고전학학사학위를받았다.1922년에는석사학위를받았고대학에서그리스어를가르쳤다.이후1940년고전학박사학위를받고고대철학분야에서뛰어난학문적성과를거두었다.프리먼은그리스철학을연구하는한편으로여러편의소설들을발표하기도했다.1936년부터는범죄소설을쓰기시작했는데프리먼은어떤인터뷰에서추리소설을쓰는이유에대해“항상인기있고잘팔리는분야이기에독자를확보하고싶어서”라고밝혔다.

그러나그녀가오로지‘팔리기위해서’추리소설을쓴것은아니었다.추리소설도일반소설과마찬가지로문학적표현의정당한장을제공한다고생각했기에문학적가치를지닌매력적인범죄소설을쓰고싶었던것이다.“내가좋아하고존경하는거의모든사람,동료,친구,의사,변호사등모든사람이추리소설을읽는다는것을알게됐다.그래서내가하고싶은말을그형식에담으면안될이유가없다고생각했다”는그녀의말이이를보여준다.

〈죽음을걷는여자〉는독창적인추리소설이다.스릴러가아니지만스릴을선사하고,추리를하는형사나탐정이없지만추리가이루어지며,주류문학이아니지만〈제인에어〉나〈폭풍의언덕〉같은빅토리아시대고전작품이지닌어둡고신비로운분위기를지니고있다.

액자소설형식의이중서사구조로쓰인이작품은시골마을목사관의담배연기자욱한응접실에서네남자가목사부인으로부터50년전의사건이야기를듣는것으로시작된다.그리고에필로그를통해현재의그들이그미스터리한이야기의마지막목격자가되는재미있는구성으로완성된다.사건의주인공들이이미사라진상태에서제삼자를통해간접적으로전달되는대화와감정이라는부정확하고모호한정황속에서이야기가전개되지만,듣는사람들의추측을통해이야기가완성되는과정이오히려독자의호기심을자극하는요소가되는매우독특한구성인것이다.

이이중서사에서독자는목사관응접실에모여앉은네남자처럼현존하지않는먼옛날의시공간인그곳,그시간에있는것처럼빅토리아시대영국시골마을의저택이라는허구적인현실성을긴장감속에경험하게된다.수수께끼같이비현실적인여자,흥미진진한인간관계,모든것이소멸했기에풀리지않는미스터리에몰입하게되는것이다.작가는황금기의내로라하는추리소설작가들의모임인추리클럽(DetectionClub)회원이었지만,이작품은그시대추리소설에흔히등장하는불가능한밀실살인,집사가있는시골집의미스터리등과같은통념의틀을깨고,개인들사이의은밀한감정과심리가어떻게비극으로이어지는지를차분하고독특하며낯선분위기로전개하고있어전통적인황금기추리소설들과는결을달리한다.

책속에서

[첫문장]세남자가무덤을뒤로하고돌아섰다.
[p.12]
“죽은사람의힘을믿지않으시나요,선생님?그가엾은영혼들에어떤일이있었든지,그들의영향력이-그들의사랑,그들의증오가-과거로부터계속존재해와서산사람들을건드린다는걸믿지않으시나요?”

[p.15]
“인간인자,절대로슬픔이없는삶을하늘에청하지말라.대신견뎌낼용기를청하라.”

[p.32]
“친애하는랠프,난당신이당신딸에게바라는게뭔지정확히알고있어.당신은그애들이멍청하지않으면서도여성적인매력을잃지않기를원하는거야.그애들이여자들에게적합한것으로여겨지는수많은편견과미신이아니라그들자신에관해,그리고자기들이사는세상에관해합리적인지식을갖기를,하지만균형감각은유지하기를바라지.”

[p.39]
그는처음으로그녀를보려고고개를돌렸다.그러자그는또한번깜짝놀라고말았는데온몸에전율이흐를정도였다.얼굴이다가려지는모자챙아래로진주같이아름다운얼굴이보였기때문이었다.또렷하고작은윤곽의,도자기처럼여리여리한얼굴이었다.검은속눈썹아래눈은짙은청색이었다.단아하고자그마한코에입은작고보드라워보였다.책에서자주읽었지만한번도본적이없는‘장미꽃봉오리같다’는말이마음속에떠올랐다.

[p.79]
그는그녀와결혼한순간더는그들의보호자가아닐것이기때문이었다.그의마음에서이미그들은가장소중한존재에서뒷전으로물러났던것이다.그들의존재는희미해졌고그는계획을세울때그들을잊고싶어졌다.그들은그가그토록열렬히추구하는미래가아니라과거에속한존재들이었다.그리고미래는언제나약속의땅이지만과거는언제나후회를안고있는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