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칭 인간

비대칭 인간

$17.00
Description
전망이 아닌 희망의 서사

이은정의 「비대칭 인간」은 밀실과 광장이라는 소설적 배경에 대한 시대적ㆍ문학사적 흐름 속에서 전망이 아닌 희망의 방식으로 삶의 가능성을 질문하는 독특한 작품집이다. 이는 한국소설 독자들이 거의 받아본 적 없는 ‘희망의 정언명령’이라는 근사한 선물을 가득 안겨주고 있다. 이 때의 희망은 밀실과 광장의 변증법을 거쳐, 우리에게 다가온 선물이라는 점에서 한층 뜻깊게 다가온다.
저자

이은정

2018년단편소설「개들이짖는동안」으로등단,2020년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선정되어첫소설집『완벽하게헤어지는방법』을출간했다.장편소설『지니-너없는동안』,산문집『눈물이마르는시간』,『쓰는사람,이은정』,『시끄러운고백』을썼다

목차

눈이와요
침대는잘못이없었다
비대칭인간
유령가족
입금하는사람
소란
엄마같은말
해설‘전망이아닌희망의서사’-이경재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이은정의『비대칭인간』은한국문학이오랫동안잊고있던소설의역능을떠올리게하는문제작이다.그것은바로삶의방향을제시하는소설의윤리적기능과연결된것이라고할수있다.소설이창공의별이사라진시대의서사시라는것은익히알려진바이다.근대의산물인소설은고독한밀실에갇힌개인이쓰고,또다른밀실에서그것을읽는개인에의해유지되는예술장르라고할수있다.그러나소설은밀실의고독을뛰어넘어언제든지광장을지향하는충동을지니고있다.그러한충동은함께바라보고의지하는‘창공의별’을향한지향이라고도할수있으며,그지향은삶의방향과도깊이연관되어있다.소설은광장지향성과밀실지향성의변증법을통해전개되는예술장르인것이다.

「유령가족」은끔찍한가족의실체를적나라하게보여주는소설로서이작품의등장인물들은악인이라기보다는정신병자에가까운사람들이다.……‘나’는이상적인가정을꾸리는게삶의목표였지만,그리해서피나는노력으로학력과커리어를쌓아나갔지만,그것들은“내가갖지못한배경에가려지기일쑤”였다.그렇게해서만들어낸것이삐까번쩍한하와이의유령가족들이었던것이다.그리고이러한유령가족은현대인의필수적인덕목으로까지그려진다.

「엄마같은말」은피를나눈진짜가족이얼마나따뜻하고끈끈한것인지를보여주는작품이다.……결국옥자씨는수진에게,자식은자신에게맡기고미국으로가라는,역시나“엄마같은말”을한다.그것도모자라옥자씨수혁으로부터받은천만원이든봉투까지수진에게건넨다.작품은집으로돌아온옥자씨가,자신의다음학기강좌가폐강됐다는문자메시지를받고도손주들을정성껏돌보는것으로끝난다.「유령가족」의정신병자들로이루어진가족의모습은「엄마같은말」의옥자씨가엄연한지배인으로군림하는진짜가족의따뜻함을더욱부각시킨다고할수있다.

「입금하는사람」의‘나’는시간제알바생으로서고향을떠나서울의작은원룸‘해피하우스’에서살아간다.생존자체가삶의가장중요한목표이자유일한목표인‘내’가관심을가지는단한가지는,벽의곰팡이를제거하는것이다.……이지지리궁상의풍경에는어떠한전망도없다.오히려정의감에불타던청년은자신이마주한“벽”에좌절하여그대로순종하는모습을보여주고만다.전망이라는측면에서이소설은그어떤것도제시하지못하는것이다.그러나‘내’가우여곡절끝에도달한이절망의자리는참으로투명하여담담하기까지하다.어쩌면이은정은때묻은희망보다는투명한절망으로부터다시시작해보자고,가만히우리의어깨를두드리는건지도모르겠다.

「침대는잘못이없었다」의주인공화영은“논두렁에네다리가얽매인소처럼손발아끼지않고살아도겨우학교를졸업하고운좋으면겨우취직할수있는21세기대한민국의이십대”여성이다.……102호여자는진짜성자였던것일까?102호여자와의만남이있은이후,축복과도같은일들이화영에게밀려들어온다.결별을선언했던태호는화영의집에다시찾아와서복음을들려주는것이다.누나가결혼을하게되었으며,자신이졸업할때까지누나와함께살던집을혼자쓰게되었다고말한다.태호는화영에게자신의집에서같이살자는제안까지한다.화영은“자신의인생에이렇게딱딱맞아떨어지는순간은없었다”라며,힘차게웃으며작품은끝난다.

표제작이기도한「비대칭인간」은무척이나사변적인작품이다.이작품의주인공‘나’는이십대취준생으로서선글라스를끼면자꾸어긋나고삐뚤어지는증상을겪는다.이것은너무나미세한증상이어서‘나’만민감하게느낀다고도볼수있는정도이다.……수오가‘나’에게던지는“너는그냥너의모든것이야!”라는말은‘적당한거리’라는삶의지혜에해당하는말이기도하다.자신에대한긍정과사소하지만구체적실천을통해비대칭은대칭으로변모될가능성이비로소개시되는것이다.「비대칭인간」에서제시된삶의방향성은이은정이제안하는한국소설의방향성으로생각되기도한다.

「소란」은십오년전에일방적으로연락을끊어버린소란이파주에사는수진을찾아오는것으로시작된다.수진은조그만집에서대필을하며근근이살아가고있다.소란의삶에는한국사회에서여성이겪은불행한삶이그대로압축되어있다.……“인생은너무나제각각이라서타인의인생을함부로예상하고규정하는것은무례하거나바보같은일이었다”라는것을깨닫게된것이다.이러한깨달음에는“자신은거의모든삶의피해자이고타인은대체로삶의가해자라는피해의식속에서우린그토록이기적인것이된다”라는아포리즘도포함된다고할수있다.

‘희망의정언명령’이라는관점에서보았을때,「눈이와요」는예외적인작품으로보이기도한다.이작품은눈내리는겨울밤의포장마차를무대로하여펼쳐지는한편의연극과같은작품이다.…….용서받을수없는패륜아를응징하는이낭만적인살해의방식은그악마적인간성마저순백의아름다움속에파묻어버리는미학적효과를발휘하고있다.현실의미학화는때로아름답지만이토록치명적이기도한것이다.

문학사에서개인이문제되는것은특정한역사철학적상황에서이다.특정한이념이나담론이지배적인상황에서개인의존재방식은문제되지않는다.권위적인대타자의가장큰역할은총체성의우주속에개별인간들의자리를배치해주는것이기때문이다.이때의문제는그주어진자리에서살아가는개별주체의신의나능력에대한것이지,존재방식그자체일수는없다.그러나상징계적효력이소멸하고대타자가부재한상황에서는삶의주체로서의개인이라는문제가중요하게부각될수밖에없다.따라서오늘다시개인의가치지향을묻는다면,그것은개별적존재자의삶에대한성찰인동시에새로운공동체의전망에대한탐구일수밖에없을것이다.이은정의『비대칭인간』은이러한시대적?문학사적흐름속에서전망이아닌희망의방식으로삶의가능성을질문하는독특한작품집이라고할수있다.

해설‘전망이아닌희망의서사(이경재문학평론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