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나 : 지구 그 위, 모든 존재를 향한 마음
Description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쉽다”
어떤 대안의 희망을 말할 수 없는 슬픔은 100년을 경유한 21세기의 현실에서도 변함이 없다. 오히려 섣불리 대안을 말하는 일이 도금한 희망에 지나지 않음이 너무나 쉽게 판명이 나는 형국이다. 희망을 말하더라도 어떠한 낙관을 포함할 수 없다는 사실이 지배한다. 오늘날의 문학은 바로 이같이 희망 없는 시대를 그 문턱에서 발화한다.
그렇지만 의외로 문학은 이러한 감각에 무디다. 여전히 인간 중심의 조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의 조건 변화가 이끄는 새로운 문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 앤솔러지 속 소설도 환경소설이자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라 할 수 있겠다. 무서운 속도로 생산하고 소비하며 쓰레기를 만들어가는 욕망 충족의 자본주의 체계에서 그 외부를 상상하고 형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야말로 잉여를 만들지 않는 ‘최소한’의 삶을 추구하지 않는 한 지구의 엔트로피는 파국에 이를 수밖에 없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감응하고 공생하는 지혜를 배우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
『최소한의 나』 속의 일곱 편 소설은 그 감응과 지혜의 길 위에 있다.
- 구모룡(문학평론가)

여기 놓인 7편의 단편소설 안에는 [몸속의 미세플라스틱마저 사랑하는 사람/플라스티 베이비]과 [손자를 위해 원전반대 시위를 7년째 하고 있는 할머니/붉은 물고기 되기]가 있고 [무분별한 개발로 메마른 대지가 평원 밖으로 밀려났던 옛 주인을 불러 들/아웃빌리지]이기도 [농어촌 전형 때문에 시골로 이사 간 k-고딩이 정신 나간 k-부장과 함께 지구 멸망을 맞이/상자]하기도 한다. 그렇게 [자본이 사회를 어떻게 통제/은혜로운]하고 [자연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소리의 길]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며 [지구를 파괴하는 우리를 고발/최소한의 나]한다.
그렇다. 이 소설집은 ‘고발’을 근원으로 삼고 있다.
욕망과 종말을 숨죽여 엿보던 독자들은 자신들이 고발당하는지도 모른 체 어느새 7편의 소설을 모두 읽어낼 것이다.
저자

하서찬,이준희,이경란,안리준,박지음,김도일,권제훈

저자:하서찬
신춘문예희곡부문에「소풍」과「초대」가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는『빨래는지겨워』등이있다.

저자:이준희
세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발표한소설로<여자의계단>,<고목들>,<평행우주고양이>등이,함께쓴책으로『소방관을부탁해』가있다.틈틈이글을쓰며삶과문학이공존할수있는방법을모색하고있다.

저자:이경란
2018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대구에서태어나TV와라디오,만화를섭취하며성장했다.가끔도서관에서놀았다.그시절TV를24시간볼수있었다면소설가가되지못했을것이다.아는건별로없지만음악을좋아하고이것저것듣다보면대체로록에수렴된다.소설집『빨간치마를입은아이』,『다섯개의예각』,장편소설『오로라상회의집사들』,『디어마이송골매』가있다.

저자:안리준
감춰진세계에는완전한질서가있다고믿는다.

저자:박지음
2014년영남일보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7년월간토마토문학상을수상했고2018년에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창작기금을받았다.소설집으로『네바강가에서우리는』,『관계의온도』가있으며,『여행시절』,『소방관을부탁해』,『쓰는사람』을함께썼다.

저자:김도일
2017년포항소재문학상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자신이세상에쓸모없다느낄때이야기를지어낸다.그래서앞으로도계속소설을쓸것같다.재능과는관계없다.소설집으로『어룡이놀던자리』가있으며앤솔러지『당신의가장중심』,『작은것들』,『쓰는사람』을함께썼다.

저자:권제훈
2017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0년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청년예술가지원사업에선정되었다.2022년제2회넥서스경장편작가상우수상을수상하며장편소설『여기는Q대학교입학처입니다』를펴냈다.함께쓴작품으로『소방관을부탁해』,『전두엽브레이커』,『전세인생』등이있다.

목차

하서찬·상자9
이준희·소리의길33
이경란·최소한의나77
안리준·아웃빌리지109
박지음·붉은물고기되기153
김도일·은혜로운183
권제훈·플라스틱베이비211

출판사 서평

“함부로생산되고함부로유통되어주인을만났으나곧외면당하고쓰레기통에,의류수거함에내쳐진옷들.저것들이돌고돌아염소인가,소인가의목구멍으로넘어간다.그것을상상하면나는아무데서나또토할것같다.저옷들을어디론가치워버리고싶다.그러나어디로?어디로치우면돌고돌아다른생명체의위장으로들어가지않고,소각되어유독가스를내뿜지않고,매립되어오랫동안땅의생명을갉아먹지도않고감쪽같이사라질수있나?”「최소한의나」중에서

이소설을쓰는동안조금괴로웠다.일종의죄책감이라고할까.시간이흐르면서점점괜찮아졌다.무감각해진것인데,과연괜찮다고할수있을까.-권제훈작가

인간은망각의동물이기에고통과시련을겪고도다시일어서앞으로나아갈수있다.하지만그사이함께고통과시련을겪은자연은어떨까?자연은망각을모른다.되풀이되는개발과파괴의역사속에서인류가회복을논할때,무엇도잊지않은채가만히우리를응시하는자연의시선을생각해본다.-안리준작가

k-고딩과k-부장은멸망앞에무너진다.허물어지는쓰레기더미는한때삶이었다.엄마는개펄에묻혀말이없다.창문밖을본다.전부떠내려간다.이제우리차례다.-하서찬작가

작품은작가의상상에기반하였으므로특정기업과는무관하다.만약당신이소설을읽고떠오르는데가있다면불순한생각이니얼른머리에서지워라.작품은작가의상상에기반하였으나현실을반영하고자하였다.어떤도시는소설처럼고통받고있을지도모른다.어쩌면현실은작가의비루한상상력으로가늠이안될수도.-김도일작가

〈길가메시서사시〉에는길가메시와엔키두가삼목산의훔바바를물리치는장면이나온다.문득궁금했다.훔바바는도대체무슨잘못을한거지?소설은이질문에서시작되었다.-이준희작가

후쿠시마오염수를방류하고있는일본의만행.그사실을망각하고있는우리는,다음세대에게죄를짓고있는것이다.-박지음작가

우리는왜소비에목숨이라도걸것처럼살고있는가.모든소비는쓰레기를생산한다.쓰레기로지구를망가뜨리기로는인간이유일할것이다.이토록절망적인현실에도희망은있을까?아직은있다고믿어도될까?-이경란작가

책속에서

가뭄은좀체끝나지않을것이고물은점점말라갈것이다.그러면메마른땅의갈라진틈으로잊혔던이름들이하나둘떠오를것이다.비타빌이비타빌이라불리기전의이름.돌산이가디언이라불리기전의이름.그리고평원에서쫓겨난자들의이름.땅과하늘이뒤집힌듯,잊혔던이름들이땅에서하늘로쏘아져오를준비를끝마쳤다.
---「아웃빌리지」중에서

제길.만조다.
물이창문사이와문틈사이로쳐들어온다.나는문제집을하늘높이들고책상위로올라갔다.악취가코를찔렀다.집안은만조와간조에따라물에잠겼다가빠져나갔다를반복했다.우리는양식장에사는횟감용물고기같이언제건져져서썰릴지몰랐다.밀물때는허우적거리다가썰물때는죽음을기다리며입만뻐끔거렸다.
---「상자」중에서

그러나회사는마을사람들의희생을알려고하지않습니다.시민들의은혜를인정하지않고있습니다.지금도공장인근여러마을에는숨쉴때마다쇳소리가나는노인들,이유를모르는가려움에피가나도록피부를긁어대는아이들,몸속곳곳에암덩어리를키우고있는사람들로넘쳐납니다.공장에서나오는물질과인과관계가있을가능성이충분함에도회사는조작과은폐로상황을벗어나려합니다.은혜를모르면사람이아니듯이기업도은혜를알아야한다고생각합니다.사람을귀하게여겨야한다고생각합니다.
---「은혜로운」중에서

그것도일종의거대한무언가와의싸움이었어.어쩌면그때나는비겁한선택을한거야.그리고정신을차렸을때,기태는인류가막내디딘해저도시개발을선도하는상징적존재로포장되어있었다.원래그런방식으로돌아가는거야,신화라는건.
---「소리의길」중에서

저사람들이매일같이쓰고버리는것이눈앞에서사라지지않고계속쌓인다고생각해보거라.저들이얼마나괴로워할지말이다.우리가재빨리감쪽같이치워야저들이또안심하고물건을사고음식을먹을수있지않겠느냐.
---「플라스틱베이비」중에서

옥순은손자를위해직접붉은물고기가되려고했었다.의사의선고를들었을때처음에는절망했고,며칠후에는받아들이기로마음먹었다.이왕이면처참한몰골로죽어가는모습,뼈가무너지고망가져가는모습으로죽길바랐다.이싸움을끝내고손자에게다른세상을줄수있다면.
---「붉은물고기되기」중에서

충분한돈이란지구상에존재하지않아.네가말했다.네게지구란낱말은그럴때사용하는기표였다.그때마다너는지구상의상위몇퍼센트에해당하는지가늠하는것같았지.나도그랬다.너만큼매사를치밀하게계산하지는않았지만너의지향이동시에나의지향이었다.하지만지향이란언제고방향을틀수도있지.지금그이야기를하고있다.
---「최소한의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