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몫

기억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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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중요한 건 사실이야, 아니냐가 아니야.
그런 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어.
기억하지 못하는 이와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가 여기 있다. 자신이 지은 죄로 평생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자신이 죄를 지었음에도 그것이 ‘죄’인지 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다.
장성욱 작가의 첫 장편소설 『기억의 몫』은 학교폭력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쏟아졌던 많은 이야기들과는 다르다. 소설에는 분명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오지만 소설이 끝날 때까지 그들의 관계는 서로 교차되기도 하고 대립되기도 한다. 그러한 관계 속에 독자들은 긴장을 놓칠 수 없다. 단순하게 피해자와 가해자의 문제로 진행되지 않고 피해자 옆에 있거나 가해자 옆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도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죄와 타인의 죄의 무게를 어떤 기준으로 재고 수용하는지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뒷모습을 통해 우리는 인간 본연의 진짜 모습을 소설을 통해 바라볼 수 있다.
저자

장성욱

저자:장성욱
2005년조선일보신춘문예단편소설「수족관」으로등단해십년째작가로살고있다.내일도오늘처럼사는것치고는운이좋은편이다.소설집『화해의몸짓』이있다.

목차


1부
2부
발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누군가를죽이고싶은적이있었나.
죽이고싶은만큼미워한적은있었나.

소설을읽는내내그질문이떠나지않았다.그리고소설의마지막페이지를덮고나서질문이바뀌었다.

자신이한끔찍한일을기억하지못한다는건어떤죄인가.
죄의위중을판단하는기준과용서의기준을판단하는잣대는누구에게맞춰져야하는가.

장성욱첫장편소설『기억의몫』은기억하지못하는임영빈과기억에서벗어나지못하는박선용이가해자와피해자로나온다.중학생시절친구들은선용을괴롭혔고,그중에영빈도속해있었다.시간이흘러인터넷방송진행자로전업한프로게이머,선용은방송에서“중학생시절당한악의적인괴롭힘때문에학교를자퇴”했다고고백하고그고백이후,앞날이창창했던영빈의삶은무너지기시작하는데.

가해자와피해자가서로닮아가는즉,‘괴물’이되어가는과정들을작가는여러등장인물들의숨겨진본성을통해보여주고있다.

사랑도신념도믿음도그리고
절대깨지지않을거라믿었던단단한진리도허물어트리는소설.

한국문단의젊은남성작가장성욱만의잔혹한유머에거짓없이매료될것이다.

책속에서

후에영빈은이장면에대해두고두고생각하게되지만,분명한건그때알았다고해도그무엇도바꿀수없었다는사실이었다.바꾸기위해서는더긴시간을거슬러올라가야만했고,그런일은가능하지않았다.
------------13쪽

교수가잘리고말고는중요치않았다.영빈의입장에서는구설수가있는사람이결혼식에서주례를본다는사실자체가불쾌한일이었다.더큰문제는아무흠결도없어야할계획이자꾸만통제에서벗어나고있다는사실이었다.복잡해보이는문제일수록단순하게생각하고움직여야했다.
------------37쪽

중학교시절기남은박선용과마찬가지로왕따였다.아무리기억을더듬어도어떻게그렇게되었는지알수없었다.처음에그들은친구처럼다가왔다.수학숙제를보여달라고해서보여주었고,핸드폰을빌려달라고하면빌려줬다.그다음에는나중에갚겠다며미술시간에필요한준비물을사다달라고말하고,얼마되지않는액수의돈을빌려가기도했다.모두부탁의형태를띠고있었다.무언가이상하다는느낌이들때마다친구라면이정도는별일이아니라고스스로를속였다.그과정속에는어떤물리적인폭력도없었다.
------------43쪽

넋두리가계속되었고그럴수록현정은이상하리만치냉정해져갔다.급기야노파가손등으로눈물을찍어내기시작했다.노파에게들고있던손수건을건넸다.그녀는사건의본질을전혀파악하지못하고있었다.그저학교의선생이나텔레비전에서나보던현정같은사람들을이곳까지찾아오게만들었다는사실만으로송구한일인듯했다.그런오해를굳이나서서바로잡을필요는없었다.어차피제대로알아듣지도못할게뻔했다.저런사람이보호자라니선용이라는애가불쌍하다는생각이들었다.모든사람은뿌린만큼거둔다고생각하는현정이누군가를안쓰럽다고여기는건대단히이례적인일이었다.
------------90쪽

“내가이담뱃불을네팔에갖다댈거야.소리를내면네가지는거고,소리를내지않으면내패배야.간단하지?”
어둠속에서목소리가들려온다.내가고개를끄덕인다.그때는이게어쩌면기회라고생각했다.증거를남길수있는기회.
------------126쪽

너를본다.너의두다리는철제의자다리에묶여있고양손에수갑이하나씩채워져등받이기둥에결박되어있다.건물아래서부터업혀서엘리베이터를타고옥상까지이동해창고에마련된의자에몸이묶이는순간까지도너는한번도깨어나지않았다.무척이나피곤했던모양이지.그럼에도너의얼굴에서는잠든사람에게쉽게볼수있는방심을찾을수없다.입을벌린채침을흘리거나,눈이반쯤뜨여있거나혹은그흔한잠꼬대나코골이조차.공들여깎은조각상처럼무첫이나평온하고,아름답다.보고있기만해도어디선가잔잔한클래식음악이들려올듯한모습이다.나는그게가장이해가가지않는다.이토록아름다운네가무엇이부족해서나한테그런짓을했을까.
------------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