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금강경

소설 금강경

$18.00
Description
『십우도』, 『붓다평전』으로 불교사상을 작품화해 온 작가 백금남의 신작.
불교문학을 통해 삶의 진수를 형상화해온 백금남 작가에 의해 「금강경」이 소설 화 되었다. 「금강경」은 교리 전파의 목적 보다는 진리를 깨닫는 근본 이치를 담은 경전이다. 그러므로 그 난해함에 소설화가 쉽지 않았다. 이 한 문장으로 「금강경」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모든 현상이 진실상이다. 진실상이 아니라고 하는 그 자가 허상이다. 허상을 제거했을 때 진실상이 드러난다(若見諸相非相卽見如來).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만약 모든 현상이 진실상이 아닌 줄을 알면 곧 여래를 보리라’가 되겠지만 작가는 악승 데바의 비판적 시선으로 「금강경」을 풀어나간다. 그러면서도 전혀 요란스럽지 않다. 오늘날까지 무비판적인 경지를 비판적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거칠거나 섣부르지 않다. 경이 가진 사상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진리의 깊이, 그 깊이의 아름다움, 거룩함의 깊이, 그 거룩함의 아름다움, 진리 탐색의 여정, 그 사유의 아름다움. 그런 아름다움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악승 데바와 불조 간의 언쟁은 견각(見覺)의 궁극이다. 불조의 시살을 꿈꾸는 데바에게서 우리는 불교의 묘의를 간파할 수 있다. 불법을 버리지 않고 불법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 그것이 바로 금강경의 묘의다. 버릴 때 비로소 우리는 여래를 만날 수 있다. 불조 스스로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형상이 진실상이 아님을 알 때 여래를 만나리라.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붓다의 가치관이다. 이미 비어 버린 붓다 안의 모습을 그는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보여준다고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그는 저 하찮은 풍경에서 풍광을 본다. 풍광 자체가 붓다다. 붓다는 발에 채는 풀잎일 수도 있고, 이슬일 수도 있고, 밤하늘의 별일 수도 있다. 이것이 구원의 메시지다. 그렇게 붓다는 높은 곳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저자

백금남

저자:백금남

삼성문학상,대원문학상,동양문학상,KBS문학상,2003민음사올해의논픽션상.

주요작품;십우도(고려원).동녘에는불새가산다(고려원).탄트라(고려원).겨울함바위로날아간머슴새(실천문학사).공명조가사는나라(현암사).수레바퀴앞에서(화남),법정(은행나무),관상(책방),티베트의영혼파드마삼바바(민음사),붓다평전(무한),유마(쌤앤파커스)외다수….

목차

꽃무릇일어서다
금강언저리
여래의상
풍광의모순
실체의실체
4구게
1각을위하여
자서

출판사 서평

1
본소설의주가되는「금강경」은대략서기전1세기에서서기1세기에성립된공(空)사상의기초가되는반야경전이다.공사상을설명하면서도공자를쓰지않는특이한경전의원명은「금강반야바라밀경」이다.인도사위국배경으로석가모니붓다께서제자수부티를상대로설한경이다.
그요지를살펴보면이렇다.
집착하여마음을내지말고머무르지않는마음을일으켜라.
붓다를모양으로보지말고모양이없는진리로서붓다를깨달아야한다.
모든모습은모양이없으며그렇게본다면곧진리인붓다를보게된다.

특히다음과같은구절속에「금강경」의요지가잘드러나있다.
‘만약모든현상이진실상이아닌줄을알면곧여래를보리라(若見諸相非相卽見如來).’
‘보살의수레를일으켜나아가려는자를위한다고이름할얼마간의법도존재하지않는다(無有少法名發趣菩薩乘者)

2
본원고를출판사가선택한이유는분명하다.「금강경」을소설로형상화한작품이전무하다시피해서선택한것이아니다.사실「금강경」이소설이될수있을까하는생각을편집진은하고있었지만,막상소설이완성되었다고하니까어떻게썼을지궁금했던것은사실이다.하지만그때문은아니었다.
이작품이편집부의시선을끈것은지금까지나온「금강경」과는쾌를달리하고있다는사실이었다.뜻있는이들이하나같이판에박은듯「금강경」을해석하여내놓는마당에그와쾌를같이한다면책을낼의미가없었다.「금강경」의전문을들여놓고어귀나푼다고해서무슨의미가있을까?여타의해설서와다를바없는것이다.그핵심에다가들수없다면도를빙자한잡화(雜話)와다를바없다.

먼저소설을읽고느낀점을들어보면,첫째,종래의「금강경」에대한해석서들이무비판적인데반해이소설은악승(惡僧)의시선을통해비판적인시선을견지하고있다.둘째,악승과악비의만남을통해구도의문제를상사(想思)의영역으로보고있다.세상에서가장아름답고독성이강한꽃무릇을통해구도문제를형상화하고있다는것이그이유이며그들에의해「금강경」의묘의가드러나고있다.셋째,이소설이반드시하고넘어가야할대답을악승데바와악비천상일녀의의식의전환에서찾고있다.넷째,버림에서만남의법을극명하게보여주고있다.불조의시살.이는혁명이다.버리지않고어떻게그본질을볼수있겠는가.진리가말이될때진리는이미진리가아니다.그렇다면진리라고말하는현상의목을쳐없애야한다.그때진리를볼수있을것이다.오늘날까지합장하던대상이현상이라는사실,그리하여시살하려는데바의신심.그속에궁극의해답이있다.

작품해섷

저자는이미천만관객을사로잡았던『관상』의저자이기도하다.관상이란작품을통해독자와친숙한작가이기도한데「금강경」에등장하는주요인물들을보면뜻밖이다.악중의악,패종중의패종으로불리는악한비구데바닷다와천하제일의악비천상일녀가등장한다.그녀의현생모습은순진무구하지만그녀는전생에더할수없는악한기운을가졌던여자다.왜악승과악비의만남이냐고물었을때작가는이렇게대답한다.

-「금강경」의요지는집착하지말라는데있다.집착이무엇인가?상사(相思)다.문제는여기에있다.어떻게집착을사랑으로전환시킬것인가?
작가는이문제를소설속에서분명하게묻고보여준다.세상에서가장아름답고독성이강한꽃무릇.평생잎과꽃이만나지못하는꽃무릇.그꽃무릇의이치를모르고서야붓다가설한금강의세계가무슨소용이겠느냐고묻는다.상사의영(靈)에방울을달아도무지한자에게는보일리없는것이다.
그렇게작가는이문제를데바와천상일녀를통해깨달음과깨침의문제로확대해나간다.
작가의자서에서도말하고있다.
‘비판적시선으로「금강경」을보지못한다면길잃은소경이나마찬가지다.’
그렇게작가는이소설의문제점을분명히하고있다.패종종의패종데바와천상일녀그들의의식전환을내비치고있다.
데바는사랑하는사람천상일녀를소유하려고한다.그러나붓다제일의제자사리풋다를사랑하는천상일녀의마음은움직이지않는다.그는자탄한다.
‘나의크기는낙수한방울보다도작다.안다는것으로만꽉차깨치고들어올구멍이없다.나를깨치려는이가수레를일으켜도겨자씨하나자랄만한틈이없으니나아가려는자를위한다는그의법이어디에존재하겠는가.’
그는사리풋다를사랑하는천상일녀를차라리죽이려고결심한다.
-내상사(想思)의영(靈)이보이지않느냐?
-상사의영에방울을달아도저는볼수없고들을수없습니다.
-너를죽여내무관지옥에간다고한들이염이풀릴리없을것이다.
-그이를위해서라면이한목숨바치겠습니다.저를죽이십시오.
절망한그는돌아와고뇌한다.오랜시간이흐른후에야그는한여인의죽음이아니라더큰세계,더높은세계를보려고일어선다.집착의근원.버리지않으면얻을수없다는해탈의원리.그것의목을치기위해일어선다.붓다의시살(弑殺)이다.

데바의검이붓다의정수리앞에서멎었다.
-붓다를죽일수있겠는가?
-붓다를죽이지않고어떻게금강의경지를얻을수있겠는가!
데바의손에힘이주어졌다.검이붓다의정수리를향해나아갔다.

「금강경」은그렇게아름답고강하고장엄하지만,그본뜻을상사(想思)에두었다는점이이소설의백미다.깨달음에붙잡히면깨침을만나지못하고깨침에붙잡히면보살이수레를일으켜도허사임을소설로보여준다.바로이것이나아가려는자를위한다고이름할얼마간의법도이미존재하지않는다는붓다의금강정신임을소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