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가다시돌아와도탄허를당하지못할것이다.”탄허스님은독립운동가인율제김홍규선생의둘째아들로태어나어려서부터사서삼경을비롯한유학의전과정을공부했다.김제제일의천재로통하던그의학문적성취는놀라울만큼빠르고심오했다.그러나유학의모든경전을독파하고도삶의근원적질문에답을얻을수없다는것을깨달은그는22세의나이로오대산상원사로입산한다.입산후탄허스님은조계종초대종정을지낸한암스님을은사로모시고용맹정진에돌입했고,수행2년만에상원사에마련된승려연합수련소에서한암스님의증명하에금강경,기신론,범망경등을강의하면서대중의이목을끌기시작했다.이후고참선객인고암,탄옹스님등의청에의해화엄경과화엄론을강의하는등학승으로서명성을쌓는다.하루는당대국문학의국보로일컬어지던무애양주동선생이소문을듣고탄허스님을찾아가장자강의를들었는데,이후양주동선생은자신의강의시간에다음과같은말로탄허스님의강연을극찬했다.“장자가다시돌아와자신이쓴책을설해도오대산,그지혜로운호랑이를당하지못할것이다.”오대산호랑이란바로탄허스님을가리키는말이었다.탄허스님의강연은학자들에게도어려운내용들을그핵심만꼭꼭찔러들려줌으로써당대의석학들까지진땀을흘릴정도였다.그리하여그의강연을들은사람들은탄허스님을호랑이처럼두렵게여겼다.
“나는일흔하나가되는계해년음력4월24일유시에갈것이니라.”한편탄허스님은학승으로서뿐만아니라선승으로서도인정을받았다.스님의강의가소문을타면서당대의내로라하는선승들도그의강의에관심을보였는데,그중당시최고의선승으로꼽혔던전강화상은탄허스님의강의를들은후젊은승의절을맞절로응대했고,경봉화상은‘한삼백년은살아야할사람’이라며‘오대산젊은호랑이가가는곳에한국불교가빛날것’이라는극찬을아끼지않았다.이처럼탄허스님은유교와불교를아우르고선(禪)과교(敎)를겸비한최고의석학이자깨달은자였다.이처럼학승이자선승이었으며,깨달은자였던탄허스님은종종주위를놀라게하는예지력을보여주곤했다.특히스스로의종명일을예언한일은승가는물론이요세간에잘알려진사실이다.스님은나이쉰아홉부터돌을갈아죽을쑤어먹으며수행을했다.중생들은힘들게일하며연명하고그러면서도시주를하는데승이시주의은혜를무겁게여기지않으면수행자로서의자격이없다는것을몸소실천에옮긴것이다.그런데그것이탈이되었는지스님은암에걸리고말았다.제자들의권유로병원을찾았을때는이미손을쓸수없을지경이었다.의사들은고작해야석달밖에살지못할것이라고했다.이같은사실을전해들은탄허스님은눈물을흘리며안타까워하는제자들에게오히려다음과같은말을했다.“이놈아,병이사람을잡아갈수있는것이아니야.나는일흔하나가되는계해년음력4월24일유시에갈것이니라.”국내최고의의사들이내린진단을무시하고무려6년후에나입적하게될것이라고장담했으니,이말을들은의사들이나제자들은모두아연실색했다.하지만탄허스님은자신의예언대로암을몸에품은채6년여를살았고그사이능엄경,금강경등사교(四敎)를완간하는등더욱왕성한번역활동을보여주었다.
우리시대의큰스승탄허스님의일대기소설로엮어<천하의지식인이여,내게와물으라>는금세기최고의학승이자선승으로추앙받는탄허택성대종사의일대기를이야기로엮은전기적소설이다.사실탄허스님은10만장이넘는번역원고를남겼음에도자신의사적인기록은전혀남기지않았다.따라서스님의어린시절부터열반에이르기까지전과정을세세히재구성한다는것은매우어려운일이었다.특히사서삼경을비롯한유가의모든경서를섭렵하고노자와장자까지두루통달했음에도마음속으로부터우러나오는의혹을풀지못해방황하는청년유생의모습이나,갈등과방황을끝내고깨달음을얻게되는과정에서의의식적변화과정등은일반작가들이쉽게넘볼수있는경지가아니었다.소설가백금남씨는이러한난제들을다양한일화들을통해구체적인이야기로엮어냈다.속가의김금택이유가와도가의교리만으로풀수없었던문제들을그의스승이었던이극종선생이나당대의선지식인들과의대담을통해구체화하는가하면,불가로의귀의에있어서는인연법에기인한예지몽을통해나병환자들의피고름을손수닦아내며돌보았던경허선사의이야기를들려주고,불가의스승인한암스님의출가과정을보여줌으로써젊은승려의고뇌와갈등을우회적으로풀어헤쳤다.이처럼<천하의지식인이여,내게와서물으라>는설명이나주장이아닌이야기로탄허스님의일대기를재구성하는데성공했다.이같은작업은그만큼불교에대한이해의폭이깊고넓지않고서는불가능한일일것이다.백금남씨는이미<십우도>,<칼의어록><붓다평전>등의작품에서불교에대한깊은이해를보여줬었다.그는이책에서도그것을유감없이발휘해주었다.그래서<천하의지식인이여,내게와물으라>는굳이불교에관심이없더라도그안에담긴이야기만으로도충분한재미를선사한다.멀고고리타분하기만할것같은우리의이야기,아주오랜기간우리민족의의식근간이되어왔음에도항상추상적으로만다가왔던이야기들이이책에서는물컹물컹한이야기로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