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도시 베를린 : 도시와 주거의 새로운 길을 상상하기

반란의 도시 베를린 : 도시와 주거의 새로운 길을 상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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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계수

이계수는서울대학교와튀빙겐대학교에서법학을공부했다.전공은행정법이지만,로베르트무질처럼“특성없는남자”를꿈꾼다.칼슈미트,테러방지법,군대와인권,탈원전과법,환경법의생태주의적전환,주거권과도시법,법치국가의정치적대가,‘자본주의와행정법’을연구해왔고‘법과문학’에도관심이많다.울산대학교를거쳐현재건국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교수다.민주주의법학연구회회장을지냈다.

목차

프롤로그;도시의보석을지키기위해싸우는일·7

1_베를린의도시-법-사회사·23
가난하지만섹시한도시
격변의베를린주택사정
독일에복덕방이적은이유

2_사고싶은도시가아닌살고싶은도시·53
유혹하는도시,베를린
도시의매력,저주인가축복인가?
탈상품화와공물로서의도시
도시정치의목표가된젠트리피케이션

3_도시는작품이다·85
크로이츠베르크,변방에서중심으로
도시에대한권리,중심성에대한권리
법제화,문제해결의열쇠?

4_베를린의주택점거투쟁과주택사회화운동·105
다채로운무리,주택을점거하다
주택점거는불법인가?
모두의도시를위한국민표결

에필로그;각자도생,소유적개인주의의욕망을넘어·149

주·163

북저널리즘인사이드;합법바깥에도도시가숨쉰다·205

출판사 서평

착취도시서울에서반란의도시베를린을보다.
베를린은어떻게상품이아닌작품이됐나?
모두를위한도시를꿈꾼베를린의투쟁을담다.

■가난하지만섹시한도시,베를린의매력

베를린은“가난하지만섹시한도시”다.테크노음악과자유로운그라피티,난민과이민자들을품어온역사가베를린을섹시하게만들었다.베를린에는도시정치의역사가묻어있다.걸림돌‘슈톨퍼슈타인’은베를린의정치를그대로드러낸다.슈톨퍼슈타인은나치스정권에의해희생된유대인을기리는보도위기림돌이다.이기림돌은베를린에가장많다.그런의미에서베를린은“유대인에게여전히상처의도시이지만,기억하기를통해그상처를치유해가는도시이기도하다.”

베를린은어린이가안전하게모험할수있는놀이터가가득한공간,그라피티와테크노음악이울려퍼지는공간이기도하지만작품으로서의도시,공물로서의도시를지키고자노력한도시이기도하다.《반란의도시,베를린》은베를린의사례를통해도시의매력을지키는방법론을제시한다.

■베를린을걷다가만난것

《반란의도시,베를린》의저자이계수는도시법연구자다.그는“안전한도시,난민과이민자도살수있는도시,혐오가아닌이해와격려가승리하는도시,사고싶은도시가아닌살고싶은도시”를탐구한다.그런그가1년간베를린을걸었다.빛을보기위해서다.

“멀리서보면바다위의낙조는붉고아름답게보인다.그러나가까이가보면실상그것은상어떼가만들어낸핏빛바닷물임을깨닫게된다.문자로서의법과현실로서의법이일치할수는없기에도시법연구자로서나는늘현실속의법을읽고싶었다.”(11쪽)

이계수는빛을보러다녔지만,베를린에는어둠과비명,혐오와적대도있었다.라이프치히대학교의연구결과는독일의외국인에대한적대적태도가점차심화하고있음을보인다.36퍼센트의독일인은외국인이독일의복지시스템에편승한다고판단한다.절반의독일인은이슬람계이주민때문에자신이이방인처럼느껴진다고답했다.그러나지금의베를린을만든에너지와힘은다문화와연대,모임과대화에서시작됐다.

“베를린을특징짓는열쇠말은다양성이다.다양성은베를린만이아니라대도시라면대체로갖추고있는특징이지만이것은더욱더각별하게베를린의역사에새겨져있다.(…)베를린을강하게만든건바로이러한다문화와사회적연대였다.물론베를린사람들이처음부터유대인,외국인노동자,난민을평등하게대하진않았다.특히유대인에대한차별은이곳에서도뿌리깊었다.그흔적은베를린의전역에서여전히확인할수있다.”(14~15쪽)

젠트리피케이션과안정적인주거권의박탈은베를린에서도일상이됐다.그리고도시는점차자본의것으로,누군가를위한상품으로변모해갔다.베를린을걷던법학자가제기하는질문은도시를연구하는자가직시해야하는현실은무엇인지로닿았다.그는다음과같이말한다.

“바르셀로나성가족성당의주인은과연성(聖)가족일까,아니면자본가족일까?섹스숍이즐비한함부르크상파울리의레퍼반(Reeperbahn)이소돔과고모라일까아니면그곳을밀어버리고완전히자본주의적으로‘재개발’―관료와개발업자들은이를지역사회의재활성화(neighborhoodrevitalization)혹은도시재생이라고그럴듯하게표현하고있지만―한새로운도시공간이소돔과고모라일까?”(11쪽)

■도시는상품이아닌공물이다!

《반란의도시,베를린》은묻는다.“도시의매력,저주인가축복인가?”도시의정치와도시법이정상적으로작동하지않는다면관광객을우후죽순부르는도시의탁월함은축복이될수없다는것이이책의진단이다.사람들이“살고싶은도시는순식간에자본이사고싶은도시로변해버린다.”

“양극화사회는지니계수,빈곤율,실업률,비정규직비율과같은추상적인지표로만표현되지않는다.현실에서양극화를포함한모든사회현상은공간안에서일어나고,공간속에서표현될수밖에없다.”(63쪽)

젠트리피케이션과자본의공격적인침투로인해도시는변해가고있다.누군가는‘도시도상품이니당연한순서아니냐’고물을수도있겠다.그러나《반란의도시,베를린》은이렇게외친다.“도시는공물이다!”도시는땅과물,공기와하늘처럼누구나점유하고누릴수있고,또가꿔나갈수있는대상이다.“도시에거하며살아가는사람들이함께만들고가꿔온도시공원,자유로운그라피티가넘쳐나는거리,누구에게나열린광장도공물이지만,그것의집합체인도시그자체도하나의공물이다.”

《반란의도시,베를린》이공물로서의도시를주장하기위해택한방법론은앙리르페브르(HenriLefebvre)가주창한‘도시에대한권리’담론이다.프랑스의철학자앙리르페브르는도시에대한권리를말하며도시는‘작품’이라고말한다.도시가작품인만큼,“도시와그것의제작에참여할권리,소유에대한권리와확실하게구분되는전유의권리”모두도시민에게주어진다.

“르페브르는도시란단순한물질적생산물이아니라오히려예술작품에비견되는것이라본다.그렇다면이작품을만든예술가는누구인가?그것은역사다.도시는역사의작품이다.이말은곧역사적조건아래이작품을생산한특정한인간과집단이존재한다는뜻이다.그들에게는이작품을향유할권리가있다.”(92쪽)

도시를향유한다는것은어떤의미일까?《반란의도시,베를린》은그를‘중심성에대한권리’라표현한다.이때중심은“결정의중심,(사회의)부의중심,권력의중심,정보의중심”을의미“한다.즉,도시에사는모두가도시와관련한결정에서배제돼서는안되며,사회의부인도시를빠짐없이즐기고누릴수있어야한다는말이다.

“따라서,중심성에대한권리에서핵심은물리적공간으로서의도시중심에구체적인몸을갖고머무는것이아니라,도시공동체의모든구성원이정치적,전략적토론에접속하는것,도시정치의모든수준에서발생하는충돌과대결,논쟁에참여하는것이다.중심을공간의문제로한정할필요는없다.중심성에대한권리에서는서로다른사회집단간의만남,그들의커뮤니케이션및정보와관점의교환,그리고이‘공간’을완전하고전면적으로사용할수있게허용하는‘시간’의사용도중요하기때문이다.”(93쪽)

■반란의도시베를린이,착취도시서울에게

자본은도시를상품으로만들고자한다.상품으로만들기위해서는그도시에거했던원주민들을쫓아내야한다.베를린에서는그것이대형민간주택임대회사를중심으로일어났다.2000년대말,금융위기이후베를린의공공임대주택은매각됐고,민간임대주택이자가주택으로전환되는일이빈번했다.임대주체가공공에서민간으로넘어가니,임대료도크게올랐다.특히베를린지역의임대로상승폭이컸다.“2004년에서2014년사이주요도시의임대료상승률은베를린이45퍼센트,뮌헨이27퍼센트”였다.

이이전에도임대료가급격히상승했던적이있었다.1960년대다.이시기독일에서는토지투기가활발했다.1960년6월,당시집권당이었던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이‘주택통제경제의폐지와사회적임차법·주택법에관한법률’을지정했다.해당법률은주택임차료를자유화하며주택임차인을쉽게내쫓을수있도록했다.

“일명뤼케법이라고불린이법률의부정적효과는1960년대중반이래분명해졌다.토지(부동산)투기꾼은당시독일의정치·경제적위기국면에서부정의아이콘으로통했다.그런데도정치권은적극적조치를취하지않았으며,토지소유자들에대한조세특례는지속됐다.”(108쪽)

베를린주민들이택한방법은‘주택점거’였다.이들이택한방법은수리점거(수복적점거)로,“소유권자가개발이익의상승을노리고그냥방치한집을점거자들이고쳐가면서점거행위를계속하는”방법이었다.이들의주택점거는젠트리피케이션을방지하기위해투기적행위에반기를들었다.이들의구호는주택,토지투기행위가‘애써가꾼소중한마을공동체의몰락’을가져올것이라주장했다.주택점거자들은다른주민들의지지를받았다.“1981년의한조사에의하면,서베를린주민82퍼센트가불법빈집점거를지지했다.”

이들의주택점거가불법인지합법인지에대한논쟁도오고갔다.지배적인견해는“빈집을점거하면형사처벌의대상”이된다는의견을지지했다.그런데뷔케부르크구법원의한판사,귄터뷜케는방치된집이울타리가쳐진토지에해당하지않는다고판단하여주택점거자들의행위가불법이아니라고판결했다.

“점거자들은―지금까지의조사에의하면―울타리가쳐진토지에침입한것이아니다.(…)빈집이흔히그렇듯이,문과창문은부서져있었고,따라서앞마당을거치지않고도바로거리에서해당집으로자유롭게접근할수있어서,해당주택은울타리가쳐진토지라는법적성격을상실했다.(…)나아가,사용하지않는주택의점거는형법규정의보호목적에의해포착되는행위가아니다.보호돼야하는것은,그것이지금껏사적으로이용된주거공간인한에서,공간적으로구분되는사적영역이다.(…)이용되지않는주택에는사적영역이존재하지않는다.”(123쪽)

베를린에서이어진반란의움직임은2021년의국민표결로닿았다.바로주택사회화운동이다.임대주택회사들이장악한주거의안정성을다시공공의것으로,모두의것으로바꾸려는운동이었다.사회화의기본근거가되는독일기본법제15조는“생산수단,천연자원및토지”의사회적성격을고려해소유제를구조적으로변혁하고자하는법안이다.

“모든인간은대지위에서생활해야하는데,그대지가사적지배하에놓인곳이라면자유로운공동생활은불가능하기때문이다.”(133쪽)

다양한정치적논쟁이오갔지만,결과적으로2021년9월진행된국민표결에서는베를린유권자57.6퍼센트가주택사회화에찬성표를던졌다.이로써국민표결은통과됐다.

한국의상황은어떨까?《반란의도시,베를린》은한국에도주거권투쟁이활발하고치열했다는점을지적한다.그러나한국의주거권운동은1987~1992년시기결정적으로변화한다.바로주거생존권운동과소유권운동이나눠지며,주택을상품으로보는논리가거세진것이다.“독일에서주택점거운동이주택의탈상품화나보편적주거권의실현을목표로했다면,한국에서노동계급의주택투쟁은내집마련을위한평등한기회확대를추구했다.이과정에서소유권신화는더욱더강고해졌다.”

《반란의도시,베를린》은“시민없는도시정치가횡행하는(서울의)현실을이제는바꿀때가됐다”고외친다.모든도시민이참여하는도시정치를만들어야만위기의도시를지킬수있다는말이다.이를지향해야하는이유는분명하다.“도시는모두이것이기때문이다.”《반란의도시,베를린》은““반란의도시,베를린”이“착취도시,서울”에주는이소중한메시지에많은사람들이귀기울이기를희망하며“글을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