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스무살일본여행을시작으로지금까지유럽,아시아,아프리카,북미,오세아니아를오갔다.중국의만리장성,미국의나이아가라폭포,아이슬란드의오로라도보았지만,결국오래도록뇌리에남는것은압도적인풍경보다여행자의감정과사유라는것을깨달았다.포스터,편지지,인형,마그넷,소금통….여행지에서사모은흔한물건들은어느날문득책장과서랍,전자레인지위에서지난여행을다시불러낸다.
이책에는저마다의시간과향기를품은도시들이등장한다.뉴욕,파리,홍콩같은대도시부터어린시절겪었던이방인으로서의외로움이스며있는중국다롄,『빨간머리앤』을사랑하던소녀가마침내찾아간캐나다프린스에드워드섬,NGO활동에참여하며한달을보낸말라위릴롱궤까지.그곳에서데려온오브제들은흔하기도하고흔치않기도하지만,어느경우든단순한기념품은아니다.여행지의빛과공기,그날의감정과사유를고스란히품은기억의매개체다.
자신의감각을잃지않고살아가려는한인간의성실한기록
이책은SNS속화려한여행기의반대편에있다.대단한모험담도,인증사진모음집도아니다.대신포르투에서처음실감한자유,파리에서느낀아날로그의소중함,타이중에서마주한뜻밖의노스탤지어,토스카나에서배운느린삶처럼어느여행자나한번쯤가졌을법한,지극히개인적인사유의순간들이진솔한문장으로펼쳐진다.
『여행과오브제』의매력은사소함에있다.기념품이라부르기엔사적이고,버리기엔너무많은기억이담긴물건들.저자는작은오브제에봉인해둔지나간여행과그시절의자신을기꺼이꺼내보인다.
이책은자신의감각을잃지않고살아가려는한인간의성실한기록이라할수있다.세계를향한호기심과애정,타인을향한따뜻한시선,그리고치열했던삶을응시하며길어올린사유가그의여정과오브제에녹아독특한색깔의여행기가되었다.
『여행과오브제』는여행을다녀온,또새로운여행을준비하는독자들에게질문을던진다.그때의당신은무엇을보았고,무엇을느꼈으며,무엇을생각했는지,그리고지금의당신은얼마나달라졌는지.
책속에서
예술은모름지기관객에게적당한여백을제공하여끝없이상상하게만들어야한다.그리고그맥락에서사전트의[마담X]는뛰어난작품이다.작가가모델을향해품은의도,흑심을의심하게만드는재미가있으니까.예술이가진상상의힘은,우리의시선을일상으로부터더고차원적인무언가로돌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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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는영어로쓰인책과엽서따위의기념품을판매한다.이곳은내가좋아하는,전형적인사람이살고있는과거이다.낡은책장은페인트칠이벗겨져원목의속살이여실히드러난다.빽빽이꽂힌책들사이에서한권을고른다.손때에닳아부드러워진표지,바느질로정성껏엮인책등,세월에바래더이상반짝이지않는금장모서리빛바랜페이지를넘기면,오래되고그리운시간의냄새가난다.
---p.26
여행과별개로,아날로그오브제가선물하는감각적자극이좋다.펜으로편지를쓸때귀를간지럽히는사각거리는소리,실링왁스를녹일때풍기는인공적인향기,도장을찍을때느껴지는말랑한촉감은디지털사진이줄수없는직접적인경험이다.시간과노력이필요한의식적인행위를통해여행을단순히회상하는게아니라,다시경험할수있다.소리를듣고,향기를맡고,손으로만지는과정에서기억은더깊게각인된다.
---p.29
예쁘고색감이좋아서산물건이기도했지만,농촌여성공예가의자립을돕는방식이라는점도마음에들었다.정말이런방식이실질적인변화를끌어낼수있을지는확신할수없었지만,그래도샀다.작은소비라도의미있는활동으로이어지길바랐다.
---p.65
기억속과거는현재의스트레스와미래에대한불안을견디게해준다.불확실하고너무도빠르게변하는세상에서,우리는익숙하고,단순하며,순수한즐거움을주었던것을다시접하며평안을얻는다.그것이좋아하는것을복기하는버릇의힘인것같다.무너질때마다나를일으켜세우는힘.내가무엇을좋아하는지,어떨때즐거운지,나라는사람을잊지않게해주는어떤장치.
---p.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