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음식은 없다 : 발우공양 빠진 사찰 음식 대중화

사찰 음식은 없다 : 발우공양 빠진 사찰 음식 대중화

$20.00
Description
사찰 음식, 한국 불교 최고 상품
원형 살린 대중화와 가치 연결이 포인트
‘절간 이단아’의 50년간 사찰 요리 에세이
사찰 음식 대중화→‘발우 정신’이 출발점
사찰 음식 ‘이름의 무게’에 담긴 뜻은?
세상의 주목받던 날의 또렷한 기억

사찰 음식이 세상의 주목을 받던 날
사찰 음식이라는 이름의 무게와 대중화의 길
‘산중요리’라 부르던 것에 담은 뜻은?

《사찰 음식은 없다_발우공양 빠진 사찰 음식 대중화》(2만원, 인문공간)는 절간 음식 레시피의 첫 기록자이자 50년간 필드워크한 정산 스님이 사찰 음식의 원형(原型)을 차근차근 되새김질하며 써 내려간 사찰 음식 에세이집이다. 스님은 사찰 음식이 한국 음식문화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야 하는 이유를 신성하고 먹먹하게, 그리고 깊고 짙게 새겨 놓았다.

‘K-푸드’ 열풍은 한국의 채식 문화인 ‘사찰 음식의 대중화’를 꽃피웠다. 세계 유명 셰프들과 세계 언론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 가고, 사찰 음식 콘텐츠는 넘쳐난다. 재가(在家, 일반인)에서도 사찰 음식을 즐기는 시대다. 그 사이에 사찰 음식의 원형(原型)은 사부자기 자취를 감추었다. 사찰 음식의 진정한 대중화란 무엇일까? 정산 스님은 “오관게(본문 37쪽)에 담긴 발우공양 정신이 담겨야 진정한 사찰 음식”이라고 말한다.

스님은 절간 음식(당시 명칭)에 관심을 가지는 게 오히려 ‘이상했던 시절’인 1960년대부터 전국의 유명 사찰을 답사하며 절간 음식 레시피를 기록한 유일한 사람이다. 태초에 인간이 먹는 것을 탐하면서 욕망이 생겨났다고 하여 절에서는 ‘먹는 것은 기록하지 않는다’는 통념이 똬리를 틀고 있을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산 스님은 부산 범어사와 합천 해인사의 후원에서 절간 음식을 공부했다. 당시에는 울력(11~14쪽, 23~31쪽)으로 절간 음식을 만들던 시대여서, 그는 사찰 음식의 개척자인 셈이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절집의 이단아였다. 정산 스님은 범어사 흰죽 공양의 가치와 자연에 순응한 절집의 맛에 대해 기록하고 또 기록했다.

사찰 음식은 1990년대 들어 사찰의 후원에서 세상 밖으로 나왔고, 이후 빠른 속도로 공양 정신은 사라졌다. 상업성이 숨 가쁘게 굴곡(屈曲) 되어가는 중이다. 최근에 그토록 많은 사찰 음식의 레시피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어떤 사찰에서도 없는 채수(사찰 음식 아님)가 등장하는 등 온갖 레시피는 넘쳐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음식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찰 음식의 정체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이다.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먹느냐가 핵심이다. 현재 한국불교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사찰 음식 문화를 규정할 수 있는 철학을 명확하게 하는 일이다. 사찰 음식과 관련해 한국불교 역사에서 전해오는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철학적 출발점은 원효 스님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에서 찾아야 한다고 정산 스님은 강조한다(120쪽~130쪽). 원효 스님은 최소한의 것만으로 허기를 달래고 얻을 수 있는 것으로 갈증만을 가라앉히며 수행에 정진하는 스님의 삶을 강조한다. 수행자는 자연에서 얻은 그대로를 최소한으로 먹고 마시며 용맹정진하는 존재라는 것을 〈발심수행장〉에 썼다. 정산 스님은 이를 사찰 음식의 철학을 규정짓는 기준으로 삼자고 주장한다.

최근 들어 ‘사찰 음식’이 건강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으면서 연구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음식을 마주하는 정신인 ‘먹는다는 행위’와 ‘식탐이라는 욕망’을 이야기할 때, 원효대사의 생각을 잊지 말 것을 그는 당부한다. 이런 때일수록 사찰 음식이라는 이름의 무게와 대중화라는 현상을 진단하는 기준을 〈발심수행장〉에서 찾자고 말한다. 저자는 ‘사찰 음식의 대중화와 상품성의 바른 방향’에 대해 직접 질문한 뒤, 답하고 있다. 사찰 음식의 정신이 담긴 발우공양과 인도 문화의 유산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저자는 “사찰 음식은 한국 전통 식문화의 마지막 보루”(210쪽)라며, 사찰 음식의 불편한 진실을 지적한다. 한국 현대사 영욕을 관통한 사찰 음식의 문화 콘텐츠를 스님 특유의 통찰력으로 날카롭게 설명한다. 반가음식(班家飮食)을 닮아가는 사찰 음식을 비판하고,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글은 전체적으로 담담하다. 때로는 죽비처럼 후려치듯 또박또박 날이 선다. 하고 싶은 말은 단문이다. 간단, 명료한 법문 같다. 한국 사찰 음식의 세계화, 상품화에 앞장서서 찬성하며, 사찰 음식의 골든타임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찰 음식 브랜드는 일반인의 몫[pop art]과 스님의 몫(원형 보존)을 구분해서 상품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구분하는 것이 ‘사찰 음식 상품화’를 위한 첫 단추라고 강조한다.
저자

김연식

정산김연식…
“사찰음식의기원과원형을복원하는담대한작업을꼭해보고싶었어요.”정산스님이사찰음식에세이집《사찰음식은없다》의집필동기다.1960년대부터전국의사찰을타박타박걸어다니며사찰음식을채록하여레시피노트를만들었다.입으로만전해오던[口傳]절간음식을처음으로성문화한‘사찰음식대중화’의개척자이다.1971년부산일보에〈절따라맛따라〉,국제신문에〈산사음식〉을연재하고,일반인교육도실시했다.전남여수에서태어난그는16세에범어사로출가후,명허스님밑에서음식공부를시작한다.이후해인사에서수행자의길로생각하며‘사찰음식’을본격적으로연구한다.《한국사찰음식》,《북한사찰음식》,《눈로먹는절음식》등단행본을출간했다.1981년‘전통음식발굴콘테스트’(중앙일보사,TBC공동주최)에서대상수상,현재서울인사동에서사찰음식전문점인‘산촌’을운영하고있다.

목차

제1장사라져가는절집의음식
1.미슐랭의사찰음식
2.먹는것은기록하지않는다
3.울력으로먹거리준비했던사찰풍경
4.지금,진정사찰음식이있는가

제2장공양간을기록하다
1.명허스님의불호령
2.아무도가지않는길을가는절집의이단아
3.범어사흰죽공양의가치
4.자연에순응한절집의맛
5.사라진북한사찰음식의부활

제3장음식을대하는정신
1.먹는다는행위,식탐이라는욕망
2.원효대사의당부
3.사찰음식의정신이담긴발우공양
4.오래전인도문화가물려준유산
5.한국사를관통한영욕의식문화

제4장사찰음식이라부를만한것
1.이시대,사찰음식이라는현상
2.사찰음식이라는이름의무게
3.전통혹은만들어진것
4.한국전통식문화의마지막보루
5.템플스테이,무엇을전할것인가
6.골든타임이얼마남지않았다

제5장기록으로남긴사찰음식
지역마다사찰마다각기다른맛
김제금산사|여수흥국사|해남대흥사|속초신흥사,평창상원사
|김천직지사|보은법주사|부산범어사|수원용주사|여수향일암
|양산내원사|하동쌍계사

북한의사찰음식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정산스님인터뷰_사찰음식50년연구
“절밥을그냥사찰음식이라지었어요!”
오관게(五觀偈)발우공양은‘한국사찰문화의예술’

재가(在家)에서도사찰음식을즐기는시대다.‘사찰음식대중화’의개척자,‘불교계이단아’로꼽히는정산스님을서울인사동<산촌>에서《사찰음식은없다》탈고후만났다.팔순을앞두고있지만,알토톤의목소리는카랑카랑했다.챗GPT,메타버스,NFT를알고있는MZ멘탈의스님이다.50년간사찰음식을현장연구한셰프스님를인터뷰했다.
“요즘절에가면절음식이없어요.절음식의원형이안타깝게도사라지고있습니다.늦었지만1960년대채록한절간음식레시피로사찰음식을재현해야할시점이에요.”
정산스님은16살부터전국25교구사찰을타박타박걸어다니며절간음식데이터를노트에적었다.이자료로20여년전사찰음식단행본을3종출간했다.어린스님은당시부산범어사의명허스님으로부터사찰음식을처음배웠고,북한의대표적인사찰의음식레시피도명허스님으로부터전수받았다.

“이번책에서가장중점을둔건‘발우공양’정신이에요.한국사찰의고유문화이고,오관게정신이담긴발우공양은‘한국사찰음식문화의예술’이지요.‘이음식이어디서왔는가,내덕행으로받기부끄럽네’등으로이어지는공양전게송인오관게독송은사찰음식문화의백미(白眉)입니다.”발우공양은부처님의사상과계율등가르침이가득담긴사찰의문화콘텐츠다.스님은한국불교의본사24교구만은<발우공양>의정신을살려냈으면하는마음에서이책을집필했다.

서문주요내용

“일반인이보기에발우공양의절차는꽤복잡해보일수있다.그만큼출가자에게음식을먹는행위는중요하다.음식을먹는다는것은다른생명으로내생명을살리는것이다.음식의재료가되는모든생명은구태여동물의고기가아니어도역시소중하다.음식을먹는행위는단순한식사가아니라‘공양’이다.탁발로얻은음식을먹는것이나직접경작하고후원에서조리과정을거쳐만든음식이나마찬가지다.엄중해야하고엄격해야한다.내생명을살리기위해이음식을받을자격이있는지스스로성찰하는시간이어야한다.하나하나의과정에모두의미를부여하고여러절차를거치게하는까닭이다.

지금‘사찰음식’이라는이름으로이루어지는흐름을보자.과연무엇을하고있는가?수도없이많은매체에매번새롭게등장하는사찰음식의메뉴는정말과거부터이어져온것인가?나는그것이정말예부터이어져온것인지에대한확신이들지않는다.한편으로는지금처럼메뉴자체에만주목하는현상이올바른것인지에대한의문도있다.음식을소개하고만드는방법을널리알리는것의의미도분명히있겠지만,가능하다면과거에는왜이렇게만들어먹었는지를좀더깊이고찰하고예전의사찰문화를되살리는것,이것은정말불가능한것일까?사찰음식이라는것을어떻게정의를내리고이것으로무엇을어떻게만들어갈지가필요하다고강변하는것은그때문이다.”-본문내용중에서

사찰음식공부의뒷얘기
여수소년정산은범어사[僧]의명허스님으로부터사찰음식의레시피를전수받았고,해인사[佛]강원에서공부하며‘음식을통한포교’의꿈을키웠다.그는사찰음식분야에서명문대학을나온셈이다.이후전국의사찰후원에서구전으로전해오는절간음식조리법을현장연구한다.당시명허스님으로부터‘절후원의조리법을기록하고싶다’고말했다가,강한질책을들었다.“절간음식을기록일은불교의계율을위반하는일이고,종단의반대를이겨내야한단다.”절간음식에관심을두는게이상했던1960년대초반에겪은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