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는 짝사랑 -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2

최고는 짝사랑 -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2

$12.00
Description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2
신지영 『최고는 짝사랑』 출간

“아무도 상처 입지 않는 사랑
최고는 짝사랑!”

우리가 지나쳐 온 수많은 ‘나’에게 보내는 마음
애틋하고 씩씩하게 안쓰러운 사춘기를 도닥이는 신지영의 청소년 시집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두 번째 작품으로 신지영 시인의 『최고는 짝사랑』이 출간되었다.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푸른문학상 새로운 평론가상,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부문을 수상하고 청소년시집 『넌 아직 몰라도 돼』, 『해피 버스데이 우리동네』 등을 펴낸 신지영의 세 번째 행보가 『최고는 짝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였다. 전솔이 일러스트레이터와의 합작으로 더욱 다채롭고 풍부한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이번 신간은 청소년 시를 기반으로 음악, 극, 그림, 퍼포먼스, 춤, 영상, 플랜트아트 등 융ㆍ복합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화3음무2시〉 프로젝트 전시의 주제 시집으로 선정되었다.
사춘기 청소년의 마음을 세심하게 다독이는 일에 능수능란한 시인은 “상처가 아물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신을 키워낸다”(시인의 산문)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로부터 상처받고 아픔을 느끼면서도 각자의 속도로 자라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곧게 뻗어 나가기도, 때로는 방향을 바꾸며 흔들리기도 하는 여리고도 씩씩한 청소년 화자들은 자신의 현재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단단하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굳세게 살아내는 청소년의 마음을 세밀하게 포착해내면서도 애틋하고 다정한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시인의 섬세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늘 밖에는 언제나 햇볕이 있”지만 “내 몫은 아니”(「봄눈 1」)라고 여기는 아이들이 있다. “위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라리 내가/위험이” 되기를 선택하는 아이들은 “어쩌면 우리는 늙기 전에/사라질”(「파벨라의 고양이들」)지도 모른다는 최후의 가능성에 도달하기에 이른다. 어른들의 시선이 가닿지 못하는 곳에서 유영하는, 우리 역시 지나왔을지 모를 이 보드랍고도 뾰족한 마음을 신지영은 놓치지 않고 힘껏 끌어안는다.
“아무도 상처를 궁금해하지 않았”(「녹슨 피」)기에 상처 입은 아이들이 이곳에 있다. 안부의 대상이 되지 못한 아이들은 “우리는 서로 궁금해해야 해”라고 말하며, “그것만이 세상에서 우리를 지켜내는 일”(「안부」)임을 재확인한다. 세계의 규격에 맞지 않는 것만 같은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이들은 서로를 보듬음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울타리로 완성된다. 이제 아이들은 용기를 내어 “다 괜찮다 말해 줘”라고 이야기하고(「낮과 밤」), “자라지 못하는 것들에게 마음을”(「한심한 여름」) 나누어 주며, 비로소 “내가 자라는 시간”을 감각한다(「나무가 울어 준다」). 이 서늘하고도 따뜻한 장면 곳곳에 시인의 마음이 가득하다. 그러니 “그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용기 내어 자신을 키워내는 아이들에게로 내닫는 신지영의 “씩씩하고 쓸쓸하지만 아름답고 순박한 이야기”(시인의 산문)에 어찌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가수 하림은 추천사를 통해 “신지영의 시는 분명 우리가 지나쳐 왔음에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그 시절의 나를 다시 기억의 저편에서 꺼내 놓는다.”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그 모든 ‘나’들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나는 나와 화해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이며 신지영의 행보에 찬사를 보낸다. 이 책은 우리가 지나쳐 온 수많은 ‘나’의 어깨를, 현재의 자리에서 담담히 토닥여 준다.

나의 사랑은 평화롭지
무엇도 망치지 않고
누구도 아프지 않지
-「최고는 짝사랑」 부분
저자

신지영

신지영
오래된집과골목을좋아한다.사람들의마음이궁금하지만잘들여다보지못한다.시를쓰는이유이다.푸른문학상새로운작가상,푸른문학상새로운평론가상을수상했고,창비‘좋은어린이책’기획부문을수상했다.청소년시집『넌아직몰라도돼』,『해피버스데이우리동네』등을펴냈다.

전솔이
일러스트레이터,새롭지만사람들에게친숙한그림을그리려고한다.현재<전태일통신>에서일러스트를연재하고있다.

목차


1부유령의교실
매미

한심한여름
모범수
유령의교실
모험소녀
봄눈1
사서
손톱
찾았다

2부파벨라의고양이
봄눈2
어항
파벨라의고양이들
바담풍
배달의용사
안부
흔한소녀
빨래
내자리는어디에
그림자
정글의법칙
깨진아이

3부태어난마음
건질것있는날
나무가울어준다
쌍둥이
낮과밤
태어난마음
고백
편리한감정
새집증후군
잃어버린우산
최고는짝사랑

4부말있는말
눈사람
재개발
녹슨피
겨울비
치약
이인삼각
꽃피는아침
말있는말
첫사랑
이름을찾아줘

시인의산문
위험한고양이들의랜덤워크

출판사 서평

시인의말

언니는희디흰종이위에한자한자
필사한붉은피같은시들을읽어주었다
그건수혈이었다
흙먼지속에서코밑이새까맣게
골목을달리던나를따라
피톨같은문장들이흘러다녔다

그녀가나의첫시였다

2023년8월
신지영

책속에서

아무도보지않는다
아무도듣지않는다
아무도생각하지않는다

교실을떠도는침묵들만
사이가좋다

작년에있던유령들이
올해도가득하다
―「유령의교실」전문

우리들은의심도없이
그림자로걸어들어갔다

우리는가진게없으므로

서로손을잡은
모험은건방졌다

놀이터가조용해졌다
먹다남은먼지가허공에가득했다
―「모험소녀」부분

그늘밖에는언제나햇볕이있다
내몫은아니었지만

어젯밤꿈에쭈그려앉아담벼락에게물었다

그늘로지어진구석을나에게주겠어?
좁고낮은질문이라도키울수있게
―「봄눈1」부분

안녕
나는네가궁금해.

바람인너,
골목인너,
낮은지붕인너.

너도내가궁금하니?
우리는서로궁금해해야해

그것만이세상에서우리를지켜내는일이니까
―「안부」부분

8월의정오
길을가다쭈그려앉았다

바닥에움츠린채고개숙인
그림자의손을가만히잡았다

서늘하고쓸쓸한표정이
여름속으로숨었다

내가낳은그림자는쌍둥이라서
얼굴이없어도
외롭지않았다
―「쌍둥이」전문

가끔
생각할까

잊어야행복할지도몰라

날두고간
우리엄마처럼
―「잃어버린우산」전문

우리는친구였다
아무도몰랐지만

내가아니라서다행이라고
안심하는동안에도
반아이들은흔한놀이에열중했다
왜너만이런일을당해야하는지
왜너만고민해야했을까

주먹을꼭쥔채
의자에서일어나지못하는
나는
흔한소녀였다
―「흔한소녀」부분

널보는
순간이매일설레도
고백은하지않아

고백해버리면
혹시라도네가허락해버리면
두번다시두근거림을찾을수없을거야

이건가장안전한
나만의권리야

의자가날아가지않고
그릇이깨지지않고
엄마아빠처럼싸우지않아도되는

나의사랑은평화롭지
무엇도망치지않고
누구도아프지않지

아무도상처입지않는사랑
최고는짝사랑!
―「최고는짝사랑」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