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세상모든존재는그를진정으로사랑해주고받아주는사람이주인입니다.공주의주인또한그렇습니다.공주를아끼고사랑해주는사람이공주의주인입니다.버려진골목길,낡은집을가까이하며비로쓸고걸레로닦고망가진부분을새롭게고쳐서사는사람이그골목길,그집의주인이아니고누가주인이겠습니까!
오래되었지만여전히정겨운공주의골목길어귀,언제부턴가다정하게골목에말을걸어주면서누군가를기다리는한사람이있었습니다.그사람이바로석미경씨.하지만이제그의긴기다림은끝이났습니다.새롭게,많은사람들이공주의골목길로찾아왔기때문입니다.앞으로그들은어울려공주의골목길을더욱사람살맛나는골목길로꾸며갈것입니다.
나도가끔은자전거를타고그골목길을오가는사람이되기도하겠지요.반가워요.고마워요.오늘도안녕히!우리정답게인사나눠요.우리그때기쁜마음으로공주의골목길에서만나요.반갑게악수도해요.
(나태주시인)
책속에서
무서운폭우가한바탕지나간어제오후,자전거를타고뜰안으로가만히들어오신선생님,다가와커다란수박한통을건네주십니다.제가들어도무거운수박을땀흘리며손수들고오신것이지요.‘차한잔을하고가시라’는소리가무색하게‘어서가봐야한다’며곧바로자전거를돌리십니다.너무도감사했지만표현도못하고제대로배웅인사도못드렸습니다.선생님의자전거가골목길끝으로사라질때까지대문앞에서서바라볼뿐이었습니다.
수박한통을받고보니,보이고스치는모든것을따뜻한마음으로대하시는선생님의마음을이내헤아릴수있었습니다.제가첫아들을낳고산후조리를할때좋은미역과소고기를사다주신아버지모습도보였습니다.저희는그수박을바로먹을수없었어요.일하는동안짬짬이바라보기도하고한참동안만져보면서,퇴근후집으로가져올때도품에꼭안고가져왔습니다.저희의마음고생을진심으로어루만져주심에감동했기때문이지요.
사흘전제민천범람소식을공주시청의긴급문자로받고뭘해야할지몰라서새벽부터허둥대고있었습니다.그날도선생님께서가장먼저폭우속에츄리닝바지에장화를신고찾아오셨어요.
“루치아,별일없나보러왔어요.오늘,내일문학관은시청에서휴관하라고해요.한팀장,둘러보자.”
“선생님너무무서워요.골목에있는하수구까지넘칠까걱정했는데다행히잘빠지네요.급한마음에다락방으로짐을옮기고있었어요.”
불안한표정사이로기분좋은온기가흐릅니다.
처음겪는자연재해앞에저희가할수있는일은거의없었습니다.다락방으로중요한것들을대충올려두고,계속긴장하며상황을지켜보는수밖에없었지요.이틀동안‘루치아의뜰’오픈을하지않았지만한달동안쓸에너지를다쓴기분이었습니다.더놀라운것은선생님께서비를맞고제민천끝인금성동까지돌아보셨다는것입니다.점심도거르신채로제민천변가게들을걱정하시며이집저집들여다보셨습니다.조마조마한마음으로천변에나와있던마을사람들이위로가되었는지시인님을알아보고‘나오셨냐’며좋아하셨습니다.순간세상이환해지는느낌이었습니다.어쩌면지역의어른으로서당연한일이라여길수도있겠지만진심으로염려해줄사람이몇이나될까요.선생님의따뜻한인품이보였고저절로풍겨나오는삶의향기를맡게되었습니다.
오늘아침,그수박이식탁에놓였습니다.남편과함께먹으면서선생님이야기를나누었어요.다시힘내라고가져다주신수박한통은그저단순한수박이아님을기억하자고했습니다.
‘루치아의뜰’과저희부부에대한선생님의과분한사랑의표시!거기에는사랑과무언의가르침,깊은위로와친밀함이들어있었습니다.
요즘‘혜윰독서모임’에서함께읽고있는책『모리와함께한화요일』에나오는모리교수님생각도났습니다.매주화요일에제자미치와함께진행한마지막수업의주제는‘인생의의미’였습니다.교수님은경험에서얻은바를가르쳤고그가르침은제게아직도계속되고있습니다.모리교수는선생님처럼사랑하는이들을위한시간을쌓아야하고,타인에게뭔가를베풀면서어려운시기를함께건너감이살아있는것이라고말합니다.거기에는많은돈이나높은권력도필요없다고말하지요.모리교수님이죽음앞에서자신가까이에있는책과노트,작은히비스커스화분을바라보며평화롭게죽음을받아들인것처럼수박한통은제불안한마음을평온함으로녹아내리게했습니다.
선생님을통해서오늘날주변사람들의아픔에진심으로공감하는마음을다시배우게되었습니다.소탈하면서도따뜻함이넘치는선생님의있음이,마치저만큼서서“아이고,내새끼고생많았다.”하며토닥토닥등두드려주시는부모님같았어요.
“우리에겐염치없이급할때만찾는하느님이계시잖아요.그래도루치아는잘돌봐주실거야.이집은괜찮을거야.”하시던말씀과수박한조각이제입으로들어옵니다.그대가없는보살핌을먹고나니이른아침부터후드득후드득떨어지는빗소리에잠을깼지만마음에작은틈이생기고있음을느낍니다.
“선생님,저희가십년동안‘루치아의뜰’을얼마나정성들여가꾸며좋아했는지아실거예요.그런집이사흘동안내린폭우로제민천이범람해휩쓸려간다고생각하니두렵고무서웠어요.”
“루치아,공주사람다됐다.”
그말씀이무슨뜻인지도압니다.많은사람이합심하여힘과위로가되어주고또이런어려운가운데따뜻한정도느끼게됨을말하는것이겠지요.
외로울때의지할수있는선생님이계셔서참으로행복합니다.늘저희에게과분한사랑을베풀어주심도알고있습니다.기쁜일에누구보다축하해주시고,공주태생이아니라서겪는서운한일들을달래주셨지요.팔순이다되어가는선생님을마주할때마다저희는반갑고설렙니다.오늘은또어떤이야기를들려주실까사뭇기대됩니다.앞으로도선생님께서끝까지여생을보내실곳,마음편히쉴수있는곳,내일을꿈꿀수있게해주는공주원도심에서오래도록선생님과우리마을을사랑하며살아가겠습니다.(「나태주선생님과수박한통」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