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0시 동물원

[독립출판] 0시 동물원

$16.50
Description
말라파르테 문학상, 만해문학상 수상작
우리 시대의 소설 『소년이 온다』
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고 전세계 20여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세계를 사로잡은 우리 시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게 “눈을 뗄 수 없는, 보편적이며 깊은 울림”(뉴욕타임즈),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소설”(가디언),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문학평론가 신형철)이라는 찬사를 선사한 작품으로, 그간 많은 독자들에게 광주의 상처를 깨우치고 함께 아파하는 문학적인 헌사로 높은 관심과 찬사를 받아왔다.
『소년이 온다』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를 통해 한강만이 풀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1980년 5월을 새롭게 조명하며, 무고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진심 어린 문장들로 5·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2024년 올해 출간 10주년을 맞이하여 양장 특별판으로 새롭게 옷을 입은 이 작품은 가장 한국적인 서사로 세계를 사로잡은 한강 문학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인간의 잔혹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증언하는 이 충일한 서사는 이렇듯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인간 역사의 보편성을 보여주며 훼손되지 말아야 할 인간성을 절박하게 복원한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진심 어린 문장들로 무고한 영혼의 말을 대신 전하며 그 시절을 잊고 무심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국가의 무자비함을 생생하게 그려내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악행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잊을 수 없는 봄날의 오월을 지나 여름을 건너가지 못한 이들과 살아남은 것이 오히려 치욕으로 여기며 매일을 힘겹게 견뎌내는 이들에게 우리가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는 가를 간절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리하여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수상내역
- 2017 제20회 말라파르테 문학상 수상
저자

조한샘

저자:조한샘

글을쓰고그림을그립니다.

목차

1부여기서부터45분

4차산업혁명시대의생활과건강
겨울여관
n번째배꼽
돌무덤의섬2
거리의개
역할극
인어가사는집

2부먹이를주지(던지지)마시오

악마에관한오해
요즘누가시같은거읽는다고
참치떼
반려동물
나의좀비친구
얼룩말
토끼우리

3부StaffOnly

지하극장
NIGHTPOOL
연무왕
홈,스위트,홈
롱베이컨더블패티버거
고깃집에서
산타에관한오해
돌무덤의섬1
토스트
책과사탕

4부어지럼증을유발할수있음

족보
피실험자이모씨의일일
에이리언
놀이터에서
수중교실
이티
스노우볼
어떤진화론

5부식물원

돌무덤의섬3
너의정원
흰밤,흰개
9월23일
돌무덤의섬4

[부록]경비원의근무일지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수면모드였던컴퓨터가돈다
먼지쌓인모니터에깜박깜박글자가표시된다
성에꽃이핀입술을슬금슬금움직이며
캡슐안에냉동인간이말을한다
너무춥긴하지만,
22세기라는말은미래같지않아
둘러대는변명같잖아
잠깐만더얼어있자.
―'4차산업혁명시대의생활과건강'에서

진찰실에아이는윗옷을번쩍들어올렸다.최선생은배위적당한부위에청진기를가져다대고,잠자코폐나심장소리를들었으면좋았을것이다.

“너는1,483번째배꼽이란다.”

최선생이아이에게실제로한말이다.
이말이아동학대인지아닌지를두고논란은확산되었다.
―'n번째배꼽'에서

악마는네가어린시절아껴두었던
금색크레파스와라임색크레파스를마음껏쓴다
딱히좋아하는색깔도아닌데

네가남긴생선을화분에심는다
고등어는초심자가기르기좋고갈치는유려하게떨어지는
곡선이우아하다굴비는향이오래간다

실은나였어
네가식탁아래로몰래건네던
강낭콩과브로콜리를받아먹은존재
초코가그런걸좋아할리없잖아
―'악마에관한오해'?에서

동물원에한남자가
기린쪽으로시집을던지고있다

한권은드럼통에넣고태웠고
한권은아파트화단에묻었고
한권은다리위에서하천아래로
한권은씹어먹었고

그중한권을길가는꼬마에게건넨혐의로
남자는형을기다린다
―'요즘누가시같은거읽는다고'에서

버터칼이면충분합니다.여자를죽이는데에는,버터칼하나면!놀라까무러치며피를뿜어대는죽음만있는게아닙니다.늙고지친이를애달파하다가끝내외면하는죽음만죽음이아닙니다.한겹씩향과멋이사라지고,다늙기전에,깜짝놀라기도전에,“당신의무른두볼,몇입떠다맛보았으니남긴목숨이아깝지않다.”선언하는,여유넘치는마음이면충분합니다.여자는일찌감치죽었을것입니다.여자와더놀고싶은내가없었다면.
―'반려동물'에서

이집에소파는죽은동물의가죽으로만들어졌다
그는죽어서네모나고폭신해졌다

나를반듯하게잘라줘빈틈이없도록
사각형의포옹을해줘

가족들은그의유언대로
무덤위에거푸집을세우고
시멘트를부었다
―'홈,스위트,홈'에서

축축한행주로빈식탁을닦는동안에도엄마의얼굴에는웃음의잔상이지우다만문신처럼남아있어.내가이미닦았다고말해도,엄마는무심결에손을움직여.곱씹고다시곱씹는거야.모양을접었다가반대로편색종이처럼,자국이남아서자꾸만그때로돌아가.그게좋은거야.구겨진것처럼보여도,행여선을따라반듯하게찢기더라도,너를알기전의새얼굴로돌아가고싶지는않을거야.

집에개라도한마리있었으면저딱한얼굴을열심히핥아줬을텐데.

너는꾸역꾸역울고있다.더는눈물이나오지않는데도우는얼굴만하면우는줄안다.“뛸거야,말거야,”나도울음이터질것같다.
―'너의정원'?에서

당신발주위에는모든
멸망에관한알리바이가있죠

당신이삽질을멈추지않으면
내이야기도안멈춰요

그리고쉬어요

도통짖지않았던개가
아주짖지않는개가되는순간처럼

누워요우리
악수나포옹없이일단
눕기나해요
―'흰밤,흰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