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소설일 뿐이네 - 틂 창작문고 21

단지 소설일 뿐이네 - 틂 창작문고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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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호모 스키펜스(Homo Skipens) 시대의 소설과 소설 쓰기에 대해
『위저드 베이커리』 『파과』 『네 이웃의 식탁』『상아의 문으로』 등을 펴낸 구병모 소설가의 신작 중편소설이 문학실험실의 〈틂-창작문고 시리즈〉 21권으로 출간되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좋은 소설 작품이 그렇듯이, 이 작품 역시 줄거리를 따로 요약하기가 불가능하다. 요약하는 순간, 소설은 소설 밖으로 튕겨나 고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식의 요약은 ‘의미’에 기초해야 한다. 우리 자신이 되어버린 호모 스키펜스(Homo Skipens; 스킵하는 인류를 뜻하는 신조어로 그 명명 과정 또한 작가의 말을 통해 소설의 일부로 편입된다)들은 작품을 향해 이렇게 물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그래서 “어쩌자는 말인가”. 작가는 이렇게 답한다. “단지 소설일 뿐이네”.
구병모의 신작 중편소설은 소설 쓰기에 관한 소설일 수도 있으며, 소설 읽기에 관한 소설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읽고 나면 세계는 그대로이되, 나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다층, 다변의 입체적인 텍스트이다.
저자

구병모

저자:구병모

1976년서울에서태어나,경희대학교문과대학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2008년‘창비청소년문학상’을통해등단하여,소설집『그것이나만은아니기를』『단하나의문장』『있을법한모든것』등과장편소설『위저드베이커리』『아가미』『파과』『네이웃의식탁』『상아의문으로』등을펴냈다.오늘의작가상,김유정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_단지소설일뿐이네

_작가의말
_感이것역시단지허구일따름입니다_강정시인

출판사 서평

소설은무엇일까요.서로알수없는작가와독자사이에놓인‘이터널브리지’같은것일까요.
소설속에서S는‘이터널브리지’에들어서서사라집니다.과연어디로,왜등의질문이당연히떠오르게되지만,인과도결론도없습니다.그저자신의일평생을순서대로새겨놓은듯한세사람을따라가다사라질뿐입니다.그세사람이정말S의삶을대변하거나상징한다고확신할수도없습니다.그저S가그렇게느꼈을뿐입니다.그세사람은천사도악마도아니지만,보기에따라삶의다른지점으로S를이끌고가는동방박사일수도있습니다.또는하릴없는공상속에서나진실여부가손톱만큼정도헤아려지는이야기를지어낸죄를벌하러온저승사자일수도있습니다.그런데그조차도모두S의공상속에서나존재의의미를갖게됩니다.
S는사라지고자사라진것도아니고,죽으려고한것은더더욱아니며,세계를완전히등지고자자신이올라선다리한쪽을부러끊어버린게아닙니다.S는그저오랫동안소설을써왔고,지금도쓰고있는상태였으며,아마도계속쓰게될운명이었는지모릅니다.환멸과권태,오욕과명예등에시달리면서도결국소설을쓰는자는소설을쓰지않으면실존적으로도,사회적으로도존재의미를잃게됩니다.계속이야기를지어내고,그것으로일면식없는타인들의공감과반향을일으켜야하는일을평생해야한다는건스스로끝없이이세계에서지워내야만가능해지는,악무한의굴레일지도모릅니다.그렇게지워내기위해소설가는계속이야기를지어냅니다._강정시인

찢긴말들혹은부재의색을알아보고그것에이름을붙이는일을거듭하면서…
다리의이쪽에서저쪽으로,시작에서끝으로,발단에서결말로건너가는일,그것은빨리감기버튼으로써가아니라,두발로천천히걷다가가끔은정지나되돌리기버튼으로써가능한일인지도모르네.몰입과속도감을저해하는요철과장벽을밀어버리고빠르게넘어가는사람들,불요함과비실용의앞에서스킵하기를망설이지않는사람들이새로운인류로등극한지오래인세상이언젠가종말을맞이하여세계전부가다만하나의이야기로수렴될때까지,혹은나자신이영원한기착지에서맴돌다가부적절한자리에마침표로남을때까지,의미의난간에매달린말들이까마득한아래에서입을벌린무의미의심연으로낙하할때까지,나는더듬거림과숙고로써만저건너편에닿으려고하네.찢긴말들혹은부재의색을알아보고그것에이름을붙이는일을거듭하면서.
그것이바로내가,이다리한가운데서어느쪽으로도망명할수없는조난자가된이유일지도모르겠네.
_1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