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이 미래를 돌아본다

영원이 미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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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계와 존재 사이에 흐르는 영속적인 관계에 대해
슬픔의 내부에 새겨진 흔적을 감각할 때, 돌아와 우리 앞에 선 ‘사랑’에 대해
아름다운 시 언어로 ‘생의 리듬’을 직조해온 이제니 시인이 7년만에 선보이는 신작 시집. 시인은 떠나보낸 존재, 비록 부재하지만 영원히 곁에 있는 무수한 당신들을 호명함으로써, 우리 안으로 끊임없이 돌아오는 ‘사랑’과 ‘기억’을 써 내려간다. 말하자면 시인이 나누려는 애도란 “우리를 떠난 이와 이전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함께 있는 일이자 또 그렇게 함께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일일 것”(강보원)이다. 이제니의 이번 시집은 그 덤덤하고도 가슴 저린 애도의 과정을 통과해온 사랑을 지속하는 언어적 수행의 기록이다. 이 흔적들이 슬픔의 내부에 새겨져 있기에, 슬픔은 온전히 슬픔으로만 남을 수 없다. 아마 그것이 우리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다르지만 같은 ‘언어’로 살아가게 되는 또 하나의 방식일 것이다.

이제니 시인은 “모든 생명의 기본적인 생장 형식이 복제와 변이이듯이, 환원된 언어들 또한 되풀이와 변이를 통해 존재의 지속성을, 다시 말해 생의 리듬을 획득해온” 시인이자 “방황하는 존재가 스스로를 분해하여 목격하는 자와 실행하는 자로 나누었고, 목격자와 행위자를 순환시켜 서로 상대방을 향해 진화해가도록 만들어서, 봄을 늘 새로운 발견이게 하고 행위를 늘 최초의 도전이게끔 하는”(정과리) 역설과 역동의 시 세계를 보여준 시인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슬픔과 죽음, 사라짐과 울음, 덧없음과 고독의 출렁거리는 한 자락을 자신의 언어로 붙잡으려고 끝없이 시도하는 시인”이자, “그의 시를 소리 내어 읽을 때, 우리는 비로소 움직이는 말이 모든 것을 삼킨, 아직 경험하지 못한 저 고독하고 외로운 바다 한가운데를 떠다니게 될 것”(조재룡)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해서 시인이 스스로 오래전에 물었던 물음 “우리는 어떻게 우리에게 되돌아올 수 있는가”는 이번 시집을 준비하며 시인이 직접 밝힌 대로 “돌아가신 엄마를 애도하는 시집이기도 하지만, 이런 나날을 보내면서 오래 품어왔던 니체의 영원회귀에서 비롯된 생에 대한 무한 긍정과 보르헤스의 비선형적으로 흐르는 시간과 공간의 중첩에 대해 사유해 봄으로써, 시간은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이라는 것, 그렇게 과거를 품은 미래로써 다시 또 반복해서 경험하고 감각하게 된다는 것, 이로써 세계와 존재 사이에 흐르는 영속적인 관계에 대해서 써 내려간 시편들”로 언어의 몸을 입어 우리 앞에 도래한다.

시집 후반에 배치된 “되기-” 연작들은 들뢰즈의 ‘되기(becoming)’ 개념을 경유하여 써내려간 시편들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로 다가가려는, 그렇게 ‘되어보려는 시도’ 자체에 방점이 찍힌 시편들이다. 이 연작시를 통해 관념과 실재의 허상에 대해서, 실재라고 믿어온 대상에 대한 인식적 오류에 대해서, 그리고 인식적 오류와 함께 언어와 관념이 왜곡하는 세계의 본질에 대해 드러내보려는 시도가 오롯이 담긴다. “세계에 대한 허상을 걷어낼 때 무한한 자유로움으로, 자신이라 믿었던 자신을 벗어난 무한한 존재로, 살아갈 가능성에 대해 말해보고 싶었”다고 밝히는데, “오직 시적 언어로써만 감각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제 시를 읽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는 시인의 말대로, 우리는 그 감각의 세계에서 무한한 자유와 사랑, 그리고 순간의 영원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이제니

1972년부산에서태어났다.2008년『경향신문』신춘문예를통해등단하여,시집『아마도아프리카』『왜냐하면우리는우리를모르고』『그리하여흘려쓴것들』『있지도않은문장은아름답고』와산문집『새벽과음악』을펴냈다.편운문학상,김현문학패,현대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_영원은엷어지는분홍
_깨어있는물가에서
_돌이준마음
_너는나의진눈깨비앵무의
_영원이미래를돌아본다
_나의언덕위로해변의부드러움이
_멀리서들려오듯가까이에서
_색채속을걷는사람
_눈먼마음의무한함으로
_영원처럼두사람이
_이파리와지푸라기
_물을바라봄
_음각의빛으로어른거리는
_열매도아닌슬픔도아닌
_어린구름에얼굴을묻고
_너는멈춘다
_조그만미소속에서조그만길을가는
_너와같은그런장소
_우리가잃어가게될그모든순간들사과라고쓰면사과가나타난다
_우리가잃어가게될그모든순간들이제너는검은색으로보인다
_우리가잃어가게될그모든순간들4′33″
_우리가잃어가게될그모든순간들숨기에도숨기기에도좋았다
_우리가잃어가게될그모든순간들하나의손이하나의손을잡을때
_빛나는얼굴로사라지기
_나무새의마음으로
_잔디공원의공허속을걸어가는
_한낮의그늘찾기
_어둠이불러다먹인입을바라본다
_하나의잎이너를찾아낼때까지
_모래와유리
_거의그것인것으로말하기
_빈칸과가득함
_마미의사각거울마음
_붉은공을사이에둔소년과개
_걷는발걸음과함께걷는발걸음
_밤의방향과구슬놀이
_Mmm과바람과나
_사잇길에서만나기
_걷기아름다움걷기
_발견되는춤으로부터
_맑은물은맑은물을만진다
_물과산책
_옛날의숲에게
_겨울언덕으로부터
_다시다가오는향기를
_되기-일몰을바라보는눈
_되기-눈과손과문과사랑의언어
_되기-물방울속의물방울
_되기-들판의삼각형
_되기-잿빛위의작은파랑
_되기-거울을바라보는거울
_되기-말라가는물감의표면
_되기-종이의접힌가장자리
_되기-은빛실선의그림자
_되기-마지막에서부터시작되는첫장면
_되기-나없는나
_되기-노래하는그릇소리
_되기-그밖의모든것
_나무무덤찾기

感ㆍ슬픔의내부에새겨진문장들_강보원

출판사 서평

점점이쌓여가는마음들…
모든언어는그저언어일뿐입니다.언어란어떤맥락안에서만의미가발생할뿐으로곧바로이어지는단어,혹은,단어없음,단어와단어사이의공백으로인한휘발이반복되는과정의연속이라고생각합니다.그러나그런과정속에서점점이쌓여가는보이지않는감정과감각의흔적들이있을테고.그렇게중첩되며나아가는모종의움직임혹은흔들림그자체를언어라고할수도있겠지요.그런의미에서낱말과낱말사이에어떠한위계도두지않으려고합니다.그렇지만마음깊이좋아하는단어들을몇몇품고있긴합니다.시공에대한입구와도같은단어들,‘빛’이나‘영원’,‘무한’과도같은단어들앞에서는마음이오래머무는편입니다._이제니,문학웹진인터뷰중에서

슬픔의내부에새겨진함께있음의흔적…
‘함께있음’은꼭실제로가까운곳에서마주보고앉아있는형태만을가지지는않는다.오히려그것은친숙하거나낯선사물들로부터,문득눈을뜬아침이나잠들기전의늦은밤창밖에서들려오는소리로부터,새삼스럽게다시바라보게된단어로부터,들어본적없는나무의이름같은것들로부터그누군가와의기억을-그것이아직일어나지않은일이라할지라도-떠올리게되는일에가까울것이다.그리고그것은우리가다시는만나게될수없게된사람에대해서도마찬가지이다.말하자면애도란우리를떠난이와이전까지와는다른방식으로함께있는일이자또그렇게함께있을수있는사람이되는일이다.이제니의이번시집은그함께있음의흔적이기도하다.이흔적들이슬픔의내부에새겨져있기에,슬픔은온전히슬픔으로남아있을수만은없다.아마그것이우리가미래를기억하는한가지방식일것이다.
_강보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