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시는 커피는 매일 다르다(The Coffee I Drink Everyday Is Different)

내가 마시는 커피는 매일 다르다(The Coffee I Drink Everyday Is Different)

$35.00
Description
매일 아침, 같은 카페에서 같은 커피를 주문한다.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일을 한다. 그러나 어느 하루도 같은 날은 없다.
『내가 마시는 커피는 매일 다르다』는 시카고에서 유학 생활을 보내던 한 젊은 작가가 ‘집 앞 카페’에 매일 출근하듯 들르며 보낸 석 달의 기록이다. 작가는 카페를 일상의 무대로 삼고, 그 안에서 마주치는 바리스타의 인사, 익명으로 머무는 손님들, 매일 다른 빛, 매일 미세하게 다른 커피의 맛을 한 편 한 편의 짧은 글로 남겼다. 결과물은 일기도, 에세이도, 미술 작품의 스테이트먼트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에 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의 재료는 ‘현재’라는 추상적인 시간이다.

이 책은 2018년 시카고 예술대학(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사회 참여적 예술’ 수업에서 처음 만들어져 작가가 직접 인쇄한 아티스트 북에서 출발한다. 2021년 한 차례의 개정을 거쳐 미국에서 다시 인쇄되었고, 2026년 셰입오브타임에서 한국어 정식 출판본으로 새롭게 묶여 나왔다. 영문과 한국어가 좌우 페이지에서 마주 보는 양장의 형식은, 두 언어 사이를 오갔던 작가의 4년이 그대로 책의 구조가 된 결과다.

“커피 한 잔은 결코 하루하루 같지 않다. 오직 커피를 마신다는 그 사실만이 똑같다.” 이 한 문장에서 책은 시작된다. 그러나 이 문장은 곧 커피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 옮겨 간다. 익명의 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영어로 대화한다는 것, 사람들과 알맞은 거리를 두고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사소한 일을 어떻게 ‘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까에 대한 조용한 질문들. 작가는 그것을 단정한 산문, 짧은 시, 그래픽 디자인으로 변주된 문장 이미지로 이리저리 겹쳐 둔다.

매일 같은 듯 매일 다른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어느 페이지에서든 자기 자신의 한 장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줄거리

시카고에 산 지 4년이 된 어느 가을, 작가는 ‘매일 집 앞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그곳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본다’는 단순한 규칙 하나로 석 달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무대는 아파트 옆의 카페, 라 콜롬브(La Colombe). 같은 시간, 같은 자리, 같은 메뉴. 그러나 그 안에서 매일 조금씩 다른 일이 일어난다. 책은 그 석 달의 시간을 세 개의 장으로 묶는다.

1장 「집 앞 카페」에서는 카페라는 공간이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경계’에 있다는 ‘커피하우스 이펙트’의 짧은 인용을 출발점으로, 매일 아침 “Good morning”을 입에 익히려 연습하는 외국 학생, 단골이 되어 가며 만들어지는 짤막한 스몰 토크, 공짜로 받은 커피 한 잔이 만들어 낸 거리감, 떨리는 마음으로 남긴 감사 쪽지, 자신의 리서치를 위해 작가에게 인터뷰를 청한 N의 등장이 차례로 그려진다. 작가는 ‘익명으로 머물고 싶지만 동시에 어딘가에 속하고 싶은’ 자신을 카페라는 작은 무대 위에서 천천히 들여다본다.

2장 「일상스러움」은 한 편의 길고 호흡 느린 시처럼 펼쳐진다. ‘매일이 버겁다면 그 자체가 내 작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외로움과 자기 의심 한가운데에서 쓰인 선언문이자 다짐이다. 1장에서 모은 작은 장면들은 이 장에서 한 차례 안으로 깊이 가라앉는다.

3장 「노트」는 카페 바깥의 시간으로 나온다. 가족도 갈 곳도 없이 맞이하는 추수감사절 이브, 영어로 ‘대화한다’는 것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흔들어 놓았는지에 대한 긴 메모,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읽고 쓰는 일이 한 사람의 사고와 감정을 어떻게 바꿔 놓는지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 이어진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다시 거리로 나선다. 매일 같은 코너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 남자를 ‘본 적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곧 그런 남자는 사실 존재하지 않으며, 어느 날 아침 잠깐 스친 누군가의 잔상으로부터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분명히 존재했지만 이제는 회상 속에만 남은 것과, 눈앞에 분명히 있지만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것. 그 두 가지 사이에서 작가는 책을 닫는다.

『내가 마시는 커피는 매일 다르다』는 결국 한 잔의 커피에 관한 책이 아니다. 매일 다른 자기 자신을, 매일 다른 자기 하루를, 매일 다른 자기 자리에서 발견해 가는 한 예술가의 작은 기록이다.
저자

MistyChoi

MistyChoi,최은주

1993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4년시카고로이주해2019년까지시카고예술대학(SchooloftheArtInstituteofChicago)에서순수미술(FineArts)을공부했다.다양한소재를사용하여작가의신체사이와호응하는형태의조형·설치작업을만들어왔으며,한작품의스케치부터제작,설치,최종발표에이르는과정전체를작품의일부로받아들이는태도로작업해오고있다.

‘예술이진솔한삶같기를’바란다고그는자신을짧게소개한다.결과물보다과정안에서살아있음을느끼고,만드는행위자체가보상이되는시간을가장신뢰한다.일상의행위를작업의재료로삼는사회참여적미술의흐름안에서자신의자리를찾으며,언어,신체,관계,경계의문제를조형언어와글쓰기두갈래로풀어내고있다.

목차

서문
프롤로그
-1-집앞카페
커피하우스이펙트
"좋은아침"
스몰토크
공짜커피
그리고...
쪽지
N의리서치프로젝트
-2-일상스러움
-3-노트
추수감사절
증상으로서의언어
{대화를한다는것}
{읽고쓰기위해}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외국에서살아본적있는사람이라면,영어로대화하는일이어떻게자신을‘이도저도아닌상태’에머물게하는지알것이다.미스티최는그어색하고부끄러운상태를회피하지않고,오히려그위에자신의작업을짓는다.그태도자체가이책의가장아름다운장면이다.”
─독립서점큐레이터추천글


미스티최작가를만난건,뉴욕첼시의프린티드매터(PrintedMatter)에서우연히집어든한권의책때문이었다.‘최(Choi)’라는라스트네임과표지의‘coffee’라는단어에끌려책을펼치자마자,우리는이책을서울로가져가게될것임을알았다.

한국으로돌아와카페를운영하며매일스쳐가는사람들과함께어떤‘꿈꾸는동네’를만들어가고있던베스에게이책을보여주었을때,그녀는곧장작가에게연락하자고했다.1년반가까운대화끝에우리는그의책을입고했고,한국에서그의작업을소개하는유일한책방이되었다.그것은우리에게작은자랑이었다.2025년가을,마침내셰입오브타임의공간에서그의개인전을열었다.예술을일상의범주로가져오고싶어했던작가와,일상을예술의언어로이야기하고싶었던우리가한달동안가까이서일하며보낸시간은귀하고값진시간이었다.이책은그시간위에서만들어졌다.

이책이다루는단상들은일상적이다.카페에서마주치는표정,영어로인사를건네는일의어색함,공짜로받은커피한잔에도리어며칠을카페에가지않게되는마음,추수감사절을외롭다부르지도못하는외로움같은것들.그러나그형이하학적단어들은가장짧은거리로본질을향해나아간다.메타포이면서동시에직설적인문장들.입안에서꼭꼭씹히는,매우개념적이고추상적인독해를가능케하는특별한글이다.

말은뜻을담고,뜻은말을낳는다.우리가작가와만났듯이,단어들도그렇게뜻을만난다.이책을읽다보면예술과일상이오가는경계의순간들을,한예술가의평범한하루를통해건너편에서마주하게될것이다.그리고가능하다면독자들이그의조형작업도한번쯤직접만나보았으면한다.그의글은그의작품을닮았고,또한그작품의다른얼굴이기도하다.

-셰입오브타임,크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