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고등어

산으로 간 고등어

$18.00
Description
삶이란 전쟁이지만 아름다운 여행일 수도.. 고등어 변주곡!
『소나기』와 『토지』 그리고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떠올리게 하는 전혀 다른 『파친코』
1866년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에서 동남구 북면에 걸쳐 있는 해발 579m 성거산에는 신앙의 박해를 피해 숨어살던 이들이 있었다. 화전과 옹기를 굽고 살던 이 산골 마을에 고등어를 들고 온 소년이 등장하며 피바람이 예고된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연상하듯 소나기와 함께 산골소녀 초향과 봇짐장수 아들이자 간잡이 소년의 순수한 사랑이야기는 아름답지만 비극으로 끝난다. 곧 집안 내부 고발자로 인한 인간 사냥과 가정의 풍비박산! 당시의 사건으로 오늘날 무수한 주검이 묻혀있는 제1, 제2 돌무덤이 있는 성거산의 진실을 캐는 듯, 서사는 1801년 신유년, 1839년 기해년, 1866년 병인년을 오가며 충청남북도와 경상북도 일대에서 벌어진 순교의 현장을 생생히 담았다. 과정에서 소설은 보부상단의 거래를 비롯 사랑의 약속과 신뢰라는 한 측면을 부단히 다룬다.

결국 부모님의 처형과 첫 사랑을 뒤로하고 초향은 경북 청송으로 숨어든다. 초향은 이 곳에서 자신을 두 번이나 구한 새로운 인물 박춘삼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 이번엔 아버지뻘 노총각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다. 소설은 경상북도 청송의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전래동화 우렁각시와 우렁 총각의 쫀득한 다른 사랑을 넘나들며 곡절의 이야기를 펼쳐준다. 결국 두 남자와 한 여자 사이 가슴 아픈 사연은 두 번째 남자 춘삼과 결혼으로 외동딸 송이가 태어나고 첫 남자 고등어 소년은 가슴에 묻는다.

이후 그 춘삼마저 죽자 초향과 송이 모녀는 서울 경성으로 자리를 옮긴다. 두 번째 주인공 송이는 조기에 신학문과 외국 문물을 접하며 신여성으로 성장한다. 때는 1910년에서 1920년 일제 강점기 시절, 송이는 뛰어난 정구 실력과 빼어난 미모로 장안의 화형(꽃처럼 아름다운 여인)으로 주목받는다. 이윽고 송이사(史)는 구한말 교란의 사회상과 열강들의 침탈사 가운데, 신분질서의 타파등 개혁과 맞물려 청춘들의 가변적인 사랑과 고난이 펼쳐진다. 특히 정구(soft tennis)를 통해 차별에 고민하고 시대를 뛰어넘고자 하는 2세대 청춘들의 고지고 웅찬 이야기들이 뜀박처럼 전개된다.

소설은 마지막 3대 주인공 유화가 등장함으로 무대는 중국시대로 넘어간다. 특히 유화는 중국에서 태어나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 현장을 겪는 인동초와 같은 여인으로 상징된다. 그녀의 삶과 시절은 내내 전쟁과 피란사다. 그녀의 굵직한 이야기는 1940년대 중국 내전과 태평양 전쟁, 1945년 해방전후의 사회상, 이어 6.25사변을 통한 피란시절의 부산시절에 이은 1960년 4.19까지 신생국가 대한민국이 겪었던 파란만장한 가족사와 시대사를 펼쳐보인다.
저자

조성두

“식물과친해웬만하면죽이지않고오래키운다.27년째동거중인녀석도있다.이런친구들과의이야기를시와함께글을써왔는데문득내안에도글나무가,나의시편들이크고있었음을자각했다.세상에!내가좋아하는것이무엇인지이제야깨닫다니!나는너무늦은사람이다.대학에서불문학을전공했다.철학도잠깐했고교육과방송미디어쪽에서주요이력이후몇가지사업을했다.생명과섭리,그리고소망,소명에대해서앞으로꾸준히쓰고싶다.”

저자의글나무:일곱날의빛(미스터드림)/https://blog.naver.com/thocthoc

목차

고등어한손_05
초향_53
송이_103
유화_225
주석_332
작가의말_339

출판사 서평

웅혼한품격을선보이는소설.

소설은삼대(3代)여인의구한말에서근대까지약150년의이야기다.또무대는구한말조선과중국,근대한국을종횡으로이동하는서사다.예로3대주인공유화의독백을들어보자.

☞긴급한피난이었다.그렇게떠난피난생활은길위에서약4년.중국이라는대륙을종으로북상했던고등어떠살이가족이었다.거리는바다에인접한상하이에서중국서쪽깊은내륙인충칭(重庆)까지무려1만2천리(약4천7백킬로미터)._「유화」226쪽.

소설은이렇듯피탈의상처들을고스란이감당해야했던여인들의웅혼한여정이야기다.따라서일각의소감처럼전개는박경리의『토지』를연상시킨다.그런조선의어머니와딸들,그녀들의고단한인생사.책을펼치면따라가야하는3대에걸친이야기는물살을가르는시간과공간은잇댄영화속파노라마를보는듯한감동을선사한다.그건무엇보다주인공여인들의강한인상들이한몫한다.예로딸송이를살리기위해이토히로부미와함께조선합병의주역이었던하야시곤스케(はやしんすけ)앞에서고등어회로담판을벌이는장면이나.2대주인공송이가정구를통해펼치는역동적몸짓들은하나같이강렬하고자주적인캐릭터로서읽는이를사로잡는다.3대주인공유화역시전생과피난사를훑으며인동초의여인으로서아려하면서도끈질긴인상을선사한다.소설이다른결의느낌으로개성강한주인공들의이야기『알프스의소녀하이디』를연상케하는이유다.

왜고등어는산으로가야했는가?
고등어는1대주인공‘초향’과봇짐장수의아들인‘원이’와의사랑의계기가된다.‘원이’는고등어를염장해파는어머니가간잡이기때문이다.또이야기흐름내내주인공들은고등어를각별히자신들의처지로빗대고있다.예로본문중고등어요리를두고초향의아버지배문호베드로가했던말을들어보자.

☞“우리는방앳잎처럼세상에거부된자들이오나기실은향기를가진사람들로하늘을사모하는사람들입니다.또이고데이(고등어의경상도청소사투리)가그렇습니다.바다에사는이들이어찌하여산으로올랐습니다.천주여.저희가바로산에오른고등어가맞습니다.또당신께서도베드로에게너희는사람을낚는어부라하셨던그말씀처럼저희가바로물고기이니또이런고데이가아닐수없습니다.”_「고등어한손」36쪽.

또산울림김창완의노래〈어머니와고등어〉에는이런가사가나온다.

☞“한밤중에목이말라냉장고문을열어보니(중략)..어머니는고등어를절여놓고주무시는구나.(중략)나는참바보다.엄마만봐도좋은걸!”

바로고등어는못먹고없이살던시대의대표적인단백질공급원이었다.특히깊은산골에서먹었던간고등어는산야채와더불어그리운어머니의손맛이요고향의향수라하겠다.소설은이렇듯시종고등어와어머니.또는‘어머니와고향!’으로의고등어모녀들의변주곡이다.간단히초향의멋진고등어변주를들어보자.

☞“송이야.엄마는고등어를구울때갸들의고진사연을함께굽지.조림을할때는방아잎으로녀석의소중한기억을싸서올리고.다른아이들도매한가지.사실손님들은그들의이야기를먹는게야.향기를넣어아그들의속살까지배어든각각의바다이야기를먹는게야.향기를넣어아그들의속살까지배어든각각의바다이야기를먹으면서떠올리는거지.”_「송이」124쪽.

끝으로《산으로간고등어》는사라진우리산아의아름다운생태들과고여,그리고사투리를인상적인시적묘사로맛깔스럽게풀어냈다.몇가지본문을예를들어본다.

ㆍ“여어딩교?아즈메,우예산만디(산마루)에구디(구덩이)요?아,우얄꼬!그고운얼굴로우짜껄뱅이(거지)처럼사시려하우?”(67쪽)

ㆍ“아서!와니는그카노?개골창(깊은도랑)도째비멀꺼디(머리카락)서는야심한밤에!내짝지(작대기)라도들고따라나서꼬마!”(71쪽)

ㆍ“으으저!아망시(똥고집)참마티다(고집스럽다)마텨.도시해거름(해질녘)도아니고칠흑에칭계(계단)없는만대이(산정상)까지.그러다방구(바위)에미끄리다다치면어찌하우?
소까지(관솔,송진이많이엉긴소나무가지)나아궁이깔비(솔가리,소나무가지를땔감으로쓰려고묶어놓은것)라도챙기자고암만그캐도!”(72쪽)

ㆍ“말세라!시대가일패의끝에있으니이시국은풍랑이요.아기씨,이바닥도기예를받을자는없어지고권번으로내몰리니세류가혼탁하지요.”(152쪽)

ㆍ“눈이먼하얀세월이가을이면눈앞에서성성일것만같은이곳은바람결에묻어나는어느소년의눅눅한비린내와함께,그의열린앞섶에서나오던허기진인내를맞았던소녀의고즈넉한슬픔이담긴하얀시간의둔덕이다.”(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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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덮고나면여인들의가슴아픈향기와함께잔잔한박동과여운이남는다.그건인간으로서품위를지키며또한믿음을사수하며!자신과가족을지켜낸우리의어머니,또그딸들로이어지는내리사랑과헌신을오롯이느끼기때문이다.《산으로간고등어》는오늘대한민국인(人)을돌아보게하며진지하게사색케할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