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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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4년 4월 16일, 절망적인 그날
‘그날’을 만들어낸 원인과 ‘그날’의 실패에 집중한
부끄럽고 참담한 실패의 기록!
다시 ‘그날’이 돌아왔다.
그동안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에 얼마나 다가갔는가?
그동안 드러난 참사의 진상은 우리 사회를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지향하는 곳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가?

2016년 『세월호, 그날의 기록』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토대를 놓은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기록팀)이 지난 10년 동안 쌓인 질문을 다시 던지며, 진실의 조각들을 모아 분석한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을 내놓았다. 이 책은 특히 2017년 선체 인양 후 이뤄진 선조위와 사참위의 침몰 원인 조사, 특별검사의 수사, 해경지휘부에 대한 검찰 특수단의 수사와 재판기록은 물론 브룩스벨(BrooksBell)과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MARIN) 등 해외 전문기관의 조사와 시험, 대한조선학회의 공식 의견 등 지난 10년 동안 쌓인 모든 자료를 새로운 관점으로 검토·분석했다.
선원들은 세월호를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배”라고 불렀다. 기록팀은 그 이유를 정밀하게 추적해 세월호 침몰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정리했다.
세월호가 오른쪽으로 급선회하면서 왼쪽으로 기울어진 최초의 원인은 무엇이었나? 그 원인은 길이 145.6미터, 높이 14미터, 무게 6,825톤에 달하는 거대한 여객선을 쓰러뜨릴 수 있는 것이었나?
476명이 탄 여객선이 먼바다에서 급격하게 침몰했다면 참사는 불가피한 것이었나?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은 해경이 구조에 실패한 원인을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날 해경지휘부가 무슨 일을 했고 무슨 일을 하지 않았는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이유는 무엇인지 짚으며 가장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할 해경이 가장 무책임하게 행동해 결국 구조에 실패한 과정을 밝혔다. 누가 잘못했는가’라는 질문에서 멈추지 않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을 서술의 중심에 놓는다.
저자

진실의힘세월호기록팀

저자:진실의힘세월호기록팀



김성수

《뉴스타파》기자.10년간세월호탐사취재를이어오며사실에기반한진상을정립하기위해음모론과조사위원회활동을비판적으로검증했다.



박상은

플랫폼C활동가.전세월호특조위조사관,선조위사참위종합보고서작성에참여했다.사회학을공부하며『세월호,우리가묻지못한것』을썼다.



이정일

변호사.선조위사무처장,민변‘세월호참사대응TF’팀장으로활동하며세월호진상규명을위해노력했다.



전치형

KAIST과학기술정책대학원부교수.

선조위사참위종합보고서작성에참여했고,과학기술학의관점에서세월호진상규명과정을연구하고있다.



조용환

변호사,(재)진실의힘이사.『세월호,그날의기록』을기획하고감수했다.



목차

서문
세월호사고관련자관계도|세월호사고관련주요재판|고소고발사건결과|
약칭|용어설명|일러두기|화보
1부그날,101분의기록
2014년4월16일,병풍도해상
1장수학여행
늦은출항|불꽃놀이
2장사고발생
맹골수도|급선회|첫구조요청|청해진해운이맨처음한일|기관부선원,도주시작
3장출동
쏟아지는신고전화|구명조끼|“지금침몰중입니까?”|“나는꿈이있는데!나는!”|움직이지않는선원들
4장해경
헬기와123정|승객들
5장도주와탈출
선장과선원들|지켜만보는123정|소방호스의기적|특공대|“애기,여깄어요”|창문을깨다|침수
6장전복
배에들어오지않는해경|“몰라요,구조해준다는데”|어업지도선,어선,화물차기사
2부“대한민국에서제일위험한배”,어떻게태어났나
1장비극의시작
허위계약서와증선인가|무리한대출
2장부실한선박검사와운항심사
방향부터잘못된증개축|부실한선박검사|한국선급의변명|허울뿐인시험운항과운항관리규정
3장무시된경고신호
누가위험신호를읽어내야했나
부록먹이사슬
실소유자유병언과그일가|청해진해운의행방
3부왜침몰했나
1장4월15일밤,세월호는여전히취약하고위험한배였다
세월호의화물칸|과적은상습적이었다|화물고박불량도상습적이었다|화물은더싣고평형수는빼고|
사고당시세월호의복원성계산|결국복원성이문제였다|열려있는배|출항하지말아야했던배
2장마지막항해
대각도조타가능성(1심판결)|조타계통고장가능성(2심판결)|선조위의솔레노이드밸브조사(2018년)|
좌현방향횡경사와화물이동|네덜란드마린연구소가재구성한세월호의전복|침수와침몰
3장잠수함충돌설
선조위의외력설조사|사참위의잠수함충돌설조사|잠수함충돌설의기각
4장세월호는왜침몰했는가
부록AIS항적을둘러싼의혹과해소과정
AIS|누락구간과급선회시점|선수방향에대한의혹|해경이본“이동중”|세월호의진짜위치는어디였나|
AIS항적의혹의해소
부록세월호CCTV를둘러싼의혹과해소과정
DVR수거와CCTV영상복원|풀리지않는의혹,“언제,왜꺼졌나?”|‘DVR바꿔치기의혹’의전개|
‘CCTV영상파일조작의혹’의전개|의혹의해소
4부왜못구했나
아리아케호|콩코르디아호|그리고세월호
1장승객을버리고도주한선원들
세월호의선원들|승객에대한선원의의무|‘선내대기’방송|선장의도주와선원들의임무|
선장을대신한간부선원들의책임
2장진도VTS의관제실패
변칙근무|흘려버린초기대응시간|늦은상황파악|관제실패의의미|진도VTS의세월호교신
3장상황파악못하는상황실
목포해경상황실|무성의한상황파악|세월호와교신하지않은목포해경상황실|‘깜깜이’출동한구조세력|
어선타고간구조대와특공대|지휘부보고늦춘본청상황실|탈출문의무시한서해청|
통신체계도모르는상황실|본청상황실의안이한인식
4장지휘부의난맥상
‘배로볼수도없는’세월호|선장과선원을찾지않다|‘큰배는쉽게침몰하지않는다’|
현장에가지않은지휘관들|현장보고무시한지휘부|지휘체계없는다단계구조본부|
혼돈에빠진통신체계|‘아수라장’이된본청상황실|책임떠넘기는책임자들|해경이본해경지휘부
5장구조실패
123정의가능성과의문|“어떻게선원인줄몰라요?”|왜가까이가지않았나|정말로승객을못봤을까|
123정은더잘할수없었나|김경일과해경지휘부재판
6장정말구할수있었나
구조세력과시간|승객들은탈출할수있었나
5부다시그날로돌아가서
『세월호,다시쓴그날의기록』이던지는질문과대답|왜그날을다시기록하는가
감사의글『세월호,그날의기록』후기|주

출판사 서평

10년동안쌓인기록을토대로
그날로돌아가서쓴『세월호,다시쓴그날의기록』

『세월호,다시쓴그날의기록』은정상적인배였다면작은소동으로끝났을기계적결함이불과101분만에침몰로이어진과정을분석했다.이와함께선조위와사참위가잠수함충돌설을기각하는대신번번이애매모호한답을내놓은과정을정리하고비판했다.
사참위가실망스러운결론을내놓고끝난2022년,<진실의힘>은기록팀을새롭게구성했다.국가차원의공적조사가진행될수록오히려세월호참사에대한진상규명의열망과의지가흐려지고실망이커지는것을보면서『세월호,그날의기록』을더확장,심화하고지금까지밝혀진내용을제대로정리해서기록으로남겨야한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

2014년4월16일그날,무슨일이있었나?
그자리에있던사람들의증언과기록을통해생생하게재현
『세월호,다시쓴그날의기록』은2014년4월16일8시49분세월호가급격히우회전한순간의조타실상황,승객들을버리고가장먼저도주한기관부선원들의대화,해경경비정을본선원들의행동,학생들의문자대화와동영상내용뿐아니라,그동안제대로알려지지않았던해경의움직임을생생하게담았다.

10시35분,가라앉아버린배에갇혀있을승객을구하는것은안중에도없이홍보에필요한‘멋진’장면을확보하는데에만정신이팔린해경본청경비안전국장과서해청상황담당관의통화내용은무능하고무책임한해경의민낯을드러낸다.

본청:아,그러니까진작좀내려서그림이됐어야되는데지금그게문제란말이에요.못올라가면우리가올라가갖고유도한걸보여줬어야되는데.
서해청:지시는해놨는데아직이행을안하고있는것같습니다.
본청:지금거기승객들은거의다나왔어요?배에서?
서해청:예,그런데지금119에서학생하나가안나왔다고119쪽으로전화가
왔다고했는데지금확인이안되고있습니다.
본청:그러니까그러면대부분다나왔다는얘기에요?선내에는없다는얘기예요?
서해청:예.그전부터계속기울어지면서사람이나와있었기때문에,내부수색은
정확하게안했는데,거의다나온걸로지금확인이되는데,문이안열린다는전화는한번받았다고.(590쪽)

“대한민국에서제일위험한배”의탄생
세월호는4월16일아침무엇을계기로,또어떤조건의연쇄속에서,감당할수없을만큼기울어졌고101분만에가라앉고말았나?2014년4월15일화요일밤,마지막으로인천항을떠날때어떤상태였나?배의무게중심은얼마나높았나?화물과평형수는어떻게실려있었나?배의기관실은어떻게관리했나?세월호는출항해도괜찮은배였나?

청해진해운이18년된낡은선박을일본에서도입하며서류의수치를조작하고,무리하게증개축한과정,운항허가,시험운항,실제운항과4월15일밤출항에이르는모든과정을검토해서,선원들스스로“대한민국에서제일위험한배”라고부를만큼세월호가위험하고취약하게된경위를하나하나짚었다.

증개축내역이바뀔때마다도면을수정하고,신성선박설계가한국선급에서교체도면을재승인받는일이반복됐다.너무“여러번”이었다.…도면승인과정이번거로워지자청해진해운은“승인이되지않은도면”으로증개축을진행해버렸다.(224-225쪽)

증개축과복원성계산서승인후에도운항관리규정승인,운항할때마다해야하는복원성계산,화물량확인,고박상태검사등위험한배가사고를일으키지않도록막을수있는기회는여러번있었다.하지만운항관리규정승인과정은해경을접대하는자리로변질되고,화물량과고박상태검사,복원성계산은배바깥에서육안으로대충흘수선만확인하는것으로무력화됐다.결국청해진해운이이익을내기위해화물을과적하고그대신평형수를빼내는방식으로운항하는것을잡아낼수없었다.

세월호가4월15일에출항하기까지있었던일은승객의생명을걸고하는모래뺏기놀이와같았다.한사람씩돌아가면서모래더미가운데꽂아놓은막대기가쓰러지지않을정도로야금야금모래를자기쪽으로빼내는놀이였다.청해진해운과하청업체들,한국선급,한국해운조합과운항관리자,선장과선원,해경등은승객수백명이타는배를가운데올려두고주위의모래를빼내듯이배를변형시키고,과도하게화물을싣고,서류를꾸미고,규제를무력화했다.…위험한놀이를끝낼위치에있는사람도있었지만그렇게하지않았다.결국놀이는막대기가쓰러질때까지계속됐다.(788쪽)


세월호는왜침몰했나?
세월호가오른쪽으로급격히선회하면서왼쪽으로기울어진직접원인은기계적결함이었다.하지만그것을침몰원인이라고할수는없다는것이기록팀의평가다.정상적인배였다면,솔레노이드밸브고착은배가약간기울어진채크게원을그리며선회하는정도의소동으로끝날일이었다.하지만제힘으로는물위에떠있지도못하는“배아닌배”는작은고장의충격을견디지못하고오른쪽으로빠르게선회하면서왼쪽으로과도하게기울어졌고,부실하게고박한화물들이함께쏠리면서복원성을상실하고말았다.세월호가101분만에빠르게침몰한중요한이유중하나는“열려있는배”였다는점이다.수밀문과맨홀을열어놓은채운항하던선원들이그상태로방치하고빠져나간것이빠른침몰의원인이자“304명의생사를가른결정적순간중하나”였다.

『세월호,다시쓴그날의기록』은세월호침몰의책임을4월16일아침에고착된솔레노이드밸브에물을것이아니라고강조한다.일본에서들여온배를결국그런상태가되도록만들고4월15일밤지극히위험한상태에서출항시킨후수밀구획을열어두는등관행적으로선체를관리한조직과제도에더큰책임이있다는뜻이다.

‘잠수함충돌설’,근거가있나?
“열린안”또는“외력설”이라고도불린,미상의수중물체가세월호에충돌해서배를쓰러뜨리고사라졌다는이주장은근거가있는것이었나?『세월호,다시쓴그날의기록』은결국잠수함충돌을의미하는이주장이과연믿을만한것이었는지,객관적증거와사실에기초한의혹이었는지하나하나따져물은다음,잠수함충돌설은검증을통과하지못했다고강조한다.
세월호를전복시킬만한큰힘을가하면서도세월호외판이나핀안정기를크게망가뜨리지는않는잠수함,세월호를우현으로빠르게회전시키는동시에좌현으로빠르게기울게만드는잠수함,오래누적된복원성문제를가려버릴만큼명확한충돌의증거를남긴잠수함은현실에존재하지않았다.…세월호를침몰시킨잠수함은오직상상의세계에서존재했을뿐컴퓨터가가상(假想)으로만들어낼수조차없는모순덩어리였다.(402쪽)

잠수함충돌설을굳게믿는이들은그믿음에부합하는결과가나올때까지‘기우제식’조사를하며공식조사위원회의자원과인력과시간을과도하게투입했다.그렇게까지했음에도잠수함충돌의근거를찾지못했다면,사참위는잠수함충돌설을기각해야했다.『세월호,다시쓴그날의기록』은수백만시민의염원이담긴세월호참사진상규명의책임을맡은조사위원회가추구한진상혹은진실이과연무엇이었는지묻는다.

『세월호,다시쓴그날의기록』은잠수함충돌설외에도AIS조작설,세월호CCTV등항해기록조작설,123정에옮겨탄세월호기관장박기호가‘관청사람’의전화를받았다는주장,2014년4월17일해경이세월호선장이준석을집에데려가서재우게된경위등음모론의확산과연결된각종의혹들이어떻게제기됐고,진상은무엇인지도정리했다.

‘구조실패’분석의결정판!
세월호가침몰할수밖에없는배였다면그배에탄승객들의운명도사고당시결정되었나?참사는불가피한결과였나?『세월호,다시쓴그날의기록』은세월호가예상보다빨리침몰한것은사실이지만승객들이배와함께희생돼야할이유는없었다고답한다.
2016년에는알수없었던해경지휘부의움직임을새로운관점에서분석하고평가한것은이책의중요한성과다.기록팀은상황을파악하지못한해경의각급상황실과지휘부의무능과무책임,해경조직의구조적문제점을지적한해경구성원들의증언을통해“그날해경의실패는조직적,체계적이었다”고강조한다.

상식적으로도생각할수있는“기본중의기본”을이행하지않은것이참사로이어진결정적고리였다.선장과선원을찾지않았으니침몰이임박한세월호상황을파악하지못했고,승객을대피시켜야한다는데생각이미치지못했다.123정과해경지휘부가바로그“기본중의기본”을이행하지못한원인을찾아내는것이야말로진상규명의가장중요한과제가돼야했다.(605쪽)

선장과선원을찾지않은해경지휘부
해경지휘부가저지른가장결정적인잘못은선장과선원을찾지않은것이었다.흔히선장과선원들이‘도주’한것을참사의핵심원인으로꼽지만선장과선원은하늘로솟거나바다로사라진것이아니었다.선장과선원은현장지휘함인123정으로옮겨탔을뿐이고,해경의손바닥안에있었다.결국그들을도주하게만들어준것은해경이었다.

‘큰배는쉽게침몰하지않는다’는선입견에빠져안이한태도로일관하며선장과선원을찾지않고,급박한침몰위험을경고하는현장정보를제대로파악하거나분석하지않았다.상황실은상황을파악하지못했고,지휘부는무능하고무책임했다.통신체계는혼돈에빠지고상황실은‘아수라장’이되어지휘보고체계가마비됐다.어렵게복원해드러난해경통신체계의혼란상은눈으로보면서도차마믿기어려울정도였다.

『세월호,다시쓴그날의기록』은본청,서해청,목포해경지휘부가운데코스넷대화방을제눈으로본사람이하나라도있는지의문을제기한다.본청지휘부의지시가123정을비롯한현장구조세력에게과연전달되는지,보고는제대로올라오는지,털끝만큼이라도궁금해한지휘관이있었다면그런일은일어날수없었을것이라고보기때문이다.그날해경의지휘보고체계는완벽한실패로끝났으며,그러한난맥상이세월호사고를참사로이끈핵심원인이라고평가했다.

123정은더잘할수없었나
123정장김경일은세월호선체에도,바다위에도사람이하나도없는것을이상하게생각하며헬기와도통신해서상황을파악하려고했다.그런그가본청상황실과통화하고목포해경상황실로부터목포서장의지시를전달받은다음부터이해할수없을정도로소극적인태도로돌변했다.그이유를찾는것이진상규명의핵심과제가돼야했지만아무도관심을갖지않았다.

해경지휘부는해야할일은하지않으면서사진과영상송출및보고요구를집요하게되풀이했고,123정장김경일의관심과주의를흩뜨리고시간과노력을빼앗았다.

승객을구조하는데훨씬유리했던초기시간에당장영상과사진을촬영해보내라는지시가쏟아진것이다.…김경일은계속해서사진을찍고,전화를받고,인터넷에접속해송신하고,TRS로보고했다.지시를받은시간과지시를이행한시간을빼면독자적으로판단하고행동할시간은거의없을정도였다.지휘부의잘못된지시는김경일의역량을크게잠식했을것으로보인다.(744-745쪽)

해야할일을하지않아면죄부받은해경지휘부
기록팀은해경지휘부에대한검찰수사와재판의문제점도짚었다.해경지휘부에대해법원이제시한면책근거,즉세월호가선체결함,고박불량,과적,수밀문개방등의문제로급격하게침몰한사실과,선장과선원들이도주한사실을어떻게이해하고설명해야했는가라는묵직한질문을던진다.검찰이이문제를정면으로해결하지않은채회피한것은재판결과를넘어더욱중요한문제를드러낸다고지적한다.

해경지휘부는제일먼저,어떻게든,무조건선장과선원을찾아야했다.선장과선원은현장지휘함인123정에있었다.해경이그들을도주하게만들었다.그들을찾지않았기때문이다.선장과선원을찾았다면,도주를막을수있었고,침몰이임박했다는사실도알수있었다.검찰이이문제에정면으로맞닥뜨리지않은것은단지소송기술적인선택이아니라‘진실’에대한근본적태도와관련됐을수도있어보인다.있는사실을부정하고외면하면서‘진상’을‘규명’한다는것은모순이다.있는사실을있는그대로인정한다음,의미를제대로이해하는것이진상규명이다.책임을묻는것은다음문제다.원칙에서벗어나처벌하려는뜻만앞세우다보니해경지휘부의결정적과실을뒷받침할수도있는사실들을면책사유로만들어주었다.(762쪽)

기록팀은형사처벌을‘진상규명’의목표로삼은듯한우리사회의분위기에도문제를제기한다.…수사와재판을통한진상규명을추진하면범죄를구성하지않는,더넓은범위의사회적진실을보지못하게되고,‘범죄사실’을직접증명하는데도움이되지않아보이는부분을조사하는데소홀하게된다.

유죄판결을받는다고하더라도반드시진상을규명했다고할수는없는반면유죄판결을받지못하면아무런잘못도없는것같은착시현상이확산될수있다.더큰잘못을저지른,더나쁜사람을찾아형사처벌하는것을목표로삼아10년간싸워왔지만해경지휘부가전원무죄를받은지금우리사회가무겁게돌아보아야할문제제기다.

법원이해경지휘부를무죄로판결했다고해서그들의무능과무책임이지워질수있는것은아니다.이책은검찰의수사와법원의판단이가진핵심문제를지적한다.지휘부는누구인가,왜존재하는가에대한성찰이다.세월호사고를넘어우리사회전체가성찰해야할문제다

해경지휘부에대한공소장과판결문이안고있는가장근본적인문제는지휘관이누구인가,왜존재하는가에대한성찰이없다는점이다.판결문에따르면해경지휘부는있을필요가없는사람들이다.보고는득달같이요구하지만,현장에서보내오거나하급자들이전달해준보고는그저듣기만할뿐이다.적극적으로,비판적으로평가하고행동할능력은없다.불확실하거나잘못된정보를보내오면의문을제기하거나확인하는대신그냥‘오인’해버린다.지휘체계의근간인코스넷대화방과TRS가작동하지않고‘중구난방’이돼,상황실이‘아수라장’이돼도그저지켜볼뿐바로잡지않는다.현장에서할일을하지않아도그냥두고본다.어떠한목표도,지침도제시하지않는다.…그런역할을하지않은것이해경지휘부의과실인데,법원은그런역할을하지않았다는이유로면죄부를주었다.이렇게되면지휘부는위기상황에서아무것도할필요가없다.하지않을수록안전하다.(763쪽)

탈출하려는승객들의발목을잡은선내대기방송의족쇄에서그들을풀어줄수있는약간의자극이면충분했다.해경이배에올라질서있게승객을대피시켰으면더바랄나위가없었겠지만,그것이두려웠다면그저세월호에다가가123정에달린대공마이크로“승객들은빨리밖으로나와대피하라”고방송하며독려하기만하면되는일이었다.
바다로나오기만했다면,위험을무릅쓰고달려들어승객을구하려는어선들과어업지도선들이있었고,그뒤에는대형상선들이있었다.바다는잔잔했고,날씨도좋았다.수온도아주차갑지않아서,구명복을입고바닷물에떠있기만해도세시간정도는충분히버틸수있었다.그런데도참사로이어진이유는무엇인가?

현장에있는123정의독자적판단과활동을방해하며일을제대로할수없는조건을계속만들어내다가결국참담한실패를불러일으키고는온갖변명을늘어놓으며아래위로책임만전가하는해경지휘부를가진것이비극이었다.(783쪽)

4월16일,가장절망적인그날의기록,왜읽어야하는가?
이고통의기록을정면으로통과하지않고서우리는그어디로도갈수없다.참사의기억은미래로향하는우리의발목을잡는것이아니라현실에순응하려는우리의고개를붙잡아세운다.이책이2016년에기록했고2024년에새로기록하고있듯이,세월호참사는규정을지키지않고,관행을멈추지않고,임무를다하지않은이들,자신이누구인지도모르는이들이만들어냈다.우리가이기록과기억에서도망치려할때,하던대로하고살던대로살려할때,한국사회는2014년4월15일세월호가출항했던그밤의상태로되돌아갈수밖에없다.참사를불러온사회구조를재생산하는것은그렇게쉬운일이다.한국사회는세월호의기록과기억을붙들고서만앞으로나아갈수있다.(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