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시설을 나서다 - 공존을 위한 탈시설 이야기
Description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사는
'시설 너머 세계'에서 띄우는 초대장
‘장애인은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는 통념에 도전하다

시설 역사부터 정책 대안까지,
지극히 ‘현실적’인 탈시설 입문서

‘장애인이 시설을 나와 동네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잘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 이런 사회를 지향하는 ‘탈시설’이라는 말이 낯설기만 한 것은 우리가 시설을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존재로 인식해서다. ‘혼자 살 능력이 없는 장애인은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수많은 장애인이 시설에 머무는 현실을 정당화하는 논리이자 우리 사회 전반에 통용되는 상식이다. 시설에서 발생한 학대와 인권침해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지만 ‘시설 말고 대안이 없지 않냐’는 인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장애, 시설을 나서다』는 이런 우리의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장애인탈시설운동가와 학자로 구성된 저자들은 시설의 기원과 역사·특징 등에 대한 연구, 이미 탈시설로 나아간 외국 사례, 탈시설에 품는 의문과 그에 대한 반론, 탈시설에 필요한 정책 대안 등 탈시설 담론 전반을 두루 다룬다. 자기 삶과 존재로 탈시설이 왜 필요한지를 증명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이를 통해 탈시설이 그저 이상적인 주장이 아니라 오래전에 시작돼 대안과 성과까지 나온 ‘현실적’인 이야기임을 입증한다. 그런 점에서 『장애, 시설을 나서다』는 탈시설 당사자와 활동가들이 이미 만들어온 미래, ‘시설 너머 세계의 소식’을 섬세하게 포착한 기록이다. 탈시설 당사자들의 과거와 현재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유승하 만화가, 황인혜 작가의 그림(8컷)은 시설의 실상과 탈시설 이후의 삶을 시각적으로도 잘 전달한다.
저자들이 설명하는 탈시설의 필요성은 장애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동, 노숙인, 정신질환자, 노인처럼 언제든 시설에 보내질 수 있는 이들이 한국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이미 진입해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취약한 존재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 하는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장애, 시설을 나서다』는 이 질문에 대한 힌트와 해답을 제시하며 “다양한 몸이 어우러져 서로의 취약성을 보듬고 돌보는 세계”(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의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

김남희,김유미,김정하,변재원,이주언,조아라,최태현,최한별

저자:김남희
제22대국회의원.변호사,공익활동가로활동하다국회의원이돼보건복지위원회소속으로일하고있다.복지,인권,돌봄문제에관심이많다.

저자:김유미
노들장애인야학교사.탈시설한이들의목소리를곁에서들으며,틈틈이기록하고있다.

저자: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활동가,사회복지법인프리웰대표이사.가난이나장애때문에시설로가는사람이없는탈시설사회를만들기위해활동한다.

저자:변재원
지체장애인,인권활동가,소수자정책연구자.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예술경영을,서울대학교행정대학원에서행정학을공부했다.어학점수,인턴,취업준비에매진하며대한민국의평범한청년으로살아왔으나학위논문을쓰다가운명처럼장애운동을만나버렸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정책국장을맡아처음에는얼떨떨했지만거침없고멋진동료들을많이만나연대와투쟁의가치를알게되었다.민주화운동세대활동가들속에서MZ세대의SNS활용법과갈고닦은정책분석능력을발휘해이름을날리는활동가가되었다.스스로소시민인줄만알았으나어느새길바닥농성장을익숙하게누비는데모꾼이된자신의모습에매일놀랐다.그경험을바탕으로많은글을써왔다.팬데믹과불평등을고찰한『우리의상처가미래를바꿀수있을까』를함께지었고경향신문과비마이너등에장애인,소수자문제를다루는칼럼을연재한다.장애인의존엄과평등을보장하는사회를만들기위해오늘도고민하고있다.

저자:이주언
공익법단체두루소속변호사,공익법활동가.누구도배제되지않는세상을꿈꾸며부산에서활동하고있다.

저자: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상근활동가.세계최초의탈시설당사자조직체인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간사로도활동했다.

저자:최태현
2013년부터서울대학교행정대학원에서학생들을가르치며정책결정과공공성,행정윤리등의분야를연구하고있다.2024년에는“분열의시대,다양성과포용이희망이다”라는주제로개최된‘경향포럼’의강연자로힐러리클린턴,캐시박홍등과함께대중앞에서기도했다.
‘타인을생각하는마음’에대한책을썼지만여전히타인을모르겠다고고백한다.기어코타인을이해하기위해몸부림치다가도그런의지가때로는어떤선을넘을지도모르기에주저하고망설이기를반복한다.모든아픔의무게는다르지않다고여기지만공적슬픔을남긴기억에마음이조금더기운다.이책을쓰던가운데문득“나의이야기가타인이욕망할만한가?”라는질문을던지고‘서사없음’의서사라는역설에다다랐다.
좋은사람들이일으킨삶의미세한기욺에서운명과진실을읽어내기,오후햇살드는연구실에앉아멍하니있기,합창,밀크티,〈반지의제왕〉의프로도배긴스,〈스파이패밀리〉의아냐포저등을좋아한다.
《모두를위한사회연구》(2021),《절망하는이들을위한민주주의》(2023)등을썼다.

저자:최한별
한국장애포럼활동가.국제연대로한국과해외의장애인활동가를연결해더강하고외롭지않은투쟁이가능하길바라며활동하고있다.

그림:유승하
만화가.『엄마냄새참좋다』『날마다도서관을상상해』를펴냈고,『십시일反』『사이시옷』『어깨동무』『섬과섬을잇다』『내가살던용산』『떠날수없는사람들』등에참여했다.

그림:황인혜

목차

이야기를시작하며

첫번째목소리:조상지
그들에게도목소리가있다
조상지가말하는법
장애가있는아이,조상지
열다섯에들어간요양원
조상지의어머니,이해옥
지역사회로

01_시설은어떤공간인가
시설은무엇인가
시설의종류
시설의특징과시설화
시설적문화
시설은어떻게형성됐는가
시설의기원과현재
시설의성장:국가,시설,지역사회간침묵의카르텔
시설의구조
자체질서를생성하는폐쇄적공간
사회복지법인시설의운영구조
시설의확대재생산유인구조
시설속직원들

02_시설에대한국가의책임을묻다
국가,시설사회의또다른주체
시설의정당화
국가,지원하되책임지지않는
시설유지의참혹한대가
시설정책과시설의지속성

두번째목소리:박만순
49년만에다시만난세계
시설에서의일상
그저두려웠던말,탈시설
탈시설과큰웃음
자기삶의지도를그리다

03_탈시설로먼저나아간국가들
그들은왜탈시설을선택했는가
캐나다:인정,사과,배상
뉴질랜드:철저한조사
미국:소송에서입법으로
스웨덴:우생학적국가에서선도적탈시설국가로
30년전에도발견된사실:탈시설의효과
국제규범의등장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긴급상황을포함한탈시설가이드라인

세번째목소리:우리잘살고있어요!
말하고,표현하고,살아가고
노래방과뒷머리뽕

04_탈시설을둘러싼우려에답하다
탈시설을위한변론
당사자가정말원하나요?
법률에담긴자기결정권
시설선택도자기결정권행사인가요?
장애인이니까자립역량을조사하겠다고요?
탈시설,정말원하는지어떻게알수있나요?
반대하는가족들도있던데요?
가족들이정말원하는것
탈시설은탈가족돌봄
시설밖은위험하지않나요?
박현활동가의삶
어디가덜위험할까요?
장소의문제일까요,관계의문제일까요?
시설에서일하던사람들일자리는요?
탈시설,정말괜찮은거예요?
예산이많이든다는데,가능한가요?
함께어울려살수있을까요?

05_탈시설정책은어디까지왔나
존엄의실현을위한탈시설
탈시설과주거권
탈시설을위한선결과제,주거
탈시설정책의주거전제:주거우선housingfirst
탈시설이후주거마련:지원주택과자립정착금
탈시설과소득보장
탈시설과연금
탈시설과노동
탈시설과활동지원
활동지원정책
'대신결정'이아닌'결정지원'으로
탈시설과자립생활:궁극적목표
자립을향한과제들

마지막목소리:활동가들이띄우는초대장
탈시설이라는가능성
시설거주인들의인권
그들에게도기회를
그들이가져온변화들
더큰변화를상상하며
시설이우리의무덤이아니길
여기가家:비용을넘어
함께상상하는내일

주석
탈시설운동연대표

출판사 서평

시설,자율성을박탈하는공간

시설이무엇인지한마디로정의하기는어렵다.장애인,노인,아동,노숙인등수용대상이다양하고,같은장애인시설도목적,규모,운영방식이제각기다르다.그럼에도모든시설을아우르는핵심적인요소가있다.개인의자율성을보장하지않는다는점이다.
시설에머무는이들은시설장과직원의‘관리’아래놓인다.정해진시간에일어나정해진시간에밥을먹고다시정해진시간에잠자는생활이반복된다.사소한일조차자유롭게할수없다.“내가사랑하는사람을데려올때마다시설에허락을받아야하고,그사람과동침하거나,결혼하거나,아이를가지려고해도시설안에서임의로가능한것이없다.”(196쪽)이렇게장애인들은시설에서스스로일상을꾸릴권한을박탈당한다.
요양원에서어린시절을보낸뇌병변장애인조상지의말이이를입증한다.시설에서는생각을하면괴로웠기에생각을멈추는것이곧시설에‘적응’하는일이었다고,그는말한다.

“시설에서는생각할필요가없어요.고민할일도없어요.시설에서정해준것만하면되니까요.먹고싶은걸생각할필요도없었어요.어차피시설에서는먹을수없으니까요.…생각을하면내가괴로우니까점점생각을안하게됐어요.그게적응아닐까요.내가할수있는게없으니까생각하지않으려고하는거.어차피나는시설에서죽을때까지살아야한다는걸받아들이고포기한게시설에적응하는일이었던것같아요.”(36~37쪽)

이런현실은‘장애인은자립할수없는존재기때문에시설에가야한다’는우리의인식을뒤집는다.“장애를지닌이가반드시불능/무력하기때문에시설에들어가는것이아니라,아무것도할수없는시설에들어갔기때문에불능화/무력화”(59쪽)된다는것이다.이렇게무력해진장애인들은쉽게‘통제’라는명목으로자행되는폭력과학대의대상이된다.같은방에서거주하는사람수를줄이고,활동프로그램을개선하는것으로는해결할수없는문제다.
따라서시설문제는학대와인권침해가발생한일부시설만의문제가아니라“통제와강요,차별과폭력이생래적으로발생할수밖에없는시설”(151쪽)자체의문제라고이책은주장한다.나아가시설문제를해결하려면장애인이시설을벗어나지역사회에서비장애인과함께살아가야한다고역설한다.

탈시설로먼저나아간나라들이입증한것

저자들은이미그길을선택한외국사례를통해소위선진국시설도인권을보장하지않았음을보여준다.1,400명규모건물에3,000명에달하는발달장애인이과밀수용되고바닥닦기등의강제노동때문에거주인의손과무릎에거대한궤양이생겼던휴로니아(캐나다),아동과청소년을상대로신체구금을비롯한각종신체적·성적학대를저지르고약물오남용등을자행한레이크앨리스정신병원(뉴질랜드),거주인의뼈가부러져도치료하지않은채방치하고방에사람들을모아둔채호스로물을뿌리는일로목욕을대신한펜허스트주립학교(미국)가대표적이다.
하지만시설의학대와인권침해를목격한뒤,캐나다·뉴질랜드·미국등은우여곡절을겪으면서도시설을없애는방향으로나아갔다.그후여러학자들은탈시설이미치는영향을연구해시설에서사는것보다지역사회에서사는것이당사자는물론이고사회전체에도좋다는사실을밝혀냈다.일례로제임스콘로이박사가펜허스트시설에살다가지역사회로나온사람1,154명을대상으로연구한결과이들의자립성이증대했고,삶의만족도가높다고말한사람이두배로늘었다.그밖에도다양한탈시설관련연구가대형시설·소규모시설·지역사회중‘지역사회에서의삶이가장좋은삶의형태임이명확하다’는사실을입증하고있다.

탈시설을둘러싼우려와반론

탈시설로나아간여러나라의사례와탈시설의긍정적효과를보여주는연구들이이미있지만,탈시설을둘러싼우려가분명히존재한다.당사자가정말시설을나가고싶어하는지,시설직원들의일자리를어떻게해야하는지,늘어나는예산을감당할수있는지등등탈시설의가능성과현실성을놓고여러우려가제기된다.『장애,시설을나서다』는이런의문들에도답을제시한다.두가지만살펴보자.
첫번째는‘정말장애인이지역사회에서잘살수있는가’하는질문이다.이우려는장애인당사자와지역사회양측면에서제기된다.
우선장애인당사자가시설을나와범죄피해자가되는등의위험에처할가능성이다.돌보는사람이장애인을학대하면오히려단둘이있는집이시설보다위험할지모른다고우려하는이들도있다.
그러나저자들은질문의방향을돌려장애인에게어디가더안전한지묻는대신어떻게장애인에게안전한공간을만들수있는지를물어야하며,그해답은“관계”에있다고말한다.“안전은장소의변화가아니라관계의강화를통해확보해나갈수있다.”(196쪽)가족과친구가어떤장애인을자주방문하고그의일상과건강에관심을보이면,그사실을주위사람도알면누구도그를함부로대하기어렵다는뜻이다.
그런데관계의강화라는측면에서장애인거주시설은개인주택보다불리한점이많다.장애인시설이대개도심외곽에있어사람들이왕래하기어렵고,시설이도심에있어도방문객을개인적으로만날공간이마땅치않거나외부사람이방문하려면관리자의허락을받아야한다.
단,실제로는탈시설에성공한장애인도사회적관계를충분히맺지못하는경우가많아반드시지역사회가시설보다안전하다고말할수는없다.따라서지역사회내장애인이여러지역사회구성원과관계를맺을수있는방법을고민해야한다.탈시설은단지삶의공간을지역사회로옮기는일이아니라“삶의관계가지역사회에서맺어져그사회의일원으로살아가는일”(226쪽)이기때문이다.
장애인이위험할수있다는걱정과반대로장애인이자신과타인에게해가되는도전적행동을해지역사회의안전을해칠수있다는주장도있다.하지만앞서소개한제임스콘로이의연구가도전적행동이심한최중증발달장애인도지역사회로나온뒤에별문제없이살아왔음을보여준다.대구시립희망원의장애인거주시설에서나온발달장애인을대상으로한연구,향유의집에서장애인지원주택으로이전한이들을대상으로한연구도이런주장이과장됐음을보여준다.
사실은도전적행동이심한장애인을시설로보낼때더큰문제가생기거나아예보내는일자체가불가능할수있다.

도전적행동이아주심한장애인은오히려시설에서지내기가더어렵거나시설이아예받아주지않는다는사실이다.정해진규칙과통제아래여러사람과같은공간에서살아가야하는환경자체가스트레스를가중하기때문에발달장애인의도전적행동을더욱부추길수있는것이다.그리고시설운영자들은시설입소계약을할때도전적행동때문에다른거주인이나직원에게피해를주면퇴소시킬수있다는조건을두거나입소를아예거부하기도한다.(237쪽)

장애인가족들이탈시설에반대하지않냐는우려도자주나온다.가족에게무거운짐을지운다며탈시설에반대하는가족들이실제로있고,현실에서종종일어나는일이다.하지만가족에게정말중요한것은시설이냐탈시설이냐가아니라장애인당사자의행복이며,탈시설도이를위한하나의수단이라고저자들은주장한다.
물론여기에는분명한전제가있다.탈시설이가족에게만감당하기어려운부담을지우지않도록국가가탈시설이후받을수있는지원서비스등다양한정보를제공하고,함께장애인을돌보는‘사회화된돌봄’으로나아가야한다는것이다.이제껏시설정책의주요행위자였음에도책임지지않았던국가가제역할을할때,비로소장애인과그가족모두가지역에서행복하게잘사는사회를만들수있다.

국가,장애인의권리를보장하는주체로

한국의장애인정책이시설중심으로흘러간데는국가책임이크다.시설에대한국가의태도를‘지원하되책임지지않는’이라는말로요약할수있다.
민간조직인시설이사회복지서비스를전달하고,국가가보조금을지급하는구조에서국가의역할은지원과관리·감독에국한된다.하지만상속세·증여세면세,수익사업에대한법인세감면,시설운영비·인건비지원등의지원은잘작동하는반면관리·감독은좀처럼작동하지않았다.그사이많은시설에서학대와폭력이발생했다.
『장애,시설을나서다』는이제라도장애인들이인간다운삶을살수있도록국가가제역할을다하라고요구하며,탈시설을위한정책대안을제시한다.주거지원서비스와주거공간을동시에제공하는장애인지원주택을비롯한공공임대주택확충,장애인들이소득을창출하면서직장내에서타인과관계를맺을수있는일자리보장,발달장애인의필요를제대로고려하지않는활동지원서비스개선등등주거,소득,활동지원세측면에서필요한정책을구체적으로제안한다.
또한이런정책이실현가능한것임을예산분석을통해보여준다.흔히탈시설에엄청난돈이든다고생각하지만,탈시설예산의대부분을차지하는연금과활동지원서비스에드는돈은엄밀히따지면순수한탈시설예산이아니다.연금은장애인뿐만아니라일정한소득기준에못미치는모든국민이받는다는점,활동지원서비스예산은장애인당사자가아니라장애인의활동을지원하는사회복지노동자에게지급되는임금이라는점에서그렇다.탈시설을하면장애인거주시설에투입하는예산이줄어든다는사실도감안해야한다.
한연구는현재시설에거주하는장애인28,000여명이한번에탈시설할경우추가로필요한순증예산을약3,746억원으로추정한다.2024년국가예산총지출규모657조원의0.06%에도못미치는수치다.이예산을정부가세운장애인탈시설로드맵에따라20년간나눠서집행하기때문에예산부담이크지않다고저자들은주장한다.이렇게『장애,시설을나서다』는탈시설이단지당위적인주장이아니라지금여기에서가능한현실적인대안임을증명한다.

탈시설의강력한증거,당사자의목소리

이책은지역사회로나온뒤에야온전한자기자신으로살아가는탈시설당사자들의목소리도담고있다.이들의목소리는그자체로탈시설이왜필요한지에대한강력한증거다.
박만순씨이야기는‘당사자가싫다는데억지로내보낼수는없지않냐’는논리가왜잘못됐는지보여준다.49년을인강원에서보낸그는‘자립’이라는말만나와도화를내며‘인강원에서살겠다’고말했지만,지금은‘인강원에다시들어와요’라는말에손사레치며‘자립주택에있는내방이제일좋다’고말한다.시설에남겠다는말은시설이좋다는말이아니라이미사회에서너무오랫동안고립되고단절돼왔다는말,그래서시설밖이두렵다는말이었다.시설밖을경험할기회를얻은뒤에야박만순씨는자신이정말원하던것,시설에서누릴수없던자유를찾을수있었다.
김미영(가명)씨의‘뒷머리뽕’은‘그래도시설이낫다’는주장에대한반증이다.장애때문에오랜시간누워지내야하는그는높은수준의의료서비스와일상생활지원을받아야했지만,직원한명이여러사람을지원하는시설에서그런지원은불가능했다.추운날이면감기에걸릴수있다는이유로여행과외출도할수없었다.시설을나온뒤에야김미영씨는자유롭게다른동네로산책하러다닐수있었고,과거보다사회활동시간이늘어나자자연스럽게‘뒷머리뽕’이살아났다.“시설거주인집단속의일부였던김미영이지역사회시민이라는지위를취득하자일어난변화다.”(186쪽)
문석영씨는‘장애인이시설을나와서제대로못살면어떡하냐’는말에대한‘비장애인도다잘사는건아니지않냐’고반문한다.또한,시설밖에서제대로살지못한다해도,그것이장애인이시설에만머무를이유가될수없다고강조한다.

“우리가무엇을할수있는지는직접해보기전까지아무도알수없어요.그러니우리가시설에서나와살수있도록지원해주세요.어떤사람들은우리가탈시설해서못살면어떡하냐고합니다.그런데비장애인도다잘사는건아니잖아요.우리도지역에서살아갈힘을기를수있는사람입니다.시설에서나와사는것이힘들고지쳐도,다시는시설로돌아가고싶지않습니다.”(290쪽)

장애인,‘실패할권리’가있는동료시민

『장애,시설을나서다』는“장애가있어서,능력이부족해서당신을시설에수용한다는그동안의말은사실배려가아니라배제”(294쪽)임을폭로하는고발장이자“장애인에게도위험과실패를허용하는세계로당신과함께건너가고싶다는바람이담긴,근사한초대장”(장일호,『슬픔의방문』저자)이다.
장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