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영화사 (호러영화의 여명기: 1895-1959)

호러영화사 (호러영화의 여명기: 1895-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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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필립 루이에는 『고어 영화: 피의 미학』에서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데에는 많은 변명이 필요하다”라고 쓴 한 학생의 리포트를 소개하고 있다. 이제 세월이 지났고 편견의 장막 역시 많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호러영화를 당당하게 밝히고 있으며, 제임스 완 같은 호러영화의 장인은 호러영화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동시에 작업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호러영화를 좋아하는 것과 호러 장르 자체를 좋아하는 것에는 여전히 어떤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사실 호러영화라는 장르는 영화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밝은 빛 속에 있어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은 이 장르에서 언제나 죽음과 살인 그리고 온갖 추악한 것들을 느끼곤 한다. 특히 호러영화를 많이 접하지 않을수록 더 그런 태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호러영화는 늘 죽음과 함께 하니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호러영화가 이러한 부정적인 죽음을 다룬다고 해서 사악한 것을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숱한 호러영화는 사회를 침몰시키려는 부정적인 요소에 대한 극단적인 거부를 포함하기도 하며, 또 때로는 번드르르한 겉과 달리 속으로는 썩어 문드러져 가는 사회의 속살을 고발하는 데 앞장서기도 한다. 호러 장르는 보수적인 사회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면서도 다르게는 사회의 급진적인 변혁을 요청하기도 한다. 호러영화를 본다는 것은 이러한 것들을 찾아내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게다가 호러영화는 사회의 변화라는 자못 진지한 요소를 철 지나고 우스꽝스러운 방식으로 다루기도 한다. 여기서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기분을 느끼는 건 호러영화를 즐겨보는 이들이 지닌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영화의 역사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고 때로는 지그재그로 아무렇게나 흘러가는 듯한 변화의 역사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진화를 한 문장으로 규정한 멋들어진 말을 살짝 빌리자면, 영화의 역사 또한 진보가 아닌 다양성의 증대라고 할 수 있다. “호러영화사”는 영화 역사에서 가장 하찮은 취급을 받아왔던 호러영화를 다룬다. 호러영화는 제작비가 커질수록 간섭이 심해지는 영화 제작 환경에서 극소수를 제외하곤 아주 저렴한 제작비로 만들어 낸 영화지만, 영화의 역사 내내 상업적 규칙을 가장 철저히 지킨 영화 장르이기도 하다. 호러영화는 극히 예외적인 작품을 제외하면,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처럼 강렬한 흥행에 대한 욕망은 당대의 상상력을 뛰어넘은 정말로 놀라운 이야기로 등장하기도 한다. 상상력의 한계가 없다는 점에서 호러영화는 SF 영화마저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 도달한 영화 장르이기도 하다. “호러영화사”는 바로 이처럼 표현의 한계가 있는 고전기 영화사에서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호러영화의 저 다양한 종횡무진을 다루고 있다. 수많은 이에게 저급하고 저열한 영화 장르로 취급되곤 하지만, 영화의 역사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듯이 호러영화만큼 다양하고 놀라운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영화 장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 그대로 남보다 더 뛰어나고 놀라운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 그 자체를 “호러영화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자

김정곤

영상예술인영화에서특히관객의흥미를끄는장르영화를연구하고있으며그가운데비평에서소외됐거나영화역사의창고속에서먼지만뒤집어쓴채사라져가는작품을찾아내그가치를밝히고이를알리는작업을하고있다.이와함께고전문학을현대적형식으로변형한장르문학을준비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는글

1.호러영화의여명기

-호러장르를어떻게이해할것인가?
-영화의시대와호러영화:간략한역사
-최초의호러영화는무엇인가?
프랑켄슈타인,1910~기괴한이야기,1919
-호러영화와표현주의
칼리가리박사의밀실,1920~몬스터,1925
-무성영화의호러스타들
마치스테의지옥,1925~안달루시아의개,1929
-여명기호러영화의이미지와미술

2.유니버설클래식호러와호러장르의첫황금기

-영화검열과프리코드의시대
-유니버설클래식몬스터
드라큐라,1931~화이트좀비,1932
-부두교와좀비
닥터X,1932~투명인간,1933
-우는여자와멕시코초창기호러장르
검은고양이,1934~까마귀,1935
-아시아호러영화의여명기
투명광선,1936~교수형에처할수없는남자,1939
-1910~1939호러영화베스트10

3.전쟁과심리호러영화의부상

돌아온투명인간,1940~살인박쥐,1940
-호러장르를차용한코미디영화들
가면뒤의얼굴,1941~불멸의괴물,1942
-발류튼:심리호러의대가
캣피플,1942~불청객,1944
-신이여빨갱이로부터미국을보호하소서
기묘한여자,1944~시체도둑,1945
-시체도둑의전성시대
얼어붙은유령,1945~특별한이야기,1949
-1940년대호러영화베스트10
:전쟁과영화

4.1950년대외계침공과핵공포의시대

미지의행성에서온존재,1951~되살아난괴물,1953
-에드우드가최악의감독이라고?그건아니지
검은산호초의괴물3부작,1954~1956~그것들!,1954
-고지라의등장과전후일본몬스터영화
-저예산영화의제왕로저코먼
디아볼릭,1955~광기,1955
-에드먼드L.칸의50년대좀비삼부작
감마피플,1956~죽음의사마귀,1957

5.해머영화사의변화와해머호러의탄생

-해머호러의탄생
프랑켄슈타인의저주,1957~접시인간의침공,1957
-대규모십대의침공
세상에도전한괴물,1957~나는십대프랑켄슈타인이었다,1957
-페르난도멘데스와50년대멕시코호러
모노리스몬스터,1957~플라이,1958
-괴기공상과학영화시리즈:변신인간삼부작
-B급영화에서저예산영화로

6.독립제작사와저예산영화의전성시대

-유성영화의호러스타들
프랑켄슈타인1970,1958~뇌를먹는자들,1958
-B급영화의성지,브론슨동굴
헌티드힐,1959~맨스터,1959
-무시당하지만끝내주는영화들
칼티키:불멸의괴물1959~인간과괴물,1959
-1950년대호러영화베스트10
-호러장르와카타르시스

7.왜호러영화를보는가?

약어(제작/배급사)
영화색인
인물목록

출판사 서평

“한국최초로세계의모든호러영화를정리한책
그누구도알려주지않았던호러영화의모든것《호러영화사》”

고전영화,그가운데고전호러영화를보는것은어렵다.시대가다르고,영상문법또한다르기때문이다.《호러영화사》는고전호러영화를모두확인하고알릴만한가치가있거나꼭언급해야하는고전호러영화200편이상을구체적으로정리했다.비평으로부터천대받아왔던호러영화만큼관객의관심을끌기위해다양한아이디어를짜낸영화장르는없다.심지어초기SF영화의대다수는호러영화기도했다.SF역시상상력을표현하는데는호러영화에비해한계가있었기때문이다.

《호러영화사》는호러영화에관해알아야할모든것을정리한책이다!

오늘날고전이라일컬어지는호러영화를보는것은쉽지않다.물론마음만먹는다면이책에서QR코드로영화링크를제공하는것처럼검색을통해고전기에만들어진영화들을접하는것은문제가없다.다만,영화의시작은1895년이다.이책에서다루는영화가운데오늘날과가장가까운영화를선택할지라도60년이넘는세월이다.현재를살아가는영화관객에게는좁히기거의불가능해보이는시간이다.“호러영화사”의목적가운데하나는영화사의걸작으로남았건혹은영화역사의창고속에먼지를뒤집어쓴채남겨져있건이들영화를최선을다해찾아본다음영화가담고있는내용을정직하게기록하는것이다.이로써“호러영화사”를읽는것만으로도호러영화가생겨나고변화해간과정을머릿속에그려볼수있도록하는것이목적이다.역사는인간이어찌할수없는시간의흐름속에서벌어진특별한사건들을특정한위치에고정하는행위다.역사는이특별한사건들을통해세계에대한이해의지평을넓혀준다.영화역시마찬가지다.언제나그늘속에있었던호러영화의역사를파악하고,오늘날만들어지는영화를보다보면,이제까지와는조금더다른것이보일수도있다.이는영화보기의즐거움이더커진다는말이기도하다.“호러영화사”를쓰기위해1959년까지등장한영화가운데가능한모든호러영화를보려고노력했으나이는불가능한일일뿐더러영화의온전한목록을만들기조차불가능하다.대신가능한한최선을다해영화를찾아보았고,그가운데알릴만한가치가있거나언급해야하는영화200여편을개별적으로다루었다.

“호러영화사”는3권으로계획된책이다.보고정리해야할영화가수천편에이른다.총3권2,000여페이지에이르는분량이다.다른나라에도특별한시대의호러영화를다룬책들은있어도호러영화전체를이만한분량으로정리한책은없다.

영화의역사는이야기와이미지의역사이기도하지만,상상력의역사이기도하다.그리고영화장르가운데상상력을극한까지밀어붙인영화는단연호러영화다.호러영화의역사를읽어가다보면우리가사는세계가어떻게변해왔고,어떤즐거움을찾으려했는지보이기시작한다.호러(Horror)는자극적인즐거움의다른말이기도하기때문이다.그리고그즐거움의역사와이를통해떠올릴새로운아이디어를이책“호러영화사”를통해알수있다.

“영화장르로서의호러영화를어떻게볼것인가”

『호러영화사』는서문을제외하면“호러장르를어떻게이해할것인가?”로시작해“왜호러영화를보는가?”로끝을맺도록구성했다.이는호러장르에대한이해를조금이나마넓혀보려는아주기초적인시도다.“호러장르를어떻게이해할것인가?”는다음문장을시작으로이를설명하고자한다.분량은7,948자에원고지39매분량이다.

“horror,horror,horror”-맥더프(『맥베스』2막3장)
위에인용한말은셰익스피어의『맥베스』에서덩컨왕이죽었다는소식을전하는맥더프의대사다.맥더프는맥베스와귀족레녹스가함께있는곳으로다가가며이대사를말한다.셰익스피어는절망에휩싸인맥더프의지독한감정을어떻게상상하며이대사를썼을까?알수없다.인간의마음은한없이복잡한데,여기에혼란이끼어들면해석이불가능해진다.그리고『맥베스』를읽는우리또한이장면을각각‘다르게’받아들인다.‘호러’란어떤방식으로규정된하나의심리상태를말하는것이아니기때문이다.맥더프는이세번의외침에각기다른감정을실었을수도있다.horror(공포),horror(참사),horror(증오)는따라서‘너무나도두렵고끔찍한일이일어났으니이일을벌인자에대한지독한증오가끓어오른다’로읽힐수도있다.이들은모두‘호러’라는단어에포함되는뜻이다.그러므로우리는‘공포’영화가아닌‘호러’영화를다루려고한다.

그런다음“왜호러영화를보는가?”역시호러장르에대한이해를넓히고자노력하는내용이다.분량은7,428자원고지34매분량이다.

호러영화는자연스럽게등장했다.이미고딕문학같은확고한전통이있었고,에드거앨런포처럼공포문학의위대한선구자가무시무시한세계를소설과시로묘사해놓았기때문이다.그리고여기에아서매켄과윌리엄호프호지슨처럼초월적인공포를묘사하는작가에이어코즈믹호러의선구자H.P.러브크래프트역시곧바로도착했기때문이다.20세기초반에공포문학을읽던독자는이미호러장르를받아들일준비가충분했다고할수있다.그러나호러장르는언제까지나저급한장르로취급됐다.그저말초적인자극을줄뿐이며,천박하고끔찍하며우스꽝스럽다는평가는여전히유효하기만하다.알프레드히치콕마저도〈싸이코〉를공개하자다수의평론가가엄청난저주를쏟아내기도했다.심지어『고어영화:피의미학』이라는책의‘옮긴이의말’에서는한학생이“공포영화를좋아하는데에는많은변명이필요하다”는리포트를쓰기도했다고말한다.

한권의책으로한장르를규정하려는생각은만용이므로이책에서는호러영화/장르를규명하려하지않았다.더욱이이책은학술서가아니다.대신늘천대받고무시당해왔던이장르에대한이해를조금이나마넓히고자했다.『호러영화사』는서문(들어가는글)에서이책의목적을밝히고있다.

“호러영화사”의목적가운데하나는영화사의걸작으로남았건혹은영화역사의창고속에먼지를뒤집어쓴채남겨져있건이들영화를최선을다해찾아본다음영화가담고있는내용을정직하게기록하는것이다.이로써“호러영화사”를읽는것만으로도호러영화의여명기를대략적으로머릿속에그려볼수있도록하는것이목적이다.역사는인간이어찌할수없는시간의흐름속에서벌어진특별한사건들을특정한위치에고정하는행위다.역사는이특별한사건들을통해세계에대한이해의지평을넓혀준다.영화역시마찬가지다.언제나그늘속에있었던호러영화의역사를파악하고,오늘날만들어지는영화를보다보면,이제까지와는조금더다른것이보일수도있다.이는영화보기의즐거움이더커진다는말이기도하다.

영화는인간의마음을담는동시에역사를담는다.김성수감독은〈서울의봄〉인터뷰에서“관객들이이영화를통해역사의문을스스로열고들어가서역사를찾아보는것이기쁨이고보람”이라고밝혔다.한스위르겐괴르츠는『역사학이란무엇인가』에서“역사의맛을느껴본사람이라면지적능력이나교육수준에상관없이누구나역사에대해깊은사고”를할수있다고말하고있다.이해는앎에서나온다.깊은이해는앎을깊이숙고하는데서나온다.그리고이해로부터풍부한즐거움또한따라나온다.이건덤이지만,실로충만한덤이다.그러니『호러영화사』는이충만한덤을조금이라도더즐겨보려는마음이하나의물건즉책으로묶여나온것이다.영화보기의즐거움은단지영상만이아닌주변에흩어진다양한역사의편린을정리하고흡수했을때더커진다고단언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