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션맛 (양장본 Hardcover)

늘 아이 곁에서 자상했던 아빠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아빠의 로션 냄새를 떠올리며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이. 아빠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며 겪는 감정의 변화를 아이의 시선에서 그렸다. 아이는 아빠의 죽음이 슬프지 않은 것처럼 엄마가 깎아 준 사과를 맛있게 먹어보지만 아빠의 로션 냄새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빠를 잃은 상실감은 아이를 무기력하게 만들지만 다시 꿋꿋하게 일상을 이어나간다. 가만히 느껴보니 곳곳에 아빠의 향기가 가득함을 느낀다.

▶아빠가 깎아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면 아빠의 로션 맛이 나. 로션 맛이 나는 사과가 싫어 뱉어버리고 싶지만
조금만 꾹 참고 먹으면 금세 달콤한 사과 맛이 나니까 사과 맛이 날 때까지 꼭꼭 씹어 먹어야 해.
로션 냄새가 얼마나 진한지 아빠가 머물던 자리에서는 아빠의 로션 냄새가 나.
나는 우리 아빠가 어디로 갔는지 다 알 수 있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하늘나라로 가버렸어.
정말로 나를 두고 가버린 걸까? 혹시 내가 보고 싶어서 깜깜한 밤에는 몰래 나를 보러 오지 않을까?
이제 아빠의 로션 냄새도 완전히 사라졌어.
아빠가 그립고 아빠의 로션 냄새도, 로션 맛이 나던 사과도 그리워.
나는 아빠가 보고 싶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은 거짓말이야. 아빠 냄새를 기억해 내고 싶은데 기억이 나지 않아.

누군가 문 앞에 꽃 화분을 두고 갔어. 아빠의 로션 냄새는 아니지만 기분이 너무 좋아지는 향기가 나.
누가 두고 간 걸까? 나는 꽃 화분을 침대 옆에 두기로 했어.

이상해! 엄마가 깎아 준 사과에서 아빠의 로션 맛이 나!
그토록 기억해 내고 싶었던 아빠의 로션 냄새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아빠가 여기에 왔나?
나는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했어. 왜냐하면 이걸 엄마한테 말했다가는 엄마가 나를 이상한 아이로 생각할 것 같아.
그것 봐 내 생각이 맞지? 아빠는 나를 보러 매일 밤 왔던 거야. 아무도 몰래.
아빠는 항상 내 곁에서 함께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