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죽음의문턱에서겨우살아났던고교생광훈이었다.이어이모의집요한계획으로자신도모르게서울로올라와교회를다니던시절이었다.사춘기를거칠무렵의청소년이품는죽음의사색은단순할수밖에없다.막연한어둠의공포,사라짐에대한막연한두려움,부모가족과의이별에따른지독한고독감….가까스로벗어난그무서움이또찾아올수있다니큰일이면큰일이다.죽음의문턱비몽사몽의경계에서봤던그말꼬리머리의처녀귀신이일곱을더데려온다니이제는죽을길만남아있다….
그런미혹속에서광훈에게는다른빛이다가왔다.그는이어‘베개위기도’를생각했다고한다.고향집방에서“하나님,계신다면저를살려주세요”라고간절하게올렸던그기도말이다.그로써그는말을잃고눈물을쏟기시작했다고한다.하나님이자신의모든것을지켜보고계시다는아주강력한믿음과함께였다.그러나첫걸음이었다.그에게는성령의거센불길이곧쏟아질태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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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목사는사실‘행동파’라고해도좋을사람이다.어렸을때나,젊었을때나,지금광화문에나설때나다그렇다.단지,그의유년과소년시절은뭔가있어야할것이빠진채로내버려져있었을뿐이다.유년을넘어소년기까지는대개전통과관습이주는일종의‘습기(習氣)’가나름대로강한색조의‘어둠’을형성하면서그소년을덮은형국이었다.말까지서툰정도에이르렀으며,그에따라남들과의소통이매우서툰아이였을뿐이다.학습에는관심이거의없었으나,무엇인가를골똘히생각하고마음속으로새기는그런조용한유년과소년기를보냈다.그러나죽음의기로에섰던경험,그로부터바라본‘빛’,서울로올라와다니게된교회의생활,아주우연히찾아온성령의체험등이그를확바꿔버렸다.본래의활달하고맹렬한기질이그를계기로뿜어져나오던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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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주목할점은청년광훈에게서벌써조짐이나타나는‘기세’의문제였다.어느정도타고난기질과후천적으로쌓은축적이모여일정한힘으로나타날때가있다.우리가‘기세’라고부르는그영역이다.그는타고난몸집에어울리는그런기질을지녔다.오랜번민과생각등을거쳐한번결정을내리면매우단호해지는그런성격말이다.앞에서‘돌직구’라고도표현했던그런기질이다.청년기에들어선광훈은어느덧그런면모를드러내고있었다.17세에링에올라선,잠재력이대단한아마추어복싱선수와도같았다.그가어떤조련사를만나또어떻게펀치력을키워갈지지켜봐야하는길목이었다.아직어린나이지만광훈은아주멀고험한길을달려나아갈채비를차곡차곡쌓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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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를갓벗어날무렵,대부분의‘현장’에서나타나는전목사의기질은이랬다.망설임없이행동에나서는행동주의자,실제생활현장에서드러나는여러가지장애등을정면으로넘어서는‘담력’과‘수완’을갖춰가는모습이다.우회해서돌아가는방식이아니라직접부딪쳐해결의실마리를찾아내고,문제가버티고있는곳에서는마땅한현실적해결방법을찾아내는모습이다.그모든것의바탕은열정이다.옳다고판단한믿음이있으면그를관철해목포에다가서려는뚝심이당시그에게서는잘드러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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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어합판으로약간가린강대옆의조그만휴식처에서전목사부부와첫딸한나는살았다.발을제대로구부리기도어려운형편의공간이었지만,개척교회를이끌면서스스로만든그고난의과정이참좋았다고말하는전목사였다.그러나그와는달리이광경을아주못마땅한눈으로바라보고한탄을금치못하는사람이있었으니,바로장모이정순전도사였다.자신의고귀한딸이시집을가서라도어떻게든고생을면케해보려는친정엄마의마음이었다.그때문에아파트와살림살이,밥해주는식모까지다마련했음에도사위라는사람은그것을모두‘처분’해버리지않았나.사실기가막힐노릇이었다.그때문에장모와사위는서로만나지않는사이로변하고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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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천박사가일깨운‘이승만의의미’는나중에전광훈목사에게어떤화학적인작용을일으킬까.전목사의각종공개적인발언에서나오는중요한요소들을배열해보면이렇다.우선은믿음의대상인하나님,예수님,성령님이다.그러나그와병렬할수있는요소는국가와민족,우리사회다.
성령의차원에못지않게그가늘강조하는것은이현실적인영역이다.국가와민족은그중에서늘꼭대기를차지하는최상위항목들이다.이런각성은아무래도그연원이따로있다고보인다.그각성의시작은어디쯤일까.그에게‘이승만의의미’를일깨운전성천박사의저서등을살펴보면고향을향한끝없는회고,가족등혈연사회의가족구성원에대한뜨거운애정,사회전반에이를확산코자하는기독교적사랑등의면모등이다읽힌다.아울러그는“이승만대통령을모르면우리의수치”라는신념을지닌사람이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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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에임한이승만대통령은전국의목사님들을찾아다니면서‘국회의원에출마를해야합니다’라고권유를하고다녔습니다.목사들은다출마해야한다는점을강조했습니다.심지어는‘목사님못나오면장로님이나오고,장로가없으면권사가나오고,권사가없으면집사가나오고,집사가없으면기독교인이나오라’는식의설득이었습니다.그런이승만대통령의노력과설득으로결국대한민국첫국회가열리고,결국우리국회는하나님께드리는감사기도로시작할수있었습니다.지구촌250개나라중에국가를여는개국의첫시작을기도로장식한나라는대한민국하나밖에없습니다.”
---p.337
전광훈목사는1998년‘청교도영성훈련원’을설립한다.흔히금욕주의적생활태도를취해매우엄격한도덕성을세운기독교신자들을‘청교도’라고한다.청교도들은신앙의자유를찾아메이플라워호를타고신대륙인아메리카로이주한다.그리고청교도정신으로거대한미국의초석을다지는결정적인역할을한다.이같은청교도의정신적바탕에서비롯해파생한흐름이오늘날의장로교,침례교,감리교등이다.따라서청교도는현대기독교의핵심가치가집중했던초기정신토대라고할수있는셈이다.
전목사는미국에서메이플라워호의현장을방문하면서지금의거대한미국을세운청교도정신을나름대로세가지로정리했다고한다.그것은첫째,학교를세워교육하는것이고,둘째는기업을세워경제활동에참여하는것이고,셋째는지도자를세우는것이다.전목사는이런청교도의정신이대한민국,특별히기독교의가장핵심가치가담긴성경의말씀에주목해청교도정신을회복해야겠다는굳은결심을하게됐다고한다.
---p.342~343
전광훈목사가남이가보지않은‘길’을선택한것은그런여러요소들을종합적으로점검하고성찰하며기도하고또기도를해서얻은결론이었다.현실적인참여를통해대한민국과그안의기독교계가더이상좌경화하는것을막아야한다는각성이었다.더거창하게말하자면,거짓과위선의좌경화를막아악(惡)과불의(不義)로부터대한민국을수호해야한다는종교적깨달음이라고해도좋았다.
---p.350
좌경화에빠진대한민국을살리는길에한기총의설립배경이딱맞았다.전목사의몸은외부활동을전혀할수없는상황이었지만,하나님께서맡기신사명의길이라는믿음으로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으로취임한다.그이후로조금씩팔이괜찮아지고건강이회복되기시작했다.이후전목사는두차례더차가운감옥에갇힌다.그럼에도그는한번도제뜻과믿음을꺾은적이없다.시련이닥칠수록그는더모질게일어서스스로가믿고따르는방향으로길을걸어왔다.
---p.367~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