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어 사전 - 타이피스트 시인선 3

천국어 사전 - 타이피스트 시인선 3

$12.00
저자

조성래

저자:조성래
2022년『문학사상』으로등단했다.

목차

1부무인도
무인도
연락
주파수
나체
나타샤
회복

2부창원
자유무역3공구정류소에서
완싱
이제와저희죽을때
돌벵이유물론
낙원
manofsorrows
지상화
선생
흰버섯
창원

3부순천
우리는가난한시절
환풍기
백열등은노랗다
기타노블루
동천은거기서흐르고있다
천국어사전
담양
공의행방2
그누구도억울하지않게
대천사나르키소스

4부부천
나는나의야만을모른다
기억나지않는대화
사람들이사람이죽어도괜찮다고생각한다
폭력의노래


5부미지
몰두
눈동자
무적의식물3
무적의식물1
무적의식물2
유령

6부변명
아름다운울화병
건물론
빛과엄마
행렬암
장마
유고
나살고자하는욕구는,흑요석처럼얌전히빛나고있는,죽음의반물질일뿐
매트릭스
산문─아름다운글을쓰고싶었으나,아름다운사람이아니었음을

출판사 서평

“내가나를달래느라
아이스크림하나사주는날이다”

누구에게도건네본적없는말들로가득한
당신의천국어사전이두툼해지면좋겠다

2022년문학사상신인상을수상하며활동을시작한조성래시인의첫시집『천국어사전』이타이피스트시인선003번으로출간되었다.데뷔당시이문재,이수명시인으로부터“자기언어를다루는솜씨에도기교를넘치지않게조절하는힘이있다”는평을받은바있는조성래시인은이시대젊은이들의삶과상처들을핍진하게그려내는동시에결핍과죽음으로점철된자전적이야기들로서정시의새로운계보를기대하게한다.

등단당시인터뷰에서“시를위해허구의내모습을만들지않겠다”고밝힌것처럼매시편마다언어적기교보다몸으로체득한경험으로삶의근원적인슬픔에질문하고애도하는목소리가가득하다.젊고가난했던마음에용서를구하는,도망쳤지만결국제자리였던고단한청춘의비망록이며,폭력적인세계안에서절망하고상처입은당신의“죄없음을증명”하는기도문이다.아프고따뜻한빛으로펼쳐지는천국어의첫시작이다.

가난한마음에도사랑한적없는마음에도
지긋한생활을맨몸으로맞으며

K가사라진이후내영혼은그대로허공에업힌자세다몸만멀쩡히길거리를돌아다닌다밥을먹는다가끔친구를만나웃다가또울지만,내영혼이

없는그의등에서떨어지지를않는다나는결코이사람을사랑한적이없다고생각했는데,왜이런일이벌어진걸까
-「자유무역3공구정류소에서」중에서

시청에서문자가온날거리의사람들은모두마스크를하고있었다성산구라면일진테크가있는봉암공단과이웃해있는동네,큰일났구나나는내가보조로있는라인의용접공필리핀소녀윤희를떠올렸다하루아침에공장을멈추는힘이란대체무엇일까
-「완싱」중에서

매일아침여섯시,조성래는생활을꾸려나가기위해통근버스를타고외국인노동자들과고된노동을한다.자신의죽음을생각함에공장이숨을멎는것보다숨막히지않았다는고백은읽는이의마음을슬픔의세계쪽으로더욱강렬하게움직인다.이렇듯조성래는마음이아프고가난해도생활의거대함앞에서생활을멈추지않듯시쓰기를멈추지않는다.처절한절망속에서도자신을증명하고보듬어주는문장들은시인이몰두하는속죄의과정에서참혹하게빛난다.비극적현실앞에서도지긋한생활을맨몸으로맞으며삶의자세를곧추세우고쥐어보지못한시간을그러모으는것은시인의거울이자세계의창문인시가유일한숨통이기때문일것이다.

결핍과반성으로가득찬세계에서
하루의슬픔을달래는기도문

내가나를달래느라아이스크림하나사주는날이다
내가나를응원할힘이없는날이다내가나를
슬퍼하기를뚝그친날이다나는?
나의밖에내놓아졌다
-「기타노블루」중에서

라면스프를조금남겨두었다가
밥을비벼주곤하셨다는?
네부모의이야기

(……)

짜게먹는게좋다던너의말도
또이런걸쓱쓱비벼자식앞에놓던
네부모의심정같은것도떠올려보다가

게걸스럽게두공기를비우고나서는
슬그머니내일이걱정되는것이다
-「우리는가난한시절」중에서

결핍과반성으로가득한세계에서아이스크림하나로자신을달래는시인의나직한고백은또하루치의무게를살아내는사람들에게“모든먼것들의사정을다이해하고용서”하는동시에“순수를동경하는”천국어로다가온다.또한세계의거대한절망과폭력앞에서도시인은편의점계산대에서한무리학생들의계산을아무렇지않게해낸다.그이면에는한결깊어진눈빛과손길이있다.그눈빛과손길로어머니의간병을하고아르바이트를하고컨베이어벨트앞에서졸면서도이성복의시집을읽는다.“폭력은죽여도죽여도솟구치는귀뚜라미들의하수구”라는오랜시간길들여온문장위에,세계를받아들이고다시일어서게하는조성래의정직한경험의힘이있음을보여주는것이다.그리하여“시작부터아름다울수밖에없는”시인은막막한현실앞에서누구에게도건네지못한<천국어사전>이두툼해지길바란다.그단어들은혼자만알고있지만무엇보다따뜻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