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숲은 계속된다 - 타이피스트 시인선 4

나의 숲은 계속된다 - 타이피스트 시인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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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7년 『문학3』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다연 시인의 첫 시집 『나의 숲은 계속된다』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04번으로 출간되었다. 오랜 시간 묵묵히 자신의 목소리를 탐색해 온 시인은 빈칸과 공백과 바람의 언어를 손에 쥐고 일상의 소음에 지친 우리에게 에코의 목소리를 건넨다.

어떤 말로도 채워지지 않는 존재의 상실을 통해 시인은 그 나날을 기록함으로써 너의 없음에서 발현되는 말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허공의 목소리로, 한 끝의 부산스러움도 없이, 김다연 특유의 배려와 세심함이 돋보이는 문장들로 독자들을 나직한 숲의 세계로 초대한다.

『나의 숲은 계속된다』는 ‘무’의 언어이자 그리움의 언어에서 시작된다. “너로부터 쓸 수 없는, 그러나 써야 하는 슬픔을 물려받은” 김다연에게 이 세계는 나와 너 사이의 거리이며, 변화와 깊은 사이의 스며듦이며, 적요와 소란 사이에서 발생하는 말들이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현의 울림을 닮은 그의 시는 ‘무’의 아름다움으로, 무엇보다 아름답게 태어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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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다연

저자:김다연
2017년『문학3』에시를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
너는너의밤을중얼거리고나는나의꿈을웅얼거리고/아무일도아닌거잖아/나를너로고쳐쓰는밤/고독은나의사(事)여서/자소서/기억은기억되지않는다/불빛을지송(持誦)하다/시가이렇게쉽게써지는아름다운홀로/그여름의빗물이빈밥그릇에고여가는/멈추지않는키보드소리가홀로영화를쓴다/너의마침표속에서꽃으로필

2부
다른나라에서/고요의단락에서/닥/상자안과밖의어둠은차이가없다/겨우의겨울/Reality/시네마가끝나고시네마가다시시작되는계절/나는‘너’로시작하는문장으로/너는‘나’로시작하는문장으로/은는이가와헤어지는입술들/다음문장은없다

3부
‘ㄹ’이사라진밤/기억은기억되지않는다/스퀴즈/녹는다/‘ㄹ’이사라진밤/너에게로가는메모/‘같은데’라는말을하면안될거같은데/일어설수없는,불빛에걸터앉은씀으로부터/모든겨울이지나간뒤에홀로남겨진의자가있었다/겨울담요에서새털이날리고달빛엉클어지는지붕위에서고양이잠을청하다

4부
슬픔의최종본/지금흐르는눈물은몇시몇분의슬픔일까?/영/기억은기억되지않는다/하염없는보케Bokeh들의내일은하얗다/몇방울의물로너의강에닿을/가도가도먼/출처없는숲을거닐다/종점/다음에올지저귐
산문─말의울음을듣다

출판사 서평

“나는조금더누워있어야할것같아
나무곁으로옮겨가야할것같아”

너에게서시작되었으나,너에게서멀어진,
없음에서태어나는말들의아름다움

2017년『문학3』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한김다연시인의첫시집『나의숲은계속된다』가타이피스트시인선004번으로출간되었다.오랜시간묵묵히자신의목소리를탐색해온시인은빈칸과공백과빈바람의언어를손에쥐고우리에게에코의목소리를건넨다.상실의정서를오랜시간궁굴려온시인의문장은어렵지않은시어로깊은여운을남기며독자들을나직한숲의세계로초대한다.

모든오늘을한문장에담기위해
‘너’를옮겨적으면서나를비껴가는

무언가쓰고싶었는데
무엇을써야할지모르는밤일뿐인데

그저눈을감고있을뿐인데
몸에서새가울고강이흐른다

나는조금더누워있어야할것같아
나무곁으로옮겨가야할것같아
―「너는너의밤을중얼거리고나는나의꿈을웅얼거리고」중에서

시인은무언가쓰고싶은데무엇을써야할지모른다.책상에앉아눈을감고그“무엇”인가를생각한다.그것은[시인의말]에쓰인것처럼,이미‘잃어버린것’이며‘애초부터없었던것’이며,나아가‘없음으로존재하는것’이므로,그래서‘어떤말로도채워지지않는것’일지도모른다.무엇을써야할지모르기에시인은눈을감고“텃밭을가꾸고방울토마토를기다리”는소소한일상의일들을생각한다.작은일상을꾸려나가는것만으로시간은다시흐를것이고,그럼으로써시인은자신이쓰고싶은무언가를다시찾을수있을것이다.잃어버린것,한때갖고있었으나지금은없는것으로인해시인의시간은멈추었고그잃어버림마저잃어버렸기에무엇으로도채울수없는세계,그없음에서태어나는말들의머뭇거림속에서빈바람이분다.

나는너로부터쓸수없는
그러나써야하는슬픔을물려받았다

나는어떤모종이었기에어떤흙에서도자라지못했을까?허구의잎.그림자에안겨곤한,몽상으로부터의광합성.

빛을받아자라나는능력을갖지못했다는단하나의과오

나를웃게한것이나를울게한다는것.나를울게한것은결국나라는걸알때까지울고우는것.
―「고독은나의사(事)여서」중에서

아픔이아프지않다고하기엔슬픔이슬프지않다고하기엔너무아프고슬퍼서끝까지읽을수없어덮어둔페이지에서
(…)
차가운발을만지면들리는속삭임은

춥다는말일것이다
미안하다는말일것이다
―「‘ㄹ’이사라진밤」중에서

존재의상실을통해무한한말들의탄생을지켜보던시인은그나날들을기록함으로써너의없음에서발생하는말들의아름다움을발견한다.나직한목소리로,한끝의부산스러움도없이,김다연특유의배려와세심함이돋보이는문장들로숲의형체를그려나간다.그러므로『나의숲은계속된다』는‘무’의언어이자그리움의언어에서시작된다.“너로부터쓸수없는,그러나써야하는슬픔을물려받은”김다연에게이세계는나와너사이의거리이며,변화와깊은사이의스며듦이며,적요와소란사이에서발생하는말들이다.끊어질듯이어지는현의울림을닮은그의시는‘무’의아름다움으로,무엇보다아름답게태어난다.

시인의말

잃었다고하기엔애초에없었던_______
없음으로존재하는

어떤말로도채워지지않는_______을
하염없이바라만본다

2024년6월
김다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