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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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식사는 하셨습니까?”
가장 한국적이지만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
세속적이면서 동시에 숭고한 질문.
소설 『반성문』은 이 물음으로 시작하는 50통의 편지다.
제1부, 한 사람이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 냉장고에는 쪽지가 붙어 있고, 달력에는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화자는 정중하게 일상을 보고한다. 얼린 밥을 데워 먹고, 헬스장에 가고, 또다시 실패한다. 그러나 이 정중함 아래에는 시퍼런 질문이 흐른다.
"도대체 저를 왜 낳으셨습니까."
자식이 부모에게 보내는 원망이자, 인간이 신(神)에게 제기하는 소송장이다. 가난과 부채를 물려준 조상을 향한 처절한 탄원서다.
제2부, 침묵하던 세계가 "너"를 향해 다른 목소리로 입을 연다. 눈보라를 견디는 펭귄처럼 서 있던 부모가 마침내 답장을 보낸다. 해명 대신 밥을 짓고, 쪽지를 쓴다.
"밥은 먹었나."
부모가 자식에게 보내는 해명이자, 신이 인간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쓰는 투박한 판결문이다.
질문은 던져지지만 대답은 엇갈린다. 부칠 곳 없는 원망으로 시작해, 끝내 당부로 끝맺는, 서로를 향한 편지들은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간과 신, 자식과 부모가 모두 무너진 폐허의 자리에 끝내 남는 것은 하나,
식어가는 밥 한 그릇이다.
『반성문』은 ‘밥’이라는 가장 세속적인 물질을 통해 사랑과 폭력, 은총과 굴레,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짓는다’. 가장 차가운 방에서 쓰였지만, 가장 뜨거운 온기를 품고 있는 이 글은 2026년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밥은, 챙겨 드셨습니까.
저자

정무

1994년서울출생.건국대학교물리학과를졸업했다.
첫책『맹인의거울』(2023)로KirkusReviews추천작(“GetIt”),2023KirkusBestIndie,IndieReaderApproved에선정되었다.후속작『가난치료사』로밀리의서재‘밀리로드’우수상(2024),제1회연세국제백일장서평국내부문최우수상(2025)을수상했다.
더묻고,더배우고,더나누는사람이되려한다.
희망은잃어도용기를,침묵속에서도약속을지키고싶다.

목차

제1부 9
제2부 179

출판사 서평

높은곳에서세계를논할때,
낮은곳에엎드려밥을짓는편지
우리가평생가장많이주고받으면서도,정작그무게를제대로가늠해본적없는질문이있다.이소설은그흔한안부인사가사실은인간이신에게,그리고부모가자식에게건넬수있는가장일상적이고도숭고한질문임을증명하는기록이다.
화자가드나든그공간에서는‘구조’니‘타자’니하는세련된말들이먼저오간다.문제를풀기위한말이라기보다,풀지못한채버티기위한말들이다.위를향한분노는끝내닿지못하고,가장안전한사람들사이에서만날이선다.그러나그분석은허기를채우지못한다.
가장가까운곳에서서로를찌르는말들을뒤로하고,화자는냉장고속얼린밥을데워먹으며혼자묻는다.밥은먹었는가,식사는했는가.그질문앞에서,담론은침묵할수밖에없다.
자식의날선질문에대해,부모는반박하지않는다.성경의욥기처럼,신은인간의“왜?”라는질문에논리로답하지도않는다.대신펭귄이눈폭풍속에서알을품듯,부모는자신의살을깎아밥을지었다고토로한다.그리고다시묵묵히쌀을씻고,불을켜고,자식이돌아와앉을의자를닦아놓을뿐이다.
『반성문』에는섣부른사과도,눈물젖은화해도,명쾌한대책도없다.대신서로를향해보내지만만나지못하는편지만있다.하나는아래에서위로,다른하나는위에서아래로평행선을긋는다.성경의욥이신의섭리를인정하며끝났다면,이소설은신과인간이모두무너진폐허위에밥상하나만을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