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의 승자

만신창이의 승자

$13.80
Description
영화를 본다는 건,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다
“인생은 한번만 상영되는 영화이며 나는 그 영화의 유일한 감독이자 주인공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내 인생이라는 영화를 어떻게 연출해야 할까요?”

절망과 상처의 순간에도
삶은 계속된다

『만신창이의 승자』(활자공업소, 2025)는 다섯 편의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감독이자 이야기꾼 최종태는 그 스스로도 무너짐의 시간을 조용히 견뎌냈고, 삶의 절망과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들을 다섯 편의 영화를 통해『만신창이의 승자』에 담았다. 말하자면 이 책은 견디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에게 말하지 못한 채 오래 들여다본 상처와 혼잣말들, 그리고 다시 살아내기 위한 사고와 선택의 과정들이 내 인생과 영화와 겹쳐지며 비로소 읽는 이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다.
〈내 책상 위의 천사〉를 통해서는 세상에 버려졌다 싶은 순간에도 나를 조용히 지켜주는 천사 같은 존재가 있을 수 있음을, 〈행복한 라짜로〉를 통해서는 바꿀 수 없는 운명을 마주하는 태도에 대하여, 〈파이란〉에서는 나 자신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과정을, 〈미안해요, 리키〉에서는 세상이 덮어씌우는 가짜 행복과 진짜 행복에 대하여, 〈레벤느망〉에서는 도저히 어떻게도 해결될 거 같지 않은 절망 앞에서 삶을 다시 일으킨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힘든 상황을 마주한 이들에게 많은 사람들은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넨다. 그래도 잘될 것이라고, 해결될 것이라고. 그러나 인생은 오르막 앞에 또 다른 오르막을 맞이하는 고비의 연속이며, 끝없는 고비 앞에서 “잘될 거”라는 말은 지나치게 쉽게 휘발되기 마련이다.
내 인생 앞에 닥친 그 어떤 시련과 절망 앞에서도 단단히 그 시기를 지나고 헤쳐갈 수 있는 건 오로지 자기 내면의 힘에서 비롯된다.
『만신창이의 승자』는 바닥을 치는 순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누군가의 위로보다 스스로를 다시 바라볼 용기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그렇게 “내 안에 숨죽인 희망”을 조용히 깨워주는 것이다.
저자

최종태

저자:최종태
강릉에서고등학교를졸업했다.연세대학교에서신학을전공하며연극을연출했고,동국대대학원에영화전공으로입학하면서영화를시작했다.1992년,영화동아리노‘란문영화연구소’를만들었고,이는그후30년이지나<노란문:씨네필세기말다이어리>라는제목의넷플릭스다큐멘터리로기록되었다.
이후‘노란문영화연구소’의문을닫고홍대앞에서‘16mm’라는호프집을운영하기도했다.그렇게10년가까이영화와인연을끊고살다가결혼을하고둘째딸이태어나고다시영화를시작했다.
2006년마흔이넘은나이에<플라이대디>로영화감독데뷔를했고,영화<해로>(2013),<저산너머>(2020),<사제로부터온편지>(2021),<불멸의여자>(2022)를통해극장에서반가운관객들을만났다.
영화를한편만드는일은오랜시간의노력과인내와좌절이필연적이다.그래서창작의욕망과조급함으로소설이라는새로운매체에도전하여《말라비틀어질때까지》를출간했고,이어소설《모베상》,《사제로부터온편지》를집필했다.그외에세이《못된토마토》를출간하며영화와함께다양한글쓰기로사람과세상에대한상상과생각들을기록해왔다.
내가삶과인간에대해꽤나깊고섬세하게들여다보는사람임을,그동안만들고썼던영화와글을보며새삼실감한다.예전엔희미했던것들이조금씩선명해진다.이제야꼭하고싶은이야기들을부끄러움이나주저함없이할수있게된것같다.

목차

추천의말
저자의말

단한순간도세상이내편이었던적없다면
영화<내책상위의천사>

나로산다는것이너무힘들다
영화<파이란>

가짜희망이당신의행복에덧씌워질때
영화<미안해요,리키>

도저히극복할수없던운명의파도앞에서
영화<행복한라짜로>

막다른길에다다라절망을마주했을때
영화<레벤느망>

출판사 서평

우리는여전히,자신의삶을연출하는중이다

『만신창이의승자』에서다루는다섯편의영화는모두왓챠플레이의“월드클래스,봉준호”컬렉션에포함된작품들이기도하다.봉준호감독이직접고른이영화들은그가오랜시간영향을받아온작품들이며,세계적인감독의감각과문제의식을공유하는이야기들이다.저자는이영화들을단순히감상의대상으로소비하지않는다.오히려그안에담긴인간의고통,단절,회복의문법을통해우리자신이어떻게삶과마주해야하는지를질문한다.그리하여독자는영화를본뒤에도오래마음에남는문장처럼,각자의고비앞에서‘자기자신을다시바라보는’감각을얻게된다.
이책의시작은한양문고에서열린강연프로그램<씨네북>이었다.‘인생이영화가되고,영화가인생이된다’는타이틀로진행된이강연은저자가직접다섯편의영화를소개하며,그안에서발견한감정과사유를공유하는자리였다.참여자모집은공지직후마감되었고,강연이후“이장면은내이야기같았다”는후기가이어졌다.『만신창이의승자』는그강연에서전해졌던말들과질문들을한권의책으로묶은것이며,고단한삶을살아가는누군가에게‘무너진자리에서다시살아가는태도’를조용히건네는책이다.

책속에서

고통의반대말은기쁨일것입니다.고통받기위해사는사람은아무도없습니다.우리가고통을감내하는이유도고통이지나면기쁨이있으리라는희망때문입니다.우리는고통에대한두려움때문에마치고통없음이곧기쁨이고행복이라고생각할때가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삶의가치와의미에대한고민과노력이현실적인삶과상관이없다는말은거짓입니다.오히려정반대로삶의가치와의미에대한각자의생각보다더현실적으로삶에영향을미치는것은없습니다.

희망의반대말은절망입니다.그래서절망적인상황에서희망은더욱찬란하게빛을냅니다.희망은불확실한가능성입니다.확실하게보장된미래에대해우리는꿈을꾸지않습니다.소망하지않아도그것은이루어질테니까요.하지만어려움속에서작은가능성을발견했을때우리는꿈을꾸고희망을갖습니다.

‘본인이노력하면누구나성공할수있다.’‘성공과실패의책임은오로지자기자신에게있다.’이두개의문장이리키를비롯한수많은사람들이당하는신자유주의경제체제의‘대사기극’의슬로건입니다.지금우리가살고있는사회의구호는오직‘ICAN’뿐입니다.‘ICAN’T’라고말하는순간그는패배자와낙오자로분류되며무슨잘못을저지른죄인처럼사회에서소외됩니다.

우리에게주어진나의생은OTT플랫폼에진열된수많은영화가운데하나가아닙니다.나의생은단하나의극장에서오직단한번공연되는연극입니다.우리의생에주어진건널수없는강이있다면,그연극은수많은갈등과슬픔이있는매우극적인드라마일것입니다.그러나서서히엔딩으로다가갈수록바로건널수없는강덕분에그공연이완벽하고아름다운작품이되었음을깨닫게될것입니다.

친구의질문에나도절망한적이있다고말했지만,돌이켜생각해보면나는절망한적이없습니다.나에게절망한적이있냐고물었던그친구도사실절망하지않았습니다.만일진짜절망했다면나도,그친구도전혀다른모습으로살아갔거나,아예살아가지못했을지도모릅니다.나도,그친구도영화레벤느망>의안처럼절망과싸우고있었을뿐입니다.절망에맞서버티고있었을뿐입니다.그러느라몸과마음이만신창이가됐을뿐입니다.

절망은나와내친구와영화<레벤느망>의안그리고젊은시절의작가아니에르노를굴복시키지못했습니다.절망과싸우는동안많은상처가생기고,그상처는그후의삶에서계속아픔을주겠지만,최소한우리모두는절망과의전투에서는승리했습니다.아우슈비츠가스실벽에누군가그려놓은나비처럼,우리들의인생에서이보다아름답고성스러운승리는없을것입니다.

우리의인생이수많은씨줄,날줄로짜여져가는커다란카펫이라면,절망과맞서며처절하게보낸시간들은칙칙하고어두운바탕위에황금실로수놓아진찬란한꽃입니다.절망과맞서버티고싸울때우리의마음을누더기로만드는불안과두려움은승리이후우리의삶을더성스럽고아름답게이끌어주는안내자가될것입니다.남은삶의시간동안더많은것들을더깊게사랑할수있게해줄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