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카 : 농민, 유형자, 군인의 삶

야시카 : 농민, 유형자, 군인의 삶

$23.00
Description
러시아의 여성 군인으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최초의 여성 전투부대를 창설하고 지휘관으로 활동했던 마리야 보차카료바의 자서전. ‘야시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보차카료바는 러시아 현대사와 세계사, 여성사와 전쟁사 등의 지평에서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가난한 농민 출신으로 아버지와 남편의 폭력에 고통받던 보치카료바는 러시아 제국군에 자원입대해 1차대전의 최전선에서 싸웠다. 2월혁명 후 남성 병사의 전투 의욕 고취를 목적으로 하는 러시아 여성결사대대 창설을 주도했으며, 10월혁명의 여파로 결사대대가 해체된 뒤에는 반혁명 운동에 가담하다 체포되어 1920년 5월 총살되었다.

전쟁과 혁명으로 격동하던 시기에 보치카료바는 한쪽에서는 반혁명 분자로, 한쪽에서는 러시아의 잔다르크로 불렸다. 그가 이끈 결사대대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기반해 만들어졌으나 한편으로 기존 젠더 질서의 전복을 내장한 사회적 실험이었다. 이 책은 그 모순적인 삶과 시대의 면면을 담은 기록이다. 농민, 유형자, 군인으로 살았던 한 인간의 역사이자, 1889~1918년의 러시아의 모습을 민중의 시각에서 재현한 시대사이다. 우리 역사학계와 여성학계에서 공백으로 남은 ‘여성 군인’의 목소리를 담은 이 책은 세기 전환기 러시아의 실상, 1차대전과 러시아혁명의 격변, 러시아 민중과 병사의 모습, 러시아 여성의 위상과 페미니즘, 군대와 전쟁에 관한 1차 사료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저자

마리야보치카료바

저자:마리야보치카료바

МарияБочкарева/MariaBotchkareva(1889~1920)

러시아의여성군인.1889년에농부의딸로태어났다.집이가난해서정규교육을받지못하고어려서부터일을했다.아버지의손찌검에서벗어나려고일찍결혼했지만,폭행을일삼는남편에게서달아나야했다.새연인을따라간시베리아유형지에서젊은시절을보냈다.러시아제국이1914년에제1차세계대전에뛰어들자러시아제국군에자원입대해최전선에서독일군과싸우며뛰어난군인으로거듭났다.1917년2월에전제정이무너진뒤러시아군병사들이전쟁종식과강화조약체결을바라며전투를거부하는상황에서,남성병사의전투의욕을높이고자창설된제1러시아여성결사대대의지휘관이되었다.이부대는근현대세계최초의여성전투부대로서러시아뿐만아니라전세계의주목을받았다.보치카료바는여성결사대대를이끌고1917년여름에최전선에서독일군과싸웠다.전쟁을제국주의의식민지쟁탈전으로여기는볼셰비키당이10월혁명으로권력을잡고평화를모색하자1918년에미국과영국으로건너가서볼셰비키정권을무너뜨리고독일과계속싸우겠다는의지를밝히며군사원조를요청했다.러시아로돌아온뒤에도반혁명의편에서서볼셰비키와싸우려는뜻을굽히지않다가시베리아에서체포되어1920년5월에총살되었다.소비에트연방에서는반혁명분자로자리매김되었으나오늘날러시아에서는애국자로기려지는보치카료바의파란만장한삶은역사학자들의주목을받으며활발하게연구되고있다.



역자:류한수

서울대학교서양사학과를마치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받은뒤영국에식스대학교역사학과에서러시아혁명및내전기페트로그라드의산업체에서일어난변화를연구해서박사학위를받았다.상명대학교역사콘텐츠학과교수로일하면서유럽현대사,특히러시아혁명과제2차세계대전을주로연구하고있다.공저로『서양사강좌』,『다시돌아보는러시아혁명100년』,『러시아의민족정책과역사학』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유럽1914~1949:죽다겨우살아나다』,『1917년러시아혁명:노동계급이권력을잡다』,『2차세계대전사』,『스탈린과히틀러의전쟁』,『이콘과도끼:해석위주의러시아문화사』등이있다.역사학지식을대중에게정확하면서도재미있게알리고자「역사저널그날」,「이슈픽쌤과함께」,「벌거벗은세계사」,「책읽어주는나의서재」,「어쩌다어른」,「지혜의숲」등여러방송프로그램에출연했다.

목차

머리말_아이작돈레빈

1부어린시절
1장고되게일했던꼬맹이시절
2장열다섯살에한결혼
3장작은행복
4장유형지로가는길
5장유형지에서빠져나오다

2부전쟁
6장차르의은총덕에입대하다
7장나의첫무인지대경험
8장부상과마비
9장독일군에게붙잡혀있던여덟시간

3부혁명
10장전선에서일어난혁명
11장결사대대를창설하다
12장병사위원회의지배에맞선나의싸움
13장전선의결사대대
14장케렌스키의밀명을띠고코르닐로프에게가다
15장군대가사나운폭도가되다

4부테러
16장볼셰비즘의승리
17장레닌과트로츠키를마주하다
18장볼셰비키에게붙잡혀꼼짝없이죽을뻔하다
19장기적이구한목숨
20장사명을띠고출발하다

주요인물소개|주요사건연대표|옮긴이해제

출판사 서평

제1차세계대전의최전선에서싸우다
세계최초의여성전투부대를창설하다
러시아의여성군인으로,제1차세계대전당시(근현대)세계최초의여성전투부대인‘제1러시아여성결사대대’를창설하고지휘관으로활동했던마리야보차카료바(1889-1920)의자서전이출간되었다.1918년미국을방문했을때러시아어로구술한내용을러시아출신미국인아이작돈레빈이받아적은후영어로옮긴책이다.
‘야시카Яшка/Yashka’라는별칭으로알려진보차카료바는러시아현대사에서,그리고세계사와여성사,전쟁사등의지평에서도매우독특한인물이다.가난한농부의딸로태어나아버지에서남편으로이어진폭력에고통받던보치카료바는남성의영역이었던러시아제국군에자원입대해1차대전의최전선에서독일군과싸웠다.여러차례무공을세워부사관으로진급하며,전쟁영웅으로상징적존재가된다.2월혁명후전쟁종식을바라는병사들이전투를거부하는상황에서,남성병사의전투의욕고취를목적으로하는여성결사대대창설을주도한다.10월혁명의여파로결사대대가해체된뒤에는반혁명운동에가담하다체포되어1920년5월총살되었다.

문제적인물마리야보치카료바의생애와
전쟁과혁명이격동하는러시아의역사
전쟁과혁명으로격동하던시기에보치카료바는한쪽에서는반혁명분자로,한쪽에서는러시아의잔다르크로불리는삶을살았다.관습에맞서새로운세계를개척한용감한여성이자시대흐름을거스르고몰락한역사의패자이기도하다.풀뿌리민중출신이면서전쟁에관해서는지배계급의가치체계를받아들였다.그가이끈여성결사대대는전통적인성역할에기반해만들어졌으나한편으로기존젠더질서의전복을내장한사회적실험이었다.
이책은그모순적인삶과시대의면면을담은기록이다.농민,유형자,군인으로살았던한인간의역사이자,1889~1918년의러시아의모습을민중의시각에서재현한시대사이다.파란만장한삶의궤적과참혹한전투,역사의크고작은국면이한편의소설처럼펼쳐지며,레닌과트로츠키를만나고(진위가확인되지는않았다)여성참정권운동가에멀린팽크허스트와우정을나누며우드로윌슨미국대통령에게군사지원을요청하는등때로역사의전면에등장하는보치카료바의모습도흥미롭다.
우리역사학계와여성학계에서공백으로남은‘여성군인’의목소리를담은이책은세기전환기러시아의실상,1차대전과러시아혁명의격변,러시아민중과병사의모습,러시아여성의위상과페미니즘,군대와전쟁에관한1차사료로서중요한의미를지닌다.물론이책에존재하는오류와왜곡,한계를면밀히점검한다는전제위에서말이다.

성별을지우고군인으로인정받다
“내가슴은펄펄끓는전쟁이라는솥안에있기를,전쟁의불길로세례를받고전쟁의용암에그을리기를갈망했다.내나라가나를불렀다.”
러시아가1차대전에참전하고,전쟁의풍문이보치카료바가두번째남편과함께유형생활을하던시베리아에까지당도한다.1915년,스물여섯살의보치카료바는참전을결심한다.전장에서죽어가는동포에대한연민과애국심이계기였다고말하지만,끊어낼길없는가정폭력에서벗어나새로운삶을살고싶은욕망도작용했을것이다.여성의입대가금지된상황에서차르에게탄원해특별허가를받아낸보치카료바는최전선에배치된다.
남성의특권이라고여겨지던전쟁의한가운데서,자신을전우가아닌여자로바라보는병사들옆에서보치카료바는성별을지우고존재를증명하는수밖에없었다.전투능력을입증해보이고,척추부상으로온몸이마비되는등의부상을이겨내고,무인지대에방치된부상병50여명을밤새구해내는등의과정을거치며결국동등한군인으로인정받게된다.남성만의배타적공간이던군대에뛰어들어여성의영역을넓혀낸것이다.훈장수훈과진급,유명세도뒤따른다.

여성전투부대라는실험,젠더질서를수호하거나넘어서거나
“저같은여자300명을편성해서그부대가본보기가되어남자들을전투로이끌면어떻겠습니까?”
1917년5월,보치카료바는개별여성군인을넘어서는존재가된다.세계최초의여성전투부대인제1러시아여성결사대대의창설을주도하고지휘관이된것이다.여성으로만이루어진부대는국가적사건이었을뿐만아니라,여러나라페미니스트들의격려를받고세계적주목을받는다.
그런데이여성결사대대는보치카료바의삶만큼이나모순과역설을안고있었다.애초에“남자들을부끄럽게”만들기위해설립된부대였다.2월혁명으로전제정이무너진뒤전쟁을끝내고싶어하는병사들이전투를거부하자,여성을본보기로삼아,여성을보호하는존재인남성병사의전투의욕을고취한다는구상이었다.며칠만에2000여명의지원자가몰려들었다.혹독한훈련끝에300명으로추려진결사대대는전선에투입되어독일군참호를점령하는성과를올리지만,당시와해되고있던군대의상황과맞물려활약을이어가지못했으며,10월혁명이후해체되고만다.
여성전투부대라는혁신적외양으로전통적인젠더질서에복무하려한실험은실패로끝난셈이다.러시아여성결사대대는태생적으로이율배반에빠질수밖에없었고,부대규모나활동기간으로보아대표성을띠기에는한계가있으며,전선의흐름을뒤집거나여성의위상을바꾸었다고보기도어렵다.그러나이부대는여성에게금지되었던영역으로진입하려는러시아여성들의욕망이분출하는장이었고,국가와사회가여성의군사참여를고민하는계기가되었다.후에볼셰비키정부가여성의군복무를허용함으로써적어도원칙적으로여성에게시민권을부여하고,러시아내전기와제2차세계대전기에여성군인의참여가급증한데는결사대대의경험이중요한역할을했다고평가된다.

혁명은군대와병사를어떻게변화시켰나
“선언문과연설을들으며나는우리에게요구되는바가전보다훨씬더힘을내서전선을지키는것이라고헤아렸다.우리로서는이것이혁명의의미가아닐까?”
‘전쟁’(2부)의기록뒤에는‘혁명’(3부)과‘테러’(4부)이야기가이어진다.보치카료바는일반병사의시각에서,또전쟁영웅으로주목받으며군수뇌부와교류한경험위에서1차대전의실상과혁명의명암을전한다.이책이전선과참호에있던러시아군병사들의생각과감정을,그리고2월혁명과10월혁명이군에미친영향을증언하는사료로서가치를지니는맥락이여기있다.
2월혁명후러시아군대에서는자유와평등이규율과복종을대신한다.병사들이병사위원회를선출해서군대를스스로통제하고,“실질적인휴전상태”에서독일군과‘친교행위’를벌인다.여성결사대대가독일군참호를점령한뒤증원군을기다리는상황에서,군단전체가전진할지말지를‘토론’하다역공을받는상황이빚어지기도한다.혁명기에도군인의과업은나라지키기이며독일군을몰아내야평화가가능하다고믿은보치카료바는동료병사들과불화할수밖에없었다.전쟁을제국주의의식민지쟁탈전으로여기는볼셰비키가정권을장악한10월혁명이후에는더더욱,전쟁종식과평화를원하는병사들에게보치카료바는‘구체제’와‘지배계급’의일원으로비쳤고,여성결사대대는결국해체된다.

야시카는왜볼셰비키를미워했을까
자서전의오류를딛고진실을추출하라
“이전쟁에서우리가숱한목숨을잃었는데,싸우지않고모든것을내주려고하다니!당신들은나라를망칠거요!”
결사대대해체후보치카료바가마주한현실은어두웠다.볼셰비키정부아래서제국군장교들이체포되고,테러가벌어지고민중은고통받았다.이책에는자서전에서나타나기쉬운오류와혼동,과장과누락이존재하는데,옮긴이에따르면,보치카료바가사실을왜곡했을가능성이가장큰부분이볼셰비키를서술하는대목이다.보치카료바는10월혁명직후레닌과트로츠키를만나독일의침략성을경고했다고말하지만,이진술을뒷받침하는다른사료는존재하지않는다.1918년1월에“적색테러가페트로그라드에서판을쳤다.살해되고린치당한장교들의주검이강에가득했다”는회고도부정확하다.여러사료를참고할때“적어도1918년초엽페트로그라드의적색테러는사실이아닐가능성”이크다.이러한오류와한계를정확히인식할때이책의진실이더빛날것이다.
보치카료바는대다수일반병사와달리혁명이후에도전쟁을지속하려고애쓰며,‘비당파’를자처하지만볼셰비키를적대시했다.옮긴이류한수교수는보치카료바에게군대가어떤의미였는지를짚어그의심리를이해해보려한다.신산한삶에시달렸던그에게군대는자기를인정해준유일한세계였으며,폭력을일삼았던민중공동체안의남성들과달리군대엘리트계층은정중한교양인으로보였을것이다.그래서지배계급의가치체계를받아들이고,전쟁이라는쟁점에서장교들편에서게되었으리라는것이다.반면병사위원회를내세워규율을흔들고평화를모색한볼셰비키는그에게자신의세계를무너뜨린주범이었다.그는강화조약이아니라독일군에승리를거둬평화를얻어내고싶었다.‘야시카’가서른한살에생을마감하게된이유이다.전쟁과혁명에대한그의서술을,모순투성이였던그의삶을이런맥락에서엄정하게읽어내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