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졌으면 좋겠어 - 이야기나무 14

빠졌으면 좋겠어 - 이야기나무 14

$12.80
Description
우리들의 친구 관계를 거울처럼 비춰 주는 이야기
마음을 내어 주고 내 마음이 더 커지는 동화
문학상 수상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걸작
3학년이 끝날 무렵, 반디네 학급은 모둠 발표회를 갖기로 했다. 모둠원들이 힘을 모아서 준비하고 발표하면서 좋은 추억을 쌓아 보자는 취지였다. 요즘 한창 춤추는 데 재미를 느끼는 반디는 맘에 맞는 친구들과 같은 모둠이 되어 걸 그룹 댄스를 선보이고 싶었다. 운 좋게 모둠 구성도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발표 내용도 자기 뜻대로 관철되는가 싶었는데, 복병인 친구가 등장했다. 성격이 온순하기만 한 줄 알았던 송이가 자기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는 스타일인 데다가 춤 실력이 엉망이었던 것이다. 처음에 반디와 다른 두 친구는 연습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송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춤 실력이 늘지 않았고, 자신이 몸치 중의 몸치라는 사실만 분명하게 확인시켜 주었다.

발표회가 가까워질수록 반디와 두 친구는 초조해졌고, 급기야 송이가 모둠에서 빠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송이에게 모둠에서 ‘빠지라’고 말하기는 정말 쉽지 않았는데……. 결국 반디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많은 친구들 앞에서 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심, 결단력 있는 모둠의 리더가 되고 싶은 욕심이 어우러져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마침 송이에게 모진 말을 내뱉으려고 할 때, 어쩌면 반디가 나서지 않고도 일이 쉽게 풀릴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반디와 친구들의 모둠 발표회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저자

최도영

저자:최도영
독자들의마음에푹빠져드는이야기를짓고싶어한다.2018년『레기,내동생』으로비룡소문학상대상을,2023년『특별한날특별한동화』로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받았다.지은책으로『돌돌한아이』,『숙제손지우』도있다.

그림:슷카이
그림을그리고이야기를만든다.쓰고그린책으로『안녕,꾀꼬리』,『고양이를안는법』,『수상해』등이있고,『어찌씨가키득키득』,『나도상처받지않고친구도상처받지않는친구관계연습』외여러책에그림을그렸다.

목차


네가뽑았으면좋겠어
댄스!댄스!!댄스!!!
우리는반하다……송!
네가빠졌으면좋겠어
오해는안했으면좋겠어
네가나에게나에게빠졌으면좋겠어,내가너에게너에게빠져버린것처럼

출판사 서평

우리들의친구관계를거울처럼비춰주는이야기

‘관계’를이야기할때‘완성’이라는말은어딘가어울리지않는다.사람과사람사이에일어나는일과감정들은계속해서변하기때문이다.그렇기에한번좋은관계를맺었다고해서언제나좋으리라는보장이없고,서로감정이상해관계가틀어졌다해도어긋난상태를되돌리는게불가능한일은아닐것이다.줄다리기를예로들어보면어떨까.경기를할때줄이바닥에떨어지지않고곧은모양을유지하려면양쪽의힘이균형있게유지되어야한다.줄을떨어뜨리지않는게경기의목적은아니겠지만,힘의균형이유지될때에어느한쪽도불행하지않고각자노력을멈추지않는상태라는것을알수있다.또언제고힘의균형이한쪽으로기울었다다시제자리로돌아올수있다는점에서우리를둘러싸고있는여러관계의특성을보여주는것같다.반디네모둠도처음에는일방적으로반디가끌고가는모양새였다.그런데모둠원들의생각이항상반디와같을수없는노릇이니문제가생길수밖에없다.문제를인식하고해결하는과정에서반디와친구들은자신의생각을분명히표현하는법,자신의의견을관철시킬때와양보해야할때가있다는걸알게되었을것이다.그리고좋은친구가되고건강한관계를유지하려면어느한쪽만노력해서는가능하지않다는것도,친구를위해내마음을내어주는일이얼마나기쁜일인가도피부로느꼈을것이다.나이가들고철이들어도좋은친구를곁에두는건쉬운일이아니다.서로가끊임없이노력해야하기때문이다.그어려운일을예쁜어린이들이해내고있다.반하다송친구들이그랬던것처럼어여쁜친구관계를만들어갈우리독자들을생각하니마음이가득차오른다.

마음의성장판이닫히지않게

키가크면보기에좋고,키는자신감과도연결되어있다고믿어서부모들은아이의성장판이빨리닫히지않도록신경을많이쓴다.성장에좋은음식,일상생활의자세,잠자는습관등을꾸준히관리한다.그런데우리는사람성품은어느정도타고난다고믿는경향이있는듯하다.아주틀린말은아니지만성품이야말로좋은영향을받고스스로다듬는과정에서만들어진다고믿는다.착한사람은남을미워하지도않고다른사람에게무조건져줄것같지만아니다.그들도누군가를미워하고나쁜마음을먹기도한다.다만자기마음만중요하게여기지않고다른사람의마음도헤아릴줄아는것이다.그러니일찍부터자기마음을잘가꾸고,마음의성장판이닫히지않도록노력할필요가있겠다.다행히마음의성장판은일정나이가되었다고해서닫히지않을뿐더러자율성도강하다.어릴때부터가꾸고관리할수록계속해서성장할수있는힘을기를수있다.그런점에서반디와친구들에게모둠발표회는참좋은기회였다는생각이든다.모든것이순조롭게이루어졌다면마음이성장할기회도없었을테니까.한창걸그룹댄스에재미가들려있었고,그걸로친구들앞에서뽐내고싶은데한사람때문에일을그르치게되었으니얼마나속이상했겠는가.그아이가모둠에서‘빠졌으면좋겠다’고여기는건자연스러운일일지모른다.정말로모둠에서빼버릴방법을모색한것까지응원할순없어도친구의진심을읽은뒤그마음을헤아리려고애쓴것은아이들스스로마음을가꾸는노력이라고보였다.또반디의경우,학급회장선거에서떨어졌던속상함을모둠리더가됨으로써풀어보려고했지만쉽지않았다.일이자기마음대로되지않자힘들어하고고집도부려보았다.결국친구들과갈등을겪고문제를해결하는과정에서서로의견을맞추고조율해가는법을배우지않았을까.어른들도다르지않다.이동화를읽으면서아이를통해배운다는말이결코가볍지않음을느꼈다.동화의매력중하나다.

반죽을버무리듯어휘를주무르는글솜씨,감성을확장하는심플한이미지

이이야기의소재는뭐그리특별할것이없다.문장의표현이화려하지도,애써꾸민흔적도보이지않는다.그런데묘하게집중하게되었다.그것이글이가진힘이라고생각하는데,이글이가진힘은또하나가있다.반죽을버무리듯,말놀이하듯‘빠지다’라는어휘를아주잘활용한것이다.참여하지않는다는뜻으로,무언가에정신이쏠려헤어나지못하다는뜻으로도쓰였다.모둠이름을정할때송이의‘송’자가삐걱거리는느낌을표현한것도참적절한복선이아니었나싶다.한편이책의일러스트는표현이제법심플하다.색은지나치게화려하지않으면서다양함을담아냈다.작가의의도를표현하면서독자의감성이담길수있는여지를만들어준셈이다.이런저런생각끝에저절로‘빠지다’의또다른뜻을떠올리게되었는데,책의모양새가번듯하게빠졌나싶고,다른책에비해뒤떨어지는일은없어야할텐데하는걱정도언뜻했다.하지만그럴일은없지않을까다시금자신해본다.작가들의힘을믿으니까.

책속에서

“나도좋아!”

다인이의맞장구를끝으로모둠이름이결정되었다.그러고나니다시힘이불끈솟았다.나는오른손을앞으로쭉뻗으며말했다.

“반!”

아이들모두뭔가하고주춤했다.그래서내가힘차게말했다.

“이름지은기념으로파이팅한번하자고!”

나는다시손을뻗으며‘반!’을외쳤다.그러자하루가내손위에자기손을얹으며‘하!’,그다음은다인이가‘다!’,마지막으로송이가‘송!’을외쳤다.그런다음우리넷은동시에포개진손을위로번쩍치켜들며입을모았다.

“파이팅!”

파이팅,이말은운동선수들이시합에서잘‘싸우자’는뜻으로외치는소리다.아이들과함께파이팅을외칠때만해도나는‘싸움’이라는생각은전혀하지못했다.하지만사실그때부터싸움이시작된거다.무슨싸움이냐고?몸치중의몸치,송이와의험난하고도기나긴싸움…….

내가송이랑진짜로싸운건아니지만,아무리알려줘도손과발이따로노는송이를가르치는건정말싸움이나다름없었다.그렇다고정말싸울수는없었다.백번,천번틀려도친절하게알려준다고약속해놓았으니이건진짜싸움보다더견디기힘든것이었다.

어느날댄스반에서방과후수업이시작되길기다리고있을때였다.나와하루,다인이는솔직한마음을털어놓게되었다.하루가먼저이야기를꺼냈다.

“우리지금이라도발표종목을바꿔야하는거아냐?”
“…….”

나도다인이도왜그런말을하느냐고묻지않았다.이유가너무빤했기때문이다.우리셋이아무리연습해봤자송이가끼면우리의발표는코미디일뿐이었다.잠깐의침묵을깨며하루가나를향해말했다.

“애초에그냥노래랑악기연주를하는게나을뻔했어.”

나는그말에발끈해서대꾸했다.

“지금나원망하는거야?송이가그정도일줄내가어떻게아냐고.하루너도연습하면서그랬잖아.송이가처음이라그런거라고.너도송이가계속이럴줄은예상못한거잖아.”
“누가꼭너때문이래?이럴줄알았다면그냥다른거했으면좋았겠단말이거든?”

하루도뾰족한말투로맞섰다.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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