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날

심판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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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즈베키스탄에는 어떤 소설이 있나요?
‘퍼처미르’의 사후 세계 탐방기, 『심판의 날』
한국 독자들에게 우즈베키스탄 문학은 평소에 접해 보지 못해 생소한 느낌일 것이다. 도서 분류를 보면 우즈베키스탄 문학이 차지하는 협소한 자리는 더 분명하게 다가온다. 세계 문학의 범주에서 오랫동안 큰 영향력을 발휘한 서구 문학을 비롯하여 우리와 지리적·문화적·역사적으로 인접한 중국과 일본의 문학, 그리고 100년 전 이 땅에서 번역 문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지식인들을 사로잡았던 러시아 문학까지. 분류상 명확히 자신의 자리를 가지고 있는 이들 문학과 다르게 우즈베키스탄 문학은 ‘기타 세계 문학’으로 분류되고 있다. 출판사 〈틈 많은 책장〉은 가려져 있거나 숨어 있는 이야기를 발견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만들어졌으며, 따라서 출판사의 첫 책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되지 않았던 우즈베키스탄 소설을 5월 20일 세계인의 날에 맞춰 발간하였다.
압두라우프 피트랏이 1923년 발표한 『심판의 날』은 주인공 퍼처미르가 경험한 사후 세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의 무신론적 견해가 반영되어 이슬람교에서 이야기하는 사후 세계를 비꼬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이로 인해 당시 여러 차례 논쟁을 겪기도 했다. 소설 내용을 곱씹어 읽어 보면, 이것이 단순히 반종교적인 차원에서 쓰인 작품이라기보다는 작가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피트랏이 작품을 쓰던 때의 우즈베키스탄은 소련 통치하에 있었으며, 사후 세계에 빗대어 강압적으로 변해 가는 정치적 상황에 대한 풍자를 감행한 것이다. 이후 작가는 1937년 반소련 민족주의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1938년 10월 4일에 총살되는 비극을 맞는다.
『심판의 날』은 1920년대 중앙아시아의 역사를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흥미롭게 읽힐 수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퍼처미르가 소설 속에서 보여 주는 태도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진 조건들에 인간이 어떻게 대항할 수 있는지를 시사해 주기 때문이다. 사후 세계에 도착한 그에게 이제까지 해 오던 관행에 맞춰서 죽음 이후의 절차들이 진행되려 하자, 퍼처미르는 신으로 대변되는 절대 권력자에 의문을 품으며 ‘다른 방법’들을 제안한다. 물론 퍼처미르의 제안이 당장에 모든 것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리 압도적인 세계라 하더라도 순순히 따르지만은 않는 그의 행위가 피투성(被投性)의 인간에게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며, 또 그러한 행위들이 견고해 보이는 세계에 소란과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일 테다. 퍼처미르가 제안한 ‘다른 방법’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의 사후 세계 탐방기가 어떻게 끝나게 될지는 작품을 통해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저자

압두라우프피트랏

AbduraufFitrat
정치가,역사가,언어학자,작가,극작가,시인,번역가이자현대우즈벡어및문학의창시자중한명인압두라우프피트랏은1886년에부하라에서태어났다.어머니의영향으로일찍부터문학에관심을가졌다.부하라의유명한‘미르아랍’마드라사를졸업하고,1909년에서1913년까지이스탄불대학에서공부했다.피트랏은페르시아어와우즈벡어로창작활동을한작가로,그의창작활동은1903~1904년에시작되어생을마감한1938년까지계속되었다.주요저서로는『사이하(Sayha)』,『토론(Munozara)』,『인도여행자의이야기(Bayonotisayyohihindi)』,『티무르의무덤(Temursag’anasi』,『오구즈칸(O’g’uzxon)』,『진정한사랑(Chinsevish)』,『인도의혁명가들(Hindixtilochilari)』,『아불파이즈혼(Abulfayzxon)』,『구원의길(Rahbarinajot』,『가족(Oila)』등이있다.

목차

심판의날
부하라에서타슈켄트까지,압두라우프피트랏의삶과문학의여정

출판사 서평

◆틈에서찾은이야기,틈많은책장에서보내는편지

우즈베키스탄에서온번역자구잘미흐라예바를알게된지는10년이넘었다.구잘과한국문학에대해서는이런저런이야기를나누었으나,내가우즈베키스탄문학에대해질문한적이별로없다는것은최근에서야가까스로깨달은사실이다.
『심판의날』속주인공퍼처미르가사후세계에서겪었던일들은평소텍스트로접해오던사후세계와는또다른모습이라,소설을읽는내내마치판타지를읽는듯한느낌이들었다.그러나이것은판타지가아니라어떤문화권에서는진리로여겨지는내용일것이다.우리가아는것,보고듣는것,이야기하게되는것은눈앞에있는것일때가많다.물론그것들은우연한기회에우리가까이놓였을수도있으나,세계를움직이는힘의논리에의해그자리가결정되는경우는더많을것이다.
우리가그간몰랐던그래서궁금해하지않았던이야기들이,누군가의책장깊숙한곳에,책들과책들의틈에숨겨져있다.낯선형태의목소리와삶을담고있는이야기들은우리가살고있는낯익은세계를돌아보게하고그것이전부가아니라는점을넌지시알려준다.독자들이『심판의날』에서다른세계로향하는미세한틈새를찾을수있기를소망해본다.

◆번역자구잘미흐라예바가보내는편지

우즈베키스탄사람인내가한국근현대문학을좋아하게되었듯이,한국독자들에게도우즈벡작품을소개하고싶다는생각을했다.발표당시부터이슈였던『심판의날』은,우즈베키스탄에서간행된단편소설중가장많은출판부수를기록한작품이기도하다.짧지만강렬한내용을담고있는퍼처미르의이야기가한국독자들에게어떻게읽힐지,또압두라우프피트랏이라는작가는어떤인상으로다가갈지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