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코와 마키

마사코와 마키

$11.43
Description
에로 그로 넌센스가 폭발하는 1930년대 일본 대중문화
그 속에서 자라난 오구리 무시타로의 ‘이단 문학’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초반은 ‘에로, 그로, 넌센스’의 절정기로, 이러한 분위기는 문단이 추구하던 예술로서의 문학, 혹은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전위의 문학을 압도하였다. 이렇듯 기존의 진지하고 경직된 문학에 반기를 들며 일어선 일본의 대중 문학을 ‘이단 문학’이라 일컫기도 한다. 이 시기 이단 문학의 주 무대는 당시 일본 최대의 출판사였던 하쿠분칸(博文館)이 1920년 1월에 창간한 잡지 『신청년(新靑年)』이었다.
『신청년』은 특히 탐정 소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는데, 오구리 무시타로 또한 『신청년』 1933년 9월호에 「완전범죄」를 발표하여 데뷔한다. 그의 유명한 작품 「후광 살인사건」, 「성 알렉세이 사원의 참극」, 『흑사관 살인사건』 등은 모두 『신청년』에 발표된 것들로, 이국취미와 현학적 문체 등 오구리 무시타로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국내에 번역되지는 않았지만 오구리 무시타로가 탐정 소설만큼이나 자주 썼던 소재는 ‘에스’이다. 에스는 시스터의 은어로 소녀 간의 동성연애, 소녀와 성인 여성 간의 동성연애를 의미한다. 이번에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마사코와 마키」도 오구리 무시타로의 ‘에스 탐정 소설’ 중 하나이다.

“1938년에 『주간 아사히(週刊朝日)』에 발표된 「마사코와 마키」는 에스(エス), 즉 여학생 간의 동성애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의 눈에 띄었다. 이 작품은 오구리 무시타로의 마지막 에스 탐정 소설이고 중일 전쟁이 확대일로였던 시기에 발표되었다. 그러나 전쟁의 그림자는 하등 느낄 수 없고 소설 속 에스 코드도 살인 사건이나 추리와는 관계가 없어 소재주의의 혐의가 짙다. 그럼에도 남성 작가의 탐정 소설 중에 여탐정이 드물기도 하거니와 1930년대의 에스 문화가 탐정 소설과 결합한 흥미로운 예라서 ‘틈 많은 책장’의 한구석을 채울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번역했다.”
-해제 중에서
저자

오구리무시타로

(小栗虫太郎,1901~1946)

본명은오구리에이지로(小栗栄次郎).도쿄술도가의방계집안에서태어나열살때부친이사망했다.중학교졸업후1918년에전기회사에들어갔고1920년에결혼했다.1922년에회사를그만두고인쇄소를차렸고탐정소설습작을시작했다.인쇄소는4년만에문을닫았고가산을팔아버티다가1927년오다세이시치(織田清七)라는필명으로‘탐정취미회(探偵趣味の会)’의회지『탐정취미(探偵趣味)』10월호에「어느검사의유서(或る検事の遺書)」를게재했다.1933년폐결핵으로쓰러진『신청년(新靑年)』의편집장요코미조세이시(横溝正史)의대타로9월호에「완전범죄(完全犯罪)」를오구리무시타로라는필명으로발표하여데뷔했다.1936년에나오키상후보가되었고1937년에탐정소설전문지『슈피오(シュピオ)』창간에관계했다.국내에번역된단편「실낙원살인사건(失楽園殺人事件)」,「후광살인사건(後光殺人事件)」,「성알렉세이사원의참극(聖アレキセイ寺院の惨劇)」,장편『흑사관살인사건(黒死館殺人事件)』이대표작이다.1941년11월마흔의나이에징집당해육군보도반원으로영국령말레이에서근무했고1942년말에귀환했다.그때의경험을살려1943년말레이에서암약하는비밀결사를다룬「해협천지회(海峡天地会)」를『신청년』에발표했다.1945년5월나가노현나카노시로소개(疏開)했고일본패전후사회주의탐정소설『악령(悪霊)』을집필하다가반년만에뇌일혈로사망했다.

목차

마사코와마키
1.머리카락을잘리는소녀/7쪽
2.이상한나라의앨리스/39쪽
3.기분나쁜할머니/69쪽
해제오구리무시타로의‘에스(エス)’탐정소설/90쪽
부록그여자들은왜철도자살을하였나?/112쪽

출판사 서평

◆“그런데어째서여자가여자를사랑해서는안된다는것일까.”
1930년대에스(エス)문화와계속되는소녀들의사랑

「마사코와마키」는제목에서알수있듯이‘마사코’와‘마키’라는이름을지닌두여학생이주인공이다.마사코가마키에게보내는편지로부터시작되는이소설은탐정소설로서의서스펜스보다는두사람이주고받는서신에서포착되는관계성이훨씬더흥미롭게다가오는작품이기도하다.“나의귀엽고귀여워서삼켜버리고싶은너에게”라든가“마키는언니의영원한시녀입니다.”같은표현들은남성작가인오구리무시타로에의해상상된여성간사랑의표현방식이기는하지만,자신의감정을거침없이솔직하게표현하는여성(여학생)표상이라는점에서동시대의다른작품들속여성표상과비교해서읽을때그의의가더잘드러난다.역자가〈부록〉으로실은「그여자들은왜철도자살을하였나?」는식민지조선의대중잡지였던『별건곤』에1931년5월1일실린글이다.실존인물인홍옥임과김용주의자살사건을다루고있는글로,마사코와마키의이야기와견주어읽는다면당대여성을둘러싼소설의환상과현실의격차가무엇인지확인할수있을것이다.
「마사코와마키」는소위말하는‘열린결말’의형태로끝을맺는다.과연마사코와마키는이후에어떻게되었을까?오구리무시타로가계속해서에스소설을쓸수있었다면그녀들의또다른이야기가이어졌을지도모른다.그러나1940년대에일본이총력적으로들어서자,유희소설들이지면에서사라지며「마사코와마키」는오구리무시타로의마지막에스탐정소설이된다.여성간의애정,연대,가부장적질서에의탈주등「마사코와마키」에숨겨져있던작은씨앗들이,시대를넘어다양한여성서사들에서어떤모습으로만개하였는지찾아보는것도이작품을즐길수있는한방법이다.마사코와마키의무수한변주를상상하며,미완의이이야기를즐겁게곱씹어보시기를권한다.

◆틈에서찾은이야기,틈많은책장에서보내는편지

술도매상가계를둔덕분에유복했던어린시절,중학교졸업후전기회사취업,20대초인쇄소설립및4년만의도산,30대초탐정소설로데뷔,끝없는책수집과생활고,육군징집,45세에뇌내출혈로사망….작품속에서찾기어려운시대의흔적은아이러니하게도오구리무시타로의삶전반에짙게드리워져있다.1933년데뷔이래오구리무시타로가가장왕성하게창작활동을한10여년은,1920~30년대초인쇄출판의범람과이에호응하며활기를띠었던대중문화가일본군국주의의강화로인해급격히쇠퇴한시기이기도하다.이아슬아슬한시대분위기속에서「마사코와마키」또한탄생했다.오구리문학에새겨진‘이단’의기운은시대를방관하고외면한결과일까,아니면시대를찌르는방편이었을까.그에대한답은독자들의판단에맡긴다.

◆번역자가보내는편지

오늘날일본에대한한국인의관심은이만저만높은것이아닙니다.관광지나일본음식,아니메(アニメ)와닌텐도만이아닌일본이궁금하신분,근대일본문학과문화를더깊이알고싶은분에게일독을권합니다.에스탐정소설「마사코와마키」가전해주는이상한나라의색다른이야기를통해에로,그로,넌센스시대의한단면을맛보시고우리가알지못했던일본문학의재미와의미에대해탐구해보시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