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석 공장

대리석 공장

$13.00
Description
인생의 여정에서 맞닥뜨리는, 뜨겁고 단단한 슬픔과 고독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헤세의 단편들 2 『대리석 공장』
헤세 사후 1982년에 재출간된 단편집 『이 세상 Diesseits』에는 여덟 편의 단품이 실려 있다. 헤세의 단편들 2 『대리석 공장』에는 그중 네 편의 단편을 실었다. 이 작품들은 유년기, 청년기, 중년기에서 황혼기까지 생의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루는 시기에 겪었던 슬픔을 다뤘다.
「유년 시절」의 ‘나’는 이웃에 살던 친구 브로지가 봄이 가기 전에 죽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부모에게 전해 듣는다. 「대리석 공장」의 ‘나’는 장애 없이 순탄한 길이 자기 앞에 길게 뻗어 있다고 생각하던 스물네 살의 여름에 대리석 공장 주인의 딸 헬레네에게 사로잡힌다. 그러나 그녀는 ‘나’의 사랑을 거부한다. 「가을 도보 여행」의 ‘나’는 의사가 되어 젊은 날과의 재회를 꿈꾸며 십 년 전에 떠나왔던 곳으로 추억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옛사랑 율리를 만나지만 율리는 ‘나’에게 손 한번 내밀지 않는다. 「늙은 태양 아래서」의 말썽꾸러기 노인들은 퇴물이 되어 시립 요양원에서 희망 없고 활기 없이 하루하루 무의미한 생활을 이어 간다.
『대리석 공장』에 나오는 인물들은 살아가면서 죽음과 이별을 피하지 못하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 어떤 이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허상임을 깨닫고 고독하게 걸어간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과 죽음과 이별을 맞이하고 떠나보낸다. 그런 가운데 한 줄기 빛이 새어드는 것을 독자는 느낄 수 있다. 절망 가운데 삶과 사랑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는 빛, 헤세 문학이 지닌 긍정성에서 나오는 봄날 같은 생명력이 이 책에 잘 담겨 있다.
저자

헤르만헤세

독일계스위스인시인이자소설가.
신학자집안에서태어난헤세는열다섯무렵부터시인이되고자했다.신학교를자퇴하고,자살을기도하고,시계공장의수습공,서점의수습점원을거치는등젊은날을방황하며고뇌에찬시간을보냈다.스물한살에첫번째시집『낭만의노래』를출간한이후『데미안』,『유리알유희』,『나르치스와골드문트』,『싯다르타』등오늘날까지전세계의수많은독자로부터아낌없이사랑받고있는시와소설등주옥같은작품을남겼다.평화주의자였던그는평화는전쟁보다훨씬더고귀하다며제1,2차세계대전당시에는전쟁을비판했고,나치정권에게‘매국노’라는비난을받기도했다.1946년‘노벨문학상’,‘괴테상’,1954년‘서독평화공로상’등을수상했으며,음악과미술을사랑하고자유와평화를사랑한그는인류의정신적스승으로우리곁에남아있다.

목차

유년시절7
대리석공장37
가을도보여행79
늙은태양아래서123
작품해설185

출판사 서평

우리에게선택의자유가있다면인생은결코,희망없는
막다른골목에서들짐승처럼울고있지는않을것이다.


헤세만큼우리의사랑을받는독일작가는드물것이다.헤세의작품은지금까지도널리읽히고있다.그건헤세가작품에서다루는문제와정서가오늘날에도유의미하다는의미다.잃어버린낙원과잊힌고향에대한향수,첫사랑의추억과잃어버린사랑에대한그리움과아쉬움,자신의세계와바깥세계그리고낯선세계와의충돌을통해찾아가는내면세계로의여행,어느곳에도얽매이지않는방랑과고독과도전,자연과의은밀한교감과합일,죽음과절망과구원,서정적음악의세계등헤세가작품에서다루는세계는시공간을넘어우리들의경험과고민에닿아있기때문이다.


*유년시절은낙원이며그시절의경험은무엇보다소중하다.

유년시절은즐거움이많은시기이다.사소한놀이하나,가족들과친구와의작은추억하나하나가행복을주고,오래도록마음에깊은인상을남긴다.그인상은대체로유쾌하고경쾌하다.「유년시절」의‘나’는봄날,온세계가무엇이되기위한욕망에사로잡혀동경에차고기대에부푸는기적같고낙원같은어린시절을회상한다.희미한기억이점차선명해지면서친구브로지와의추억이하나씩떠오른다.유년시절‘나’는브로지와다투고다시화해한다.‘나’는브로지의몸에난커다란상처를보고깊은연민을느끼며아끼는장난감을선물한다.몸이약한브로지는자기생의시간을선택할수없고,‘나’는어머니의권유로브로지의소생을바라며정성껏히아신스꽃을가꾼다.어른이된‘나’는그시절을회상하며유년시절에경험하고체험한것들이훗날여기저기다닌여행길에서경험하고체험한것들의총합보다훨씬큰의미를지닌다고생각한다.


*젊은시절은불완전하기에대담하고위험했다.

완벽한인간은없다.젊은이들은좀더많은것을적극적으로체험하고선택의순간을경험한다.그경험과선택이쌓여자신의정체성을형성하고,세상을이해하는눈이밝아지고지혜로워진다.「대리석공장」에는세명의젊은이가나온다.‘나’와‘베커’는젊기에자신감에차서행동한다.‘나’는여러가지힘든경험끝에삶을긍정하는철학을지니게되었고,사물을객관적으로침착하게관찰할수있게되었다고믿었다.리파하저택의관리인인베커는노련하고약은젊은이로세상의모든지혜는우스꽝스러운것이라며냉소적이다.헬레네는홀아버지밑에서성장하여아버지를닮아남자같은데가있지만상당한미인이며의연함과성숙함도지닌아름다운여인이다.그러나그녀는아버지의절대적인지배를받고있는데다가여자라는한계속에서자기자신의인생을자유롭게선택하지못한다.‘나’는헬레나를사랑하여그녀가강하게만류하는데도대담하게사랑을고백하며저돌적으로다가간다.헬레나는‘나’를열렬히사랑하지만자기의운명에순종하기위해‘나’의사랑을거절한다.굳세고강한베커는자신감에차서그들의연애를방관하다가사랑하는헬레나를영원히잃고만다.


*나는자유로운남자가되어모든나의길을홀로걸었다.

「가을도보여행」의‘나’는라틴어학교학생일때어리석은치기에‘나’를찾아온예쁘고선량하고남루한어머니를외면한적이있었다.아름다운율리를사랑하여그녀를따라시민단체에가입하지만곧탈퇴한다.율리를떠나일년이지난어느날,‘나’는내미래가불투명하니기다리지말라는편지를율리에게보낸다.율리는‘내’가다시돌아올때까지기다리겠다고답장했다.하지만반년가량지난뒤그녀는다른사람을사귀고싶으니자기를잊어달라는편지를보낸다.얌전하고조용했던‘나’는폭풍처럼세상을휘젓고돌아다닌뒤완전히다른사람이되어청춘의추억이깃든곳을다시보려고가슴두근거리는일겐베르크로여행을떠난다.그곳에서그토록그리워하던율리를다시만나지만‘나’는자기의어리석음에괴로워한다.


*단조로운일상이반복되는불변의시간은죽음과같다.

「늙은태양아래서」의시립양로원에사는카를휘를린은공장감독관으로지내다가운좋게꽤많은유산을상속받고사업도크게번창한다.그러나새로운경쟁자가나오면서휘를린은파산하고요양원에들어가게된다.그는양로원에서여생을편안하게보낼수있을거라믿었지만양로원생활은기대와는달리그에게분노와회한,모멸감과불쾌감,권태감만느끼게할뿐이다.공장주휘를린은형편없이무능력한인간으로남의보호를받고사는자신의처지에고독과절망을절감하고점점더조용하고침울한인간이되어간다.익살꾼핑켄바인은자유와가난과활동성과끊임없는긴장을찾아볼수없는양로원생활에숨이막혀자신의선택이어리석었음을깨닫는다.쓸쓸하고조용해지는양로원생활에서핑켄바인은자기가침몰하는배위에혼자살아남은최후의한사람같다고생각한다.그러다봄의향기를음미하면서좀이쑤시기시작한다.


헤세의작품은대체로멜랑콜리한분위기를담고있으면서도결코어둡지않다.이는주인공들이보여주는자연친화력때문이다.또한헤세의자연친화성뿐만아니라자연을묘사하는세심한필치에담긴성실성과진정성으로독자에게신뢰감을준다.또한인간을묘사하는데에도성실성과진정성을보여준다.헤세의단편들2『대리석공장』역시그러한면이잘드러나있다.이책속인물대부분은전형적인선인,악인이아니라두속성을공유하고있는약점을지닌인물들로‘너무나인간적인’속성을지니고있다.이책에서헤세는피할수없든,자초했든생의길목에서슬픔과고독에직면하여고통과절망에빠질지라도자신의삶을스스로‘선택’하고희망에차서새로운것을찾아나설수있다면그삶에도찬란한봄의햇빛이스며들고젊음이약동할거라고말한다.우리의어리석음은무엇이며,우리가살아야하는이유는무엇인지이책에서헤세는말하고있다.살아있는것은멈추지않는다.앞으로나아가든뒤로물러서든옆으로옮기든변화한다.미래를꿈꾸고새로이도전하고자기의지에의한선택을그만두지않는영원히젊고활기찬삶가치에주목하게하는헤세의단편들2『대리석공장』은우리가여전히헤세의작품을읽어야하는이유를말해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