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존엄한 고양이올시다

나는 존엄한 고양이올시다

$11.13
Description
삶은 주어진다.
눈 떠 보니 태어나 있고 태어나 보니 삶이 주어져 있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얻은 것은 아니지만
버릴 수도 없는 삶을 살아내면서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는다.
각자의 삶의 모양이 어떠하든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애정이다.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든
나 자신을 사랑하고
그러한 나 자신이 속한 세상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이미 삶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로 태어났어도
고양이가 아닌 그 무엇으로 태어났어도
무사히 세상에 태어난 우리는 모두
이미 특별한 존재이다.

고양이 도도는 꿈을 찾아 바다로 떠났고
아버지이자 가장인 만철 씨는 생계를 위해
먼바다로 나갔다.
기타를 치고 싶은 브라우니는
바다로 떠난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기타를 버리지 못한다.
들고양이로 태어났으니
들고양이로 살아가겠다는 나비와
아이들을 데리고 도시로 떠난 고양희 씨는
서로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한다.

내가 태어난 곳에 머물러 살아도
혹은 그곳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찾아간다 해도
삶의 의미에는 차이가 없다.
죽지 않고 살아내는 각자의 삶은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저자

고선율

출간작으로『나는존엄한고양이올시다』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나는존엄한고양이올시다9
고양이나비와나비나비12
항해하는고양이도도14
위풍당당고양이만철씨18
비오는날의고양이패러독스22
고양이해리는뫼비우스의띠처럼26
새쌍둥이싱글맘고양희씨32
등대지기고양이고난길씨38
고양이도도의항해는멈추지않아42
위풍당당고양이만철씨의어부도전기48
편의점고양이태오52
기타치는고양이브라우니56
사찰고양이먼지60
그녀를사랑하는죄로,고양이웨하스의넋두리64
고양이베르터의슬픔70
인플루언서고양이트윙클의가출74
산티아고순례길위의고양이사야88
산티아고순례길위의고양이코나98
조망하는게취미인고양이레오104
나비라는고양이이름에대한고찰110
간호사가된고양이은총씨112
첫차를타는고양이일용씨116
고양이오덕훈씨의사랑120
고양이나비의쓸쓸함에대하여124
카페스테이의고양이헤밍웨이128
해설132

출판사 서평

시인고선율의첫번째시집『나는존엄한고양이올시다』가도서출판)고몽조몽에서출간되었다.서사가있는서정시집『나는존엄한고양이올시다』에는21마리고양이의서사가담겨있다.
서사가있는서정시집이라고한것은시한편한편에고양이들의삶에대한서사가,그리고그서사에서느낄수있는서정이담겨있기때문이다.
이시집에서고양이는메이저보다는마이너이고,이너써클밖에있는주변인이자아웃사이더에가깝다.그러나어쩌면그것은보다나은삶을꿈꾸는평범한우리들의모습이기도하다.


“나는존엄한고양이올시다”라는선언으로이시집은첫페이지를연다.태어남은스스로의의지가아니고,무엇으로태어날것인지역시스스로의의지가아니다.그래서태어남자체가운명이된다.사람으로태어났다고해도모두같은처지인것은아니다.금수저집안에태어날수도있고흙수저집안에태어날수도있는데이것역시‘나’의의지는아닌것이다.
‘나는존엄한고양이’라고말하는것은누군가고양이는존엄하지않다고생각하기때문이고‘모든인간은존엄하다’라는선언역시‘어떤인간’은존엄하지않다고여기는자들때문에필요하다.그러니까존엄하다는선언이필요한‘고양이’는존엄을외쳐야하는‘어떤사람들’과같다고할수있다.게다가고선율의시에서고양이는단지고양이만을의미하는것이아니라목숨을부지하며살아가는모든생명체의대유(代喩)이다.모든생명이존엄함에도불구하고어떤생명은존엄을주장해야만하며특히태어나고자란곳을떠나유랑의이력을가질수밖에없는들고양이들은시시때때로존엄에대한위협에직면한다.

내가태어날적에
고양이로태어나겠다선택한것도아니고
고양이로태어나야지결심한것도아니지만
고양이로태어난나는그저존엄한한마리의
고양이일뿐이오

어두운곳에서더욱더빛나는두눈과
아기의살결같은부드러운털을가진나는
사랑받기위해서태어난
그저존엄한고양이일뿐이올시다

사냥꾼의피가흐르니사나울거라
단정하지마오
야생성이사라졌으니온순할거라
안심하지도마오

나의삶이무엇으로어떻게채워질지
모르지마는순전한나의의지로
오롯이살아갈나는
그저한마리의존엄한고양이일뿐이니까
-「나는존엄한고양이올시다」전문

이시를읽고나면고양이에대한선입견과편견을갖지말아달라고당부하는‘존엄한고양이’의온전한삶을응원하고싶으면서동시에‘어떤사람들’의삶에도응원을보내고싶다.
앞에서도말했지만고선율의시에서고양이는목숨을부지하며살아가는모든생명체의대유(代喩)이고,생명이있는존재에게삶이란‘살다’라는글자그대로의선명한뜻이기때문이다.

고양이라고해서사랑을모르지않는다.
고양이라고해서이별이아프지않은것은아니다.
-「편의점고양이태오」부분

편의점고양이태오는이렇게말한다.태오의말이아니더라도사람으로살아가는것이나고양이로살아가는것이나삶에서우리가느끼는기쁨혹은고달픔은대동소이하기때문에고양이가단지고양이만을의미하는것이아니라목숨을부지하며살아가는모든생명체의대유(代喩)라는말에납득이가능하다.

한편한편의시를읽다보면드러나는고양이의구체적인모습은평범한누군가이거나외로운아무이거나마음이가난한‘나’자신이기도한데이들은대부분생활이고단하고그고단한삶에대한위로가필요하다는공통점이있다.

고양이로태어나고싶어서
고양이로태어난고양이는없지만
고양이로서의삶은
고양이답게살아가는
단단한의지이기를바라며
도도는위로의노래를들려주곤했다
-「고양이도도의항해는멈추지않아」부분

도도는혹등고래를만나노래를하고싶다는꿈을이루기위해항해를한다.도도가아무도응원하지않는항해를하는것은결코들고양이로태어난운명을거스르려는것이아니다.자유의지를가진생명체로서자기자신의삶을자신의의지대로살고싶은것이다.

들고양이로태어나도시고양이의삶을선택하고
아버지로살아가면서위풍당당하려얼마나노력을했던가
사냥한새보다츄르를더좋아하는아이들의선호와욕망은
먹여살리기만하면되는시절의종말을예고했다
-「위풍당당고양이만철씨의어부도전기」부분

아버지이자가장인만철씨는먹여살리는것이상을원하는자식을위해참치잡이배에오른다.에메랄드빛바다와붉은노을이아름다운것은만철씨의삶에서는상황의아이러니에불과하다.
꿈을찾아바다로떠난도도그리고생계를위해바다로간만철씨는각자서로다른선택을했지만각자자신이원하는선택을했다.그런데선택의결과는결국자기자신의몫이다.타자의이해를받지못하거나가족의원망을들을수도있지만그것마저도감내해야한다.
도도와만철씨를이상과현실의은유로읽을수도있지만둘다를현실의한모습이라고보아도무방하다.

일용씨는
털실로짠모자에머리를깊숙이넣었다
뜨개질을하다눈이마주치면
달처럼웃어주던사랑했던이는
떠나고모자만남았다

일용씨에게모자는배신을모르는친구
하지만때로는
어린왕자의금발을떠올리는밀밭같은것

평범하게살았던
성공한삶에대한기억은
모자로남았고
달처럼웃던사랑에대한추억도
모자로남았다
-「첫차를타는고양이일용씨」부분

평범하게살았던시절이가장성공한한때였던일용씨는주변에서흔히볼수있는,홀로외롭게살아가는아무개이다.일용씨의사연역시삶을살아내는자들의무수히많은사연중하나의사연이다.그리고일용씨에게모자는과거의추억이면서현재진행형인그리움이고미래의모습이기도하다.결국일용씨는모자로남을것이기때문이다.

사랑에흔들리는달콤하면서도씁쓸한고양이들의모습에서독자들은누군가를떠올리거나어쩌면자신과닮은면을발견하고깜짝놀랄수도있다.

궁금하지않다고?그건사랑이변한거야!
인간이그러면그렇지!!!
-「고양이해리는뫼비우스의띠처럼」부분

태오가없는덤불숲은아무도없는덤불숲이구나

나비는바람도데려다주지않는태오의냄새를기억속에서꺼내며까끌까끌한혀를꺼내그루밍을한다혀가지나는자리마다까끌까끌하다바람에가시가있는것처럼바람이지나가는자리마다까끌까끌하다
-「고양이나비의쓸쓸함에대하여」부분



고양이출신이라고주장하는시인고선율의시에는,시에마땅히있어야하는서정은물론생활의조각들이모여만들어내는삶이라는서사가있다.생명의존엄함과삶의존엄함은결국같은말이라는사실을고선율시인은고양이들의삶을통해사람들에게전달하고싶은것이다.
-길동주해설,「고양이가존엄하면모두가존엄하다」에서

고선율이스스로고양이출신이라고말하는것은아마도시집〈나는존엄한고양이올시다〉에등장하는고양이들의모습이시인자신의모습과겹치기때문일것이다.
친구들이응원하지않는꿈을꾸는도도,가족을위해희생하는만철씨,아버지를원망하면서도아버지를닮아버린브라우니,살아가는데필요한것은햇빛과바람뿐이라고생각하는레오,사랑을위해꿈을포기한웨하스,사랑하는이를보내고쓸쓸해하는나비등등각자주어진삶을제나름대로의방식으로살아가는고양이들을만나고나서우리의삶과존재는모두존엄하고소중하다는것을알았으면하는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