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

엄마의 딸이 되려고 몇 생을 넘어 여기에 왔어

$17.80
Description
이야기장수가 발견한 60대 신예 이야기꾼의 파란!
배 터지게 호강시켜주려다 복장 터져버린 기막힌 가족사
먹고사느라 매운 상처와 눈물을 주고받은,
그러나 끝내 오랜 세월을 함께 버텨낸 세상의 모든 식구들에게
#가족 #엄마 #감동에세이 #유년시절 #가정의달 #가족드라마 #가족사 #가난 #에세이

“젊었을 적 소원은 원도 끝도 없이 돈을 많이 벌어
엄마를 호강시켜드리는 것이었다.
돈을 버느라 너무 바빠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야
엄마가 바란 호강은 자식들과 함께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저자

이순하

저자:이순하
1958년5월8일어버이날에태어났다.부모와가족생각에많이붙들리고흔들릴수밖에없는팔자였나보다.아버지의바람기로인해불안하고혼란스러운유년기를보냈다.그러나강인한엄마를보고자라며세상살이의처신을배웠다.
딸아이의마지막대학등록금을치르고,내게도공부에대한갈증이있다는것을깨닫고환갑에철학박사학위를땄다.남들은이나이면은퇴를하지만,현재건국대학교미래지식교육원사회복지전공에서제자들을양성하고있다.만학도제자들의학업열정에더없이감동하며강단에서고있다.또한자서전쓰기를통해인간관계와자아를탐구하는‘글마음연구소’소장으로일하고있다.
나의가장내밀하고기막힌가족사와한시절피붙이보다더곡진하게나를돌봐준이웃의이야기를이제책으로엮는다.잘살고있다가도갑자기먹먹해지고쓸쓸한마음이들때,엄마생각이나는걸보면나이를아무리먹어도엄마앞에선철부지어린애다.올해도뒷마당엔하얀목련이예쁘게피었다.하얀꽃이쪽진여인의가르마같이선명해서좋다고하던엄마말이생각난다.꽃이피고지고를반복하여봄날에찾아오듯,나는몇생을더기다려야다시엄마의딸로태어날수있을까?

목차

작가의말_식구食口,서로를먹여살리느라우리가주고받은상처와슬픔에대하여4

1부가난한집딸아들은자라서도서로를알아보기에

어린소녀에게주는단팥빵의위로15
도둑천사귀주이모의순애보와탕수육30
내영혼의백신,선지해장국과리필없는인생48
언니의야맹증을고쳐준윤초시,그리고몰래한사랑과쥐포63
호떡에담긴후회,그리고키다리아저씨84

2부결혼,실망을끌어안고계속살아가기

아버지의여자,현풍댁과갱죽107
젊은날의허기를떠올리게하는닭숯불고기123
집장수엄마와눈치없는남자의짜장면이야기132
시어머니가며느리를식당에잡히고먹은냉면의맛은151
붉은고춧물이든엄마손,그리고매운마음169

3부엄마의딸이되려고몇생을넘어여기에왔어

나를살린애자씨의홍합미역국과낙지볶음193
외할머니의인생반찬,제살벗겨맛내는고구마순나물218
풍찬노숙의삶과맞장뜨며살아온여자의교과서,아귀찜231
엄마는왜페루에서국화빵을구웠나241

출판사 서평

가난한집안의딸아들은자라서도서로를알아보기에,
때로우리는기적같은한끼를나누며아픈속을위로한다

이순하작가의어머니는숱한첩을거느리고들어오는남편에게상처받다가일찌감치남편을떠나보내고억척스럽게생계를챙겨야했다.어머니와그의자식들은세상이가난한이들에게무심히던지는멸시와상처를떠안고살아야했다.그럼에도이가족곁에는띵까영감,키다리아저씨,외할머니,귀주이모,애자씨등수호천사같은귀인들이있어끝끝내서로를부둥켜안고살아내고야만다.
이책의1부‘가난한집딸아들은자라서도서로를알아보기에’에는그가난하고남루했던시절의상처와그럼에도사랑하고의지하며살았던사람들의이야기가기록되어있다.이순하작가는어린시절아버지없는가난한집안에서‘감히’반장을하려했다는이유로담임선생에게따귀를맞는다.그때손찌검으로빨개진얼굴로나왔을때얼굴에가만히손수건을대주던친구영미를그는기억한다.그친구영미와함께먹었던꿀호떡의맛을기억한다.그때친구영미의집안은경제적으로여유가있어그를숱하게도와주었는데,먼훗날어른이되어다시만났을때영미는‘입원비가없어엄마를퇴원시키지못하고있다’고조심스럽게고백한다.이순하작가는다시만난이인연의애틋함과여전히자신의바짓가랑이를질기게물고늘어지는가난사이에서고뇌한다.그는과연어떤선택을했을까?
한편,1부의두번째글‘도둑천사귀주이모의순애보와탕수육’은동네에서‘반편이’로불리던귀주이모의기적같은사랑이야기이다.드라마를방불케하는귀주이모의일대기와사랑이야기는온라인연재당시가장큰파란을불러일으켰다.

집이어려울때마다져야하는책임감에울컥가슴을치밀고올라오는분노가있었다.때때로눈물로흐르기도했고욕으로나오기도했다.씻고헹구고웃어도사라지지않았다.아픈상처는딱지가앉았다가도다시도졌다.아픈상처는딱지가앉았다가도다시도졌다.어딘지를알수없이몸이아팠다.병원에가도병명이나오질않았다.
순천順天의엄격한순리를어기려했던게화근이었다.힘들어도힘들다하지않았고,감정은힘이드는데몸을계속움직이다보니시퍼런청춘의나이였음에도우울증이찾아왔다.(…)
엄마를보내고나서는눈치따윈절대보지않고살리라결심했다.단팥빵을한입베어물면달콤한팥앙금맛이혀끝에퍼지듯그렇게살겠다고마음먹었다.그러나산다는것은몸부림을친다고내뜻대로되진않았다.“순천자順天者는흥興하고역천자逆天者는망亡한다”는『명심보감』의말대로순응하면순응한만큼받아들여졌다.자연의조화를거스르면역천의대가를치른다는이치는진리였다.오래된감기는약을아무리지어먹어도낫지않았다.아플만큼아파야나았다.병도몸을위하는기색이보여야물러갔다.겨울의추위가없었다면봄의고마움을모르듯말이다.(27~29쪽)

이순하작가는어린날그토록가난에부대꼈음에도,결혼상대로가난한남편을택한다.바로여기서부터어른이된이순하작가의굽이와고비는이어진다.‘2부결혼,실망을끌어안고다시살아가기’에서는남편의첩들에게문안인사를받으며살았지만,한남자의여자로서평생존중받지못했던어머니의결혼생활과이순하작가본인의결혼생활이중첩되어흘러간다.두여자의공통점이라면결혼하는동안순간순간‘이혼’을고민할수밖에없었다는것.남자들은마치가난처럼잔인하고도무심하게여자들의인생과영혼에흠집을내고,자식들을보고꾹꾹눌러참다가도두여자는어느순간복받치는슬픔에속이터져버리곤한다.그때이들을위로한음식이가자미식해,닭숯불고기등이다.이책에는그가난한살림과속터지는사연속에서도기적처럼차려진푸근한음식과밥상들이침과눈물을동시에고이게한다.

할머니와엄마는얼었던몸을녹였다.이모부와할머니,그리고엄마는가자미식해를안주로막걸리를마셨다.빈속에막걸리가들어가서인지,아니면속이상하던차에막걸리를마셔서인지엄마는대취했다.못사는친정때문에내신세를망쳤다면서엄마는울었다.미처문장이완성되지못한말들이막튀어나왔다.입에서다뱉어지지못한말들은울음으로토해냈다.
그때나는보았다.장작불에어룽진엄마의손은빨갛게고춧물이들어버린오동통한가자미식해같았다.바닷속을헤엄치던납작가자미는물결에실려올라오다그만바다를놓쳐버린거였다.가자미가식해가되려면제몸이삭아없어져야비로소맛을낼수있다.엄마도마찬가지였다.화천에온엄마는가슴속에서타오르는불길을삭이지못하고그대로놔두었다.애써끄려고하지않았다.슬픔은얼음밑호수를헤엄치는빙어처럼팔딱거렸지만엄마는그대로두었다.(183~184쪽)

3부‘엄마의딸이되려고몇생을넘어여기에왔어’는외할머니와어머니,그리고작가자신에게로이어내려온엄마들의역사를그린장이다.이순하작가의어머니는훗날페루에가서국화빵을굽는다.자신의딸내미하나를돌보러갔다가페루한인교민사회의대모가되어버린어머니는그곳에서페루의빈민들을돕고피붙이없이떨어져나온한인들에게대신밥을해준다.그리고그비용을충당하기위해단팥대신‘망하블랑카’라는현지의초코버터를넣은국화빵을팔아‘대박’이난다.
‘나의엄마’에서‘모두의엄마’가된엄마와나란히찾아간페루의마추픽추.저멀리보이는와이나픽추에도꼭가보라는엄마의말에작가는생각한다.
‘마마,바모스콘미고Mama,Vamosconmigo(엄마,꼭나랑같이가요).’


가장외로운날에도우리는그저1인분의삶은아니라는것을―
“당신곁에도그런한사람있기를,
당신도누군가에게그런한사람이되어주길.”

이책은우리가먹고사느라가장초라하고슬펐던날,다시힘내어한밥상에서숟가락을들고기대어살아갔던사람들에대한이야기이다.또한모진가난에상하거나찌그러지지않고,끝내살아버틴한모녀의감동적인일대기이기도하다.
한사람의인생은그저딱떨어지는1인분의삶만은아니다.숱한슬픔과고통이생을갉아먹어0,5인분,제로에수렴하는날이있는가하면,우리들의삶을충만하게불려주는또다른사람들이있어우리는한번의삶에서도몇생의인연과위안을업고살아간다.
이순하작가는그렇게우리를우리자신으로만들어준사람들의이름을부르고추억을소환하며,곡진하게세상의딸아들과부모를위로한다.그간살아내느라수고많았다고,가난과슬픔과눈물은생에끝이없을테지만,우리는앞으로도서로의힘으로끝내살아갈수있을것이라고.

우산이없을땐대책없이내리는비가원망스러웠지만,이젠세상모든것이우산이되어주는것같아낱낱이고맙다.숨을쉬고있음도,밥을삼킬수있음도……
몸과마음이무너질것만같은날,아무계산도망설임도없이‘나밥사줘’‘같이밥먹자’연락할사람한둘만있어도복된인생이다.만사가괴로움으로치닫는날,내마음이부르는좋은사람과한끼나눠먹으며추스를수있다면,오늘이제아무리고달팠다한들결코나쁜인생은아니다.
우리가아무리서로를애틋하게여겨도각자의인생에내리는비를멎게할순없을것이다.그러나머리위로남루하지만아름다운우산하나받쳐줄순있다.아픈속뜨끈하게데워줄든든한밥한끼나눠먹을순있다.당신곁에도그런한사람있기를,당신도누군가에게그런한사람이되어주길바란다.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