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들 : 전쟁의 한복판에서 살아 돌아온 인간들의 역사

생존자들 : 전쟁의 한복판에서 살아 돌아온 인간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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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전작 『반역자와 배신자들』로 전쟁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 이준호의 신간, 『생존자들』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20세기를 비명의 늪에 빠뜨렸던 2차 세계대전을 낱낱이 파헤치고, 그중에서도 특히 불굴의 의지와 정신력으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에 주목한다.


지옥을 알리기 위해 아우슈비츠로 걸어 들어간 폴란드 군인, 미국 정보원과 대통령 보좌관까지 지낸 ‘리옹의 인간 백정’,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지성과 창조성을 빛낸 예술가들……. 생존자들의 면면은 매우 다양하다. 이 책은 한 사건의 집단 생존자들, 전시 성폭력의 피해자들, 영웅적 행동으로 승리자가 된 군인들, 가해자를 용서하고 트라우마를 이겨낸 사람들, 그리고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부지한 악인들 등 다채로운 사례를 조명한다.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이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모으면서 저자는 전쟁이 드러내는 아이러니한 모습, 다시 말해 연대와 의지와 생명력이 전쟁 속에서 얼마나 뜨겁게 불타오르는지를 역설한다.

저자

이준호

저자:이준호
독일,오스트리아,터키,브라질등여러나라에서의해외거주경험과여행등을통해많은전적지와박물관을견학했으며인문과역사에대한견문을끊임없이넓혀왔다.
고려대에서독문학을공부했고학창시절부터한계상황에몰린인간의이야기에관심이많았다.이런스토리들의배경이주로전쟁과연관되었다는점에서전쟁사에깊이빠져들게되었다.수많은관련영화,다큐멘터리,서적및자료를가리지않고탐독했고이러한관심은성인이되어서도계속이어졌다.
2차대전중자신의조국과소속을배반한다양한인물들의사연을모은『반역자와배신자들』(2023)을출간했고,카카오의작가플랫폼인브런치스토리에서역사및문화에대한다양한글을나누고있다.

목차

들어가며

1부매스서바이버
1장.삶과죽음을넘나들었던900일의악몽,레닌그라드시민들
2장.제3제국의타이타닉,독일유람선빌헬름구스틀로프호의생존자들
3장.마르세유를거쳐자유를얻다,빌라에르벨의방랑자들

2부스스로운명을개척한사람들
4장.강요된패장에서최후의승리자로,조너선웨인라이트
5장.지옥을알리기위해지옥으로들어가다,비톨트필레츠키
6장.검은튤립의전설을쓴사나이,에리히하르트만
7장.가해자에게할수있었던최대의복수,알렉산드르페체르스키

3부전시성폭력의피해자들
8장.죽을때까지밝힐수없었던이름,베를린의무명여인
9장.살아남을운명이었던불굴의여인,비비안불윙클

4부예기치못한운명에휩쓸리다
10장.죄책감에무너진비운의희생양,찰스맥베이
11장.태평양전쟁제1호포로,사카마키가즈오

5부가해자를용서하다
12장.사선을넘어백악관까지간사나이,조지부시
13장.극한의고통을용서로승화시키다,에릭로맥스

6부악인의생존방법
14장.리옹의인간백정,클라우스바르비
15장.일본제국의괴벨스,오카와슈메이

나가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문화체육관광부성장·도약제작지원사업선정작

지옥을알리기위해아우슈비츠로걸어들어간폴란드군인,
나치의고문기술자에서중남미의대통령보좌관으로변신한‘리옹의인간백정’,
체포와죽음의공포속에서도지성과창조성을빛낸예술가들……

2차세계대전이라는불구덩이에서살아남은인간들,
역사적맥락과인간존재의본성으로뒤얽힌그들의생존기록

전작『반역자와배신자들』로전쟁사에대한해박한지식과흥미로운뒷이야기를들려주었던작가이준호의신간,『생존자들』이출간되었다.이책에서저자는20세기를비명의늪에빠뜨렸던2차세계대전을낱낱이파헤치고,그중에서도특히불굴의의지와정신력으로살아남은‘생존자들’에주목한다.수백만명의사람들이‘특정집단과국가의적’이라는단순한이유만으로체포되거나살해당했던이극한의상황에서기적같이살아돌아온이들.이들이각자살아남은상황이나위치는전부다르지만하나하나의이야기가거대한역사적사건의배경을다루고있다.그러므로이들의처절한생존기를읽는것은,굵직한세계역사의연대표에서누락된개인들의입장과성취를발굴함으로써우리의시선을환기하는새로운계기가될것이다.

생존자들의면면은매우다양하다.『생존자들』은한사건의집단생존자들,전시성폭력의피해자들,영웅적행동으로승리자가된군인들,가해자를용서하고트라우마를이겨낸사람들,그리고기지를발휘해목숨을부지한악인들등다채로운사례를조명한다.파편적으로흩어져있던이들의이야기를한권의책으로모으면서저자는전쟁이드러내는아이러니한모습,다시말해연대와의지와생명력이전쟁속에서얼마나뜨겁게불타오르는지를역설한다.

“우리는이들의극한생존기를통해인간이인간에게얼마나잔인하고흉포해질수있는지알게될것이다.동시에인간이란존재가자신에대한도전과핍박에얼마나강한존재인지,또한얼마나위대한존재인지역시알수있을것이다.인간은다른무엇보다도위대하다.”(본문)

인간은어디까지잔인해질수있는가
인간은왜멀리보지못하는가
인간은역사앞에서얼마나미약한가
……인간은얼마나강해질수있는가

이들의생존역사는곧인류의생존역사다

생존자들은저마다의지옥을견뎌내결국역사의증인이되었다.
1940년반나치예술가들의탈출을기획하고지원한미국인배리언프라이는,마르세유외곽의한비밀스러운저택에자신이돕는유럽지식인및예술가들을위한안식처를마련했다.이저택‘빌라에르벨’에모인이들은한나아렌트,막스에른스트,앙드레브르통,마르셀뒤샹,위프레도람,클로드레베스트로스,하인리히만,마르크샤갈등다양했다.이들은비록난민신세였지만자신들의존엄을잃지않았고신세를비관하지도않았다.대개매주일요일이면앙드레브르통과그의부인재클린이주도하는모임이열리곤했다.단순한티타임이아니었다.세계최고지성인들의‘지적유희장’이자‘토론장’이었다.이모임에서는현장에서시와대사가탄생했고노래가즉흥적으로흘러나왔다.이들은서로의컨디션과사기를올리기위해때때로파티를열기도했는데저마다의개성이가득한즉흥복장을만들어참여하곤했다.특히화가들이초현실주의적인복장으로등장했고다른사람들이의상을만드는데함께했다.술과담배연기가이들의지적대화와웃음소리에어우러지면서‘초현실주의파티’의긴밤이순식간에지나갔다.그렇게이들은유럽을떠날수있는비자가나오기를기다리며절망의시대에진정한유머와사랑을꽃피웠다.

한편베를린이소련군에함락된후끔찍한범죄에노출된이도있다.당시베를린여성들은복수에눈이먼소련군들로부터무차별적인성폭력의피해자가되었다.당시얼마나많은독일여인들이자살했는지는지금까지아무도그정확한숫자를알지못한다.전후베를린이실시한조사에따르면성폭행피해로상처를받거나성병에걸려치료를받아야했던시민들의숫자만10만명이었다.영국역사가엔터니비버에따르면독일전체로는200만명이전쟁전후에벌어진집단성폭행의피해자였다고한다.전후1946년에서1947년사이독일신생아의3~4%정도가소련군의성폭행으로태어난사생아였다.8장에서다루는‘무명여인’역시이들중하나로,그녀는자신의경험을세세히기록하여종전후출간하면서당시승자인소련군이독일여성들에자행했던수많은폭력을고발했다.책이나오자마자독일사회는엄청난충격을받았고비평가들의비난이쇄도했다.주된비난은이책이‘독일여성들의명예’를더럽히고있다는것이었다.일부는저자가소련군의만행을강조하여반공분위기에편승하려한다고평가절하하기도했다.이러한반응때문인지독일에서책은거의팔리지않았고결국얼마지나지않아절판되고만다.‘무명여인’은평생다시는이책을출판하지않으리라다짐했고그결심을지켰다.이책이다시세상에나온것은저자의사후인2003년의일이었다.

생존자들중피해자만있는것은아니다.6부‘악인의생존방법’에서는2차세계대전당시악명을떨쳤던두사람의생존기또한다룬다.그중클라우스바르비는프랑스에서활동했던나치친위대로,유대인과레지스탕스운동가들을잔혹하게고문하여‘리옹의도살자’라는수식어를얻은인물이다.그는고아원을습격하여어린아이들을아우슈비츠수용소로보내기까지했다.독일이패망하면서그의운명도막다른길에다다를것같았지만,그의대공첩보및정보수집능력을높이평가한미국이그를정보요원으로활용하면서보호하게된다.이후바르비는여러나라를거치며사업으로큰돈을벌고고위권력층에까지손을뻗치면서당당히양지에나와활동하기에이르렀다.바르비를끝까지추적한나치사냥꾼들에의해결국그의정체가탄로났지만,그를보호해주었던국가권력의도움으로죗값을별로치르지않았다.

이처럼생존자들은2차세계대전이라는똑같은역사적사건속에서도각기다른전쟁을치른셈이다.선과악,옳고그름을떠나이들은생존의의지를벼리며전후세계에어떤식으로든영향을미쳤다.

오늘날세계를다시휘감고있는전쟁과폭력의그림자속에서
과거를기억해야하는이유

우크라이나와팔레스타인가자지구등,여전히세계곳곳에서는폭력과화염이들끓고있다.전쟁기술은갈수록정교해지고,과거보다더잔혹한살상무기와더교묘한정보및언론통제가전쟁지역과비전쟁지역을극단적으로갈라놓는다.오늘도겨우목숨을부지한생존자들과,숨쉬는게너무도당연한사회에서살고있는이들에게‘생존’의의미는아주다를것이다.하지만2차세계대전은누구에게나언제라도극악의고통이닥칠수있다는사실을분명히보여주었다.그리고과거생존자들이살아남을수있었던이유는,바로그들이‘인간의존엄’을잃지않았기때문이라는점도우리에게보여주었다.

거대역사와권력앞에서도살아남기를포기하지않았던생존자들.지금이들의이야기는오늘을있게한과거의희생을기억하고애도하는일이자지금과미래의폭력앞에서우리역시살아남기를포기하지않게할힘이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