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의 시간 (조은정 소설집)

미나의 시간 (조은정 소설집)

$15.00
Description
“그 시절 우리가 두고 온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살아가는 것들에 대해, 불멸하는 것들, 좋아했던 것들, 그런 것들에 대해. 누구에게도 차마 얘기할 수 없는 오늘에 대해.”
이토록 사랑스러운 이야기라면 언제든 환영해.
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기록했다.
애틋한 연애 소설부터 각양각색의 짧은 소설들까지
따스하고 다정한 열다섯 가지 시선.

2020년 대구시립극단 10분 희곡 공모전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최고점을 받으며 당선된『당신의 베를린』의 작가 조은정이 첫 소설집을 선보인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여자의 애틋한 러브스토리 「미나의 시간」과 지난 5년간 문예지에 발표했던 3편의 짧은 소설「같이 음악 들어주는 사람」, 「핑크색 양말」, 「바다」를 포함해 총 15편의 소설을 묶었다.

1부 「미나의 시간」은 중편소설로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여자, 미나의 이야기다. 소설은 작가를 꿈꾸는 미나를 화자로 내세워 평범한 현재 속에서 과거 연인과 즐거웠던 한 때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미나는 소개를 받은 남자와 새로운 만남을 이어나가지만 매 순간 그 애와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만드는 동시에 그러한 자신의 내면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그녀는 프라하에 함께 가자고 했던 그 애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프라하행 열차에 올라탄다. 거기에서 작가는 자신의 운명을 시험하는 여성의 감정선을 섬세한 필치로 묘사했다. 또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진정한 인연을 찾는 여정을 생기로운 서술과 반짝이는 청춘의 시간들로 그려낸다.

2부와 3부는 모두 한강이 배경인 짧은 소설들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실연의 아픔을 지닌 사람 〈같이 음악 들어주는 사람〉, 진실을 말할 수 없는 통역가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을 기억해〉, 귀신을 보는 사람 〈29살의 겨울〉 뿐만 아니라 고양이 〈고양이〉, 모기 〈모기〉, 양말 〈핑크색 양말〉까지 다양하다. 작가는 생을 지속시키는 다정한 시선으로 익숙한 한강 풍경들을 바라보며 주변에 희망이 있음을, 여전히 행복은 유효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처럼 2부, 3부의 짧은 소설들은 꽤나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상황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허구의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작가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곳곳에 드러나는 현실의 파편들이 작품의 전체적인 환상성과 맞닿으면서 각각의 눈부신 순간을 선물한다.
저자

조은정

서울에서태어나서울,베를린,파사우,뮌스터에서살다가현재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영화를공부하고있다.
대구시립극단10분희곡공모전에서〈당신의베를린〉이당선됐고,TBCTV와라디오에서스탠딩드라마〈ThePlay〉로방영됐다.서울연극센터웹진연극in에서10분희곡<닿을수없는>이선정됐다.

목차

1부-미나의시간

-오늘의종착지는따뜻한온기
-1인분의사랑
-길고양이의말을알아들을수있다면
-수수께끼를푸는심정으로
-카프카의시간
-이제는안녕이라고말해야겠어요
-새로운신호를감지했습니다
-너의세계에서여전히
-운명이우연이라는이름으로두드렸다
-끝나지않은계절속우리는

2부-우리가처음만난순간을기억해

같이음악들어주는사람
우리가처음만난순간을기억해
29살의겨울
편지
핑크색양말
그로부터아주먼훗날
모기
안녕

3부-바다

고양이
어떤,진실같은것
파인애플
바다Ⅰ
바다Ⅱ
인스타그램사진을영화로만들어드립니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마음을두드리는애틋한연애소설〈미나의시간〉,
한강을배경으로한짧은소설열네편.
그리고작가가직접촬영한꽃사진까지
다채로운서사가인상적.

표제작소설〈미나의시간〉은이별을경험한여성내면의흐름에집중하면서그녀가지나온겹겹의계절을섬세히그려냈다.작가는눈부시고도아릿했던시절을뒤로하고자신의운명을스스로개척해나가는주인공을통해사랑으로아파하는이들에게위로와회복의메시지를전하며그들을따스한세계로인도한다.또한오랫동안꽃을응시하며찍은작가의사진들은소설의온도를높인다.

운명이우연이라는이름으로불쑥찾아오는것을나는경계하고또경계했다.어쩌면지금껏그애로부터쌓아온,내가만든모든의미가한순간에사라질까봐두렵기도했다.그래서언제부터인지내게다가온운명을부정하기시작했다.
돌이켜보면그애와의시간속아무의미없던것들에나는이름을붙이고또생을불어넣었다.그렇게그애의세계속에서매일나무한그루씩을심었다.마침내나무에서꽃이피고,열매가맺히는것을천천히지켜보면서속으로기뻐했다.언젠가그애가이곳에찾아와우거진저나무들을마주하게되리라.시간이흐를수록그런오만한생각도하게되었다.
어느덧고개를돌려보니내가서있던그애의세계는거대하고울창한숲이되었다.나의운명은지도를들고이숲을개척해나가는것.그리고동시에그애의세계에서완전히벗어나온전한나의길을찾는것.
문득프라하에함께가자고했던그애의얼굴이아른거렸다.그시절끝내이루지못했던우리의약속이지금내앞으로굴러온다.나는그것을멍하니내려다보았다.그것은어떤맑고애틋한빛을담고있었다.어떻게보면한없이푸른색이기도했다.고심끝에그것을잡기로마음먹었다.

-〈미나의시간〉124p

생경함대신익숙함으로,
경쾌한문장으로서술된산뜻한이야기들.
세계를확장시키는힘.

열네편의짧은소설은모두한강을배경으로진행되며익숙하면서도다채로운서사가돋보인다.재기발랄한문체로섬광처럼지나가는순간을포착하는것은물론,독자들에게안개가걷힌아스라한생의풍경을선사한다.

나는버스가지나는방향을바라보며웃으려고노력했다.얼굴이조금일그러진것같았지만어쩔수없었다.손도흔들었는데잘찍혔으려나.740번은쏜살같이지나갔다.내가온전히잡을수없었던과거의어떤시간들처럼.마음붙일곳없던요즘에불씨하나가튀어연기가피어올랐다.점차해가기울어지자윤슬이한강전체를감쌌다.사방에서플래시를터트리듯아른거리며.
-〈안녕〉225-226p

물살을가르며천천히나아가는일.세상에무엇하나하찮은존재는없다는것을,이제야깨닫는다.나는끊임없이물방울사이로미끄러지고부딪혔다.어떠한기약도없이최선을다하는삶에대해.드넓게펼쳐진바다에다다르기를.그리고바다를꿈꾸는일은멈추지말것.물속에떠다니는분절된문장을잡아가파른호흡으로내뱉었다.들을이는아무도없었지만.
-〈바다Ⅰ〉26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