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의 시간 (망가진 세상을 복원하는 느림과 영원에 관하여)

거북의 시간 (망가진 세상을 복원하는 느림과 영원에 관하여)

$20.00
Description
혼란과 자극, 폭력과 조롱의 시대
삶을 회복시켜 줄 단 한 권의 해독제!

불안과 혼란의 시대, 망가진 삶을 다시 복원해 줄 이야기
신화와 소문 사이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둘러싼 한 편의 아름다운 민속지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침팬지·고릴라·오랑우탄과 독자적 관계를 맺으며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세 여성에 관한 평전 『유인원과의 산책』에 이어 돌고래에서 세 번째로 소개하는 사이 몽고메리의 신간 『거북의 시간』이 출간되었다. 이번 여정은 조금 색다르다. 60대에 접어든 사이 몽고메리는 약 2억 5천만 년의 생명의 역사를 지닌 동물이자 놀라운 회복력을 자랑하는 거북에게 빠져든다. 그렇게 저자가 향한 곳은 매사추세츠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 아프고 다친 거북을 돌보고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거북구조연맹’ 본부다. 마침내 저자는 거북구조연맹의 인턴(!)이 되어, 거북의 탄생과 죽음, 고통과 회복의 여정을 함께한다.
『거북의 시간』은 사이 몽고메리가 거북구조연맹에서 활동하며 겪은 에피소드들을 한 편의 영화처럼 담은 책이다. 아프고 다친 거북을 구하고 돌보는 생생하고 감동적인 드라마, 거북의 생명력과 회복력에 대한 경이로운 증언, 두 종간의 아름다운 연대가 책 속에서 펼쳐진다. 저자는 2년 이상 거북과 함께 생활하고 다양한 연구 논문과 자료 등을 분석해, 거북 종의 생물학적 특성과 거북이 처한 생태적 현실을 각각의 개체가 지닌 고유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덕분에 이 책은 동물의 단편적 특성을 부각해 교훈을 전하는 단순한 우화를 넘어, 생태적 현실이 오롯이 담긴 깊이 있는 기록으로 자리 잡는다.
거북이 지닌 생명력과 회복력이 『거북의 시간』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쓰였기 때문이다. 팬데믹으로 일상의 루틴이 완전히 무너지고 모든 관계가 단절되어 버린 인간의 삶, 느리지만 끈기 있게 고통을 치유해 나가는 거북의 삶, 『거북의 시간』에서 이 두 삶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거북을 돌보며 일상을 회복하고 희망을 되찾은 저자처럼, 『거북의 시간』을 읽는 독자들 역시 정치적 혼란의 한가운데에서 삶의 질서와 감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과 혼란의 시대, 거북이 전하는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책에는 ‘로저 토리 피터슨 와일드 아메리칸 아트 상’을 수상한 미국의 야생동물 전문 화가 맷 패터슨의 삽화들을 장마다 수록해 거북의 아름다움과 야생의 생동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또 책 속의 다양한 거북과 인물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컬러 도판으로 현장감을 더했다.
저자

사이몽고메리

저자:사이몽고메리(SyMontgomery)
세계적인동물생태학자이자자연탐험가.일생동안보르네오섬,알타이산맥,파푸아뉴기니,아마존등광활한야생의현장곳곳을탐사했고,돌고래,오랑우탄,돼지등동물과나눈교감을주로다룬베스트셀러논픽션저서를30여권집필했다.지구생태계보호의중요성을알리기위해청중과매체를가리지않는집필및강연활동을이어오고있으며이같은공로를인정받아지금까지대학세곳에서명예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에서는『아마존분홍돌고래를만나다』『유인원과의산책』『좋은생명체로산다는것은』『길들여진,길들여지지않은』으로잘알려져있고,『문어의영혼』은전미도서상최종후보작에올랐다.

그림:맷패터슨(MattPatterson)
거북을구하기위해서라면어디든지가고무엇이든하는자연예술가.보전예술가협회의주요회원으로활동하며거북및다양한야생동물을생생하고강렬하게묘사하는그림을그린다.거북생존연합등과협력하여멸종위기거북들을보호하고개체수를조사하는활동을하고있으며,자신의그림과판화를판매하여야생동물보전활동을후원한다.

역자:조은영
어려운과학책은쉽게,쉬운과학책은재미있게번역하려는과학전문번역가.서울대학교생물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천연물과학대학원과미국조지아대학교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지우지마시오』『새들의방식』『눈부신심연』『암컷들』『파브르식물기』『살아있니,황금두더지』『돌파의시간』『10퍼센트인간』등을옮겼다.

목차


1장깨진등딱지가모이는곳
2장느림과회복
3장거북수난시대
4장희망이라는초능력
5장시간의화살
6장아주가까운기적
7장고장난시간을되살리다
8장다시첫걸음을떼다
9장기다림을배우다
10장바다거북구조작전
11장커밍아웃
12장위험과가능성사이
13장풀어주기와내려놓기
14장끝에서다시시작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거북을도와주세요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광란속에서내달리다고장난문명의시간
vs계절처럼갱신되며회복하는거북의시간

이책에서말하는‘거북의시간’은어떤시간일까?이는거북개체가살아가는생물학적시간이자,거북종이생태계의일부로서지속시키는자연의시간이기도하다.거북은움직임도,호흡도,맥박도느리다.심지어굶주린가사상태에서도며칠을버틴다.무엇보다거북은뛰어난회복력을자랑하는데,심장이멎었다가다시살아난늑대거북처트니,척추가부러지고뒷다리가마비되었지만다시걷기시작한늑대거북파이어치프,악취나는반송장상태에서도회복하여야생으로돌아간늑대거북질등책속의거북들이그사실을증명한다.이렇듯거북의시간은아주느리지만끝내회복하는시간이다.
동시에거북의시간은끝없이순환하는자연의시간이기도하다.『거북의시간』에서핵심적으로다뤄지는에피소드중하나는거북구조연맹의일원들이어미거북의산란을돕는과정이다.거북들은차량,밀렵,오염,서식지파괴,기후변화등인간이가한거대한위협속에서도새끼를낳으러이동하는진화적본능을멈추지않는다.거북은“토양학자,식물학자,수문학자못지않게지식이풍부하고자기가뭘해야하는지누구보다잘알고있”는오래된존재이기때문이다.그렇게도착한습지에서거북이낳은알은,책에서소개하는알에서태어나매일떠오르고저무는이집트신화의태양신‘라’나창조와소멸을거듭하며세상의질서를이루는오르페우스교의신파네와겹쳐지며,탄생과죽음이끊임없이이어지는순환의시간을상징한다.

입이떡벌어졌다.누가거북을화살로쏜단말인가?그성실한사악함에충격을받았다.시간의무자비한직진성과그속도를상징하는화살이느림과지혜,안정성의현신인거북의몸을꿰뚫은거짓말같은일이벌어졌다.놀라운조합이다.도대체세상이어떻게돌아가고있는걸까?(106쪽)

『거북의시간』은거북의삶을통해인간의문명을거울처럼비춘다.거북이살아가는시간은인간문명과맞닿아있기때문이다.해수온도상승과해양쓰레기로목숨을잃는바다거북들,암시장에서식용·장식용·의료용으로판매되는아시아의토종거북들,서식지를잃고매년전체의20퍼센트가차에깔려죽는미국동북부지역의거북들까지,이책은인간문명이거북과자연에끼친폭력에대해날카롭게성찰한다.동시에거대한자연의질서속에서인간의자리와역할을겸허히받아들이게하고,책임감역시일깨운다.이책에담긴두가지시간성속에서앞으로어떤삶과세상을만들어갈지는이제독자들의몫이다.

창조신화부터과거,현재,미래가끝없이펼쳐지는우주론까지
태곳적동물에게서배운‘시간’에관한지혜

사이몽고메리는자신이거북에게끌리는이유로‘시간’을꼽았다.젊은시절과학저널리스트로일하며하루에14시간씩일했던저자에게시간은“너무빨리,그리고궁극적으로는치명적으로흘러가”는화살과같았고,세상은“언제나더높은곳으로이어지는사다리와계단의연속”이었다.하지만거북과함께하는시간은전혀다른삶의감각을,느리고영원한시간의흐름을선사했다.『거북의시간』은이렇듯시간을선형적으로이해하는통념에의문을제기하며,거북의삶에서길어낸시간성을철학적·과학적·신화적으로탐구한다.
이를테면『거북의시간』에서시간에관한물리학적설명과여러토착문화속순환하는시간관,세상의창조신화가설득력있게통합된다.“과거,현재,미래에대한구분은고집스러운착각에불과”하며우주의관점에서는이모두가“하나의장면으로펼쳐”진다고주장했던아인슈타인의주장은시간을“끝이없는시작”이자연속적인과정으로이해하는오스트레일리아토착문화의‘드림타임’개념과일치한다.책에따르면힌두교와불교신화에서는거북아쿠파라가세상을등에업고지구와바다를떠받친다.또여러섬나라와북아메리카의부족신화에서는‘위대한영혼’이거대한거북의등딱지위에지구를올려놓음으로써나라들을창조했다.이때거북이상징하는시간은모든것이새롭게탄생하는창조의순간이다.
『거북의시간』은이렇듯‘거북’과‘시간’이라는낯선조합을절묘하게엮어내책의주제를만들어낸다.“절정의필력”이라는찬사가증명하듯,사이몽고메리가30여권의책을집필하며갈고닦은생태적현장성과과학적합리성,문학적유려함을두루갖춘글쓰기가이책에서한층빛을발한다.『거북의시간』이자연의서사를넘어,시간에대한다양한관점을아우르는깊이있는인문서로도자리매김하는이유다.

소멸과손상이아닌완성과영광으로
나이듦에관한가장동물적이고자연적인고찰

『거북의시간』은기존저작들보다저자의생의고민과인간적인면모가솔직하게담겨있다는점에서도매력적이다.저자는나이듦과죽음에관한두려움을고백한다.“기다림은죽음에있어서가장힘든부분”이며“사랑하는이들의죽음은무척이나두렵다.”고.이책은장수의상징인거북과함께하는시간속에서나이듦을사유하는데,특히이대목에서독창적인통찰이두드러진다.가령변치않는열정과야생성을간직한노장의늑대거북파이어치프는저자에게귀감이되어준다.시간이흘러자신이세상에서사라진뒤에도파이어치프는다시금연못을지배하며살아갈거라는믿음,거북을같이돌본동료들과그의자손들이파이어치프와함께이세상에계속공존할거라는사실은저자에게모종의안도감을준다.
또저자는정성껏돌본거북을다시자연으로돌려보내는방류작업이“때맞춰내려놓는”연습을하게해주었다고도전한다.아주소중한존재들을불확실성으로가득한자연으로다시금돌려보내는일을반복하며사이몽고메리는자연의질서에순응하는일이곧상실과실패가아님을깨닫는다.
『거북의시간』은이외에도나이듦을새로운관점에서이해할수있는다양한문화적관점들을소개한다.죽음을실패로,나이듦을손상으로여기는사회에서우리는어떻게시간과화해할수있을까?가장자연적이고동물적인삶의관점을이책은제시한다.

산족은다르다.그들에게‘나이듦’은곧영광이다.그들의언어로‘늙음’을나타내는말인n!a는신을지칭할때쓰이며,존경을표하는단어이기도하다.이런문화에서는노년에이른사람은상을받는다.삶을쇠하는것이아닌쌓아가는과정으로보기때문이다.코끼리와범고래,기타여러동물들처럼산족은나이든이들이보물상자와도같은이야기와지혜를지니고있음을안다.(192쪽)

“이곳은모두에게기회를줍니다.”
불완전함이약점이되지않는곳
사람과거북이종을넘어서로를돌보는시간

마지막으로이책에서말하는‘거북의시간’이곧거북과인간이함께하는돌봄의시간이기도하다는점을강조하고싶다.거북구조연맹에서는치료후72시간이지나면해당거북에게이름을지어준다.각개체의생의역사를일일이꿰고,시간을들여거북과깊이교감하고,가능할것같지않았던거북과도고유하고친밀한관계를맺어나가는모습은자못감동적이다.때로는거북의마음을상상하며생각을짐작하고,거북의삶과인간의삶을동일시하기도하는태도는동물과관계맺는진실한방식을긴세월공부하고연마해온저자이기에가능한일일것이다.
거북구조연맹의구성원들은이곳을“모두에게기회를주는”곳이라고부른다.가망이없어보여도결코치료를포기하지않고,재활이필요한거북에게는맞춤휠체어를만들어주는등각거북이지닌잠재력을최대한으로발휘할수있는환경을마련한다.무엇보다거북구조연맹은구성원들자신에게도그러한공간이다.『거북의시간』속인물들은저마다의아픔을가지고있지만여기서는그것이약점이되지않는다.특히거북구조연맹을이끄는알렉시아와너태샤는사회가규정한‘정상성’에서벗어난사람들인데,그들은소수자로서의경험이조용한동물의필요를알아차리고반응하는데도움이되었다고말한다.
이곳에서이루어지는돌봄은일방향적이지않다.“거북에게포기란없다.”라는구호처럼거북을돌보면서인내하고기다리고최선을다하는법을배우며되레자신들이치유되었다고말하는이들의이야기에는돌봄에관한빛나는사유가담겨있다.“서로가자신을섬기기만을바라는세상”에서,이렇게불완전한존재들이서로에게곁을내어주고함께하는돌봄이야말로지금우리에게가장필요한시대정신이아닐까?세상의모든곳이거북구조연맹과같다면어떨까,상상해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