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보다 먼저 일어서는 파도 (이인성 작품집 | 양장본 Hardcover)

바다보다 먼저 일어서는 파도 (이인성 작품집 | 양장본 Hardcover)

$20.00
Description
바다가 읽어주는 풍경을 시로 그리고
파도가 불러주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쓰다
남해의 시인이자 화가 이인성의 첫 작품집
남해군의 예술인 이인성 작가가 첫 작품집 『바다보다 먼저 일어서는 파도』를 출간했다. 1998년 52세 때 시인으로 등단하여 꾸준히 시를 발표해 온 작가가 28년만에 내놓는 첫 시집이다. 70대에 들어서 시작한 그림들이 시의 곁에서 힘을 더한다.
이인성 작가의 시는 독자의 눈앞에 생생한 현장의 소리와 빛깔을 펼쳐놓는다. 그의 시는 한폭의 그림처럼 선명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반면 그의 그림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시적이다. ‘시는 시대로 쓰고, 그림은 그림대로 그렸다’며 예술적 이중생활을 해왔다고 작가는 말하나 이 둘을 함께 모아놓은 이 책은 작가의 글과 그림 세계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남해의 파도가 읽어주는 이야기, 바람이 불러주는 싯귀, 햇살이 부려놓는 단어들의 이미지를 따라가다 보면 26년째 남해에 살고 있는 작가 옆에서 보름달이 뜬 밤에 앵강만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에 젖게 된다. 무자비하게 흘러간 세월 속에도 돌아보면 빼앗긴 것보다 낚아 올린 것이 많음을, 혹독한 겨울은 그 속에 늘 봄을 품고 다가와 있음을, 바다가 파도를 품는 것이 아니라 작은 파도들이 바다를 이루어 간다는 진리를, 이 소박하고도 웅숭깊은 깨달음들을 작가는 작품 속에 무심결에 부려놓는다. 26년을 살아온 남해군 홍현마을에서 작가가 원고지와 화폭에 오래도록 받아써온 자연의 말이었다.
저자

이인성

1998년『문예한국』가을호에시「낚시터에서〉등으로등단하여『창녕문학』에꾸준히시를발표해왔다.
1999년남해홍현리로귀촌하면서본격적으로글을쓰고그림을그리기시작하였으며2017년부터길현미술관내‘모네의화실’회원으로서매년두세차례의동인전을열고개인전을가지는등남해의예술인으로활발히활동해왔다.
26년째매일보리암을마주하고앵강만을바라보는남해살이의즐거움을글과그림으로표현하는것을생활의활력으로삼고있다.
1946년생으로2025년현재,팔순을맞았다.

목차

프롤로그



1장.바다그리고파도
낚시터에서1
낚시터에서2
바다그리고파도
작은풍경3-홍현바닷가에서
어느겨울
풍경1
풍경2
그믐밤에
바다
앵강만
쉬어가세요


2장.모네의화실
우포늪1/우포늪2
하늘이푸른날
모네의화실1
모네의화실2
모네의화실3
모네의화실4一해바라기전
가을1/가을2
가을3一장날/가을4
낙엽/작은풍경
세월1/세월2
종합병원
노년의길
겨울초
아버지


3장.낚시터에서
낚시터에서3一만조를기다리며
밤바다
반딧불이
어시장가는길
병실에서
어느날
떠나버린
백목련
떠나소서
세월의문을열면
땅따먹기
보름달
바다는
잘한일
해국
낚시터에서4一남해남면홍현리
낚시터에서5一여름
나무한그루
오고있네


4장.겨울,홍현마을
선택
작은풍경1一봄꽃
기지개를켜는꽃잎들
작은풍경2
꽃,기다림
작은풍경4一겨울,홍현마을
화계장날
낚시터에서6/낚시터에서7
들꽃속에
수국
봄바다
기도



5장.이인성작품론


Critic’snote1.화가이인성이그린그림_노성두(서양미술사학자)
Critic’snote2.1998년문예한국가을호등단작심사평_남용술,소한진

출판사 서평

26년남해에살며자연을읽고삶을쓰고세월을낚아온풍경들…
쓸수록영혼의시력이높아지고
그릴수록마음의청력이깊어졌다


시쓰는여인으로남해에깃들다
오십줄에들어시를쓰기시작했다는이인성작가는1998년,52세때『문예한국』을통해시인으로등단하여꾸준히시를발표해왔다.작가가처음펴내는이책의제목이된‘바다보다먼저일어서는파도’는등단작「낚시터에서」중의한구절이다.책의말미에실린심사평에서도이대목이언급된것을확인할수있다.이시의두번째연에서“퍼렇게눈뜬생명을/거품처럼날리는/장대끝에걸어놓고”라는쓴것처럼,작가역시갓시인이된그시절의자신역시퍼렇게눈뜬젊은날인줄을미처몰랐던것이아닐까.그런의문을갖기무섭게“하늘비비며돌아눕는저승의수평선을보았다”라고끝맺는대목에이르면,이제새로운시작점에서있다고생각한것같기도하다.어느새죽음을의식하는나이에이르렀지만바다위수평선을보면서“하늘비비며돌아눕는”파도의선택을지지하기로한작가의마음이읽힌다.
1999년에작가는자녀들이독립하고남편이직장에서퇴직한것을계기로도시생활을정리하고남해로이주했다.바다가매일새롭게푸른이유가“파도의쉼없는닦달”(「어느겨울」중)때문이듯새로운터전에서의생활도스스로를닦달하지않으면제대로굴러가지않았다.펜션을운영하고일상을견디면서쌓인마음의때를비수기마다의긴여행으로씻어내야했다.그러다손님치르는일도,여행도체력적으로힘든시기가벼락처럼찾아왔다.다시새로운출발점이필요했던시기에다가온것은그림이었다.


일흔하나,그림을시작하다
어느날가까이지내던이웃이찾아와‘모네의화실’에같이가자고청해무심결에따라나섰다가회원으로등록해그림을그리기시작했다는작가는그이듬해엔회장직까지맡게된다.그림을처음그려보았다고하기에는그녀인생에그림에얽힌사연이적지않다.고등학교시절에는학교대표로사생대회에불려나가느라바빴고남편과도그림이라는취미를통해깊어졌다고.
많은이가어린시절에막연히동경하는시인의꿈,화가의꿈은소녀시절의이인성에게도“너무높아닿을수없는푸른푸른꿈들”(「노년의길」중)일뿐이었다.하지만결혼생활의과업들이대략마무리되고나이오십이넘어서시인의꿈을이룰수있었다.시라는또하나의세계를품고사는기쁨을경험한이가화가의꿈인들못이룰까.“꿈으로만맴돌다빛바랜나뭇잎”이“흐릿해진하늘아래로되돌아”나온다고표현하고있듯이작가는잊었던꿈이자신의삶으로되돌아오는풍경을가만히응시하며순순히받아들였다.그꿈들에게자신의시간과자리를조금씩내어주며새로운걸음마를시작한것이다.먼옛날“어린잎조용히안고/얼은몸가누며”움츠렸던시간들이뒤늦게나마겨울이라는감옥에서풀려나와작가의발밑에푸른잔디를깔아주었다.“얼음보다찬바람이가지끝에쉬고”라고쓰고있듯눈밭을맨발로걷는듯몸과마음이시렸던과거의시간이가슴속에여전히죽지않고살아있지만그속에도“따뜻한고요가머무름없이다가오는봄빛”이함께준비되어있었음을,여든의생은나직이고백한다.
작가의시옆에서독자의시선을붙드는그림들은선명하고호쾌한색채를자랑한다.흐린날씨라는커튼을젖혀내어이세계의원본을꿰뚫어보는작가의남다른시선이“바다보다큰구름/파도위에누워있네”(「겨울초」중)라는대목에도숨은듯새겨져있다.작가의시어는한장의사진이프레임을벗어나유영하는듯이미지로일렁이고작가의붓길에서는시의뼈대가느껴진다.세상이거친줄알면서도기어이피어나는꽃들의맹렬함,속절없이지면서도끝까지저항하는낙엽들의기상,거친껍질속에감춘내면의향기를사계절발산하는소나무의다사로움,해저에서부터햇살을향해올라와대기중에산산이부서진물방울들의잔해를품은바람들⋯저마다무슨이야기를전하려는것일까,그림쪽으로자꾸만귀를기울이게된다.작가특유의강인한붓길속에보드라운사랑을수줍게감춘작가의내면이읽히는그림들이다.


무자비한세월곁에서건져올린삶의흔적들
작가의무의식에서는늘어두운소리가울렸다.해방후태어난작가의유년시절의기억은“삶이죽음이었던/밤보다훨씬앞선어둠속에서/언제나울리고있는발자국소리들”(「어느날」중)이라는,또렷한공포의감각을남겼다.그어두운짐을기억속에싣고있었기에윤슬이별처럼찬란히빛나는바다곁을그렇게나서성거렸는지도모른다.발자국소리는파도소리로지워내고어둠은태양빛으로밝히려고⋯.그러나작가는어둠속멀리에서반짝이는작은등불을더사랑했다.인생이암흑의페이지를넘길때마다의지해온그작은등불들은어둠이아니었다면아무런존재감도없었을것이다.
현실보다앞서보채곤했던불안의그늘은좀처럼떨어져나가지않았고,애정이고팠던아이의시간이고스란히기록된얼굴에는입술을앙다문흔적이남겨졌다.“별도달도저바다도/알수없는너와나의서러운삶/어찌잊을수있을까”(「떠나버린」중)라며옛기억을꺼내보지만그런기억을공유한‘너’는이제없다.그렇게‘너와나’가때론함께였던서러운삶의길에서마침내‘너’를떠나보낸후로작가는알게된다.지금까지의모든상실과포기,체념의순간들은그녀가결코놓을수없는것을놓아버릴수있게하기위한연습이었음을.“손에잡힐듯잡히지않는달/내가먼저달을놓아버린다”(「보름달」중).이제또무엇을잃을지무엇을다시놓아버리게될지모르지만오늘은오늘일어서는파도를보고,오늘들려주는노래를기록하고,오늘지은시한편을그려내야한다는것을안다.그렇게라도잔혹한속도로빠져나가는시간을움켜쥐어야했던생의고뇌가그녀의시곳곳에서앵강만방파제에부딪는파도처럼끊임없이일어났다사라진다.
거대한바다가떠받치고있기에파도는하늘에다대고기분껏재채기를할수있다.하지만오십줄의작가가처음썼던것처럼,바다보다는언제나파도가먼저인것이다.쉼없이일어서고또일어서는파도의멈추지않는몸부림이있기에바다는썩지않고나날이새로울수있다.“저승의수평선”을바라보는것으로시작한길은조심스런발걸음으로낙엽과상실의계절을밟아가다4장‘겨울홍현마을’에이르면다시흐드러진봄의빛속에이른다.


시인이인성의시에화가이인성의그림을삽화처럼곁들여꾸민이책은작가를사랑하는가족들이작가의80년인생에작은기념품을선사하기위해마음을모아만든소박한결과물이다.마지막장에서는서양사학자노성두가시적인글로화가이인성의초상을생생하게그려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