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책 (결국 사라지겠지만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 찰나에 대하여)

끝, 책 (결국 사라지겠지만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 찰나에 대하여)

$16.67
Description
큰따옴표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파문을 일으켜, 파동 간 무수한 간섭 속에서, 동심원들의 소유권을 무력화해 달라고
사라진 출판사는 어디로 돌아갈까. 대형 출판사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는 독립 후 어떤 행보를 걸을까. 편집자 출신 코미디언 겸 소설가와 디자이너 출신 그림책 작가는 ‘책의 끝’을 어떻게 바라볼까. 자신의 첫 책이 절판될 뻔했던 작가는 어떤 자세로 시간을 견딜까. 한국 최초의 출판사 운영자의 후손은 어떤 책을 만들고 있을까. 작가와 함께, 또 독자와 함께 ‘빈자리’를 지켜 내려는 편집자의 분투는 어떤 양상일까.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의 끝을 계속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의 생각은 어떠할까. 『끝, 책: 결국 사라지겠지만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 찰나에 대하여』(이하 『끝, 책』)는 이러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끝, 책』은 단순히 폐업·창업·전업 혹은 절판·복간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각기 다른 경로로 책과 마주하고,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오고, 각자의 방식으로 ‘마지막’을 견뎌 내는 출판 현장 사람들의 내밀한 사연들이 얽힌다. 주목할 점은, 이 책이 ‘인터뷰이보다 인터뷰어가 더 중요한 인터뷰집’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일문일답, 인터뷰이 중심 인터뷰에서 벗어나, 인터뷰어의 시선·해석·감정이 전면으로 떠오른다. 인터뷰이의 발화가 흐릿하거나 겹치는 디자인 혹은 아예 과감하게 먹칠하는 실험적 디자인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섭, 대화 이후의 여운 그 자체’를 노린 시도다.

『끝, 책』은 출판사 간 협업·연대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출판공동체 편않과 출판사 핌의 공동 기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표지와 판권면에도 이 사실을 명기했다. 또한 그동안 ‘저널리즘’을 함께 공부하고 고민했던 세미나(저멀리즘 세미나) 동학들도 집필에 참여함으로써, ‘공동체로서의 출판 과정’을 구현하려고 했다. 이렇게 다양한 필자들이 각기 다른 문체와 관점을 가진 채 대화에 참여하고, 그 다성(多聲)적인 대화가 편집 디자인의 실험적 기법과 결합된다. 덕분에 이 책의 본문은 마치 ‘여러 파동이 부딪히며 생성되는 동심원’처럼 읽히기도 한다. 실제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서로의 말에 교차로 간섭하거나, 어느 한쪽의 요구에 따라 문장이 지워지기도 하는 등, 우리의 관계 혹은 우리의 자리의 불투명하고도 불완전한 순간들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결국 우리는 타자와의 사이 어드메에서만 존재할 수 있음을, 드러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저자

맹현,서윤지,송현정,양동혁,임헌

저자:맹현
작가이고출판사핌의대표다.두직업사이에서균형을잡는게꿈이다.『한국영화100년100경』(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엮음,돌베개,2019)의편집자·디자이너사인본을갖고있다.아무때나아무페이지를펴서읽는중이다.

저자:서윤지
좋아하는책과많은것을하고싶어‘책으로하는모든것’이라는이름으로활동하고있다.어린이독서지도사,독서모임운영자로일을하고있으며,페리노들먼의『그림책론』(김상욱옮김,보림,2022)과빅토르위고의『레미제라블』(정기수옮김,민음사,2012)을다시읽고있다.

저자:송현정
부단히책을읽고틈틈이글을쓴다.『출판사의첫책』(출판사핌,2024)에관여해출판계를엿본뒤로는꼬박꼬박판권면을정독한다.지다율의자리끼론(머리맡에책을두고자면지식의갈증이채워진다는주장)을신봉하며머리맡에칼세이건의『코스모스』(홍승수옮김,사이언스북스,2004)를두고잔다.

저자:양동혁
모출판사에서회고록·전기복간시리즈의기획과편집을맡고있다.삶에서글로,다시글에서삶으로운동하는순간에관심이있다.『Uaa‘o‘ia‘oiaeia우아아오이아오이아에이아』(김성환,나선프레스,2025)를읽고있다.

저자:임헌
어린이책편집자.어느출판사에서창작동화,그림책,창작만화,지식정보책등다양한어린이책을만들고있다.『싯다르타』(헤르만헤세,박병덕옮김,민음사,2002)를다시읽고있다.

목차


송현정,끝
사라진출판사는어디로돌아가는가×오경철(전저녁의책발행인,현작가)
할일이있을때는끝을생각하기어렵다×함지은(전열린책들디자이너,현상록대표)

임헌,끝
우린결국책의끝을마주하지만⑴×원소윤(전편집자,현스탠드업코미디언·소설가)
우린결국책의끝을마주하지만⑵×단정화(전디자이너,현그림책작가)

맹현,끝
서글픈건참아도허접한건못참지×●●●(●●●●,●●●●●●●●●)
가드,흘러가는시간을견디는하나의방법×고정순(그림책작가)

서윤지,끝
곁가지를보살피는순간들×유지희(테오리아대표)
빈자리를지켜내는마음×송지현(길벗어린이편집자)

양동혁,끝
내가없을집을짓기×이한범(나선프레스대표)

펺집후,기|지다율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나는다시저녁의책이이제는사라진별과같다고생각했다.별은가스덩어리와티끌뭉치에서탄생한다.불분명한요인의합에서시작된별은치열한진화과정을마치면삶을마무리한다.별이죽으면별을구성하고있던물질이방출되는데이물질은우주공간으로퍼져새로운별과행성의재료가된다.수명이다하는순간이끝이아닌새로운가능성인것이다.
저녁의책이망했다,폐업했다,문을닫았다.출판사의끝을의미하는단어중어느것도탐탁지않던자리에‘돌아가다’라는단어를넣었다.사라진별이우주공간으로돌아가듯,저녁의책을구성했던모든물질이제자리로돌아가출판계를이루고있다.
-p.20(송현정,「사라진출판사는어디로돌아가는가」)

현실에유토피아가있다면출판계가아닐까하고생각한적이있다.‘출판시장의목적은각자좋은책을만들어독자에게잘소개하는것일뿐,서로이겨먹으려고하지않아마음에든다’라는박정민배우(이자출판사무제대표)의인터뷰에고개를주억거리며공감하기도했다.(현실이어떻든)함지은의답변은아름답기만해서,이번인터뷰로내눈에쓰인‘출판계콩깍지’가한꺼풀더단단해지겠구나직감했다.속세의내가기대한악랄하고냉정하며서슴없는끝을함지은에게서캐내지못할수있겠다는어슴푸레한예감도함께였다.
-pp.26~27(송현정,「할일이있을때는끝을생각하기어렵다」)

인터뷰질문지를준비하는동안출판학교시절이새삼스레떠올랐다.출판학교에입학하는과정은쉽지않다.서류심사,필기시험,최종면접까지총3번의관문을지나야한다.게다가사양산업으로불리는출판계지만책만들기를꿈꾸는사람들은여전히존재하는데,출판사가신입을잘뽑지못하는상황과맞물리며생각보다경쟁률이높다.무엇보다아직책만든경험이없는상태에서책에얼마나진심인지,책만드는일에대해얼마나진지한철학을갖고있는지증명한다는건참곤혹스러웠다.편집자반에서만난친구들은모두책에대한열의로가득했다.좁은공간에서책을좋아하는24명의사람이만났으니그럴법도했다.세상에똑같은책이없듯,편집자가되고자하는(될수밖에없는)까닭도24명이전부달랐을것이다.나는출판이라는세계에발을들인소윤의첫마음에대해들어보고싶었다.왜이곳에발을들였는지,이곳에서보낸시간은어땠는지궁금했다.
-pp.42~43(임헌,「우린결국책의끝을마주하지만(1)」)

작가님은『끝,책』의기획의도를듣고인터뷰를하고싶다고했지만조금주저하기도했다.단행본이아닌‘교재’디자인을했다는이유였다.작가님의우려와달리나는오히려더흥미롭고의미있다는생각이들었다.그동안출판계에관한책들은많이나왔지만대부분단행본출판이중심이었다.이번인터뷰를진행한다면출판계의또다른분야를얕게나마조명할수있을듯했다.안그래도좁은출판계를굳이더나누고가를필요는없었다.
무엇보다어린이책편집자로서순수한궁금증이발동했다.솔직히요즘아이들에게더가까이있는책은창작동화나동시집,그림책이아닌바로학습교재일것이다.교재를어떤생각과마음으로만드는지그곳의풍경을들여다보고싶었다.
-p.93~94(임헌,「우린결국책의끝을마주하지만(2)」)

내가시도했던홍보·마케팅은모두실패였다.얼마나실패를제대로많이했던지,또그건어떻게들알았는지,올해에는‘마케팅실패사례공유회’발표요청을세번이나받았다.마지막에갔던기관의센터장은공유회후,“이걸로강의하면서돈을버세요.그게답이네요”라는피드백을주기도했다.전국북토크,지역문화재단연계작가이벤트,‘이야기전당포’등자체행사,저자강연,서점매대광고,자체서평단,홍보사를통한서평단,인플루언서를통한책소개,이벤트굿즈,도서전문마케팅사의패키지상품이용,일반마케팅사의패키지상품이용,SNS유료광고,보도자료릴리즈,카피라이터외주등이그간내가한것들이다.한출판마케팅수업에서책제작비용의10~15%가통상적인마케팅비용이라고했는데,나는50%에달하는마케팅비용을지출한적도있다.
-pp.66~67(맹현,「서글픈건참아도허접한건못참지」)

이책의인터뷰이로고정순작가가정해졌을때많이반가웠다.고백하자면나는문학을꿈꾼후로꼬박15년을지망생으로지냈다.그때를‘명함이없던시절’이라고말할수있는데,10년이상명함없이지낸다는것은꿈만붙든상태로20대를훌쩍넘기고30대를꾹꾹눌러사회속에서‘아무것’이아닌상태로살아간다는뜻이다.그래도지금은무엇인가가되어있는사람의시간을돌이켜13년,15년을바라볼때별것아닌것처럼(혹은길지만은않은것처럼)느낄수도있겠지만,‘아무것’도아닌채로20·30대를견딘다는건,자신을향한초라함이나부끄러움,모멸감까지견뎌야하는것이니평범하게생각해도쉽지않은시간이다.
-p.85(맹현,「가드,흘러가는시간을견디는하나의방법」)

그말속에서,다시한번출판의본질에대해생각해보았다.출판이란무엇일까?출판은새로운것을만들어내는일이아니라사라질것을붙잡아두는일일지도모른다.눈앞의순간을,손가락사이로흘러내리는모래처럼놓치지않기위해,기록이라는이름으로책장을묶어두는일.잊히고소외되기쉬운것들을붙들어모으고기록하는일.
이미절판된『각주의역사:각주는어떻게역사의증인이되었는가』(앤서니그래프턴,김지혜옮김,2016)라는책또한그러했다.중고가15만원을호가하는책이었다.인터뷰를준비하며내가모르는책들이있나자료를살피는중알게되었고,구하고싶었으나직접손에넣지는못한책.대표는웃으며말했다.
-p.107(서윤지,「곁가지를보살피는순간들」)

송지현편집자의시도는독자에게만머무르지않았다.오랜인연을맺은작가들과함께성장하는길도그의보람이었다.함께한작가와다시작업을하는경우들이있나요?그는휴대폰을꺼내며한작가의인스타툰을보여주었다.포푸라기작가의그림속광선검을든요다가바로자신이라며웃어보였다.작가와편집자의편하고가까운관계를볼수있었다.〈국시꼬랭이동네〉시리즈를만든후이직한프랑스출판사에서포푸라기작가를처음만났다.포푸라기작가는작품준비를위해치밀하게공부했고,작은것하나도허투루그리지않았다.존경할만한깊이있는태도.그의책을읽을때상상했던그대로였다.편집자는이무궁무진한재능을가진작가를믿고,기다릴수밖에없다.작가는지금3년에걸쳐청소년을위한『열하일기』를작업하고있다.
-p.120(서윤지,「빈자리를지켜내는마음」)

고심끝에그가도달한결론은읽기문화의부재였다.나선이만든책을읽는문화가없다는것이다.책은겉으로침묵하고있는것처럼보여도실은음악적인요소를풍부하게포함하고있다.독서를시작하면머릿속에서텍스트의공명이이뤄져서연주라불러도무방할음향적효과를발생시킨다.어떤책은‘라르고(Largo)’,아주느리게읽어야비로소읽히기시작하고,‘페이지터너(page-turner)’라불리는책은한자한자꼭꼭곱씹기보다는휘리릭빠르게읽었을때,재미가배가된다.클래식음악같은책은정숙하게텍스트를음미했을때,아름다움이고스란히전해지고,재즈같은책이라면좀더이완된상태에서텍스트가펼쳐보이는자유분방한대화에능동적으로참여했을때,비로소‘스윙’할수있다.그런데클래식음악은전문적으로설계된공연장에서최고의소리를내고,재즈는클럽공연에서비로소발휘되는진가가있다.공연장에서듣기문화가조성된다.아니공연장이듣기문화를조성한다.이처럼문화가장소를매개로꽃핀다고했을때,읽기문화의부재라는진단은읽기의집을짓는처방으로이어진다.
-p.138(양동혁,「내가없을집을짓기」)

이책은출판공동체편않이인터뷰이로참여하기도했던『출판사의첫책』과의어떤연결속에서,그리고출판사핌과의어떤연대속에서출발했다.기획초반단계에는해당책과비슷한구성으로,‘출판사의끝책’에대한인터뷰집을구상했다.그러니까폐업한출판사가마지막으로낸책이랄지,이직·전직·퇴직한편집자나디자이너가어떤구간에서마지막으로작업한책이랄지,혹은끝내구현되지않은기획이라거나실재하지않는상상이라거나,뭐그런것들에대한이야기.생성보다는소멸에,삶보다는죽음에일생신경을기울여왔던탓일까.나는어떤실패와좌절,슬픔같은걸담아보려고도했던것같다.더이상지속되지않는상태직전의그찰나에대하여.그러나,
-P.154(지다율,「펺집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