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pilogue
『한국 전쟁 6·25』, 『코리안 랩소디(Korean Rhapsody)』를 김인규 작곡가와 함께 교향시로 만들면서, 표지 그림을 메조틴트로 만든 무궁화꽃 작품을 썼다.
처음에는 주제곡에도 무궁화가 반복적으로 들어가지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아이들 놀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애국가에 “하느님이 보우하사”가 나온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Rose of Sharon’과 같은 맥락이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무궁화는 단순한 꽃이 아니라, 신앙과 예술, 그리고 우리 민족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하느님의 꽃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코리안 랩소디』의 표지 그림으로는 무궁화꽃 작품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나는 어릴 적에 무용을 했다. 다섯 살 때 무희 최승희의 키드가 되었으니, 평화의 시대였다면 볼쇼이 단원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1950년에 한국 전쟁이 났고,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면서 발레리나의 꿈은 날아갔다. 그 대신 화가가 되어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그렸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Fire Bird)’도 화폭에 담았다. 흰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으로 춤을 춘 것이다. 돌이켜보면 젊었을 적에 집 가까운 덕수궁에 자주 갔다. 역사의 현장에 서면 늘 아련한 연민이 떠오른다. 덕수궁에 머물던 고종 황제는 “나라는 국가(國歌)가 있어야 한다”며 독일인 음악가 에케르트를 초빙해 ‘대한제국 애국가’를 만들었다. 그리곤 군악대를 창설한 뒤 1902년 9월 7일 덕수궁에서 초연을 했다. 힘없는 속국의 황제가 예술의 힘에 기댔던 것일까.
나도 내 예술을 덕수궁에서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무궁화의 정신이 담긴 〈한국전쟁 6·25 교향시〉를 고궁의 박석(薄石)에서 공연하면 어떨까. 최승희 키드의 꿈을 담은 발레 그림을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하면 어울리지 않을까.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곡을 지으면서 평생 르네상스형 삶을 살아온 한 예술가의 염원이다.
옛날 덕수궁엔 작약이 많이 피었다.
나는 작약을 즐겨 그렸다.
지금은 그 작약밭이 없어졌다.
『한국 전쟁 6·25』, 『코리안 랩소디(Korean Rhapsody)』를 김인규 작곡가와 함께 교향시로 만들면서, 표지 그림을 메조틴트로 만든 무궁화꽃 작품을 썼다.
처음에는 주제곡에도 무궁화가 반복적으로 들어가지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아이들 놀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애국가에 “하느님이 보우하사”가 나온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Rose of Sharon’과 같은 맥락이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무궁화는 단순한 꽃이 아니라, 신앙과 예술, 그리고 우리 민족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하느님의 꽃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코리안 랩소디』의 표지 그림으로는 무궁화꽃 작품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나는 어릴 적에 무용을 했다. 다섯 살 때 무희 최승희의 키드가 되었으니, 평화의 시대였다면 볼쇼이 단원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1950년에 한국 전쟁이 났고,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면서 발레리나의 꿈은 날아갔다. 그 대신 화가가 되어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그렸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Fire Bird)’도 화폭에 담았다. 흰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으로 춤을 춘 것이다. 돌이켜보면 젊었을 적에 집 가까운 덕수궁에 자주 갔다. 역사의 현장에 서면 늘 아련한 연민이 떠오른다. 덕수궁에 머물던 고종 황제는 “나라는 국가(國歌)가 있어야 한다”며 독일인 음악가 에케르트를 초빙해 ‘대한제국 애국가’를 만들었다. 그리곤 군악대를 창설한 뒤 1902년 9월 7일 덕수궁에서 초연을 했다. 힘없는 속국의 황제가 예술의 힘에 기댔던 것일까.
나도 내 예술을 덕수궁에서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무궁화의 정신이 담긴 〈한국전쟁 6·25 교향시〉를 고궁의 박석(薄石)에서 공연하면 어떨까. 최승희 키드의 꿈을 담은 발레 그림을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하면 어울리지 않을까.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곡을 지으면서 평생 르네상스형 삶을 살아온 한 예술가의 염원이다.
옛날 덕수궁엔 작약이 많이 피었다.
나는 작약을 즐겨 그렸다.
지금은 그 작약밭이 없어졌다.
김테레사 코리안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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