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착취 : 돌봄노동

친밀한 착취 : 돌봄노동

$20.00
Description
사랑이 아닌 착취가 되어버린 돌봄!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돌봄노동의 민낯을 드러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다.
팬데믹 이후 돌봄노동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지만, 여전히 돌봄은 여성의 전유물이자 노동 시장에서의 지위조차 지극히 평가절하되어 있다. 이는 돌봄이 주로 사랑하는 관계인 가족, 애인 사이에서 ‘무상으로’ 충족되는 경우가 많아, 돌봄을 ‘노동’과 연결 짓는 것을 터부시하는 전통적 인식 때문이다. 이렇게 사랑하는 관계에서 베풀어지는 돌봄에 가격을 매기는 것이 돌봄의 숭고함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오해도 이러한 인식을 강화한다.
알바 갓비는 돌봄은 곧 사랑이라는 공식에 거대한 의문부호를 던지고 이 공식이 생기게 된 정치, 경제적 이유를 다방면으로 추적한다. 갓비는 특히 ‘돌봄=사랑’ 공식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자본주의’임을 지적하며, 왜 자본주의가 이 공식의 수혜자일 수밖에 없는지를 ‘부르주아 이데올로기’, ‘가족 이데올로기’, ‘로맨스 이데올로기’ 등의 개념을 들어 유려하게 설득해나간다.

저자

알바갓비

저자:알바갓비
런던에살고있는작가이며사회운동가다.킹스턴대학교의현대유럽철학연구센터CentreforResearchinModernEuropeanPhilosophy에서철학과현대비판이론연구로석사학위를,웨스트런던대학교에서미디어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페미니즘이론,사회재생산,주거,감정,가족에관한글을집필해왔다

역자:전경훈
서울대학교에서프랑스문학을공부했고한때가톨릭수사로살았다.영어와프랑스어로된책을우리말로옮기는일로살아간다.옮긴책으로는《바이블》,《프랑스의음식문화사》,《가톨리시즘》,《페미사이드》,《미디어의역사》,《필리포스와알렉산드로스》등이있다.

목차

시작하며
돌보는사람들에게의존하는사회|‘여성의일’이라는딱지가붙은노동|감정에비용을지불하라|당신이곧그노동은아니다

감정재생산
감정과개인,사회를둘러싼연결고리|사랑이라는노동|죄책감에기초한노동관계|주양육자개념과엄마의역할|사회계층에따라달라지는감정재생산인식|느낌의상업화|계량되고통제되는감정노동|자본주의사회를지탱하는단위,가족

사랑의정치학
가치를인정받지못하는노동력|한없이복잡하지만단순해보이는돌봄노동|재생산위기를완전히해결하지못하는국가|젠더에기반한매우사적인노동|우리에게는투쟁이필요하다

노동의젠더화
사회적으로학습되는여성성|가정폭력이라는노동재해|소유적개인주의라는말에가려진노동|감정적이타주의|타고난다정함|좋은삶과행복을책임져야하는여성|남성은이성적,여성은감성적인가?|스펀지처럼행동해야하는여성들|희생을강요하는노동

페미니즘의감정
분노에는정치적인힘이있다|투쟁의힘을더하는자율성|이성애를거부하는목소리|“우리는충분히일했다”

다른느낌
평등이라는공허한외침|가족을폐지하라|젠더폐지|감정재생산의퀴어화|가족너머로나아가기|감정의새로운지평|새로운공존으로나아가는길

참고문헌
돌봄:생산적노동의한형태(저자인터뷰)

출판사 서평

우리는왜돌봄을노동이라부르지못하는가?자본주의를지탱하는두가지환상

-가족안에서만정서욕구를완벽히충족할수있다!
-진정한사랑에의한돌봄은베푸는자에게보상이다.

부르주아이데올로기와가족이데올로기에따르면우리의정서욕구는가족안에서만완벽하게충족되고이를대체할수단은없다.또이러한이데올로기안에서정상적인가족의형태는‘이성애결혼’에의한것이고가정에서의삶이곧‘좋은삶(goodlife)’이다.반대로이기준에서벗어나는동성애나가족을벗어난삶은‘나쁜삶(badlife)’이다.부르주아이데올로기에따르면공동체와가족은시장논리와상관없는사생활의일부다.
로맨스이데올로기는진정한사랑을찾은사람이비로소행복해진다고말한다.이사랑이정서적욕구를모두충족해줄것이라고기대하게만든다.하지만이정서적욕구를충족시켜주는역할은대부분여성이떠안아야한다.그이유는여성본성에는돌봄에적합한성향이내재되어있다는통념때문이다.더나아가이러한여성의돌봄행위는별로힘이드는것도아니고오히려돌봄을제공함으로써여성스스로심리적보상을받게된다는논리다.

보이지않는손의마법:돌봄을노동이아닌사랑으로포장한자본주의의착취구조

알바갓비는현재우리의삶에깊숙하게침투해있는이데올로기적환상이돌봄의실체를어떻게왜곡하는지포착한다.부르주아이데올로기,가족이데올로기,로맨스이데올로기에뿌리내린자본주의에서의돌봄이왜사랑이아닌착취인지,여성이나유색인종처럼상대적으로취약한위치에있는사람들이어떤식으로이런이데올로기에번롱되어착취당하는역할을맡아왔는지역설한다.또한이착취구조가자본주의를떠받치는보이지않는버팀목으로기능하는메커니즘을짚어낸다.
돌봄은사회에필수적인일이다.대다수사람들이계속일할수있도록돌봄부담을덜어주는노동이없었다면자본주의는작동하지못했을것이다.자본주의사회에서사람들은서로의고통과긴장,권태를줄이고,사회적관계를유지하기위해노력한다.그리고이일은다른사람들뿐만아니라우리가아는이세상에대한정서적애착을만들어낸다.아이를달래고,노인의말동무가되어주는재생산노동은사회적유대와감정적안정에필수적이며,이노동은흔히‘사랑’이라는이름으로불린다.그러나자본주의경제는재생산서비스노동을무상이나저임금으로유지하며,이를돌보는사람들에게강요한다.
이노동이주로여성에게요구되는이유는,돌봄에는특별한기술이필요없고원래여성적이라는통념때문이다.결과적으로여성에게있어돌봄이란금전적보상을받지않고수행해야하는의무로여겨진다.‘여성의일은사랑이고,사랑은그자체가보상이며돈으로더렵혀질수없다’는믿음을많은여성들이자발적으로동의한다.자본주의하에서이익이극대화되는원리가이것이다.

도발적해결책:자본주의,가족,젠더를폐지하라!

이책의클라이맥스는문제를나열하고그것의원인을파악한것에서그치지않고도발적인해결책을제시하는후반부일것이다.이해결책들이많은사람들에게지나치게유토피아적이라거나패륜적이라는비난의여지를가지고있음에도불구하고저자는주저함이없다.알바갓비는사랑으로포장된착취를궁극적으로사라지게할방안으로자본주의폐지,가족폐지,젠더폐지등을제안한다.

-자본주의폐지
여성들이임금노동에접근할기회가늘었지만비공식적돌봄장소인가정에서는여전히돌봄의일차적책임은여성에게주어진다.결국무임금재생산노동의장인가정이자본주의경제에서는사적인것으로표시되고개인화된다.자본주의제도아래에서평등담론은단순히‘남자대여자의가사비율을절반씩나눈다’라는식의일차원적인담론이기쉽다.
우리가알고있는재생산노동착취의조건들은자본주의가부상하면서만들어졌다.또,젠더화된착취는초기자본주의의폭력적인사회변화를통해등장했고,젠더화된폭력이젠더화된노동을유지하는데여전히중요한구실을한다.착취에는폭력이내재한다.성폭력과가정폭력은그자체가젠더화된지배의원인이아니라여성의노동을통제하려는욕구의결과다.젠더화된폭력은그자체를위해서가아니라우리가아는세계의지속적인재생산을보장하기위해발생한다.

-가족폐지
가족은사랑으로똘똘뭉쳐있고서로를위해희생하는것이라는환상과는달리근본적으로위계적,착취적,배타적인집단이다.이러한가족유닛이모여더큰착취를가능하게하는자본주의제도의근간이된다.자본주의는가족이돌봄의주요원천이되어야한다고암시한다.사랑하는사람을내손으로(무상으로)돌보는것.모든사람들이고개를끄덕일만한이야기다.하지만여기에자본주의제도의계략이숨어있다.돌봄은사회를지탱하는데필수적인일이다.이것을유급노동으로환산하여정당한댓가를지불한다면자본주의사회는금방파산하고말것이다.자본주의하의돌봄은‘무료’이거나‘아주값싼것’일필요가있다.돌봄을정당한위치에올려놓으려면우리는재생산의중심이자욕구의사회적세계로서가족이꼭필요하고바람직하다는생각을버려야한다.

-젠더폐지
가족내에서돌봄을베푸는쪽은주로여성이다.돌봄에필수적인기능이‘여성성’이라는도식때문이다.한집안의엄마가노인을돌보고,남편을돌보고,아이들을돌보는것.여기에더한‘모성신화’로인해그것은너무나당연한것으로포장된다.이에그치지않고여성의돌봄은직장으로확대된다.여성들은직장에서도자신의내재된‘여성성’으로인해원래할당된노동과함께돌봄이라는포지션을담당해야만한다.그리고최고의돌봄기술중하나인‘돌보지만돌본티를내지않는다’는도식에의해자신이해준것을감춰야한다.
여성이타고난다는감정기술은남성을재생산노동의책임에서해방하는한편남성이재생산노동의혜택을누릴수있게한다.남성성은돌봄역량이부족하고정서적으로어울리지않는것으로보이고,그때문에남성은다른사람의욕구를무시할수있고,여성의돌봄을보답없이누릴권리를갖는다.
젠더화된몸은자연에서주어진것으로보이지만,사실은노동의결과다.이것은여성이하는비물질적재생산노동의일부이다.결국여성화된몸은젠더화된노동의생산품인것이다.

네오유토피아:돌봄을사랑이아닌노동으로부르는세상

돌봄이무상으로제공되고친밀한관계내에서만가능하다는이데올로기적믿음에서벗어나려면,돌봄이사유화된사랑이아닌생산적노동이라고인식해야한다.이를위해주거,도시계획,보건,교육,아동돌봄,노인돌봄분야에서덜억압적인고덜착취적인재생산을일반화하기위한대규모혁신이필요하다.이를위해참고되어야할것이퀴어잠재력과코뮌같은‘친족이아닌사회성형태’의집단군락이다.퀴어부모역할은법적,생물학적부모신분을넘어서며,아이들은‘혈연’으로나법적양육권에따라필연적으로부모라고인정되지않을수도있는사람들에게양육된다.따라서퀴어부모역할은규범적친족유형을구축하는감정적배타성의제로섬게임에저항하며,한두사람이자녀의정서돌봄을책임지는이성애가족의배타적인전유논리를거부한다.
재생산노동을공유하고자녀양육을분담하는수백명의사람들로구성된코뮌의사례를보면,이공동체에서는성적인쾌락과충족,개개인사이에서선택된사랑의유대나낭만적유대,부모자식간유대를차단하지않으면서‘모든이’의대인관계욕구와계발욕구를충족시키기위해작동한다.
우정을비롯한친족이아닌사회성형태는가족편에있지않으며임금노동편에있지도않다.공과사의경계를넘어,임금노동과가족생활의영역을넘어사회성을개조하려고하는정치는우정의정치가지닌퀴어의잠재성을잘탐구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