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 사회 (위기의 민주주의 경청에서 답을 찾다 | 양장본 Hardcover)

공명 사회 (위기의 민주주의 경청에서 답을 찾다 |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격해지는 사회 갈등과 소통의 공백
소외를 넘어 사회를 봉합할 해결책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려는 독재와 전체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민주주의는 회복될 수 있을까?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가능할까? 여러 학자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막스베버 고등문화사회연구소장인 하르트무트 로자가 뜻밖의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독일의 한 가톨릭 교구 초청 연설문을 바탕으로 출간된 《공명 사회》에서 그는 종교적, 특히 기독교적 가치와 관계 맺음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재건할 희망을 역설한다.
사회학자가 종교의 한복판에서 민주주의 위기를 논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 그간 가속화하는 세계를 지적해온 저자는 이제 공명을 해법으로 제안하면서, 공명의 바탕을 이루는 가치관을 종교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물론 현대 사회의 종교는 선명한 명암을 지니고 있다. 상업적, 배타적으로 변질한 종교 단체를 향한 합당한 지적과 별개로, 분명 종교의 기본 가치는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다. “오직 이기는 것만이 중요할 뿐 다른 목소리를 맹목적으로 배제하는 이 시대”, 민주주의 위기의 한가운데서 “듣는 마음을 가지고 타인이 말 걸어 올 수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노력, 다시 말해 공명이 가능한 사회가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오늘날 사회를 뒤덮은 소외 현상은 공동선으로 나아갈 논의는커녕 의견 교류마저 방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개인은 타자, 다른 세계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기 어렵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소외로 인해 위협받는 배경을 살펴보고, 이 위기를 해소할 방안을 탐색한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사회를 지탱할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종교와 정치 성향, 개인 가치관을 막론하는 어떤 배경에서든 사회 정치 체제의 회복을 위해 연대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간을 소모하며 ‘질주하는 정지’ 사회
성장이란 환상 끝에 번아웃이 들이닥쳤다

근대의 성장 논리는 사회의 발전과 개별 구성원의 더 나은 삶을 약속했다. 내 노동이 내가 살아가는 사회를 발전시키고, 다시 사회로부터 보상이 돌아온다는 믿음은 사회가 급속히 발전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성장에 의존해야 하는 현재로서는 그런 믿음이 기만적인 표어일 뿐이다. 더 이상의 성장과 발전이 무의미한데도 사회가 존속하려면 어느 분야에서건 더 빨라지고, 높아지고, 많아져야만 한다는 주장은 사회적 강박을 초래한다. 물론 이는 갈수록 사회 시스템 자체가 비효율적으로 작동하면서, 사회 구조의 불안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특성을 ‘질주하는 정지’로 정의한다. 성장하기 위해 달리고 있지만, 한편 사회는 운동감각을 상실했기 때문에 경직된 상태다. 세상은 이미 생존에 필요한 이상으로 발전했다. 다만 일자리를 유지하고, 세금을 걷고, 복지 제도를 존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성장이 필요하다. 제자리에 정체되는 순간 사회가 받는 제도적 압력이 극심해지기 때문이다. 기나긴 인류 역사 동안 변화와 상향은 꾸준한 흐름이었지만, 단지 현상 유지만을 위해 매년 더 성장해야 하는 사회 형태는 현대가 최초다. 가속과 혁신의 부담을 떠맡은 인간은 세계와 공격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기업은 매출을 증대하고자 환경을 회복 불가능할 만큼 파괴하고, 개인은 불안정한 고용상태와 유명무실한 복지로 압박받으며 외부와 불화한다.
이 모든 악순환은 극단적으로 자신과 소속 집단의 안위만 챙기는 이기주의를 현대 사회의 지배적인 태도로 만들었다. 번아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창궐한 사회적 질병이다. ‘좋은 삶’을 곧 ‘소외되지 않는 삶’으로 여기는 저자에 따르면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누구도 좋은 삶을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인간은, 그리고 인간 사회는 어떻게 존재해야 할지, 다른 존재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공동의 이익이 아니라 각자의 생존을 위한 경쟁이 이어지는 현재로서는 이해받거나 이해할 여지가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믿을 수 없어도 들어보겠다는 다짐
민주주의에는 ‘듣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런 공격적인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민주주의는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사회를 약속했지만, 그 목소리를 서로 들어주지 않는다면 공허한 외침으로 흩어질 뿐이다. 사회를 가로지른 분열은 사람들 간 간극을 만들어 내고, 서로 의견이 다른 집단을 적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에서 대표적인 두 정당이 반목하는 모습은 흔하다 못해 당연할 지경이다.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시도조차 없이 상대를 범죄자처럼 취급한다. 설령 불합리한 주장일지라도 나름의 근거는 존재하기 마련인데, 다른 입장을 가지게 된 맥락에 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비난할 따름이다. 이런 갈등은 다른 집단을 완전히 제압하는 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응답하고자 하는 ‘듣는 마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르트무트 로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화주의적 이해로 대화의 단절을 해소하고자 한다. 상호 접촉과 소통은 변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전제를 설정하고, 다른 의견을 지닌 시민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말하고 듣는 상황을 꿈꾼다. 물론 인간을 변화시키는 대화는 그리 간단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른 의견을 가진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 수 있도록 허락하고, 나는 그의 말을 듣겠다는 결심이 함께 요구된다. 저자는 타인이 말을 걸어올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공명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우리에게 다른 존재가 와닿아 공명할 때 변화는 일어난다.
이 책에서 공명은 세계와 공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일을 의미하는데, 자극, 자기 효능감, 변화, 통제 불가라는 네 가지 특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에 가족이 모여 예수, 마리아, 요셉이 이루는 성가정과 크리스마스가 지닌 거룩한 메시지와 연결되려고 애써봐도 공명이 일어나기는커녕 갈등이 발생하기 쉽다. 기존 의견을 강화할 뿐인 대화는 공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존에 생각하지 않았던 낯선 느낌을 받는, 아주 다른 목소리를 듣는 일이 공명이다. 자기 효능감은 타인과의 연결을 의미하는데, 인간은 타자와 연결됨으로써 소외를 벗어나 살아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누군가와 접촉하기 위해 자신을 열었을 때 변화가 이루어져 세상을 다르게 보고 듣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공명은 억지로 만들어낼 수도 없다. 적은 투자로 최대한 많은 이익을 보고 싶어 하는 현대 사회에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공명은 비효율적인 수단이기에 외면받고 있다.

“우리의 근원에는 응답의 관계가 있다”
종교의례는 공명이 일어나는 최적의 공간이다

하르트무트 로자는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이자 장소로 종교를 호명한다. 종교가 제공하는 공간과 특성에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가 없다. 따라서 성장 지향적인 강박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방식의 관계의 가능성을 상기시킬 수 있고, 특히 종교의 전반적 사고와 전통이 공명과 그의 실천에 가깝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기도만 떠올려보아도, 종교적 행위는 인간 실존의 근원에 응답의 관계가 있다는 약속을 전제한다. 내가 누군가를 부를 때, 이 말을 듣고 나를 불러주리라는 믿음이 관계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종교의 사회적 위치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종교는 글로벌 경쟁에서 성장을 방해하는 시대착오적 제도일 뿐일까? 혹은 개인적으로는 얼마든지 따를 수 있어도 공적으로는 가급적 침묵에 붙여야 할 일종의 미신에 불과할까? 종교 내부의 문제점이 제기될 때마다 종교가 사회의 정의와 선의를 보장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지만, 종교는, 최소한 종교적 특성은 사람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하르트무트 로자는 현대 사회의 발전과 회복을 위해 이런 질문을 제기한다. 만일 종교가 없다면 현대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이 땅의 교회들이 봉착한 위기와 별개로, 민주 사회에서 종교적 특성이 더 이상 어떤 공명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사회의 회복을 기대하기란 요원하다. 저자는 종교적 자원으로부터, 또한 공명으로부터 민주주의를 회복할 희망을 찾는다.
저자

하르트무트로자

저자:하르트무트로자
예나대학교사회학교수이자에르푸르트의막스베버고등문화사회연구소장으로일하고있다.독일의저명한사회학자로서,‘공명’을현대사회에꼭필요한해결책으로보고이에대해오랜세월천착해오면서,이와관련한다수의저서를집필했다.주요저서로《정체성과문화적실천》,《사회적가속》,《소외와가속》,《고속사회》,《공명:세계관계의사회학》등이있다.

역자:유영미
연세대학교독어독문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왜세계의절반은굶주리는가》,《감정사용설명서》,《가문비나무의노래》,《카이로스》등이있다.2001년《스파게티에서발견한수학의세계》로과학기술부인증우수과학도서번역상을수상했다.

목차

서문_어떤사회에서살고자하는가
성장에과잉의존하는사회
가속-발열-소진되는악순환
근대의약속은붕괴되었다
듣는마음을주십시오
아주다른사람의목소리를듣는일
세계와연결되는공명
역자후기_작은목소리가닿을수있는세계

출판사 서평

인간을소모하며‘질주하는정지’사회
성장이란환상끝에번아웃이들이닥쳤다

근대의성장논리는사회의발전과개별구성원의더나은삶을약속했다.내노동이내가살아가는사회를발전시키고,다시사회로부터보상이돌아온다는믿음은사회가급속히발전한원동력이었다.그러나현상을유지하기위해성장에의존해야하는현재로서는그런믿음이기만적인표어일뿐이다.더이상의성장과발전이무의미한데도사회가존속하려면어느분야에서건더빨라지고,높아지고,많아져야만한다는주장은사회적강박을초래한다.물론이는갈수록사회시스템자체가비효율적으로작동하면서,사회구조의불안이악화된영향이크다.
저자는현대사회의특성을‘질주하는정지’로정의한다.성장하기위해달리고있지만,한편사회는운동감각을상실했기때문에경직된상태다.세상은이미생존에필요한이상으로발전했다.다만일자리를유지하고,세금을걷고,복지제도를존속하기위해서는끊임없는성장이필요하다.제자리에정체되는순간사회가받는제도적압력이극심해지기때문이다.기나긴인류역사동안변화와상향은꾸준한흐름이었지만,단지현상유지만을위해매년더성장해야하는사회형태는현대가최초다.가속과혁신의부담을떠맡은인간은세계와공격적인관계를형성할수밖에없다.기업은매출을증대하고자환경을회복불가능할만큼파괴하고,개인은불안정한고용상태와유명무실한복지로압박받으며외부와불화한다.
이모든악순환은극단적으로자신과소속집단의안위만챙기는이기주의를현대사회의지배적인태도로만들었다.번아웃역시같은맥락에서창궐한사회적질병이다.‘좋은삶’을곧‘소외되지않는삶’으로여기는저자에따르면지금우리사회는그누구도좋은삶을누릴수없는상황이다.인간은,그리고인간사회는어떻게존재해야할지,다른존재와어떤관계를맺어야할지갈피를잡지못해방황하고있다.공동의이익이아니라각자의생존을위한경쟁이이어지는현재로서는이해받거나이해할여지가갈수록좁아질수밖에없다.

믿을수없어도들어보겠다는다짐
민주주의에는‘듣는마음’이필요하다

이런공격적인상황에서민주주의는제대로작동하지못한다.민주주의는모두가자신의목소리로의견을개진할수있는사회를약속했지만,그목소리를서로들어주지않는다면공허한외침으로흩어질뿐이다.사회를가로지른분열은사람들간간극을만들어내고,서로의견이다른집단을적으로규정하기시작했다.한국사회에서대표적인두정당이반목하는모습은흔하다못해당연할지경이다.다른입장을가진이들의이야기를들어보려는시도조차없이상대를범죄자처럼취급한다.설령불합리한주장일지라도나름의근거는존재하기마련인데,다른입장을가지게된맥락에관해서는전혀고려하지않고그저비난할따름이다.이런갈등은다른집단을완전히제압하는식으로는해결할수없다.다른사람의말을듣고응답하고자하는‘듣는마음’이필요한시점이다.
하르트무트로자는민주주의에대한공화주의적이해로대화의단절을해소하고자한다.상호접촉과소통은변화를불러일으킨다는전제를설정하고,다른의견을지닌시민들이모여서로의의견을말하고듣는상황을꿈꾼다.물론인간을변화시키는대화는그리간단히이루어지지않는다.다른의견을가진누군가가내게말을걸수있도록허락하고,나는그의말을듣겠다는결심이함께요구된다.저자는타인이말을걸어올수있는사람이되는능력의중요성을강조하고,이를공명이란개념으로설명한다.우리에게다른존재가와닿아공명할때변화는일어난다.
이책에서공명은세계와공격적이지않은방식으로관계를맺는일을의미하는데,자극,자기효능감,변화,통제불가라는네가지특징으로설명할수있다.예를들어크리스마스에가족이모여예수,마리아,요셉이이루는성가정과크리스마스가지닌거룩한메시지와연결되려고애써봐도공명이일어나기는커녕갈등이발생하기쉽다.기존의견을강화할뿐인대화는공명으로이어지지않는다.기존에생각하지않았던낯선느낌을받는,아주다른목소리를듣는일이공명이다.자기효능감은타인과의연결을의미하는데,인간은타자와연결됨으로써소외를벗어나살아있음을체감하게된다.누군가와접촉하기위해자신을열었을때변화가이루어져세상을다르게보고듣는계기가된다.그러나공명은억지로만들어낼수도없다.적은투자로최대한많은이익을보고싶어하는현대사회에결과를장담할수없는공명은비효율적인수단이기에외면받고있다.

“우리의근원에는응답의관계가있다”
종교의례는공명이일어나는최적의공간이다

하르트무트로자는공명을불러일으키는배경이자장소로종교를호명한다.종교가제공하는공간과특성에는민주주의를위협하는요소가없다.따라서성장지향적인강박으로부터벗어나다른방식의관계의가능성을상기시킬수있고,특히종교의전반적사고와전통이공명과그의실천에가깝다는사실이흥미롭다.기도만떠올려보아도,종교적행위는인간실존의근원에응답의관계가있다는약속을전제한다.내가누군가를부를때,이말을듣고나를불러주리라는믿음이관계의기반을형성하고있다.
현재종교의사회적위치에관해서는의견이분분하다.종교는글로벌경쟁에서성장을방해하는시대착오적제도일뿐일까?혹은개인적으로는얼마든지따를수있어도공적으로는가급적침묵에붙여야할일종의미신에불과할까?종교내부의문제점이제기될때마다종교가사회의정의와선의를보장할수있겠느냐는질문이이어지지만,종교는,최소한종교적특성은사람이세상과관계를맺는데긍정적인영향을끼친다.
하르트무트로자는현대사회의발전과회복을위해이런질문을제기한다.만일종교가없다면현대사회는어떤모습일까?이땅의교회들이봉착한위기와별개로,민주사회에서종교적특성이더이상어떤공명도만들어내지못한다면사회의회복을기대하기란요원하다.저자는종교적자원으로부터,또한공명으로부터민주주의를회복할희망을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