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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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가끔은 둥글게, 가끔은 요령껏
노랗게 변한 손톱을 다정으로 이해하며
지루한 세상을 상큼한 슬픔으로 조용히 두드린다” _ 유수연 시인

시의 모습은 유난히 다채롭다. 춤을 추는 듯한 즐거운 시도 있고,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같은 시도 있다. 한없이 서늘한 시도 있으며, 또 다정함으로 마음을 녹이는 시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가진 시들 가운데 최근 영미권의 젊은 세대들을 열광시킨 시 하나가 있다. 영국의 시인 웬디 코프의 〈The Orange〉이다.

오렌지

점심 시간이 커다란 오렌지를 하나 샀어-
그 크기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지.
난 껍질을 벗겨 로버트와 데이브에게 나눠 주었어-
그들이 사분의 일씩 가지고 나는 반쪽을 가졌지.

그 오렌지 덕분에 너무도 행복했어.
평범한 일들이 종종 그렇지,
특히나 요즘에는. 장을 보는 일도, 공원을 거니는 일도.
모든 게 평화롭고 만족스러워. 새삼스럽게도.

남은 하루도 편하게 흘려보냈어.
해야 할 일을 모두 하면서도
즐거웠고 나중에는 여유시간도 생겼지.
사랑해. 살아있어 참 좋다.

일상적인 언어로 쓰인 그녀의 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대표 시 〈The Orange〉를 포함하여 깊고 잔잔한 울림을 주는 31편을 엮어내었다. 1장에는 시의 번역본을, 2장에는 원문을 실었다. 1장의 번역본은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의 유수연 시인이 감수를 맡아, 한국의 독자들도 매끄럽게 영시를 접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시어를 함께 고민했다. 2장의 영어 원문을 통해서는 웬디 코프 특유의 산뜻한 운율과 리듬감, 사랑스러운 유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웬디코프

저자:웬디코프(WendyCope)
영국의대표적인현대시인으로,옥스퍼드대학교에서역사를전공한후14년간초등학교교사로일했다.1986년첫시집《MakingCocoaforKingsleyAmis》를발표하며유머러스하면서도날카로운통찰을담은시로주목받았다.그녀의시는간결한언어,정형적운율,재치있는풍자를특징으로하며,일상의소소한순간과인간관계를예리하게포착한다.특히가벼운유머속에서도깊은감정을담아내는것이특징이다.2010년대영제국훈장(OBE)을받았으며,대표적인시〈TheOrange〉는널리사랑받아,2023년《TheOrangeandotherpoems》로새롭게출간되었다.유머와현실적감각이조화를이루는그녀의시는여러세대의독자들에게공감을불러일으키며,현대영국시문학의중요한한축을형성하고있다.

역자:오웅석
일외국어고등학교에서에스파냐어를배우고중앙대학교에서영어영문학을전공했다.글밥아카데미에서번역을배우고바른번역소속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는《신에맞선12인》,《몽테뉴의살아있는생각》등이있다.

감수:유수연
2017년조선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사랑하고선량하게잦아드네》,《기분은노크하지않는다》가있다.

목차

1부오렌지

발렌타인12
오렌지13
꽃14
새벽3시에15
상실16
사랑의치유법두가지17
문제의정의18
걱정돼19
영혼없는칭찬20
가볍게더많이써봐21
점심식사후23
좋아하는것24
자석25
아홉줄짜리8행시26
널보면27
네덜란드초상화28
시인의불확실성29
하이쿠31
강가에서32
이름들33
티치밀러35
이제가고없는친구들37
작은당나귀38
크리스마스를위한시40
남자들의대화41
노래42
지루하게지내기44
그가그녀에게말한다46
맹세47
증거48
떠날거야49

2부THEORANGE

Valentine52
TheOrange53
Flowers54
At3a.m.55
Loss56
TwoCuresforLove57
DefiningtheProblem58
IWorry59
FaintPraise60
SomeMoreLightVerse61
AftertheLunch62
Favourite63
Magnetic64
Nine-lineTriolet65
SeeingYou66
DutchPortraits67
TheUncertaintyofthePoet68
Haiku70
BytheRiver71
Names72
TichMiller73
AbsentFriends74
LittleDonkey75
AChristmasPoem76
MenTalking77
Song78
BeingBoring80
HeTellsHer82
AVow83
Evidence84
Leaving85

출판사 서평

“꿈은없고요.그냥좀행복하고싶어요.”

최악의세대라고도불리는현세대는사실바라는것이크게없다.그들은말한다.“꿈은없고요.그냥좀행복하고싶어요.”그들이말하는행복은시〈오렌지〉의내용처럼커다란오렌지를보고터뜨리는웃음,함께오렌지를나누어먹을수있는주변사람들,소소한소비,좋은날씨,한낮의산책과같은아주작고단순한것들이다.하지만현대사회는이런사소한것까지도노력해쟁취해야만한다.당연한것이당연하지못한일상속에서지친우리에게는‘오렌지한알’이필요하다.

“이번생은망한것같지만,그래도노력해야해.”

‘노력해야해.심리상담도받고,이것저것배워보고(...)좋은음식을챙겨먹고,군것질은줄여.담배는피우지않고,술은멀리해.(...)그런데도달라지는건없어,앞날은깜깜해.’
_〈가볍게더많이써봐〉중에서

내일을생각하지않고지금을즐기는것이청춘의상징이던시대는지나갔다.오늘날2030세대에게는육체적,정신적으로모두건강한것이곧힙한것이라는공식이자리잡았다.저속노화,갓생,텍스트힙등의트렌드속에서더나은삶을위해누구보다노력한다.그러나아무리발버둥쳐도변하지않는삶의모습과사회에절망감을느끼고무너지기도한다.본문에실린〈가볍게더많이써봐〉는이러한현실을압축적이고선명하게담아낸다.그녀의자조적인유머를통해우리는공감과위로를얻고,그럼에도불구하고다시살아갈용기를내게된다.평범한일상의조각들이모여우리의삶이된다.웬디코프의시는그평범함속에서반짝이는순간들을포착하며,잊고있던소소한기쁨을깨닫게한다.

책속에서

그오렌지덕분에너무도행복했어,
평범한일들이종종그렇지,
특히나요즘에는.장을보는일도.공원을거니는일도.
모든게평화롭고만족스러워.새삼스럽게도
_p.13〈오렌지〉중에서

사람들이말하더라.
남자도똑같다고,똑같이아프다고
걱정돼,너무걱정돼,
혹시그말이틀릴까봐.
_P.19〈걱정돼〉중에서

내가그토록바란건집에같이있을사람이었고,
이제는안전하게정착할사람을찾았으니,
인생에서단하나의야망이있다면,바라건대
계속해서지루하게지낼수있기를.
_p.44〈지루하게지내기〉중에서

절대로화내지않겠다약속은못하겠어.
항상친절하게대하겠다약속은못하겠어.

그렇지만나는여전히당신이함께하고싶은사람이고
당신도역시나에게그런사람이야-그것만은확실하지.
당신은나의가장친한친구,내가가장좋아하는사람,
_P.47〈맹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