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되기 전에

스무 살이 되기 전에

$12.00
Description
숨기고 싶지는 않지만
숨기고 싶은
내가 이 나라 사람인데
가끔 아닌 듯한

이 순간이 그런 순간

“피부색이 다르면 사람 마음도 다를까요”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을 다룬 김남극 시인의 청소년 시집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여섯 번째 작품으로 김남극 시인의 『스무 살이 되기 전에』가 출간되었다. 일찍이 시집 『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 『너무 멀리 왔다』, 『이별은 그늘처럼』 등을 통해 진심 어린 언어와 삶의 구석을 비추는 따뜻한 시선을 선보여 왔던 김남극 시인의 첫 청소년 시집으로, 오랜 기간 교사로 재직하며 청소년들과 함께 지낸 날들의 온기와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봉평이라는 작고 먼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들, 그리고 두메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시선과 감각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와이파이 되고요 / 인스타에 사진도 올려요”라며 선입견을 유쾌하게 비트는 시편부터, “스무 살이 되기 전에 할머니가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삶의 무게까지, 이 시집은 단순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시선과 목소리에 중심을 둔다.

이번 시집에서 김남극 시인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차별, 강원도 봉평이라는 벽지의 공간이 주는 문화적 차이와 정서적 거리, 그리고 그 안에서도 피어나는 소소한 웃음과 다정한 순간들을 포착한다. 그러나 이 주제는 결코 계몽적이지 않고 설명적이지도 않다. 시인은 스스로를 감추고 화자인 아이들의 목소리를 오롯이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베트남 북부의 산속에서 와서 지금은 계절 노동자들의 작업반장이며 통역사로 일하는 엄마의 이야기. 셰프였지만 사고 이후 거동이 불편해진 아빠를 위해 하고 싶은 것들을 잠시 미뤄 두고 “간호과에 갈 거예요” 다짐하는 모습. 이 모든 삶의 장면들이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처럼 담담하게 그려진다. “다문화 가정이냐”(「다 문화가정이잖아요」)는 선생님의 질문에 “누구나 다 문화를 가진 가정에서 자랐다”고 응수하는 화자의 모습에서는 차별을 고발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고정된 시선을 유쾌하게 비틀고 자신만의 세상을 받아들이는 당당함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이 한 권의 시집 전체에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등장시키고 이들을 시적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학적인 사건으로 여겨진다.”는 안도현 시인의 추천사처럼, 다문화 가정 출신 청소년, 농촌 노동자의 자녀, 조손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겪는 현실을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그 안에서 길어 올린 작은 연대와 희망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청소년 문학의 지평을 한층 더 넓히는 의미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철쭉과 진달래와 목련과 산수유가 피어나는 학교 풍경, 첫차와 막차를 타는 등굣길과 하굣길, 늦은 밤 배추밭에 내린 서리, 이장님과 반장님을 마주치는 장날, 가마우지 떼가 나타나는 개울, 앞산으로 내달리는 고라니의 울음소리 등은 모두 구체적인 시적 풍경이 된다. 「나는 자연인」 같은 시에서는 풀꽃과 인간의 욕망을 조용히 대비시키며, 인간이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하는 동안 식물은 “비와 구름 속에서 함께 살다 겨울이면 사라지는” 존재라는 점을 짚는다. 이처럼 자연을 바라보는 투명한 시선과 청소년들의 감각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시편들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응을 선사한다.

도회지 사람들의 ‘시골에 대한 편견’도 유쾌하게 뒤집는다. 서울 친구가 “감자 옥수수 많이 먹겠다”(「감자, 옥수수, 지하철, 인터넷」)며 신기해하자 화자는 “피자도 치킨도 먹어요 /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도 / 급식에 나오거든요.”라며 응수한다. 서울과 지방, 도시와 농촌의 간극은 실제 거리보다 인식의 거리에서 더 멀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시의 말미에서 “수렵 채취 생활을 하는 줄 안다”는 유머러스한 표현은 시골 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비틀고, 동시에 그 안에 내재한 차별적 시선을 비판하는 역할을 한다.

“계절제 농업 노동자도 다 인권을 존중받는 사람이라는데 / 왜 비닐하우스에서 살다가 불 속에서 타 죽어야 하는지”(「당연한 것들에 대한 질문」)같은 문장은 청소년 화자의 언어로 던지는 진지한 사회적 질문이다. 일상 속에서 체화된 감정과 현실에 대한 물음이 무겁지 않게, 그러나 단단하게 다가온다.

『스무 살이 되기 전에』는 우리 모두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놓치고 지나온 것들에 대한 조용한 되짚음이기도 하다. 감자꽃이 피고 무꽃이 지는 시간 속에서 시집 속 아이들은 묵묵히 오늘을 살아낸다. 그 조용한 생의 무늬가 시가 되어, 이 봄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저자

김남극

저자:김남극
강원도산골에서태어나지금까지살고있다.산과들에서자라는식물과동물이름을아는것을제일좋아한다.산골아이들과30년을넘게생활했고지금은자연에서민주주의를배우고있다.우리지구의미래를걱정하며함께사는사회를어떻게만들어갈지고민하고천천히걸으며생각하는일상을보내고있다.시집『하룻밤돌배나무아래서잤다』,『너무멀리왔다』,『이별은그늘처럼』을펴냈다.

목차


1부숨기고싶지는않지만숨기고싶은

다문화가정이잖아요
탈북자철수
수학여행
스무살이되기전에
달맞이꽃
추위에얼어죽는사람이없다는엄마고향
첫장학금받은날
고속기차
엄마를위해밥을할계획이다
문학수업시간
당연한것들에대한질문
절벽위소나무같이
고전읽기수업시간에
내가야자를하는이유

2부피부색이다르면사람마음도다를까요
감자꽃
봄,밤
감자열매처럼
휴업일
등하교길
단추
봉평장날
혼자가는먼집
눈오는날
반딧불이
감자,옥수수,지하철,인터넷
피자가오긴와요

3부바람과햇빛과달빛과비와구름속에서
내가모르는사이에
봄밤
개구리
나는자연인
비오는날
7월
옥수수
노란해당화핀집
모두의원
명자꽃
무꽃
감나무가없는우리동네
은행나무

4부이제학교를떠날때
목련
빵꽃
첫사랑
야속하고야속한국어샘
난간호과를갈거예요
매미가운다
고래
일탈하라고요,나보고요?
법과정치수업시간에
고라니가우는이유
사요나라일본어샘
고3
졸업

시인의산문
나와다른존재를생각하는시간

독서활동지

출판사 서평


쉬는시간청소년시선6
김남극『스무살이되기전에』출간

숨기고싶지는않지만
숨기고싶은
내가이나라사람인데
가끔아닌듯한

이순간이그런순간

“피부색이다르면사람마음도다를까요”
다문화가정의청소년을다룬김남극시인의청소년시집

쉬는시간청소년시선여섯번째작품으로김남극시인의『스무살이되기전에』가출간되었다.일찍이시집『하룻밤돌배나무아래서잤다』,『너무멀리왔다』,『이별은그늘처럼』등을통해진심어린언어와삶의구석을비추는따뜻한시선을선보여왔던김남극시인의첫청소년시집으로,오랜기간교사로재직하며청소년들과함께지낸날들의온기와고민이고스란히담겨있다.특히이번시집에서는봉평이라는작고먼시골마을을배경으로살아가는다문화가정의청소년들,그리고두메에살고있는청소년들의시선과감각을섬세하게포착한다.“와이파이되고요/인스타에사진도올려요”라며선입견을유쾌하게비트는시편부터,“스무살이되기전에할머니가될것같아요”라고말하는삶의무게까지,이시집은단순히청소년을대상으로삼은것이아니라,청소년의시선과목소리에중심을둔다.

이번시집에서김남극시인은다문화가정아이들이느끼는외로움과차별,강원도봉평이라는벽지의공간이주는문화적차이와정서적거리,그리고그안에서도피어나는소소한웃음과다정한순간들을포착한다.그러나이주제는결코계몽적이지않고설명적이지도않다.시인은스스로를감추고화자인아이들의목소리를오롯이드러내는방식으로이야기를들려준다.베트남북부의산속에서와서지금은계절노동자들의작업반장이며통역사로일하는엄마의이야기.셰프였지만사고이후거동이불편해진아빠를위해하고싶은것들을잠시미뤄두고“간호과에갈거예요”다짐하는모습.이모든삶의장면들이이야기가아니라일상처럼담담하게그려진다.“다문화가정이냐”(「다문화가정이잖아요」)는선생님의질문에“누구나다문화를가진가정에서자랐다”고응수하는화자의모습에서는차별을고발하지않으면서도,사회의고정된시선을유쾌하게비틀고자신만의세상을받아들이는당당함을엿볼수있다.

“시인이한권의시집전체에다문화가정의아이들을등장시키고이들을시적주인공으로삼았다는것자체가하나의문학적인사건으로여겨진다.”는안도현시인의추천사처럼,다문화가정출신청소년,농촌노동자의자녀,조손가정에서자란아이들이겪는현실을솔직하고사실적으로보여주며,그안에서길어올린작은연대와희망의순간들을포착한다.청소년문학의지평을한층더넓히는의미있는작업이기도하다.

철쭉과진달래와목련과산수유가피어나는학교풍경,첫차와막차를타는등굣길과하굣길,늦은밤배추밭에내린서리,이장님과반장님을마주치는장날,가마우지떼가나타나는개울,앞산으로내달리는고라니의울음소리등은모두구체적인시적풍경이된다.「나는자연인」같은시에서는풀꽃과인간의욕망을조용히대비시키며,인간이더많은것을가지려하는동안식물은“비와구름속에서함께살다겨울이면사라지는”존재라는점을짚는다.이처럼자연을바라보는투명한시선과청소년들의감각이자연스럽게연결된시편들은독자들에게새로운감응을선사한다.

도회지사람들의‘시골에대한편견’도유쾌하게뒤집는다.서울친구가“감자옥수수많이먹겠다”(「감자,옥수수,지하철,인터넷」)며신기해하자화자는“피자도치킨도먹어요/배스킨라빈스아이스크림도/급식에나오거든요.”라며응수한다.서울과지방,도시와농촌의간극은실제거리보다인식의거리에서더멀다는걸보여주는대목이다.이시의말미에서“수렵채취생활을하는줄안다”는유머러스한표현은시골청소년에대한편견을비틀고,동시에그안에내재한차별적시선을비판하는역할을한다.

“계절제농업노동자도다인권을존중받는사람이라는데/왜비닐하우스에서살다가불속에서타죽어야하는지”(「당연한것들에대한질문」)같은문장은청소년화자의언어로던지는진지한사회적질문이다.일상속에서체화된감정과현실에대한물음이무겁지않게,그러나단단하게다가온다.

『스무살이되기전에』는우리모두가‘스무살이되기전에’놓치고지나온것들에대한조용한되짚음이기도하다.감자꽃이피고무꽃이지는시간속에서시집속아이들은묵묵히오늘을살아낸다.그조용한생의무늬가시가되어,이봄우리에게말을건넨다.